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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252,628
추천수 :
5,631
글자수 :
91,790

작성
14.03.06 16:29
조회
7,896
추천
175
글자
5쪽

채드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휘이잉!

밤이 되자 기온이 내려가면서 바람이 찼다. 한기가 실린 삭풍이 낮은 산자락을 타고 훑고 지나갔다. 여전히 공손한 자세로 머물던 소년의 갈색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뺨을 스친 바람은 에르반의 정신을 일깨웠다. 발끝에서 머리끝을 강타하여 머리카락은 물론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기분이다.

“어후, 추워.”

주변을 돌아보니 깜깜한 밤이었다. 백작가에서 비쳐오는 불빛이 있어 다행이기는 했다. 어두운 밤에 산에서 길을 잃으면 10이면 10. 다들 길을 잃고 헤맨다.

“독한 놈, 혼자 가다니!”

주인의 급소에 돌을 던진 것도 부족해 산에다 버려두고 가다니, 에르반은 울컥했다. 그 전에 소중한 물건이 살아 있는지 점검을 해보았다.

‘입을 맞추고, 손을 가슴으로 끌어당겨서, 슬쩍 벗겨 않으면...훗!’

상상력은 무한하다. 에르반의 기억 속에 있는 여인들은 이미....!

꿈틀!

오예, 죽지는 않았다. 정말 십년감수했다.

언제까지 공손한 자세로 있을 순 없었다. 일어서기 위해 무릎에 힘을 주었다.

찌이잉!

맨 바닥에서 너무 오래 무릎을 꿇고 있어서 절였다. 피가 안 통하는 기분이 들었다. 임시방편으로 혀를 내밀어 콧등을 문질러 주었다. 이는 혈통을 타고난 자밖에 할 수 없는 특권이다. 보통 사람은 하지 못하는 신기 ‘마우스홀드(mouse-hold)’라고 부른다. 혀의 유연성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대부분은 침을 손가락에 묻히는 미개한 짓을 해야 한다.

“됐어, 이제 조금만 더 하면.....응?”

백작가와는 반대 반향에서 불빛이 있었다. 시야를 밝힐 수준은 아닌데, 오싹한 한기가 전해졌다. 다섯 개 중 3개의 달이 떴기에 어둡지는 않았다. 슬금슬금 다가오는 기척이 들리더니 어느새 그 실체를 드러냈다.

“위...즐러!”

생김새는 분명 위즐러다. 다만, 몸통이 동물도감의 설명보다 두 배는 더 크다. 뭘 먹어야 저리 발육이 좋아지는 지 심히 의심스럽지만,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날 잡아먹으려는 건 아니지?”

크르르릉!

입맛이 당기는지 날카로운 이빨 사이로 침샘을 자극해 줄줄 흐르고 있었다. 그 광경을 공손한 자세로 지켜봐야 하는 에르반으로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마우스홀드를 사용하기에는 상황이 급박하다. 에르반은 일어서기 위해서 가문의 비전 오러포스인 카이로스 컨트롤을 운용해야 했다. 일단은 일어서야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 자세가 낮으니 위즐러가 만만히 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앉은키로는 전혀 위협을 주지 못했다. 흠, 난 하체가 길다.

“제발! 움직여!”

조금만 더 하면 일어설 수 있는데 성질 급한 위즐러가 달려들었다. 비겁하게 움직이지 못하는 상대를 공격하다니. 기사도를 지키란 말이닷!

“난 별로 맛없다고! 안...됏!”

어린 시절부터 오늘까지 받았던 구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 모든 걸 갚아주기도 전에 위즐러의 식량이 될 팔자라고 생각하니 울화통이 터졌다. 죽더라도 당한 건 백배로 갚아줘야 직성이 풀렸다. 그때였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달려드는 위즐러의 움직임이 슬로모션처럼 보였다. 신비로운 현상.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의 흐름과 몸을 돌고 도는 피의 흐름마저 전해졌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동화현상!’

세 번째 다리가 오그라드는 위기일발, 에르반의 카이로스 컨트롤이 한 단계를 벗어났다. 오러가 다리로 유통이 되면서 혈액순환이 개선되었다. 하지정맥에 의한 림프(limp)상태에서 벗어나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일직선으로 뻗어내었다.

위즐러의 이빨과 에르반의 검이 서로를 마주하며 나아갔다. 일기투의 당당한 대결이 아닐 수 없었다. 에르반의 일생 중 그 어느 때보다 긴박감이 넘쳤던 순간이었다.

뎅강!

위즐러의 몸통이 반으로 잘려나가며 핏물을 뿌렸다.

마지막 순간 카이로스 컨트롤을 각성하고 위즐러를 베어낸 에르반이 검을 곧추세우며 거만하게 외쳤다. 역시 하늘은 천재를 버리지 않았다. 대륙의 구원할 인재의 소중함을 알고 계신 것이다.

“오너라, 내 친히 상대해 주마!”

에르반은 위즐러를 용서하지 않았다.

도살제가 펼쳐졌다.

흠!

채드는 부리나케 도망치는 위즐러를 집요하게 추적하여 말살하는 에르반을 멀찍이서 지켜보고 있었다. 혹시나 하고 찾아왔더니, 역시나 기대를 저 버리지 않았다. 어찌나 저리 생각한대로 행동할 수 있는지 한편으로 대단하긴 했다.

‘만만치 않게 재밌는 녀석이구나, 삶이 심심하지는 않겠어.’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작가의말

채드의 챕터 마지막이라 짧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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