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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좌능선
작품등록일 :
2020.02.18 12:17
최근연재일 :
2020.04.14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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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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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겟돈

DUMMY

끝도 없이 떠밀려 성층권 가까이 올라갔던 우 부장이 추락하는 시간은 올라갈 때 보다 짧았다.

자신의 힘이라던가 의지와 무관하게 어딘가에 내팽개쳐진 우 부장은 자신이 만들어낸 지옥을 보았다.

그가 떨어져 내린 곳은 어디라는 것도 알 수 없을 만큼 오직 황량한 파편들만 가득했다.

하늘에서는 마치 세상의 종말을 알리는 것처럼 회색빛 먼지들이 눈송이처럼 떨어져 내렸다.

우 부장이 일어서서 바라본 세상은 온통 잿빛 먼지들과 그 먼지들이 덩어리져 깔린 움푹 파인 거대한 분지처럼 보였다.

생명의 흔적은 없었다.

멀리 분지처럼 보이는 곳의 지평선 너머로는 엄청난 불길들이 타오르는 것이 보였다.

우 부장은 아무 생각이 없이 그 지평선을 향해 걷고 걸었다.

비스듬하게, 하지만 급격히 밀려올라 간 듯 보이는 분지의 끝은 오르기가 쉽지 않았다.

종아리까지 빠져드는 잿빛 먼지와 과거에 건물이었거나 도로를 덮은 콘크리트였을 덩어리들이 잘게 부서진 모래처럼 깔려있어서 우 부장의 걸음을 어렵게 만들었다.

우 부장은 얼떨떨한 머릿속에서 잠시 생각이 들었다.

아마 이 세상이 멸망한 이후의 풍경이 이럴 것이라고.

어렵게 어렵게 미끄러지고 빠져드는 경사면을 올라 분지 끄트머리의 정상으로 올라선 우 부장은 말을 잃었다.

과거에 도시였을 것으로 보이는 흔적이 거기 있었다.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불길과 무너진 건물들이 보였고 그런 생지옥 같은 곳에서도 살아남은 사람들이 마치 개미 떼처럼 여기저기서 꿈틀대는 광경이 보였다.

아주 멀리 이기는 하지만, 그 폐허 속 여기저기서 울부짖는 소리와 비명들이 들려왓다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바로 그 생지옥을 만든 장본인이 자신이라는 생각에 우 부장은 정신이 아득해지며 고개를 들어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런 우 부장의 눈앞에,

어딘가 몹시 불안해 보이는 색으로 짙푸른 바다가 보였다.

그리고 그 바다는 분지 아래로 보이는 지옥 같은 폐허와는 달리 고요하고 잔물결 하나 없었다.

당연히 바다라면, 부두라면 있을법한 배 한 척 보이지 않는데,

우 부장의 눈에는 수평선에서 바다가 갑자기 수직으로 일어나 밀려오는 것이 보였다.

문득 우 부장의 뇌리에 언젠가 읽었던 신문기사가 떠올랐다.

바다 근처에서 핵폭발이 일어나면 그 충격파로 인해 연안의 바닷물이 모두 밀려 나간다.

그리고 그 밀려 나간 바닷물의 운동에너지가 상쇄되는 시점에서 다시 비워진 연안의 물 높이를 맞추려는 관성에 의해 강한 힘으로 돌아온다는.

그것을 인공 쓰나미라고 부른다는.

우 부장은 위태로운 분지의 끝에서 멀리 수평선 전체가 일어서 밀려오는 것을 보면서,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비명을 질렀다고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우 부장은 정신이 아득해졌다.


우 부장이 혼잣말처럼 자신의 경험들을 늘어놓는 동안,

대표, 관리 이사, 영업팀장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 세 사람의 얼굴은 하얗다 못해 마치 밀랍인형처럼 누렇게 변했다.

그래도 그중 리더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니면 천성이 궁금한 것을 참지 못해서인지 결국 대표가 입을 열었다.

“ 그러면, 우 부장 자네가 바로 그 핵폭발을 일으켰다는 건가? ”

우 부장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우 부장의 앞에 앉아있던 세 사람은 등골이 오싹했다.

우 부장의 끄덕거림에 잠시 입을 꽉 다물었던 대표가 다시 입을 열었다.

“ 자네는 그러면 그 핵폭발 속에서 살아남아서 이렇게 돌아온 거고? ”

다시 우 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세 사람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 침묵을 깨듯 관리 이사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이사는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더니 화장실에 다시 다녀온다고 하며 서둘러 대표실을 나갔다.

자리에 남은 우 부장을 두고 대표와 영업팀장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화장실에 간다던 관리 이사는 한참 후에야 돌아왔다.

그리고 그의 뒤를 따라 들어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처음 울트라맨 작전의 시작이 되었던 사람 둘 중 하나.

기이한 요원이 여러 명의 검은색 양복을 뒤에 거느리고 들어섰다.

소파에 묻히듯 앉아있던 우 부장과 기이한의 눈이 마주쳤다.

“ 어떻게 돌아오셨군요. 우 부장님. ”

역시나 기이한 요원은 예의 그 고저장단 없는 말투로 우 부장에게 인사를 건넨다.

우 부장은 표정 없는 얼굴로 기이한을 올려다보더니 고개를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이한이 우 부장 앞에서 좌불안석하는 대표와 영업팀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어있는 자리에 앉았다.

검정 양복을 입은 무표정한 사내들은 둥그렇게 배치된 소파의 뒤를 둘러서서 동작을 멈춘다.

자리에 앉은 기이한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우 부장이 입을 열었다.

“ 어떻게 라. 당신들은 당연히 나를 귀환 시키기로 약속하고 출항한 것 아니었던가요? ”

우 부장의 질문에 기이한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한다는 것처럼 시늉한다.

“ 아, 물론이죠. 저희도 당연히 그렇게 진행될 것으로 계획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고가 일어났고, 임묘한 요원이 타고 있던 장보고함도 실종되었습니다.

물론 그건 모르고 계시겠지만요. ”

잠시 말을 멈춘 기이한은 우 부장의 표정을 살피는 듯하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었다.

“ 어쨌거나, 저희도 그 사고에 대해서 크게 당황한 것은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 중요한 잠수함과 그 잠수함에 타고 있던 미국 요원까지 다 실종된 상태 이 구요.

중요한 건 저희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우리 쪽도 피해자에 해당한다는 말이죠. ”


너무나도 당당하게 스스로 피해자라고 말하는 기이한을 바라보며 우 부장은 할 말을 잃었는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지간한 대표와 영업팀장, 관리 이사도 기인한의 말이 뜻밖이었는지 서로 얼굴만 쳐다본다.

기이한이 다시 입을 열었다.

“ 우 부장님. 설마 했는데······.

꽤 오랜 시간이었는데 전혀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돌아오시면 우리에게 오시지 왜?”

기이한의 말에 우 부장의 창백한 입가에 다시 호선이 그려졌다.

그리곤 낮은 목소리로 읊조리듯 대답을 했다.

“ 거기가 어디인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절 데려간 이후로 외부를 본 일이 없는데······.그리곤 바로 투입되었잖아요.”

잠시 말을 멈춘 우 부장의 눈빛이 어둡게 변하면서 기이한을 향했다.

“ 그리고, 어차피 그 통제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전체 출입구든 환기시설이든 다 차단된다는 거, 당신들은 이미 알고 있었을 거 아니오?”

늘 무표정에 가깝던 기이한의 얼굴에 당황한 낯빛이 어렸다.


“ 뭐, 아무튼 이미 나도 그렇고 그쪽에 보냈던 요원들은 이미 다 버린 패였겠지···.

당신들 에겐. ”

우 부장의 말이 계속되자 기이한이 손짓을 했고,

뒤에 서 있던 덩치 두 명이 대표와 이사, 팀장을 밀다시피 밖으로 내보내고 출입문을 막아섰다.

잠시 한숨을 쉬던 기이한이 어두운 눈빛으로 잠시간 우 부장을 건네 보았다.

“ 우 부장님. 정말 미안합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군요.

별로 기대는, 아니 기대한 대로라면 당신은 거기서 그대로 죽었어야 했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살아났다는 건 정말 대단한 것이지만,

당신과 같은 존재가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엔 오히려 문제에요.

우리나라가 핵 항공모함을 못 만들어서 못 가진 건 아닙니다.

핵무장도 마찬가지 고.

오히려 그런 군사무장이 주변 강대국 들 에겐 위협이 되거든요.

우리가 그들에게 도전할 깜냥이 안 되는 거 알지만,

우리 같은 소국이 그런 걸 갖고 있으면 거슬리는 거죠.

힘없는 사람이 재산을 잔뜩 가진 것처럼 말입니다.”


잠시 말을 멈춘 사이 기이한이 눈빛을 둘러싼 사내들에게 보내자,

사내들은 사전에 약속한 듯 질서정연하게 우 부장을 중심으로 둘러쌌다.

“ 그냥 그대로 어딘가 숨어 살았으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돌아오리란 생각도 안 하긴 했지만,

우리 같은 기관에서는 늘 ‘플랜B’ 가 있는 법이거든요.”

우 부장의 깊은 우물 같은 눈에서 빛이 번뜩이는 걸 순간적으로 기이한은 본 듯했다.


“ 그렇군요. 그런데 우리 가족에겐 내가 사망한 거로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은 어디 있습니까?”

기이한 은 다시 한숨을 쉬었다.

“ 우리 같은 기관은 늘 흔적과 꼬리를 남기지 않죠.

게다가 대상이 당신처럼 핵폭탄만큼 위협적인 존재와 관련된 것 일 때.

안타깝지만 당신은 예전에 회사에서 이미 실험했던 것처럼,

모처에 파묻히는 거로 하려 합니다.

어차피 죽지 않는다면 봉인이라도 해야지요.

다행인 건 당신이 죽지만 않을 뿐, 다른 힘은 없다는 게 우리에게 행운이지요.

우 부장님의 가족은 저도 모릅니다.

미군에 인계했으면 그뿐이지 그 이후 일은 우리 영역이 아니지요.”


사내들이 우 부장의 팔을 양쪽에서 잡아 일으켰다.

우 부장의 충혈된 두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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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스미스 요원 20.03.23 54 0 10쪽
21 스미스 요원 20.03.20 51 0 8쪽
20 스미스 요원 20.03.19 6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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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팬덤 20.03.16 60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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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슈퍼맨 탄생 +2 20.03.11 77 0 9쪽
15 모르모트 20.03.10 70 0 9쪽
14 모르모트 20.03.06 64 1 10쪽
13 모르모트 20.03.05 63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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