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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전쟁·밀리터리

아이시루스
작품등록일 :
2020.02.2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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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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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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툴롱 - 13

DUMMY

인간의 코는 특정냄새에 금방 익숙해진다. 아무리 끔찍하고 역겨운 냄새라도 오래 맡다보면 견딜만해지는 것이 그 이유.

그러나 이 전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피와 흙에서 올라오는 비린내, 화약과 고철 특유의 지독한 냄새는 아무리 오래 맡아도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머리가 아파온 나폴레옹이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우리가 이곳에서 얼마나 버텼는가?"


"..9월 2일 오전에 도착했습니다. 지금은... 9월 4일입니다."


경례도 하지 않고 관등성명도 붙이지 않았지만 나폴레옹은 자신보다 10살이나 나이 많은 이 상사를 타박하지 않았다.

군례를 지키기에는 모두가 너무 지쳐있었던 탓이다.

병사들은 하나같이 실핏줄이 도드라진 눈과 초췌하게 가라앉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더덕더덕 달라붙은 피로와 피곤, 혼미한 정신 상태를 가누는 것도 벅찼다.


"식량은?"


"거진 다 소모되었습니다. 아껴먹는다면 하루는 더 버틸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은 무리입니다."


앙도슈 쥐노 소위는 억지로 힘을 내서 큰 소리로 말했지만, 하도 소리 지르면서 부대를 독려해왔던 탓에 목소리는 다 갈라져있었다.


"무엇보다 부상자들이 너무 많습니다.... 나름 의학 관련 지식이 있는 병사들이 응급처치를 하곤 있으나 재료와 인원이 턱없이 모자랍니다."


상처가 나면 붕대로 감아줘야 하는데 여기에 붕대가 어디 있겠는가?

손수건도 없어서 입던 속옷을 찢어 동여매고 있던 실정이었다.

그마저도 축축한 땅바닥과 참호 안에서 먹고 자고 하다 보니 상처가 곪기 시작했다.

소독약? 꿈에서나 찾을 수 있다.

부상자 대부분은 전력 외 판정을 받아 시름시름 앓았고, 그들이 빠진 구멍은 다른 병사들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젠 한계로군."


적어도 3일을 버틸 수 있으리란 장담은 무참히 깨어졌다.

연합군 놈들은 포위당한 여단들을 조금도 쉬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힘으로 뚫어내기가 버겁다 생각한 그들은 교대로 돌아가면서 순차적으로 공세를 퍼부었다.

밤낮으로 이어지는 연합군의 공격은 여단 병사들의 체력과 정신력을 갉아먹었다.

교전비는 여전히 여단 쪽이 우세했지만 죽기를 각오했던 그들의 높았던 사기는 지금와선 사라진지 오래였다.


나폴레옹은 하늘을 보며 옅게 한숨을 쉬었다.

도박사가 되고 싶지 않다고 잘난 척 중얼거렸으면서, 확실하지도 않은 순간에 올인을 걸어버린 과거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목숨을 걸고 핵심거점을 사수하고 있는 아군을 빨리 돕지 않고 있는 다른 국민군의 방면군들이 원망스러웠다.

나폴레옹 본인이었다면 툴롱에서의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강행군을 행하며 달려왔을 텐데.


"...제군들."


나폴레옹의 말에 장교들, 부사관들, 병사들까지 모두 그를 바라봤다.

그들의 시선 속에서 나폴레옹은 침이 말랐다.

제 1여단은 이제 마지막으로 한 번 정도 싸울 힘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물론 처절하게 같이 싸웠던 연합군 측도 적잖이 지쳐있을 테고 많은 병사들이 소모됐을 터.

나폴레옹은 이 점을 참작하여 연합군 측에 먼저 협상을 제안할 생각이었다.

말이 협상이지 사실상의 패배선언이다.

차마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말이 턱밑까지 올라왔을 찰나였다.

훗날 나폴레옹은 이날의 일을 회상하며 ‘생애 처음 구원을 맛보았다.’고 평가했다.


"...왔어...!"


"?"


"왔어...! 드디어 왔다고!! 이런 젠장! 오, 보니!!"


군중에서 사단장에게 말을 까버린 것도 모자라서 얼싸안고 난리까지 치는 부리엔이었지만 나폴레옹은 그걸 탓할 시간도 없었다.

재빨리 망원경을 낚아챘다. 그리도 떨리는 두 손으로 저 멀리서 보이는 무언가를 향해 들었다.

이 때만큼 프랑스 공화국의 상징인 삼색기가 감격스럽고 벅차올랐던 적이 있을까!


"우린 이제 살았다!! 우린 살았어!! 으하하하!"


"아니, 부리엔. 단지 그것만이 아니지."


나폴레옹은 모자를 벗었다. 그리고 말했다.


"우리는 승리했다, 제군들이여!"


와아아아아아-!!


승리, 그리고 생존.

이 단어들이 가져오는 달콤함은 온 몸에 절어있는 피로와 절망을 한 순간에 씻어내는데 성공했다.

바닥까지 처박혔던 여단의 사기가 하늘 끝까지 차올랐다.

장병들이 내지르는 기쁨과 환희의 함성이 그로시스 곶을 뒤흔들었다.

계급의 고하를 가리지 않고 그들은 서로 얼싸안고 울부짖었고 눈물을 흘리면서 기뻐하고, 환호했다.

끝내 계란이 바위를 깨트렸다. 나폴레옹의 성공 신화가 계속되는 순간이었다.


=


역사에 남을 전투의 희생양이 되는 기분은 어떨까?

누구보다도 오랜 군 경력을 자랑하는 영국의 노 제독은 수많은 전투에서 승리자가 되어봤고 또는 패배자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패배자로 남은 전투보다 승리자로 군림한 전투가 월등히 많았기에 그는 이름난 명 제독이 될 수 있었다.

그의 용맹함을 칭찬한 조지 2세(영국의 전 국왕)는 하우 제독에게 '바다 위의 백 사자' 라는 영광스러운 별명까지 붙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하우 제독은 본능적으로 깨닫고 말았다.

앞으로의 역사는 지금껏 그가 거두었던 영광적인 승리가 아닌, 후세에 '툴롱 전투'로 이름 지어질 전장의 패배자로 기억할 거라고.


'그리고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라는 이름은 영원불멸의 기록으로 남겠지.'


칸나에 회전의 한니발 바르카처럼 툴롱의 전투는 나폴레옹의 이름을 세계의 역사에 깊이 새길 것이다.

그리고 후세 사람들은 나폴레옹이라는 명장을 향해 무한한 존경과 경의를 표할 것이다.

그가 영국인이 아닌 것을 하우 제독은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자신의 패배를 깔끔하게 인정하고 협상 테이블에 설 준비를 마친 하우 제독과 달리, 란가라 중장과 왕당파의 군대는 적의 원군이 코앞까지 도달했음에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툴롱 항구에서 노획한 프랑스의 전열함들을 앞세워서 항구의 탈출을 시도하였다.


"놈들이 공화국 함대의 전열함들을 앞세워서 도주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각하!"


조국의 배를 방패막이로 내세운 적의 행태에 분노하는 병사들에게 나폴레옹은 단호히 이렇게 대답했다.


"탈취당한 순간부터 저 배는 우리의 함선이 아닌 적의 함선이다. 모조리 쏴서 수장시켜라. 단 한 척의 배도 이 항구를 빠져나가게 해서는 안 된다."


그로시스 곶, 레뀌에뜨 곶, 갈란티아 곶을 모두 장악한 효과가 여기서 발휘되었다.

해안 요새의 포가 가동되면서 동시에 불을 내뿜었다.

여단의 포병들은 애써 이를 악물며 프랑스 군함, 스페인 군함을 가리지 않고 마구잡이로 해안포를 쏘았다.

구경 60파운드짜리 거대 해안포는 야전대포의 그것처럼 빠르게 포탄을 쏘아 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그러나 오히려 더 그랬기에 함선들의 천적이 될 수 있었다.


콰앙-! 콰아앙-! 쾅!!


대인용 포탄이 함선에 적중한다면 깔끔하게 구멍을 내어 목표물을 뚫고 지나간다.

당연히 이 궤적에 걸린 선원, 수병들은 박살이 나지만 그 외는 대부분 무사하게 된다.

그러나 대함선용 포탄은 다르다.

이들은 목표물에 뚫기보다는 둔중하게 으깨면서 들어온다.

적중된 자리의 날카롭게 갈려진 나무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면서 그 일대를 완전히 초토화시킨다.

그야말로 함선의 천적 소리를 듣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함선들의 가속이 붙기도 전에 세 군대에서 쏘아지는 해안포의 십자포화가 가해졌다.

가히 파멸적인 위력이 스페인 함대를 세워놓았다.

해안포의 포격에 스친 함선들은 마치 거인의 손에 뜯겨나간 것처럼 날카로운 흔적이 남았다.

내부에서는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피 보라가 불었다.

특히 포갑판 아래 선원들이 밀집된 선창과 갑판이 터져나갈 때는 엄청난, 그리고 일방적인 학살극이 벌어졌다.

돛대 고정구, 조타륜 등을 공격 받은 함선들은 기동이 정지됐다. 그들은 그대로 뒤따라오는 함선들의 항해를 가로 막는 암초가 되었다.

떼죽음을 당하는 선원과 수병들, 박살나는 함선들을 보다 못한 란가라 중장은 결국 탈출을 포기하고 백기를 들어올렸다.


=


"그 명망 높은 리차드 하우 제독이 툴롱의 반란에 발을 걸치고 있을 줄이야! 오랜만에 뵙습니다. 행색을 보아하니 충분히 건강하셨나보군요."


하우 제독은 쓴웃음을 지었다.


"반갑소, 켈베르만 중장. 귀관도 충분히 정정하시군."


나폴레옹을 구원하기 위해 온 장군은 프랑수아 크리스토프 켈베르만 중장.

현재 이탈리아 군단을 이끌고 있는 사령관이자 나폴레옹의 직속상관이며, 3년 전에는 알프스 방면군의 사단장으로 복무했던 인물이었다.


"미리 축하드리오. 중장은 이번 전공으로 프랑스 육군의 가장 명예로운 자리(육군원수)에 오를 수 있겠군."


"허허헛, 이번 대사건의 주인공은 누가 보아도 보나파르트 소장과 알프스 방면군의 병사들입니다. 저는 그들에게 이 전투의 모든 공과 칭찬이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 저기 오늘의 주인공들이 오시는군요."


포로가 된 스페인군과 왕당파의 군. 그리고 무장해제 된 그들을 이끌고 있는 알프스 방면군.

연합군을 상대로 악착같이 세 개의 요충지를 지켜낸 그들의 모습은, 각 잡히고 군기 바짝 든 정예군이 아닌 어디 난민촌의 거지 떼들 같았다.

분명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한계까지 몰려 있는 모래성 같은 군대였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배한 것은 자신들이었다.

하우 제독은 그 중에서 프랑스 육군 사단장을 상징하는 제복을 입고 있는 청년에게 다가갔다.


"시저가 된 것을 축하하오. 나는 베르킨게토릭스가 되고 말았구려."


"교양 가득한 칭찬이시군요, Sir. 거부하지 않겠습니다."


거의 죽기 일보직전까지 몰렸던 청년 장군은 아직까지도 전장의 날선 기운을 갈무리 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우 제독은 이미 10년도 전에 퇴직을 해야 할 나이였다. 이번에도 해군성과 웨스트민스터에서 하도 사정하여 억지로 복귀했던 것.

앞으로 그는 나폴레옹을 상대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비교적 여유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허허허.... 소장은 내가 60년 동안 쌓아온 명성과 명예를, 단 한 번의 전투로 넘어섰소. 내 이름은 은퇴 후 몇 년이면 잊혀질 테지만 소장의 이름은 인류의 문명이 사라지는 날까지 남아있겠지."


그 말을 듣는 나폴레옹의 표정은, '이 양반이 왜 자꾸 자길 깎아내리고 날 추켜세우나.' 라는 의아한 표정이었다.

마치 할아버지의 잔소리를 귀찮아하는 손자 같은 모습.


'나도 늙긴 늙었나보군. 이런 감상에 빠지다니.'


풀이 죽은 상태로 걸어오는 란가라 중장을 보면서 하우 제독은 미소를 지었다.

놓아버린 자, 흘러가버린 자만이 지을 수 있는 후련한 미소였다.


=


프랑스 공화국과 영국, 스페인 해군의 지도부들이 참가한 3자 회담의 테이블이 툴롱에서 열릴 예정이다.

단, 왕당파 반군들은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은 이곳에 끼지 못한 채 모조리 포박당해 파리로 끌려갔다.

영국과 스페인군은 잠깐이나마 함께 싸웠던 전우들을 향해 어떠한 발언력도 소모하지 않았다. 그저 매몰차게 버릴 뿐.

기요틴만이 남아있을 자신들의 앞날에, 절망하는 왕당파 군을 어느 누구도 신경써주는 이 없었다.

체제 전복에 실패한 자들의 말로는 이와 같이 비참하다.


'툴롱 전투'의 영웅이 된 나폴레옹은 당연히 회담의 중요인물로 참여하게 되었다.


"국가 간의 협상과 외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제가 참가해도 되는 겁니까?"


나폴레옹은 이렇게 말했지만 켈베르만 중장은 무슨 소리냐는 듯 한쪽 눈썹을 치켜떴다.


"제노바에서 두카트를 잔뜩 뜯어낸 것은, 자네가 말하는 협상과 외교가 아닌 건가?"


그렇게 말하니 또 할 말이 없어진 나폴레옹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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