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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아이시루스
작품등록일 :
2020.02.2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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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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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툴롱 - 6

DUMMY

알프스 방면군이 제노바를 털고 왔다는 소식은 언론에 대서특필 되었고 순식간에 프랑스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알프스의 사단이 오스트리아군의 빈틈을 노려 제노바를 치고, 그로부터 엄청난 양의 전리품과 배상금에 갈취해 온 이야기!

궂은 생활고를 겪으면서 삶과 현실에 염증을 느끼던 프랑스 시민들에게 그만한 카타르시스가 없었다.

국민공회의 의원들은 나폴레옹을 ‘18세기의 로빈 후드’라며 부르며 치켜세우길 마다하지 않았다.


알프스 방면군은 프랑스 공화국의 영웅들로 불렸지만, 이를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는 프랑스인들도 존재했다.

놀랍게도 그 숫자는 결코 적지 않았는데.... 바로 프랑스의 다른 전선들을 담당하고 있는 국민군들이었다.

누구는 제대로 된 식사도 못 하고, 임금도 못 받아가면서 적들과 싸우고 있는데, 누구는 이탈리아 제일의 부자도시를 털면서 황금의 파티를 벌였다니!

특히 대우 못 받는 낮은 계급의 빈곤한 병사들일수록 불만과 짜증을 감추지 못했다.

현재 스페인, 포르투갈 연합군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이고 있는 동 피레네 방면군도 예외는 아니었다.


"Putain(망할, 제기랄)!“


상부에 대해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병사들, 그 중에서도 가장 정도가 심했던 병사 한 명의 턱을 주먹으로 돌려놓은 사내.

사내의 왼쪽 가슴팍에는 대위를 상징하는 계급장식이 달려있었다.


“어떤 운수대통한 놈인지는 몰라도 이쪽 군대의 사기를 떨어트리는 데는 아주 제대로 한 몫을 했군! 군기를 단단히 난도질 해놨어! 전우의식도 없는 이기적인 놈!"


동 피레네 방면군은 국민공회와 프랑스 언론, 인민들의 관심을 거의 못 받고 있는 방면군 중에 하나였다.

요새와 산맥을 낀 상태에서 벌이는 공방전은 양쪽 다 큰 전투나 전공, 손실 등이 없이 진행되었고 전선의 변화도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사내는 그게 불만이었다.

매 전투 때마다 용맹스럽게 선두에 서서 싸워왔고, 앞으로 나서 주목 받기 좋아하는 성정을 가지고 있는 사내는 그만큼의 야망도 가지고 있었다.

이쪽 방면군은 지지부진, 수레바퀴처럼 매일 반복되는 전황인 반면, 이탈리아 쪽에서는 그야말로 대박을 치면서 모든 주목과 찬사를 싹쓸이해갔으니 속이 쓰리고 질투심이 절로 솟구친 것.

대위 계급의 사내는 씩씩거리는 모습으로 장교막사에 들어갔다.


장교막사에서는 고상하게 책을 펴서 읽고 있는 선객이 있었다.

사내는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을 씰룩거리며 콧방귀를 뀌었다.

사내의 계급은 대위, 반면 선객의 계급은 대령이다.

콧방귀는커녕 감히 대놓고 쳐다볼 수도 없을 만큼의 격차가 두 사람 사이에는 있었지만 선객은 그것을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려 사내의 표정을 보자마자 가벼운 웃음을 터트렸다.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전전긍긍한 모습을 보아하니 몸이 적잖이 쑤시는 모양이야? 하기사 선불 맞은 멧돼지가 근 한 달 동안은 제대로 된 전장에 못 나서고 있으니 어련하실까."


"하아.... 오주로 대령님께서 어떻게든 그 양반... 아니, 사령관 각하를 설득시켜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식의 자잘한 소모전은 결국 시간낭비, 인력낭비 밖에 안 됩니다."


피에르 오주로, 장교막사에 먼저 와 있었던 선객의 이름이었다.

러시아 제국과 오스만 제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에 참가한, 특이한 경력을 가진 것으로 장교들 중에서도 유명한 인사였다.


"각하께서도 나름의 사정이 있으시겠지. 이곳 방면군의 후방을 담당하는 루아르 집적소에서도 물자가 부족하여 난리인 상황 아닌가? 보급이 시원찮은 상황에서 무리한 공세는 나도 썩 내키질 않긴 해."


"현재 공화국의 국민군 중에서 풍족한 재화와 보급, 물자를 가지고 운영하는 곳이 어디 있습니까? 아, 이제 한 곳이 새로 생겼지만 말입니다. 우리에게, 그리고 공화국에게도 최선의 선택은 일정 피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적의 숫자를 줄여나가는 것 아닙니까? 스페인, 포르투갈과 정전을 맺으려면 크게 한번 들이쳐서 전쟁 수행의지를 아예 꺾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을 어찌 각하께서는 모르시는지!"


전 국토가 외적의 침입에 노출되어 있고 곳곳에서 반란까지 일어나는 마당에, 시간만 끌면 적이 알아서 물러날 거라는 사령관의 판단이 적절치 않다고 강경하게 주장하다가 결국 참모 회의에서 쫓겨나게 된 사내였다.

피에르 오주로 대령은 그런 사내를 달래면서 경고했다.


"란. 자네는 아주 용맹스럽고 뛰어난 공화국의 장교야. 지금까지 해내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빛나는 출세가도를 달리면서 이후 등장할 쟁쟁한 인물들과 함께 아국을 지킬 인재지. 그러기 위해서는 몸과 말을 조심하는 것이 좋을 거다."


사내의 이름은 장 란, 가스코뉴 지방에 살던 농부의 아들로 다른 장교들과 비교하면 매우 보잘 것 없는 출신이었다.

실제로 그는 국민군에 지원하여 말단 병사에서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타고난 능력과 용맹함으로 주변에서 인정받고 전장에서 공을 세워 어느덧 장교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오주로 대령은 장 란의 능력을 높이 샀으며 그가 더 높은 자리에 오른다면 지켜야할 여러 가지 일들을 알려주는 멘토의 역할을 자처했다.


"아, 그러고 보니 군중에 그 소식이 다 퍼져있겠군."


"무슨 말씀이신지요?"


"알프스 방면군의 사령관, 그의 나이가 고작 24살에 불과하다는 사실 말이야. 란, 자네와 동갑이더군? 아하, 어쩐지. 그것 때문에 이리 잔뜩 골이 나있었던 것이었구만."


란이 붉어진 얼굴로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라며 소리 지른 뒤였지만 오주로는 그저 웃으면서 알았다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란은 쿵쾅거리는 발걸음으로 장교막사를 나섰고 오주로는 그런 란을 굳이 배웅해주지 않았다.


“좋을 때구만.”


웃으면서 책에 시선을 고정시키려는 오주로의 머릿속에 알프스 방면군의 사령관이 떠올랐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그는 아마 현재 프랑스 공화국의 군인들 중에서 가장 뜨겁고 유명한 군인일 것이다.


대프랑스 동맹국들의 맹렬한 공세를 역으로 받아쳐서 반격에 성공한 공화국의 지휘관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폴레옹만큼 눈에 확 띄면서, 커다란 피해를 누적시키는 장교는 없다.

그의 작전술에는 톡톡 튀는 재치와 의표를 찌르는 과감함, 고정관념을 깨는 파격이 돋보였고 이것은 전략, 전술에 밝은 장교들의 주목도 끌었다.

당연히 피에르 오주로 대령 역시 그 중 한 명이었고.

나폴레옹이 상식을 깨는 속도로 진급하고 있음에도 별다른 뒷말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었다.


“란 녀석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강렬한 경쟁의식을 품고 있는 듯 했는데... 안타까운 일이지만 상대를 잘못 골랐어. 둘이 대등한 위치에 서는 날은 아마 오지 않을 테니까.”


현 계급과 세운 전공은 둘째치더라도 대중적인 인지도, 정계와 군부에서의의 영향력, 군사전문가들의 평가 그리고 적성국들의 경계 정도까지 둘은 비교 대상이 아니었다.

물론 장담은 할 수 없다.

장 란이 자신의 재능을 만개시켜 영웅적인 활약을 펼친다면 모를 일이긴 했으니까.


공화국은 암울한 국제정세 속에서 흔들리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드러나지 않았던 재능들이 각 계층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신분의 고하가 강고했고 온갖 모순이 판을 쳤던 구체제(앙시앵 레짐)에서는 감히 꿈도 꾸지 못했을, 소외받던 계급들의 진정한 반란이었다.

희망은 분명히 보였다.

그것이 곧 혁명의 정통성이 되리라 오주로는 생각했다.


===


국민공회의 집권당 총재, 장 폴 마라가 암살당했다는 소식은 파리를 발칵 뒤집어엎었다.

차츰 내전의 상처를 아물어가며 안정을 찾던 공화국의 정계는 다시 혼돈 속으로 들어갔고 수도방위사령관은 계엄령을 선포했다.

범인은 샤를로트 코르데라고 불리는 젊은 여성이었고 과격한 자코뱅에 환멸을 느끼고 마라를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소식을 접한 나폴레옹은 인자하게 웃던 마라의 모습을 떠올리며 혀를 찼다.

개인적인 호감은 별로 없었지만 그의 죽음으로 인해 유무형적 손실을 입을 조국의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빈민들을 구제하고 지역 간의 차별을 없애려는 원년 헌법의 내용은 참 좋았는데.... 좋은 곳으로 가십쇼.’


제노바에 쌓아두었던 황금과 군수품들을 잔뜩 털리고, 프랑스군의 뒤꽁무니도 잡아채지 못했던 것이 상당히 약 올랐던 모양이다.

1793년 7월의 마지막 날.

알벤가와 니스 사이에 존재하는 산레모(sanremo)라는 해안도시에서 오스트리아군의 행적이 인근의 마을 주민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나폴레옹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하고 그들의 동태를 예의주시했다.

과연 그의 직감대로 오스트리아군은 곧바로 서진, 니스 요새의 코앞까지 진군하며 알프스 방면군을 위협했다.

망원경으로 오스트리아의 군세와 그들을 이끄는 사령관의 깃발을 발견한 나폴레옹이 중얼거렸다.


"요제프 데 빈스. 북이탈리아 방면군의 사령관이 직접 오셨군. 이곳에서 만찬장의 파티 약속이라도 잡으셨나."


"각하! 놈들이 포병대가 그어놓은 사정거리 바로 앞까지 접근했습니다. 포병들에게 포격을 개시하라 명령할까요?"


"굳이 화약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대기하도록."


그리 말하고 나폴레옹은 여전히 오스트리아군을 관찰했다.

알프스 방면군이 지키고 있는 니스 요새는 우측에는 바다, 좌측에는 산지와 습지가 깔려있었기에 공략 루트가 한정되어 있는 요새였다.

오스트리아군이 제 아무리 많은 병력을 끌고 왔어도 대응하지 않고 대포만 잘 쏠 수 있다면 알아서 물러날 수밖에 없다고 나폴레옹은 판단했다.

그는 우선 적군의 숫자에 놀란 병사들을 진정시켰다.


“오스트리아군들의 목적은 이곳 요새를 공략하는 게 아니다. 이쪽으로 군사를 집중시켜서 제노바의 황금 사과를 따먹은 우리에게 짜증을 부리는 것에 불과하지. 제군들은 조금도 걱정할 필요 없다. 놈들은 둔하고 멍청하며 겁쟁이니까.”


나폴레옹의 예상대로 오스트리아군은 어느 정도까지 접근한 다음에 진군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진지를 구축한 채 아무 소용없는 대포만 쏴댈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나폴레옹의 말이 적중하자 방면군 장병들은 감탄하면서도 몇몇 혈기 왕성한 장교들이 나가서 싸우자고 주장했다.

아서라. 쟤들 숫자가 우리의 몇 배인데.

나폴레옹은 좋은 말로 그들을 진정시켰다.

밤낮으로 오스트리아 군악대의 나팔, 피리, 드럼 소리를 내며 시끄럽게 굴었고 간헐적인 포격으로 신경을 거슬리게 만들었지만 단 한 번도 요새에 대한 공성전을 벌이지 않았다.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면서 엉뚱한 곳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것보다 차라리 대프랑스 동맹국의 주 전선인 라인 강 방면을 강화시키는 게 더 나을 텐데.'


적의 어리석은 선택에 고마워하면서도 그들의 무능함을 경멸어린 얼굴로 바라보았다.

나폴레옹은 척후병들을 풀어서 적의 동태를 자세히 살피게 했다.

그래도 혹시 자신이 놓치고 있는 다른 무언가가 있지는 않을까 의심하면서.


오스트리아군이 니스 요새 앞에서 시위하기 시작한지 어느덧 일주일이 지난 1793년 8월 8일.

무익한 짓거리에 질렸는지 오스트리아군이 대대별로 나누어서 병력을 빼기 시작했다는 첩보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이쪽 병력은 5천이 고작이고 저쪽은 그 3배가 넘는 대병력, 야전에서 맞붙는 것은 자살행위였기에 나폴레옹은 지금껏 싸움을 피해왔다.


‘하지만 후퇴하는 병력의 후미를 쳐서 끊어먹는 것은 3배 적은 병력이 아니라 10배 적은 병력이라도 가능하지.’


니스 요새와 그 주변은 산악, 습지가 많고 평지가 극히 적어서 도로망이 아주 협소했다.

니스에서 쿠네오로 회군하는 위치에 있는 멍통(Menton)은 적군이 반드시 지나야 하는 도시였는데, 이곳 역시 도로의 폭이 매우 좁아서 대군이 일시에 통과할 수 없었다.

좁은 통행로는 부대를 가로막는 하천이나 습지처럼 병력의 불규칙적 분산과 병목현상을 일으킨다.

이 때야 말로 군대가 적의 습격에 가장 취약한 순간이다.


'갈 땐 가더라도 대포랑 물자들은 놓고 가쇼. 들고 가기 무거울 텐데.'


작가의말

장 란 : 26인 원수 중 1인, 나폴레옹과 반말 가능하던 친구

피에르 오주르 : 마찬가지로 26인 원수 중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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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툴롱 - 13 +5 20.03.26 787 3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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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툴롱 - 7 +10 20.03.17 864 35 12쪽
» 툴롱 - 6 +9 20.03.16 964 4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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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혁명과 모략의 시대 - 14 +10 20.03.07 892 3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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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혁명과 모략의 시대 - 8 +6 20.03.01 1,091 3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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