새로운 감정
"아 좀! 조용히 하라고!"
"내성이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괴물들의 싸움에서 스페셜은 치트키나 마찬가지야. 내성의 차이는 그만큼 중요해. 그러니까 소극적으로 움직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격해."
"적당히 해! 말만 잘하네."
"네가 고집부리지 않고 내 힘을 받아들였으면 이런 일은 없었어. 생각을 하란 말이야. 스페셜은 특별한 힘이야. 장식용이 아니라고. 너는 스페셜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어."
"제대로 다루는 방법이 뭔데? 설명을 해봐."
"알았어. 스페셜을 신체에 집중시키지 말고 주위에 집중해봐."
퍼스트가 반쪽의 말대로 하자 주위에 에너지 덩어리가 생기는군요.
"이제 발사해봐. 네 생각대로 움직일 거야."
퍼스트가 레이저빔을 생각하자 에너지 덩어리가 퍼스트의 생각대로 움직였답니다.
에너지 빔을 맞은 영웅은 괴로운 비명 소리를 지르는군요.
"끄아아악!"
"이게 스페셜의 힘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에너지. 웬만한 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스페셜 에너지와 상상력만 풍부하다면 말이지. 뭐, 너는 아직 내 힘을 일부만 가지고 있어서 뭐든지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게 퍼스트가 영웅과 싸우며 전투 경험을 쌓고 있자 시설이 폭파했답니다.
시간이 흘러 부활한 퍼스트가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간소한 방과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영웅이 보이는군요.
"왜 그래? 어디 아파?"
"별로..."
'무슨 일이지?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데.'
퍼스트가 고민하고 있자 영웅이 무언가를 속삭였답니다.
"방금 뭐라고 했어?"
"드래곤..."
"드래곤이 왜?"
"쓰러뜨렸어?"
"아니, 우리를 무시하고 지나가던데."
"그런가."
영웅의 표정이 더 우울해지자 퍼스트는 조심스럽게 다가가는군요.
"무슨 문제라도 있어?"
"중간에 정신을 잃어서 기억은 안 나지만... 우리 아무것도 못하고 쓰러진 거지?"
"그렇지. 멸 등급답게 엄청 강하더라."
"그렇네. 나는 한 방에 쓰러졌고..."
퍼스트가 가만히 지켜보고 있자 반쪽이 말을 걸었답니다.
"뭐 하는 거냐? 빨리 위로해줘."
'뭐라고 위로해줘야 하지?'
"장단에 맞춰줘. 이렇게 알기 쉬운데 왜 모르는 거야?"
'그래?'
"지금까지의 행동을 생각해봐. 자신을 히어로라고 생각하는 꼬맹이잖아. 그리고 만화를 좋아하지. 적당히 오글거리는 말이라도 내뱉어서 기분을 풀어줘란 말이야."
'오글거리는 말이 뭔데?'
"만화 안 읽어봤냐? 상심한 주인공을 동료나 히로인이 위로해주는 장면이 있잖아. 그걸 떠올려 보라고."
'그게 오글거리는 말이야?'
"빨리 시키는 대로 하기나 해! 바보처럼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정말이지, 왜 이렇게 변한 거야?"
반쪽이 투덜거리자 퍼스트는 하는 수없이 예전에 본 만화를 떠올리는군요.
'알았어. 기다려봐. 예전에 본 만화가... 기억이 안 난다.'
"... 바보 녀석. 너는 정말 바보야."
'재밌으면 됐지. 내용을 일일이 기억할 필요는 없잖아.'
"하아, 됐어. 알아서 해라. 나는 이제 모르겠다."
'무슨 소리야? 한번 시작했으면 끝까지 도와줘야지. 언제나 내 아군이라고 말했잖아. 애매하게 말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해봐. 내가 뭘 해야 하는데?'
"... 어쩔 수 없지. 버리고 싶어도 버릴 수 없다면 아끼고 사랑해 줄 수밖에 없나."
반쪽의 이야기를 들은 퍼스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영웅의 옆에 앉았답니다.
"다음에는 둘이서 도전하자."
"응?"
"그때 혼자서 싸웠잖아. 나랑 힘을 합치면 강력한 드래곤도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 정말?"
"물론이지. 우리는 동료잖아. 우정 파워를 사용하면 어떤 적도 물리칠 수 있을 거야."
"우정 파워... 응, 그렇네! 혼자서 무리라면 함께 힘을 합쳐야지. 간단한 사실을 잊고 있었네. 강력한 적을 동료들과 같이 물리치는 건 뻔한 클리셰잖아. 왜 이걸 생각하지 못했을까? 고민했던 게 바보 같아."
금방 기운을 차린 영웅은 미소를 지으며 퍼스트를 바라보는군요.
"이 정도로 포기할 수는 없지. 우리는 히어로니까."
"그래, 마지막에 승리하는 건 정의라고."
"맞는 말이야. 앞으로도 잘 부탁할게."
"그래. 같이 노력하자."
분위기가 훈훈해지자 갑자기 경보음이 울렸답니다.
"전 등급이 탈출했다."
"괴수인가?"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네."
두 명이 밖으로 나가자 평소랑은 다르게 고요하네요.
히어로는 주위를 둘러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는군요.
"이상하네? 괴수가 탈출했으면 시끄럽던데? 왜 이렇게 조용하지?"
"글쎄?"
주위를 살펴보며 걷던 영웅은 지루하다는 듯이 말했답니다.
"안 보이네."
"그렇네."
"흩어져서 찾아볼까? 괴수를 발견하면 소리를 질러서 위치를 알려주자."
"괜찮겠어?"
"걱정하지 마. 나는 히어로라고."
"그래, 조심해."
"내가 할 소리야."
두 명이 흩어지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복도를 걸으며 하품을 하고 있던 영웅은 바닥에 뿌려진 피를 발견했어요.
'드디어 뭔가를 발견했네. 저기에 괴수가 있는 건가?'
영웅이 바닥에 뿌려진 피를 따라가자 직원들의 시체와 온몸에 피를 묻히고 있는 여자아이의 모습이 보이는군요.
"차가워. 더 많은 사랑이 필요해."
"뭐야? 괴수가 아니잖아."
실망스러운 목소리를 들은 여자아이는 영웅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답니다.
"사랑? ... 아니야. 뭔가 달라. 하지만 괴물에게 무언가가 느껴지는 건 처음인데. 다른 괴물하곤 뭔가가 달라? 으으, 잘 모르겠네. 하지만 상관없겠지. 작은 불씨라도 괜찮아. 잠깐의 따스함이라도 괜찮아. 나를 사랑으로 채워줘. 나는 사랑이 필요해."
영웅은 여자아이의 혼잣말에 관심이 없는지 뒤를 돌아 방으로 돌아가려고 하는군요.
"시시해. 시간만 낭비했잖아. 그런데 퍼스트는 어디 있지? 어이! 퍼스트! 어디 있어!"
방심하고 있던 영웅은 갑자기 달려든 여자아이의 공격에 반응할 수 없었고 여자아이의 날카로운 손톱은 영웅의 몸을 관통했답니다.
배에 구멍이 뚫린 영웅은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군요.
"아파..."
손에 묻은 피를 핥은 여자아이는 깊이 고민하는 얼굴로 말했답니다.
"이건 역시 사랑이 아니야. 그다지 따뜻하지 않아. 하지만 뭔가 중독적이야. 이건 뭐지? 괴물에게는 아무것도 없을 텐데? 이상하네."
"이게 무슨 짓이야? 비겁하게 뒤에서 공격하다니. 치사해. 너 누구야? 악의 간부? 그러니까 이런 짓을 하는 거지? 가만두지 않겠어. 나는 히어로라고. 마지막에 승리하는 건 히어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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