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려의 신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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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임2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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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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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3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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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9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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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홍건적의 허무한 패배

DUMMY

“너무 쉽게 약조한 것이 아닙니까? 저들이 저러다 뒤통수를 치면 어쩝니까.”

“그러지 못해. 이성계는 요동에서 나하추와 다투는 것으로 원에서도 유명하니까. 우리의 피해를 최소화하면 되는 거지.”


홍건적들은 이성계와 나하추와 반목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이성계가 배신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뭐 일단 지켜보면 알 수 있겠지."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났다. 지금은 그저 나하추와의 일전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 * *


홍건적에게 보낸 조도치가 상당히 빨리 돌아왔다.


“홍건적이 연합을 수락했다고?”

“예, 총관님.”


뜻대로 되어가고 있다. 홍건적의 상황이 상당히 열악하기 그지 없으니, 조도치가 저들과의 연합을 이끌어낼 것이라고는 확신하고 있었다.

물론 이성계는 도적들과 연합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불구대천의 원수인 몽골의 나하추도 포함이다.

그럼 슬슬 때가 되었다.


“우리 군은 모두 기병인가?”

“예, 총관.”


이성계의 여진족 군대는 전부 군마로 무장하여 북방민족 특유의 기병대를 구성하였다.

그 수가 무려 3만. 당시 기병이 전차와도 같은 기동력과 전투력을 자랑한다고 볼 때, 절대 얕볼 수 없는 병력이다.


“고려군은 나하추를 치고 우리는 홍건적을 친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고려군이 홍건적을 치는 것이 더 이치에 맞지 않습니까?”


이지란은 의문이 들어 이성계에 묻자 이성계는 고개를 저었다.


“홍건적은 우리가 자기들을 도울 것이라 여기고 곁을 주지 않겠나. 반대로 나하추는 고려군이 도와주러 올 것이라 생각할 테고.”

“음, 그렇겠죠. 명분도 그럴 듯하니까요.”


이성계는 나하추에게도 사람을 보내 고려군이 형의 국가인 원나라를 위해 도울 것이라고 확답을 내놓았다.

그 덕에 나하추는 안심하고 있었으니, 정확히 서로의 뒤통수를 노리기에 알맞은 상황이었다.


“나중에 나하추의 얼굴이 볼만하겠습니다.”

“믿는 도끼에 발등찍히는 거지.”


그래도 여진족 기병으로 뒤를 치는 것은 아니니 이성계로서는, 화령부총관으로서는 나름대로 의리를 지킨 것이다.

어차피 기황후도 신경 안 쓰는 요동이다.

누가 누구를 죽이든, 가만히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의리는 지킨 것이지.

이성계는 스스로 납득하며 3만의 기병대로 요동성을 향해 진군하였다.

10만이 넘는 나하추의 군대와 20만에 육박한 홍건적, 10만의 고려군과 3만의 화령부군.

한참 차칸 테무르에 의해 주원장아 입박받을 무렵. 40만이 넘는 병력이 요동성에서 맞붙게 되었다.


“총관님. 중간에 본국의 군대와 마주할 수 있으니 미리 병사를 보내 사정을 말해두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총관님. 이번에야말로 소장에게 기회를 주십시오!”


호발도는 저번에도 모거경의 목을 이성계에게 빼앗긴 것이 꽤 분했던 모양이다.

단순히 경쟁심이 아니라 상관이 직접 적장의 목을 따게 해버린 것은 스스로가 모자라다고 증명하는 것 같았으니까.


“아, 자네가 선봉 맡게.”

“정말입니까?”

“그래. 가서 홍건적의 뒤통수를 시원하게 후려치게.”


어차피 3만이나 되는 기병대를 이끌며 수성전을 치를 것도 아니다.

목표는 그저 나하추와 대치하는 홍건적의 뒤통수를 후련하게 칠 생각이다.

이성계 스스로 나설 생각도 없으니, 이참에 호발도나 이지란만 보내 전투를 끝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었다.

더군다나 원정이다. 이성계는 절대 스스로의 목숨을 던지고 싶지 않았다.


“홍건적들은 다들 어리석군요. 설마 이렇게 쉽게 후방을 내어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믿을 수밖에 없겠지.”


고려나 화령부에서도 아는 자는 극소수에 꼽지만, 이성계와 나하추는 원조정에서도 알아주는 인물이었다.

기황후가 이성계를 밀어주는 바람에 요동과 만주에서 나하추와 이성계는 대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실제로 기황후가 나하추를 견제하기 위한 이이제이 정책이기도 했다.

당연히 원과 전투를 치르고 원의 사정을 살피던 홍건적도 요동의 두 세력에 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홍건적이 제안을 수락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호발도와 이지란이 이끄는 기병대가 홍건적의 후방에서 나타나자 보초를 서던 병사들이 홍건적 지휘관들에게 사실을 알렸다.


“장군! 이성계의 군대입니다!”

“오, 이성계의 군대라?”

“무려 3만의 기병입니다! 저 정도라면 나하추를 제압할 수 있을 겁니다!”


많기도 많다. 기병만 3만이라니. 그 정도 군세라면 요동에서 나하추에게 고개를 쳐들만한 병력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런데 어째서 이리로 오는 건가?”

“그러게 말입니다.”


도우러 왔다면, 나하추의 뒤쪽을 치는 것이 맞을 텐데?

굳이 여기에 합류해도 상관없지만, 전투의 피해는 더 클 것이다. 이성계가 그 정도도 모를 자는 아닌 것 같은데.

애초에 굳이 먼 길을 돌아올 필요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었는데.

그때 이변이 벌어졌다.

여진족기병의 창에 홍건적 병사가 꿰였다.


“자.잠깐, 저건. 저놈들 우리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 정신나간 놈들! 나하추 밑으로 숙인 것이냐!”


속았다. 그것도 아주 제대로 속았다.

이성계라는 자가 나하추와 요동의 패권을 다툰다고 들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나하추를 무찌르는데 도울 거라 여겼다.

이미 이성계 쪽에서 협상 의사를 보여왔고, 그런데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가?


“이런 비열한 족속들!”


마지막으로 이성계와 그 군대를 원망한 홍건적들은 그대로 여진족 기병들에게 집어 삼켜졌다.


“도적놈들에게 지켜줄 의리따위는 없지.”


이성계는 쓸려나가는 홍건적들을 바라보면서 히죽 웃었다,

홍건적들은 이성계의 기병이 무섭게 쇄도하자 그대로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나하추와 싸우면서도 여전히 18만의 군대를 유지하고 있던 홍건적도 뒤에서 몰려오는 여진족의 기병을 당해낼 수 없었다.

여진족이 휘두르는 곤봉에 머러가 박살이 나고, 창에 몇 사람이 꿰여 꼬치가 되었으며 제대로 죽지 못한 이는 고통에 몸부림 쳤다.

말발굽에 짓밟혀 죽는 병사들도 수두룩했다.


“사.사람살려! 크허어억!”

“베.배신자들!”


누가 배신자라는 건가. 멀리서 역관을 통해 듣고 있던 이성계는 조소했다.

원 역사에서 고려를 침공한 홍건적들은 개경을 점령하자마자 만월대를 불태우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무려 30만여명의 피해를 보았다.

그거에 비하면 20만은 약과가 아닌가?

역사가 바뀌지 않았으면 그대로 진행될 대사건이었다.

그런 도적놈들에게 지켜줄 약조 따위는 처음부터 없다.


“이, 비열한 놈들! 나하추랑 작당질을 쳐!”


홍건적 지휘부도 적잖이 당황했다.

앞에서는 나하추가 맹공격을 해오고 있다.

그들은 어떻게든 상대할 수 있다. 원과의 싸움에서 전략전술을 터득하고 나름 승리도 했던 홍건적들이다.

문제는 뒤에서 몰려오는 이성계의 기병대는 상대하기 어려웠다.

군을 나누어 막자니, 적들의 기세가 파도와도 같아서 대오를 갖추기 전부터 이미 지고 들어가는 싸움이었다.


“이럴 수가.”


뒤가 엉망이면 앞이라도 어떻게 뚫려야 하는데. 나하추의 군세도 만만치 않은 마당에 그것이 쉬울까.


“사.살려줘. 제발. 커헉!”


이성계의 기병들은 도적들에게 조금의 여유도,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처음부터 우리를 다 속이려고 했던 것이로군.”

“생각해보니 나하추와도 요동을 나눌 수 있었는데.”


뒤통수를 맞으면서도 홍건적 지휘부는 이성계의 전략을 읽지 못했다.

그래도 그나마 잘 생각해보면 차라리 같은 원의 세력인 나하추와 홍건적격퇴를 명분으로 땅을 조금 받았으면 받았지 굳이 홍건적과 짤 이유가 없다.

가만히 들어보니 최근 이성계와 나하추에 대한 소식도 듣지 않았었다.

들어야할 이유도 없었지. 어차피 적이 될 인간들이었으니.

그 정보의 부재가 이렇게 뼈아프게 다가올 줄이야.


“어서 장창병을 후방으로 돌려! 기병들을 막아라!”


장창병들을 뒤로 돌렸으나, 사기가 바닥을 치던 병사들 사이에서 그런 명령이 제대로 하달될 리도 없었고, 기껏 용감하게 이성계의 기병에 맞서러 간 병사들 역시 단순한 고깃덩이가 되어버렸다.

조금이라도 싸울 기운을 지닌 용기있는 자들은 오히려 전우들을 뚫고 도망치기에 바빴다.

원에 맞서던 홍건적들은 이제 끝나버렸다.

고작해야 도적무리에 지나지 않게 된 것이다.

홍건적 지휘부는 혼란에 빠졌다.

이미 앞에서도 나하추의 군대가 홍건적에게 이변이 찾아온 것을 직감했는지 더 맹렬히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성계의 군대가 우리를 돕고 있다! 모두 죽음을 각오하고 적들을 섬멸하라!”


나하추의 군대가 사기를 끌어올려 적진을 누비기 시작하니, 홍건적들은 와해되기 시작했다.

처음 20만에 달했던 군대는 이제 절반도 남지 않게 되었다. 모두 죽거나 흩어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본래 고려군이나 이성계의 군대, 나하추의 군대와 달리 도망쳐온 병력이기 때문에 승전보다는 도망을 잘치는 족속들이었다.

패색이 짙자 홍건적들은 언제나처럼 도망을 치니 군대가 남을 턱이 없다.


“도망쳐야 하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어디로 간다는 말인가?”


반성, 사류, 관선생, 주원수등, 고려를 침공했어야 할 홍건적의 지도자들은 이제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가 뒤통수를 친 이성계라고 해도 이것은 본인들의 실수였다.

어차피 이래죽으나 저래죽으나 홍건적이 나하추, 이성계를 이길 가능성은 요원했다.

뭐 각오는 하지 않았던가.

다만, 이렇게 죽는 것이 억울할 뿐이었다.


전장을 누비던 호발도는 마침내 홍건적 지휘부를 발견하고 도망치는 홍건적들을 뚫고 그대로 돌격했다.

그 옆에서는 이지란도 질세라 호발도를 뒤쫓고 있었다.


“저 장수가 누군지 모르지만 참으로 대단하구려.”

“그 옆에 있는 자도 그렇고, 아주 용맹하게도 생겼군.”

“우리의 패배는 요동에 들어온 시점에서 결정된 사안이었나 봅니다.”


이지란과 호발도의 돌격에 이제는 저항할 수도 없었다.

일단 기세에 압도당했다.

당장 자신들을 지키던 홍건군만 해도 질색하여 무기를 떨어트리고 있다.

자신들의 생명을 거두기 위해 달려오는 저 사신들을 보고 있자니, 아예 살고 싶은 의지도 뚝 떨어진다.

여기서 도망치면 어디로 갈까.

일단 원으로는 갈 수 없다. 당장 이만한 군세를 가지고도 원에 쫓겨 요동에 왔는데, 호위군도 없이 원으로 가면 목이 잘리기 충분하다.


“이름이라도 듣고 싶은데 말이지.”

“나는 이성계의 얼굴을 보고 싶었소.”

“그래. 우리를 이꼴로 만든 원수놈.”


뒤통수를 아주 상큼하게 날린 그 빌어먹을 인간. 이성계. 그 이름 석자를 저승에서 들어도 치가 떨릴 것 같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금했다.

그 뒤통수를 친 자가 과연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까.

뒤통수를 한 번 쳤으니 두 번은 치지 않을까. 혹시 아나? 나하추의 뒤를 칠지도. 그리하면 요동은 그대로 이성계 손에 들어가지 않을가.


“그러고 보니 고려군은 헛고생하는 건가?”

“이성계가 고려군 이야기를 하였으니, 혹시 아나. 고려군은 우리가 아닌 나하추의 등을 칠지.”

“이성계도 고려인이라지. 그럼 그게 맞겠군.”


죽을 때가 되니 아주 머리가 기가 막히게 돌아갔다.


“아, 저기들 오네. 그럼 곧 또 뵙겠소.”


홍건적 지휘부는 달려오는 이지란과 호발도에게 각자 목을 내어주게 되었다.


촤아아악!


“이야, 이놈들이 홍건적들의 우두머리인가?”

“내가 두 놈 잡았으니, 내기는 무승부인 것 같군.”

“그러면 다음 내기는 나하추의 목으로 하는 것은 어떤가?”


반성, 사류, 관선생, 주원수 등, 많은 홍건적 수장들의 목을 벤 이지란과 호발도는 저 멀리서 홍건적들을 격파하며 달려오는 나하추의 군대를 바라본다.

당장 달려가서 나하추의 목을 따고 싶은데, 물론 그게 그리 쉬울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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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47. 요동을 장악하다. +2 20.03.31 1,632 38 12쪽
46 46. 요동을 취하라. +5 20.03.30 1,609 43 12쪽
» 45. 홍건적의 허무한 패배 +4 20.03.29 1,578 42 12쪽
44 44. 홍건적과 나하추 +3 20.03.28 1,692 42 13쪽
43 43. 요동정벌의 최적기 +5 20.03.27 1,633 51 12쪽
42 42. 요동정벌? +3 20.03.26 1,624 46 12쪽
41 41. 화령을 버려라. +6 20.03.25 1,678 45 13쪽
40 40. 요동의 지배자 +4 20.03.24 1,717 44 12쪽
39 39. 홍건적의 고려침공3 +5 20.03.23 1,654 46 12쪽
38 38. 홍건적의 고려침공2 +2 20.03.22 1,613 43 12쪽
37 37. 홍건적의 고려침공1 +4 20.03.21 1,683 44 12쪽
36 36. 어긋나는 역사 +2 20.03.20 1,761 47 12쪽
35 35. 화령부총관 이성계 +5 20.03.19 1,724 43 12쪽
34 34. 의심병 +7 20.03.18 1,731 46 13쪽
33 33. 새로운 판도 +3 20.03.17 1,673 46 13쪽
32 32. 너무나 쉬운 북진 +2 20.03.16 1,732 50 12쪽
31 31. 호발도의 패배 +4 20.03.15 1,711 47 12쪽
30 30. 호발도 +3 20.03.14 1,702 50 12쪽
29 29. 북진 +6 20.03.13 1,771 45 12쪽
28 28. 이성계만이 가능하다. +4 20.03.12 1,882 44 12쪽
27 27. 동북 9성 +4 20.03.11 1,803 43 12쪽
26 26. 돼지같은 지주들 +3 20.03.10 1,743 38 12쪽
25 25. 식량난이 해결되다. +3 20.03.09 1,870 46 12쪽
24 24. 형제국 +7 20.03.08 1,802 4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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