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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드리고고
작품등록일 :
2014.02.26 10:12
최근연재일 :
2014.03.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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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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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식

먼치킨 전도사 건드리고고입니다.




DUMMY

“말....도 안 돼!”

크라탄 소드가 대륙에서 가장 강한 텐소드(ten-sword)의 반열에 드는 절대검법은 아니라 해도, 아무나 형태를 고칠 수 있을 만큼 간단하지는 않다. 더욱이 힘을 위주로 하는 강검에 방금 전과 같은 부드러움을 섞는 것이 말처럼 쉬울까. 절대 그럴 리 없다. 검을 조금이라도 수련해본 검사라면 모르지 않는다.

부들부들!

에르반은 고개를 숙인 채 한 동안 몸을 떨어야 했다. 인정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어쩔 수가 없는 현실과 마주하고 말았다. 심호흡을 한 후 채드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했던가. 너도 천재구나.”

“차라리 욕을 하지 그러냐.”

가급적 살무신의 흔적을 지우며 살려고 했는데, 살심을 키워주는 에르반이다. 극도로 심신을 단련한 채드마저도 흔들릴 지경이니, 화술만큼은 존경스러울 정도다.

“혹, 나 모르게 내가 가질 기연을 가로 챈 거 아냐? 하하하. 그건 말이 안 되겠지.”

‘확실히 예리한 데가 있군.’

에르반의 또 다른 단면. 다른 이들이었다면 흰소리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채드는 흘려듣지 않았다. 알고서 말하는 것 같진 않아도 핵심을 찔렀다.

어쨌든 각성을 하지 않았다면 채드는 여전히 에르반의 호구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을 것이다. 각성을 통해 예전보다 강해졌으니 기연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에르반으로 각성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그랬다가는 카이로스 백작가가 풍비박산날지도.

“다 떠들었으면 이만 가봐.”

“너무하는 거 아냐, 만날 찾아오는데 밥 한 끼를 안 주냐. 예전엔 안 그랬다고.”

“기사월급으로는 생활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주군이라는 녀석이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지.”

테일러의 아버지는 월급을 전부 가져오지만, 수련비용으로 거의 다 소모된다. 진검 수련을 하기에 검은 항상 수리를 해야 하고,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더욱이 갑옷을 비롯한 기타 장비도 구매를 해야만 했다. 그렇다고 채드가 돈을 벌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아직 견습 기사 신분이었고, 에르반의 검동일 뿐이다.

“큭, 내가 지금 돈이 어디 있냐? 나중에 다 보상해 준다니까.”

“난 기약 없는 약속을 신용하지 않아.”

“내가 너 구해줬잖아.”

대놓고 생색을 내는 것도 부족해.

“우려먹기까지.”

“알았다. 치사해서. 그래도 주종관계에 돈 따지고 그러는 거 아냐. 기사라면 마음과 마음으로 썸(some)이 있어야 하는 법이야.”

“밀 한 톨이라고 주면서 그런 말을 해라.”

할 말이 없는지 에르반은 입맛이 썼다. 이제와 말하지만 신경을 써주지 못했다. 괜히 옛날 일까지 생각이 나서 미안한 감정이 앞섰다. 주군이라면 부려먹을 땐 먹더라도, 챙겨줄 줄도 알아야 했다. 혼자 쓰기에도 바빴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 없다. 그러나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던전 발견하면 무조건 반땅한다.”

“입구에서 죽을 텐데, 반땅은 무슨.”

실력이나 키우고서 말을 좀 내뱉었으면 했다. 무엇보다 던전은 속임수가 통하지 않는다. 마법장치 앞에서 트릭을 쓸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 씨가 된다고,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누가 알아 내가 황제가 될지.”

“역모로 카이로스 백작가가 멸족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걸.”

꿈만 야무지다. 현 제국의 힘은 최강이다. 고대의 마도시대가 전성기라고 해도 카이로만 제국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황제가 되려면 카이로만 제국을 꺾어야 한다는 소리가 되는데, 턱도 없는 개소리다.

채드는 가당치 않은 지, 손을 휘휘 저었다.

“실랑이 하고 싶지 않으니까, 좀 꺼져줄래.”

“내가 촛불도 아니고, 꺼져가 뭐냐?”

귀찮음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요상한 재주를 타고났다. 그러나 묵묵히 헛소리를 들어줄 만큼, 채드는 한가하지 않았다.

“맞고 갈래.”

“나, 에르반 카이로스! 폭력에 굴복하고 그러는...크아아악!”

사람의 급소 중 발등은 꽤나 아픈 부위다. 검집으로 살짝만 찍어 줘도 고통이 상당하다. 더욱이 방심하고 있다가 당하면 더 아프다. 전에 겪어 봤으면서도 에르반은 발을 동동 굴렀다.

“인체의 급소는 발등뿐만 아니라 여러 곳이지. 어디 당당하게 맞서 봐라.”

“간다고 가! 그런데 내일 올 거지?”

아버지 때문이라도 채드는 가야 한다.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넌 아무것도 걱정하지 않아 돼, 채드.”

“내 앞에서 얼씬거리지나 않았으면 좋겠다.”

채드는 옆에 에르반만 없으면 사고 없이 조용히 보낼 수 있었다. 꼭 에르반이 옆에 있어서 사고가 발생했다. 살무신의 경지에 올라섰다면 환영하는 바이나, 아직은 자중해야 할 때였다. 하려면 화끈하게, 괜히 어설프게 드러내고 싶지 않다.

“우리 사이에 서운하게 왜 그래. 너와 난 바늘과 실이라고.”

“섬뜩한 소리를 하는 군.”

에르반의 자신만만함에 채드는 헛웃음이 나오는 걸 겨우 참았다. 에르반의 말대로 우정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운명을 믿지는 않지만, 까닭 없는 일은 없지.’

에르반의 짱돌에 각성을 했다면 필시 곡절이 있을 것이다. 오늘 따라 천망회회소일불실이라는 말이 무섭게 다가왔다. 하늘이 한 번쯤은 성긴 그물을 내려 주었으면 했다. 운명이라는 필연을 집어넣어 엮는다면 피곤할 것 같다.

어쨌든 에르반을 보내니 공터가 한가로워졌다. 재주가 참 용하다. 이 넓은 공간에서 1사람이 빠졌을 뿐인데, 탁 트이는 기분이 든다.

“나오시죠.”

아무도 없을 거라는 예상과 달리, 시야가 가려진 집의 옆에서 그림자가 불쑥 튀어나왔다. 집의 사각에서 어두웠던 형태가 서서히 모습을 찾아갔다. 익숙한 얼굴이 드러났다.

채드의 무심한 반응에 테일러는 내심 놀랐다. 최대한 기척을 죽이고, 숨어 있었다. 어지간한 감각이 아니면 눈치 채기 어렵다. 아들의 실력이 예상보다 더 대단했다.

“알고 있었구나.”

채드는 처음부터 아버지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고 보란 듯이 에르반과 대련을 했다.

테일러는 아들의 달라진 행동과 태도가 신경이 쓰였었다. 무엇보다 에르반 공자와 어울리는 시간이 확 줄었다. 조용한 백작가를 시끄럽게 만드는 에르반 공자가 잠잠하다는 것부터가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말은 하지 않았지만 백작님도 비슷한 의중을 내 비추셨다.

“에르반 공자가 바르테 공자를 이길 때부터 이상하다고 여겼는데. 범인은 너였구나.”

“곧 다시 지겠죠.”

감각이 뛰어나지 않으면 익히기 힘든 고도의 속임수, 기량보다는 기법에 가깝다. 에르반의 자질이 나쁘진 않지만 시간이 지나면 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미래를 장담하는 건 어리석다 하나, 에르반의 미래는 훤히 보였다.

테일러는 혼란스러웠다. 어린 시절부터 염원을 담아 엄하게 훈련시켰지만 이렇게까지 성장할 줄은 예상 못했다. 더욱이 채드의 검술은 그간 자신이 익히고 있었던 크라탄 소드가 아니었다. 검법의 큰 줄기(意)만 비슷할 뿐 분산된 가지(形)는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기량이 쌓이면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있다고는 해도. 아예 다른 사람처럼 느껴져, 전처럼 대하기 껄끄럽기까지 했다.

“언제부터였느냐?”

“얼마 안 됐습니다.”

검술에 대한 기사의 자부심은 남다르다. 최대한 겸손을 떨어야 했다. 솔직히 채드에게 크라탄 소드는 눈에 차지도 않았다. 마음 같아서는 강호십대검법에 속하는 패황검법, 천중검법, 탈혼무황검 중에서 하나를 골라 가르치고 싶다. 그 편이 빠를 듯싶지만, 어디서 배웠냐고 물어보면 난감하다. 전생을 기억한다고 해봤자 미친 놈 소리 듣기 딱 좋다.

무엇보다 채드는 크라탄 소드를 개량할 능력이 있었고, 개량해 놓았다. 한 달의 시간은 최적화시키기 위한 적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기사는 검으로 말을 한다고 했던가. 테일러는 기사다. 실력을 입으로 떠든다 한들 와 닿지 않았다. 아들의 진정한 실력이 자못 궁금했다. 한편으로 여태 능력을 감추었던 아들이 괘씸해 보였다. 노력하는 녀석을 핍박한 꼴이 아닌가.

“한 번 겨뤄 보자구나.”

“원하는 바입니다.”




전능천왕이 끝나고. 오랜만에 연재하네요^^


작가의말

수련을 빙자해서 아버지를 패면

패륜인가요?

실력은 느는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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