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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천야비정검(賤夜非正劍)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쇄룡(殺龍)
작품등록일 :
2020.02.09 21:48
최근연재일 :
2020.03.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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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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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8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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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그녀와 동거 (2)

DUMMY

팽자윤과 함께 방에 들어가자 소하연은 가만히 벽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최대한 그녀와 떨어져서 자려고 했던 그때, 팽자윤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남녀가 부부가 되지 않고 함께 자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이 질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그가 계속 멀어지자 팽자윤은 고개를 내밀면서 따졌다.


"내 옆에 있는 게 싫어?"


"그게 네가 싫어서 멀어지려고 하는 게 아니라···"


"싫어서 피하는 거네···저리 가!"


그녀의 어린 행동에 소하연은 지금껏 겪을 수 없던 난처한 상황에 말을 하지 못 했다. 남녀가 함께 잠을 잤다는 것만으로도 질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녀도 혼례를 올리지 못 하는 것은 분명했다.


소하연은 그녀를 보면서 온갖 생각이 들었고 이내 내심 결단을 했다.


"싫지 않으니까···"


팽자윤의 기분을 달래고 천천히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을 한 그는 그녀를 조심스레 끌어 안았다. 그러자 팽자윤은 단번에 웃으면서 그를 힘껏 안았다.


"내가 싫지는 않은 거지?"


"···그래."


품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팽자윤을 소하연은 한참 동안 말없이 보았다. 천야의 문주가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과 싸우고 여색도 밝히지 않았다.


잠이라도 잘 수 있다면 바닥에 누워서 잤던 그는 그녀를 만날 때마다 느낄 수 있는 알 수 없는 감정에 말을 타는 것 같이 속이 울렁거렸다.


불편하지만 따듯하니 그녀를 안고 밤을 새웠고, 소하연은 그녀가 깊이 잠에 들자 머리를 쓰다듬었다.


초면에 받았던 은혜를 갚기 위해서 남아 있는 거라고 수없이 되뇌었지만 가슴은 그녀를 좋아한다고 말을 하는 그는 날이 밝자 간신히 눈을 감았다.


피곤해서 정신을 잃고 쓰러지려던 그때, 팽자윤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번에는 그녀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소하연을 보면서 자신 때문에 잠도 못 잤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그녀는 그런 그를 보면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뭐라도 먹고 잠을 자야지."


팽자윤도 소하연과 같이 그가 잠에서 깨어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조심스레 품을 벗어났고, 굽고 남았던 고기를 다시 데우고 여러 풀을 뜯어서 가지고 왔다.


온갖 약재도 섞여 있는 가운데에 고기와 풀의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고, 소하연은 본능적으로 잠에서 깨어나서 급히 옷으로 코를 막았다.


만약에 독이었다면 죽었을지도 몰랐다는 생각을 하던 찰나에 소하연의 이상한 행동에 팽자윤은 먹던 고기를 내뱉었다.


"아···아니···무슨 짓이야. 갑자기 일어나서 코를 막고···"


그제야 소하연은 자신이 팽자윤과 함께 살기로 했고, 방금 잠에 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머리를 마구 쳤다.


"내가···언제부터 잠을 잤지?"


"한 식경도 안 됐어."


"한 식경이나 누워 있었다니···그나저나 아침부터 고기를 먹고 있는 거냐."


"고기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데···싫어?"


"먹고 남은 음식을 다시 먹는 거는 걸인도 안 하는 짓이야. 한 번에 먹지 못 할 거면 만들지도 않는 게 맞으니까."


소하연은 무심코 반량을 대하는 것처럼 말을 내뱉었다. 장장 걸인으로 십 년이 넘게 살았던 그의 경험에서 나온 말에 팽자윤은 다시 먹던 고기를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렸다.


오늘 다 먹지 못 한 음식이 내일까지 있다는 보장이 없는 걸인의 삶은 다른 사람들은 이해도 할 수 없다. 언제나 음식이 남고 다음에 먹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니까.


"그래서···내가 잘못을 했다는 거야?"


"잘못이 아니라 그저···노인들이 언제나 훈계하는 것처럼 보면 돼."


"그래서 내가 잘못했다는 거잖아!"


팽자윤이 먹던 야초(野草)와 고기를 전부 던지면서 잔뜩 화를 내자 소하연은 그녀를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과 그녀를 달래야 한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머리를 부여잡고 마구 흩어진 고기들을 주우면서 그는 팽자윤을 지긋이 보았다.


"잘못이 아니야. 그저 내가 겪었던 일이 떠올라서 말한 것뿐이니까."


"···흥."


소하연은 방을 다시 치우고 고기와 먹을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풀들을 전부 밖에 던졌다. 그러고 팽자윤을 보자 등진 채 고개를 푹 숙이고 있으니 여전히 어린아이와 같이 행동을 하는 것 같아서 분노가 목까지 올라왔다.


그러나 은혜를 갚아야 한다는 일념만으로 입술을 깨물면서 그는 안색이 붉게 변한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대로 식사를 하고 싶으면 내가 음식들을 가지고 올 테니 기다리고 있어."


"···안 먹어."


"먹어야 돼. 너도 저육삼화를 나한테 먹으라고 했으니까."


초면에 온갖 대접을 한 그녀의 행동을 하나도 잊지 않았던 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밖으로 나왔고, 팽자윤은 그가 떠나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저육삼화를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었어···?"


예상하지 못 한 그의 대답에 팽자윤은 이미 기분이 좋았고, 소하연은 그런 그녀의 기분을 풀 수 있는 음식을 찾아서 마을을 돌아다녔다.


"싼 돼지고기와 소고기가 있어요!"


"술 한 말에 한 병을 더 드립니다!"


축제가 끝나고 다시 활기를 되찾은 마을은 상인들의 외침으로 가득 찼고, 소하연은 한 장신구를 팔고 있는 노파를 보고는 다가가서 물었다.


"장신구를 팔고 계시네요?"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노파는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 하고 고개만 간신히 들었다.


"보아하니···부인에게 주고 싶은 장신구라도 찾고 있는 건가?"


"부인이라···좋아하는 여자는 있습니다."


"좋아···그러면···"


그의 당찬 대답에 노파는 한참 동안 장신구를 건드리면서 곧 한 목걸이를 골라서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내밀어 보였다.


"좋아하는 여자한테 주는 거라면 이게 가장 좋지···혼례를 올리자고 할 수도 있으니까."


아기자기한 목걸이를 보자 소하연은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목걸이를 하고 있는 팽자윤의 모습에 웃던 그는 문득 금전이 없다는 사실에 천천히 노파의 손을 밀었다.


"그게···금전이 없···"


"뭐야! 이 늙은이는!"


금전이 없다는 말을 하려던 찰나에 한 우락부락한 사내가 장신구들을 발로 차고는 거들먹거리자 소하연은 할 말을 잃고 뻘쭘하게 사내를 보았다.


거대한 만도(彎刀:도날이 굽은 도)를 어깨에 걸치고 한 차례 휘두르자 거친 바람이 불었고, 노파는 두려움에 몸을 잔뜩 숙이고 빌었다.


"아이고···이 늙은이한테 가지고 갈 게 무엇이 있다고 이렇게 행패를 부리시면 저는 어떻게 먹고···"


사내는 크게 비웃더니 장신구를 올려 놓고 있던 탁자를 발로 걷어차고는 도를 노파의 눈 앞에 꽂았다.


"아이구, 늙은이께서 갈 곳이 없다고 참 고생이 많으시네. 그런데 저희도 먹고 살아야 하니까···신격에 바치는 금전까지 주셔야 할 거 같은데···없으면 죽는 수밖에."


"살려 주세요···살려 주세요."


노파가 고개를 숙이고 비는 동안 소하연은 모든 정신이 신격이라는 말에 집중이 되고 있었다. 다섯 문파에서 창을 귀신과 같이 휘두르는 신격이 사내의 입에서 나오자 소하연은 곧장 사내의 멱살을 붙잡았다.


"뭐라고 말을 한 거냐. 신격?"


소하연이 멱살을 붙잡자 사내는 안색이 수차례 변하더니 그의 팔을 붙잡았고, 힘을 주면서 온갖 괴성을 질렀다.


그러나 그의 손만 혈맥이 튀어나올 뿐이고 소하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하품을 하면서 그의 멱살을 붙잡고 눈 앞까지 당겼다.


"그래서 신격이 너와 관련이 있는 것이냐?"


"너···너는."


사내가 도를 들고 크게 휘두르려고 하자 소하연은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붙잡고 그대로 바닥에 내려쳤다. 그러자 사내가 힘도 쓰지 못 하고 쓰러지자 소하연은 그의 머리를 두드렸다.


"머리가 텅텅 비어서 할 줄 아는 게 없지···그래서 신격에 금전을 바치겠다는 것이 무엇이냐."


"그···그게."


"말을 하지 않을 때마다 사지를 부러뜨릴 거다."


"마···말을 하겠습니다. 신격에서 저희를 붙잡고 금전을 가지고 오지 않을 때마다 죽이겠다고 했습니다···"


"신격이 너희를 붙잡았다는 것은 시정잡배를 붙잡고 있다는 것이냐?"


"맞습니다. 이미 형제들이 많이 죽어서 저도 할 수 없이···"


"우리가 시정잡배를 손에 넣었다는 말을 듣고 행패를 부리고 있다니···신격의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를 해라."


사내의 목을 붙잡고 자리에서 일어난 소하연은 여전히 떨고 있는 노파를 보면서 노파가 내밀었던 장신구를 챙기고 말했다.


"대가로 가지고 갑니다."


"예···"


노파의 대답과 함께 사내를 마구 걷어차며 신격의 제자들이 있는 곳으로 향하던 소하연은 문주들이 그렇게 속이 좁은 사람들이라고 생각을 하자 입이 씁쓸했다.


"음식을 눈 앞까지 내밀어도 먹지도 않던 자들이 속도 좁아서···"


한 누각에 다다르자 시정잡배로 보이는 자들이 무릎을 꿇고 머리에 술잔을 올려 놓고 있으니 소하연은 사내의 귓가에 대고 물었다.


"네 형제들이냐?"


"네···네."


"기다리고 있어라."


순식간에 사내를 놓고 누각 안에 들어간 소하연은 도를 꺼내 들어 단번에 사람들의 머리 위에 놓인 술잔들을 베었다.


깔끔하게 반으로 잘리자 안에 가득 찬 술이 쏟아지고, 소하연은 신격의 제자들이 숨어서 지켜 보고 있다는 생각에 소리를 질렀다.


"천야의 문주가 왔는데도 숨어서 보고 있는 것이냐!"


말을 마치자마자 붉은 도포를 걸친 사람들이 창을 들고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었고, 소하연은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


"어째서 시정잡배를 손에 넣으려고 하는 것이냐!"


"감히 천야의 문주를 사칭하다니···너는 누구냐!"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문주가 시킨 것이냐."


"감히 문주님을 말하다니!"


소리를 지르면서 사람들이 창을 내밀자 소하연은 그저 웃으면서 도를 천천히 붙잡았다.


"이런 시정잡배보다 못한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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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마지막 화. 고맙다… 반량 20.03.07 109 0 3쪽
23 23. 그의 과거 (1) 20.03.05 78 0 9쪽
22 22. 신의(信義) (終) 20.03.04 67 0 10쪽
21 21. 신의(信義) (1) 20.03.03 74 0 9쪽
20 20. 암살 (終) 20.03.01 81 0 9쪽
19 19. 암살 (1) 20.02.29 82 0 9쪽
18 18. 황제의 죽음(終) (수정) 20.02.28 101 0 9쪽
17 17. 황제의 죽음(3) 20.02.27 88 0 10쪽
16 16. 황제의 죽음(2) 20.02.26 89 0 10쪽
15 15. 황제의 죽음(1) 20.02.25 117 0 9쪽
14 14. 전쟁의 서막 (終) 20.02.23 115 0 9쪽
13 13. 전쟁의 서막 (3) 20.02.22 116 0 9쪽
12 12. 전쟁의 서막 (2) 20.02.21 133 0 10쪽
11 11. 전쟁의 서막 (1) 20.02.21 173 1 10쪽
10 10. 그녀와 동거 (終) 20.02.19 194 1 11쪽
» 9. 그녀와 동거 (2) 20.02.18 215 1 10쪽
8 8. 그녀와 동거 (1) 20.02.17 25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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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 그들의 과거 (3) 20.02.15 234 1 9쪽
5 5. 그들의 과거 (2) 20.02.14 28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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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천야(賤夜)의 등장(終) 20.02.12 560 3 10쪽
2 2. 천야(賤夜)의 등장(2) 20.02.11 926 6 10쪽
1 1. 천야(賤夜)의 등장(1) 20.02.10 2,004 8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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