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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아이시루스
작품등록일 :
2020.02.2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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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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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롱 - 10

DUMMY

스페인 함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이미 왕당파들에게 점령당한 3개의 곶을 보무당당히 지나치며 위용을 보였고 함포 한발 쏘지도, 맞지도 않고 툴롱 항구에 무사히 상륙할 수 있었다.

이에 고무된 스페인 수병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육지를 밟았지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경위서를 받아든 란가라 중장은 미간을 옅게 찌푸렸다.


"목표들을 거진 다 놓쳤다고? 도대체 얼마나 어설프게 움직였기에 그런 결과가 나오는 것이지? 일처리 수준이 아주 대단하시군."


남이 거하게 싸지른 똥을 치우는 기분이 마구마구 든 란가라 중장은 여차하면 협정을 파기할 생각도 하였다.

어차피 스페인 쪽에서 챙겨야 할 것들은 툴롱 항에 정박해있는 프랑스의 값비싼 함선들이다.

일이 틀어진다면 죄다 나포하고 떠나면 그만이니까.

그때였다.


"제독 각하! 영국의 함대입니다! 놈들이 만 바깥에서 입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니, 이 해적 떼 놈들이 뭐 주워 먹을 게 있다고 이곳에 나타난 거야!?"


지휘실 탁자를 주먹으로 내리쳐 부숴버린 란가라 중장이었다.

그리고 정확히 30분 뒤, 해군모를 뒤집어 쓴 한 노인이 발바데르(란가라 중장의 기함)에 탑승하여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시오, 란가라 제독. 세인트 빈센트에서 만난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뵙는구려. 그 때 우리는 아주 경박하고 처절하게 싸웠었지."


"...이곳에는 무슨 일로 온 거요, 분명 5년 전에 사임하고 제독의 지휘편을 완전히 놓은 것으로 아는데.... 리차드 하우 제독."


리차드 하우 제독.

오스트리아 계승전쟁부터 시작하여 13개 주 독립전쟁까지 수십 년에 걸쳐서 바다를 누빈 영국의 명제독이다.

1780년에 벌어진 세인트 빈센트 해전에서는 란가라 중장이 이끄는 스페인 함대를 패퇴시킨 전력까지 있었다.


'섬나라 도적놈들이 우리 일을 방해하기 위해 수작질을 부릴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런 거물을 보내다니...!'


란가라 중장의 말에 하우 제독은 눈을 크게 뜨면서 유쾌한 목소리로 답했다.


"아, 제독은 듣지 못했나 보오? 자국의 왕을 죽인 흉악한 놈들이 감히 왕국의 바다를 지나서 곡물을 수송하려 했소. 그걸 가만 놔둘 수 있나. 우연찮게도 다른 제독들이 임무나 개인적인 일로 자리를 비웠고, 마침 이 몸의 건강도 호전되었던 터라 간만에 복귀하여 프랑스 놈들을 쳐부수었소. 그리고 해전에 대한 감각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깨달았지."


프랑스 함대는 몸으로 맞아가면서 미국에서 보낸 곡물 수송함만은 반드시 지키려고 했다.

그들의 눈물겨운 희생 때문에 하우 제독의 함대는 수송함들을 모두 격침시키는 것에 실패했다.

하지만 하우 제독은 애초부터 곡물 수송함보다는 프랑스 함대 자체를 더 중요한 목표로 잡고 있었다.

바다는 오직 대영제국의 것이어야 한다는 로열 네이비의 목표 아래에 프랑스 전함들을 철저히 때려 부쉈다.

6척의 적 선박을 나포했고 3척은 침몰시켰으며 프랑스 선원과 수병 4천여 명이 죽거나 다쳤다.

프랑스의 대서양 함대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고 이로써 영국의 바다는 더욱 안전해졌다


"프랑스 내 부르봉 추종자들이 남부에 모여서 정의로운 복고 혁명을 일으킨다고 들었소. 우리 왕국이 이런 자리에 빠질 이유가 어디 있겠소? 한손 거들러 왔으니 너무 기뻐하지 않으셔도 되오."


껄껄껄 웃고 있는 늙은 제독의 아구창을 갈겨버리고 싶었지만 란가라 중장은 인내로 내리눌렀다.

결국 이 놈들도 정보를 물었고 포크를 올리겠다는 말인데... 이 상황에서 공동의 적을 둔 동맹국가 함대를 쫓아낼 명분이 없었다.

결국 받아들이는 대신 툴롱에 정박해있는 프랑스 함대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챙기도록 협상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란가라 중장이었다.


"헌데 제독, 툴롱 항구 일대의 지역은 모두 완벽하게 제압한 것이 확실하오?"


"무슨 뜻으로 그런 질문을 하시는지 모르겠으나 이 항구는 확실히 우리의 영역 아래에 들어왔소. 왕당파들이 배신하지 않는다면 말이요."


"외세를 끌어들일 정도로 혁명분자들을 혐오하는 부류이니 그럴 가능성은 없을 테지만.... 혹시나 해서 말이오. 특히 툴롱만을 감싸는 3개의 곶이 적의 손에 넘어간다면 이곳은 지옥도가 될 것이오."


=


어쩌면 이번 전투가 자신의 일생에서 가장 큰 위기가 아닐까?

진지하게 나폴레옹은 그렇게 생각했다.


'제 꾀에 자기가 넘어간다.... 너무 안일하게 모험수를 둔 것 같군.'


적을 끌어들여서 섬멸시키는 건 좋으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계산의 오차가 발생했다.

내부의 왕당파와 스페인 해군 사이의 접점은 얼추 맞아떨어졌지만 문제는 작전의 실행력과 새로운 불청객의 등장에 있었다.

설마 왕당파 반군들의 준비가 아직 덜 됐음에도 스페인이 이렇게 빨리 함대를 몰고 쳐들어올 줄이야.

부랴부랴 툴롱의 시장을 비롯한 행정관들과 주요 유력자들을 빼돌리긴 했지만 지중해 함대의 대부분을 그대로 툴롱 항구에 놓고 와야 했다.

프랑스의 전함들을 몰래 빼돌리고 3개의 곶을 장악한 후 해안포대로 적 함대를 박살낸다는 계획은 초장부터 틀어졌다.

만일 이대로 저 전함들이 적에게 나포되거나 자침당하기라도 한다면 나폴레옹에게 엄청난 후폭풍이 불어 닥칠 것이다.


영국이 끼어드는 것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이다.

칼비 전투에서 이미 한 번 대판 깨진 영국이었기에 당분간은 무리한 해군 운용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아예 대서양 함대를 분할하여 지중해에 다시 한 번 해군력을 투사할 줄 누구 알았을까.

그만큼 나폴레옹이 미끼로 내건 툴롱 항의 유혹이 대단했다는 뜻일까.


"이,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빨리 놈들을 격퇴해야 합니다! 당장 포대부터 설치합시다!"


"왕당파 놈들이 주변에 쫙 깔렸는데 대놓고 대포를 끌고 갔다가는 바로 포대 뺏기고, 그 대포들이 역으로 우릴 볼링핀처럼 쓸어버릴 거요!"


"그렇다면 보병과 기병들도 같이 투입하여 왕당파 놈들부터 격파해야지요! 이대로 저 전열함들을 모두 적에게 내준다면 영국, 스페인군 1만 명을 무찔러도 우린 천하의 머저리가 되고 말겁니다!"


"지금 모습을 드러내봤자 함포의 공격에 박살이 납니다. 영국 놈들과 스페인 놈들의 전열함에 실린 대포의 구경이 몇 파운드짜리인지는 아십니까? 그게 100문씩 박혀 있어요!"


난상토론이 따로 없었다.

이번 작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던 베르티에는 토론에 발을 딛지 않았다.

라인 강 방면의 군단에서 참모장교로 있다가 처음으로 작전 참모장을 맡았던 베르티에는 초심자의 실수를 드러내며 툴롱 항을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자책감에 고개만 숙였다.

의견이 통일되지 않자 우선 나폴레옹이 그들을 진정시켰다.

그러곤 베르티에 대령에게 물었다.


"툴롱 항에 놓인 전열함을 모두 잃는다고 치고.... 만약 우리가 왕당파들을 처리한 다음에 현재 상륙해 있는 영국과 스페인의 함대까지 모두 묻어버릴 수 있다면, 상부는 이 일을 손해라고 판단할까, 이득이라고 판단할까? 참모장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아... 영국과 스페인의 함선들을 모두 침몰시키거나 나포하고, 선원들과 수병들을 전부 제거하거나 포로로 잡는 것이 가능하다면... 오히려 이것은 공화국에게는 큰 이익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성과를 이뤄낸다면 공회나 사령부에서도 우리 방면군의 서투른 작전 실수에 크게 뭐라 하진 않을 겁니다."


함선들보다 더 구하기 힘든 것이 숙련된 뱃사람들이었고 이들의 가치는 경우에 따라서는 함선 그 자체보다 높기도 했다.

만약 툴롱 항에 모여 있는 영국과 스페인 함대를 완파시켜서 그들을 모두 소진시킬 수 있다면?

영국과 스페인의 해군전력에 아주 커다란 구멍을 뚫을 수 있을 것이다.

포로로 잡는다면 더 좋다. 여차하면 공화국의 선원으로 흡수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함선들은 툴롱 항에 정박해 있지만 선원, 수병들은 현재 대부분 육지에 나와 있다. 함장들도 마찬가지.

만약 공화국의 함선을 모두 잃더라도 적어도 뱃사람들을 잃는 일은 없다.


"만일 그렇게만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면 이 상황에서는 분명 최선일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정녕 가능하겠습니까...?"


"......"


언제나 자신감이 넘쳤던 나폴레옹도 이건 장담할 수 없었다.

다만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있다.


"다들 이리로 모이도록. 내게 생각이 있다. 귀관들은 이 작전을 듣고 이것이 얼마나 실현가능성이 있는지를 판단하라. 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보완점과 변수, 그에 대한 대처방안을 연구하도록."


나폴레옹의 말을 듣는 장교들의 표정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


본래 5천명이었던 알프스 방면군은 나폴레옹이 소장으로 승진하고, 전략적 중요성을 인지한 육군사령부에서 인원을 충원함으로서 약 6천명으로 늘었다.

이들을 총 3개의 부대로 나뉘어졌다. 나폴레옹은 이를 3개의 여단이라고 표현했다.

제 1여단은 나폴레옹이 직접 이끄는 3천명이었고, 제 2여단은 베르티에 대령이 여단장을 맡았고 2천명이 배분되었다.

제 3여단의 여단장은 퐁튀쉬 중령으로 남은 1천명의 부대가 주어졌다.


"우리가 지금껏 겪었던 그 어떤 전장보다도 위험할 것이다. 반드시 적지 않은 사상자가 나올 것이며 옆의 전우들을 다시는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


"옆 친구들의 손을 잡아라... 다들 잡았나? 그럼 이렇게 말해라. 너의 마누라는 아주 끝내줬... 아니, 이게 아니지."


하하하하하!!


언제나 진지한 나폴레옹이 설마 이런 농담을 내뱉으리라고는 전혀 생각 못했기 때문에 장병들은 하나같이 웃음을 터트렸다.

물론 이것은 긴장된 분위기를 녹이기 위한 의도된 농담이었다.


"'너의 뒤를 지켜줄게, 무슈.' 이런, 이 말도 이상하군."


"휘이이이익~!!"


"우리의 어린 사단장 각하께서 이런 면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하하하하!"


전쟁에서 보기 드문 활기를 되찾은 장교들과 병사들을 보며 나폴레옹도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그는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다들 허무하게 죽지 말라. 악착같이 살아서 성공과 승리의 기쁨을 함께 나누자. 나와 제군들이 이번 전장에서도 살아남는다면, 나는 제군들을 진정한 형제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 말을 끝으로 3천명의 제 1여단은 툴롱 항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그로시스 곶으로 향했다.

그들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결의는 어떤 때보다도 뜨거웠다.


=


작전의 시작은 번개와 같았다.

통보 산의 비탈과 하레이스 숲의 분지지형에서 몸을 숨기고 있던 제 1여단은, 영국과 스페인에게 고용된 인부들이 툴롱 항구를 감싸는 방어진지를 세우기 직전에 들이쳤다.


"프, 프랑스군! 공화국의 군대가 나타났다!"


"국민군이다!"


나폴레옹의 손짓에 따라 경량화 된 야전포가 불을 뿜었다.

보통은 포병이 포를 쏠 때 보병, 기병들은 뒤에서 적의 전열이 흔들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정석.

그러나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


"진격! 그대로 밀고 들어간다!!"


대포로 뚫린 방어진지 사이로 제 1여단의 기병들이 들이닥쳤다.

가까운 곳에 있었던 영국과 스페인군의 일부가 총과 칼을 뽑아 들면서 맞대응했다.

이들이 열심히 길을 막았지만 뒤이어 합세한 제 1여단의 전열보병들이 일제히 총검을 들고 덤벼들자 수적 우세를 이기지 못하고 후퇴했다.

제 1여단은 퇴각하는 적을 뒤쫓지 않았다. 그들의 목표는 다른 곳에 있었다.


"기병들! 준비했던 대형으로!"


나폴레옹의 명령에 기병들은 타고 있던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준비된 수레의 앞 쪽에 그 말을 채우고, 야전포를 수레마차에 꽁꽁 동여매어 묶었다.

급조된 기마포병의 등장, 다만 이들의 목표는 이동하면서 대포를 쏘는 것이 아니다.

목적지까지 야전포를 최대한 빨리 이동시키는 것이 이들의 진짜 임무.

포병들은 남는 수레의 공간에 포탄과 작약 등을 바리바리 실었다.

이 과정은 제 1여단 전역에서 반복되었다.


‘작전 시작 10분.... 아직 여유는 충분하다.’


손수건으로 이마에 묻은 피를 닦으며 나폴레옹은 되뇌었다.


작가의말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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