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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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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2.2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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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살무신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의천검세(義天劍世)

-검협천하(劍俠天下)

정의로운 검으로 세상을 바로 세운다. 현판에 음각된 글자의 획 하나조차 위엄이 서려 있었다. 백도오가(白道五家)의 일가(一家)로 추앙을 받는 남궁세가. 역대로 남궁세가의 가주는 검왕(劍王)의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검의 일대종가로 불려도 손색이 없으며, 의와 협을 추구하였다.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

남궁세가의 고루거각이 대낮처럼 환했다. 세가 전체에 횃불과 등불이 밝혀져 있었다. 평소와는 분위기가 달랐다. 무거움과 불안감이 공존했다. 호안(虎眼)을 지닌 백의무복의 중년 사내. 만인을 압도하는 기품이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그가 바로 남궁세가의 가주인 창천검왕(蒼天劍王) 남궁천이다. 역대의 가주들조차 이루지 못했던 제왕검형(帝王劍形)을 완성하여 경천칠검(驚天七劍)의 수좌에 자리했다.

허어어!

천지가 개벽해도 흔들리지 않을 남궁천의 심지 곧은 두 눈이 흔들리고 있었다. 긴 장탄식이 그의 심란함을 대변했다. 어지간한 사안이 아니고서는 일말의 감정변화조차 내보이지 않았던 그조차 평정심이 흔들리고 있었다.

“어쩌다 이런 일이.”

“가주, 너무 심려하지 않아도 되네.”

남궁세가에서 연배가 높은 인물, 장로원의 원주를 맡고 있는 남궁우가 나섰다. 천뢰신검(天雷神劍)으로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창천삼검(蒼天三劍)의 일검을 맡고 있었다.

남궁천은 고개를 내 저었다. 평정심이 흔들린 건 두려움 때문만이 아니다. 당당했다면 마교의 교주가 온다 해도 두렵지 않다. 백도의 검협세가로서 맞서 싸우면 그만이다.

“죄를 인정했어야 합니다.”

“성이는 세가의 유일한 적장자네.”

남궁천은 괴로웠다. 늦게 얻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 오냐오냐 키운 것이 작금의 사달을 만들었다. 백도의 무인으로서 해서는 안 될 패악(悖惡)을 저질렀다. 이를 감추기 위해서 숙부는 백우상단을 지워버리기까지 했다. 하나의 죄를 감추기 위해서 더 큰 죄를 불러왔으니.

남궁천은 그 사실을 서신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천하제일세가의 가주로서 집안 단속조차 건사하지 못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있으랴.

무엇보다 서신을 보낸 상대가 상상을 초월하는 불가해의 존재다. 남궁천이 이토록 고민하는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그는 살무신입니다.”

“그래봤자 일개 살수에 불과하네. 오늘이 그 놈의 마지막 살행이 될 것이야.”

“일개 살수라고요?”

“남궁세가는 강하네. 살수 따위에 무너지지 않아!”

개인의 무력이 강하다 하나, 세력에 비할 수는 없다. 그것이 현실적인 정론이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는 불가침의 존재들이 있다. 천하오천존(天下五天尊), 강호 무림의 탄생 이래로 가장 강력한 무인. 사신(邪神), 마신(魔神), 검신(劍神), 천신(天神), 살신(殺神)을 일컫는다. 천하오천존은 말 그대로 일인군단(一人軍團)이다. 인간의 경지를 초월하여 신의 반열에 이른 절대자들. 개인이지만 단체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괴물이다.

이 중 살수로서 천하오천존에 이른 전무후무한 자가 살신, 곽우진이다. 살신을 살수라 하여 천하오천존의 마지막 서열에 놓고는 있지만, 그의 무서움을 아는 자들은 결코 그와 척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그는 평범한 일개살수가 아니다. 애초에 살수가 경고장을 먼저 보내는 것부터가 말이 되지 않는다. 그는 살수인 동시에 경세적인 무공을 지니고 있는 절대고수다. 그가 펼치는 도법을 누구도 막아내지 못했다. 살수로서 무신(武神)으로 불리는 이유다.

“조사님들을 뵐 면목이 없습니다.”

“마음 단단히 먹게, 자네는 세가의 가주야. 무너지면 절대로 안 돼!”

“하오나,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겠습니까!”

“그럼 죄를 인정하고 성이를 내줄 셈인가. 진정 그리 하기를 바란다면 지금이라도 가주로서 명령을 내리게. 내 당장 성이의 수급을 잘라 그에게 바치겠네!”

“숙...부님!”

남궁천은 차마 말을 잊지 못했다. 미우나 고우나 하나 밖에 없는 자식이었고, 그 죄를 인정하게 되면 의와 협을 추구했던 남궁세가는 명분을 잃게 된다. 버리기엔 가지고 있는 짐이 너무 컸다. 쌓아 놓은 역사는 자랑스러우나, 그 무게 역시 감다하기 어려울 지경이 되었다.

“자책하지 말게.”

남궁우는 가주의 선택을 알고 있었다. 가주는 남궁세가 그 자체다. 남궁세가에 우를 범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더욱이 죄를 인정하게 되면 강호 무림의 공개적인 지탄을 받게 된다. 남궁세가로서도 이번 일은 반드시 숨겨야 하는 사안이었다.

‘기필코 살무신을 죽인다.’

남궁우의 두 눈이 무섭게 가라앉았다. 어쩌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살무신이 비록 천하오천존의 일인이지만 태생이 살수다. 원한을 진 자들이 많았다. 행동이 정당해도 결국에는 돈을 받고 행하는 살인. 살무신을 죽일 수만 있다면, 남궁세가의 위엄을 내보이는 계기가 될 수 있었다. 뒤로 말들이 많다 해도 무림은 결국 강자지존의 원리가 지배한다. 당장은 시끄러워도 잠잠해질 것이다. 제깟 것들이 어쩌겠는가.

둥둥둥!

자정을 알리는 북소리가 길게 울렸다.

모두가 숨죽인 채 살무신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의 무서움을 모르는 세가의 무인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남궁세가의 저력을 믿고 있었다. 개인이 제 아무리 강해봤자 한계가 있었고, 그도 인간이었다.

‘제발 오지 마라!’

남궁천의 바람이었다. 이런 지저분한 일로 싸우고 싶지 않은 것이 그의 진심이다. 현실을 외면하는 비겁한 행동이라도 어쩔 수 없다. 둘 중 어느 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역시 그렇군.”

남궁세가의 정문에 다가서 선 흑색 장포의 장한. 자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기계와 같은 목소리였다. 차갑지도, 강렬하지도 않은 평범한 인상을 지니고 있었다.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지만 그에게는 사람의 온기가 전해지지 않았다.

“웬 놈이냐?”

남궁세가의 정문을 지키는 수위무사가 호통을 쳤다. 살무신의 암살예고로 남궁세가의 경비가 평소와는 달랐다. 신경을 곤두세운 고슴도치(彙)의 바늘처럼 날카로움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온다고 전했을 텐데.”

흑색장포의 사나이, 그가 살무신 곽우진이다. 15살에 살행을 시작하여 50살에 이른 그였지만, 나이를 거슬렀다. 스물 중반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의 무심한 눈빛은 사람의 심령을 얼어붙게 만들었다.

“살.....무신!”

“막는다면 죽이겠다. 알아서 해라.”

곽우진의 살행방식이다. 암살예고를 보내 죄를 자백하고 자진을 하면 그것으로 끝을 낸다. 하나, 살인대상자를 감싼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가로막아선 누가 되었든 숨통을 끊어주었다. 죄를 알고도 감싸는 자들에게 관용은 베풀지 않는다. 설령 황제라 해도 살무신의 서신을 받으면 밤잠을 설친다는 소문까지도 떠돌았다.

“여.....긴 대 남궁세가...컥!”

곽우진은 더 말하지 않았다. 막아선 자의 이마에 바람구멍을 내주었다.

“예외는 없다.”

무형무쌍(無形無雙), 언제 초식을 펼쳤는지도 모를 극한의 빠름이었다. 동료의 죽음에 넋이 나가기도 전 수위무사들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살무신을 가로막은 수위무사는 남궁세가 내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무인이 죽은 이유조차 모른 채 세상을 하직했다.

저벅저벅!

곽우진은 차분히 발걸음을 옮겼다. 거치적거리지만 않으면 살초를 쓰지 않았다. 하나, 막아서는 자에게는 어김없이 죽음의 그림자를 씌워주었다.

푸드득!

두려움을 감추며 검진을 펼쳤던 무인 10명이 실 끊어진 괴뢰(傀儡)처럼 맥없이 쓰러져 버렸다. 다들 이마에 구멍이 났는데, 여전히 살무신은 손을 빼지도 않은 채 뒷짐을 지고 있었다.

“일....초살!”

상대가 누구든 상관하지 않는다. 30중반 이후로 살무신의 이 초식을 본 자가 없었다. 초월감각으로 불리는 육감마저 초월했다고 알려진 살무신의 흑혈살법(黑血殺法), 일초살(一招殺)이었다. 그 일도를 받아낸 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스왁! 파스스스!

남궁세가의 정문이 가루가 되어 흩어졌다. 물러선 채 망연자실했던 세가의 무인들의 두 눈은 거친 파도처럼 흔들렸다. 보고도 믿지 못할 광경이었다. 고속의 쾌검은 빛보다 빠르다 하여 번쩍임만이 보인다고 알려졌으나, 살무신의 도법은 아무런 징조도 없다. 완벽한 무(無), 여전히 그의 도는 도집에 들어가 있었다. 분명 도를 뽑았음에도 출회수를 보지 못했다. 세가의 무인들은 등골을 타고 오르는 소름에 몸이 굳었다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작가의말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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