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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야비정검(賤夜非正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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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쇄룡(殺龍)
작품등록일 :
2020.02.09 21:48
최근연재일 :
2020.03.07 13:00
연재수 :
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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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27
글자수 :
10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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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7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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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 그녀와 동거 (1)

DUMMY

갑작스러운 그녀의 대답에 소하연은 온몸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만약에 여인이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고 묻었던 팽자윤이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분명히 검이 몸을 꿰뚫고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서 흙 속에서 나온 것일까.


"팽자윤···제가 팽자윤인데 제 이름은 어떻게 알고 계신 거예요?"


생각은 그리 오래 할 수 없었고 눈 앞에서 사실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여인은 스스로 팽자윤이라고 대답을 했고, 소하연의 대답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미 사체처럼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던 그는 그녀를 보면서 가면을 벗어야 하는지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때, 여인은 소하연의 눈 앞에서 손을 흔들었고 그가 놀라면서 쓰러지자 여인은 웃으면서 물었다.


"소천을 본 적이 있으세요? 만나시면 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말씀을 해 주세요."


"소천은···"


자신의 이름도 두려움 때문에 제대로 말을 할 수 없던 찰나에 소하연은 팽자윤이 자신의 얼굴을 보아도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가면에 손을 얹고 천천히 벗은 소하연은 당황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소천을 만난 적은 있습니다. 이 년 전에 죽었는데 가족도 친구도 없어서 야산에 묻었습니다."


"소천이 죽어요···?"


"···네."


다시 가면을 쓴 소하연은 팽자윤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눈물을 흘리자 입술을 깨물면서 간신히 눈물을 참았다.


"그럴 리가 없어요···어린아이가 그렇게 꿋꿋이 살았는데 허망하게 죽을 리가 없다고요···어디에 숨기고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시는 거예요!"


"죽었습니다. 그리고···마지막 입맞춤은 잊지 않고 있었다고 당신을 만나면 반드시 고맙다는 말을 전하라고 했습니다."


눈 앞에 있는 팽자윤에게 차마 자신이 소천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던 소하연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때, 한 손이 발을 붙잡고 있으니 보자 예전과 같이 팽자윤이 발을 잡고 있었다.


"소천의 이야기를 해 주시면···안 되나요?"


이미 자신이 묻었던 팽자윤이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머리가 깨질 것 같고 눈물이 흘렀다.


그러나 팽자윤이 살아날 수 있었던 이유를 알고 빚을 갚기 위해서는 그녀를 떠나지 말아야 한다는 결론과 함께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팽자윤은 이내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고, 따라오라고 손짓을 했다. 그런 그녀를 천천히 따라가자 축제는 온 데 간 데 없었고, 죽음과 같은 정적만이 남아 있었다.


그녀를 따라서 저벅저벅 걷자 마을에서 가장 초라한 건물 한 채에 다다랐고, 문을 열자 음식을 만든 지 오래 되어 보이는 주방과 악취를 풍기는 방이 나타났다.


손으로 코를 막고 간신히 안으로 들어가자 팽자윤은 천천히 먼지를 손으로 쓸고는 무릎을 꿇었다.


"식사는 했습니까?"


"아니요···그나저나 소천···"


"식사부터 합시다."


그녀가 그렇게 많은 가산을 받지 못 했고 또한 식사도 제대로 못 했다는 사실에 이야기보다는 음식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먹을 것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 그녀의 집에 너무나 들어맞았다. 먹을 거라고는 찾을 수 없기에 소하연은 전낭을 꺼내서 바닥에 탈탈 털었다.


그러자 금전들이 딸그랑거리면서 바닥에 떨어졌고, 아무리 보아도 음식을 살 수는 없기에 소하연은 도를 들고 방을 나갔다.


"먹을 것을 구해서 오겠습니다. 잠시 쉬고 계세요. 소천이라는 자의 이야기는···제가 갔다 오면 이야기를 해 드릴 테니까요."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정체를 감추는 것에 기분이 좋지 않았던 소하연은 급히 근처에 있는 산을 올라가서 동물들을 쫓았다.


짐승들의 배설물과 발자국을 쫓아 가던 그때, 마을에 있어야 하는 돼지가 돌아다니고 있으니 도를 들고 뛰었다.


"멈추어라!"


사람도 아닌데 소리를 지르던 소하연은 가면을 쓰고 산을 뛰어서 얼굴이 근질거렸고, 가면을 벗어서 긁으며 하염없이 쫓았다.


한 식경이 지나고 돼지가 넘어지자 단번에 몸을 날린 소하연은 도로 목을 꿰뚫었고, 괴성과 함께 죽은 돼지를 두 손으로 번쩍 들어서 어깨에 걸쳤다.


축축한 흙 때문에 걷기도 힘들었던 소하연은 바닥에 돼지를 놓고 그래도 드러누웠다.


"그러고 보니···싸우고 나서 제대로 쉬지도 않았는데 몸을 움직였네···"


팔과 다리는 나무에 묶은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고개도 저절로 숙어지려고 하자 그는 팽자윤을 떠올리며 소리를 질렀다.


"나태해도 죽고 움직이지 않아도 죽는다!"


지금까지 살면서 겪은 일들로 세우게 된 그의 유일한 깨달음이었다. 걸인으로 살아도 나태하지만 않으면 죽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면 모든 것을 잃고 죽는다는 것을 사람들을 통해서 배웠던 그는 천천히 돼지를 업고 비틀거리며 산을 내려왔다.


집 앞에 털썩 내려 놓자마자 소리를 듣고 팽자윤이 나와서 감탄을 했다.


"어떻게 잡으신 거예요?"


"그게···"


"···소천."


팽자윤의 대답에 소하연은 얼굴을 더듬었고, 가면을 벗고 다시 쓰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할 말을 잃었다. 또한 그녀가 단번에 자신을 알아보았으니 그저 입술을 깨물 따름이었다.


"너···오른눈이···그리고 왜 죽었다고 한 거야···왜!"


팽자윤이 울부짖으면서 멱살을 붙잡자 그는 힘없이 수차례 고개가 흔들렸다. 두 손으로 묻었던 그녀의 외침에 정신이 아득해진 소하연은 느릿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너를 내가 묻었으니까. 초면에 죽게 놔두고 이 두 손으로 너를 묻었는데···"


"네 잘못이 아니잖아···그리고 초면이라고 해도 나를 살리겠다고 팔까지 뻗었고···"


"그래도 내가 너를 묻었는데 네가 살아서 돌아왔고···할 말이 없다."


"내가 괜히 너를 씻고 쉬게 하지는 않았어. 왠지 네가 나를 지켜 줄 것 같아서 데리고 온 거야."


느닷없는 대답에 소하연은 아예 넋을 놓고 말없이 도를 들어 고기를 잘랐다. 팽자윤이 살아난 것만으로도 머리가 아팠던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도피였다.


붉은 피가 줄줄 흐르는 가운데에서 능숙하게 내장과 고기, 뼈를 분리한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서 팽자윤을 지긋이 보았다.


"그러면 한 가지만 묻고 싶은데···어떻게 살아난 거야?"


소하연의 대답에 팽자윤은 안색을 붉히고 얼굴을 긁적였다.


"그게···아파서 일어났는데···"


"그러면 상처는?"


"간신히 치료를 받기는 했는데 심한 상처는 아니라고···"


그제야 그는 그녀가 살아났다는 사실이 와닿았는지 하늘을 보면서 말을 잇지 못 했다. 두 팔이 축 처진 채 하늘을 보자 팽자윤은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장난이 어린 말투로 물었다.


"괜찮아? 고기는 먹어야지!"


팽자윤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뿐, 소하연에게 눈 앞의 상황은 심각하기 짝이 없었다.


어린아이가 그 정도로 검이 몸을 꿰뚫었으면 죽었을 거라 생각을 해서 파묻었는데, 심각한 상처도 아니었다고 말을 하니 산 사람을 묻은 것이 된 그는 그저 하늘을 보면서 말을 되뇌었다.


"미안하다···미안해···"


"일어나라고···고기는 먹어야지!"


이후 팽자윤이 불을 피우자 고기를 구워서 먹은 소하연은 어렸을 때랑 다를 바가 없는 그녀를 보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내가 너를 묻었는데 싫어하지는 않는 거야?"


"내가 묻어 달라고 했는데 너를 싫어해야 하는 거야?"


그녀의 대답에 소하연은 다시 할 말을 잃었고, 그녀는 마지막으로 구운 고기를 꿀꺽 삼키고 소하연의 손을 붙잡았다.


"아무튼 나···가진 게 하나도 없어···"


"그래서?"


"나하고 같이 살면 안 돼? 묻고 싶은 것도 많고···"


소하연은 천야를 나오고 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에게서 받은 은혜를 갚을 방도가 없던 소하연은 이렇게라도 그녀를 돕고 싶었다.


고개를 끄덕이자 팽자윤은 웃으면서 어린아이처럼 날뛰었고, 이내 말없이 웃고 있는 소하연을 끌어 안았다.


"안 그래도 많이 보고 싶었어. 처음으로 만났던 친구니까···"


"···고맙다. 친구라고 말을 해 주어서."


한참 동안 날뛰던 소하연과 팽자윤은 고기를 분리하고 남은 뼈와 내장을 버리고 집을 깨끗이 치웠다. 소하연은 사실상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서 스스로 모든 것을 치웠다.


방을 치우고 앉은 소하연은 팽자윤의 얼굴을 보고는 손짓을 하면서 지금까지 겪었던 이야기를 했다.


"오황(五皇)이라고 알고 있어?"


"들은 적은 있어."


"천야의 문주가 나였어."


느닷없이 스스로 천야의 문주였다고 밝히는 소하연을 팽자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이내 웃었다.


"네가 천야의 문주라고···?"


"친구를 쓰러뜨리고 되었는데 좋지는 않아서 왔어. 그리고 천야의 문주라는 명성이 없어야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까."


"그래서···일단 지금은 천야의 문주가 아니라는 거야?"


"친구에게 주고 왔어. 조정, 맹회에서 배신을 할 곳을 고를 수 있었는데···"


소하연은 팽자윤을 반량과 같이 대하면서 막힘 없이 이야기를 했다. 조정과 맹회 중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 곳을 고를 수 있었는데 조정의 배신이 있었다는 것과 신격, 추현, 당창, 타견을 만나기 위해서 문주를 반량에게 주었던 이야기까지 하자 팽자윤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네가 천야의 문주가 되었고 네 문파의 문주들을 만나야 한다는 건데···그러면 문주를 반량이라는 친구에게 맡기지 않아도 되는 거잖아."


"미안하기도 해서 맡기고 온 거야···미안해서···"


미안하다는 말에 자신의 실수로 팽자윤이 죽을 수도 있었다는 사실이 떠올랐고, 소하연은 팽자윤의 얼굴을 보지 못 하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팽자윤은 소하연의 마음을 눈치를 챘는지 조심스레 안고는 귓가에 대고 말했다.


"그래도 살아있으니 네 잘못이 아니야."


"···고맙고 미안하다."


"미안하면 나한테 도움이나 주면 되는 거니까! 걱정은 그만 하고!"


"성격은 여전하네."


"네가 내 성격을 어떻게 안다고!"


팽자윤이 마구 때리자 소하연은 그저 웃으면서 아픈 척을 했고, 팽자윤도 장난으로 때렸는지 힘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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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 그의 과거 (1) 20.03.05 78 0 9쪽
22 22. 신의(信義) (終) 20.03.04 67 0 10쪽
21 21. 신의(信義) (1) 20.03.03 74 0 9쪽
20 20. 암살 (終) 20.03.01 81 0 9쪽
19 19. 암살 (1) 20.02.29 82 0 9쪽
18 18. 황제의 죽음(終) (수정) 20.02.28 101 0 9쪽
17 17. 황제의 죽음(3) 20.02.27 88 0 10쪽
16 16. 황제의 죽음(2) 20.02.26 90 0 10쪽
15 15. 황제의 죽음(1) 20.02.25 117 0 9쪽
14 14. 전쟁의 서막 (終) 20.02.23 115 0 9쪽
13 13. 전쟁의 서막 (3) 20.02.22 116 0 9쪽
12 12. 전쟁의 서막 (2) 20.02.21 133 0 10쪽
11 11. 전쟁의 서막 (1) 20.02.21 173 1 10쪽
10 10. 그녀와 동거 (終) 20.02.19 194 1 11쪽
9 9. 그녀와 동거 (2) 20.02.18 216 1 10쪽
» 8. 그녀와 동거 (1) 20.02.17 253 1 10쪽
7 7. 그들의 과거 (終) 20.02.16 210 2 10쪽
6 6. 그들의 과거 (3) 20.02.15 234 1 9쪽
5 5. 그들의 과거 (2) 20.02.14 283 1 10쪽
4 4. 그들의 과거 (1) 20.02.13 394 2 10쪽
3 3. 천야(賤夜)의 등장(終) 20.02.12 563 3 10쪽
2 2. 천야(賤夜)의 등장(2) 20.02.11 931 6 10쪽
1 1. 천야(賤夜)의 등장(1) 20.02.10 2,018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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