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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무월연검(無越燃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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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쇄룡(殺龍)
작품등록일 :
2020.02.26 10:17
최근연재일 :
2020.06.13 14:49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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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6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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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 초행(初行) (1)

DUMMY

바야흐로 춘삼월, 꽃이 피어나고 잠들어 있던 생명들이 눈을 뜨는 때가 왔다. 천하제일인이 사라진 지도 삼십 년이 지났다.


사람들은 저마다 인연을 찾아 마을을 돌아다녔고, 어린아이들만 화려하게 치장을 한 것도 아니었다.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으로 마을이 뒤덮인 가운데에 유일하게 나무를 깎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저 사람은 왜 탁자를 깎고 있는 거지?"


"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니 분명히 무림인이야···모르는 척을 해야지···"


"눈 감아···"


생명이 있어야 하는 자리에 백발의 사내가 마을에서 치장을 한 여인들의 얼굴보다 아름다운 도로 한 주점에서 탁자를 깎고 있었다.


탁자를 깎던 사내는 새하얀 백발과 새하얀 옷을 입고 있었고, 허리춤에는 전낭과 아름다운 장신구로 잔뜩 치장을 한 그에게 한 여인이 교태를 부리면서 다가왔다.


"어머···아름다운 도를 가지고 탁자나 깎고 계시다니···제 옷을 벗기실 생각은 없으세요?"


"이 도가 사람의 살을 베는 도는 아니오. 그러니 가서 술이나 마시면서 다른 남자들한테 그렇게 하시오."


"무뚝뚝하기는, 제가 싫다는 말을 돌려서 하는 사람은 저도 싫어요."


"다행이군. 안 그래도 만나기로 한 친구가 있어서···저기 오고 있구나."


그는 여전히 탁자를 깎으면서 무심한 눈빛으로 고개를 살짝 들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털을 어깨에 두르고 있는 소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사형!"


"사매."


사매라고 부르는 아이가 껑충껑충 토끼처럼 뛰면서 다가오자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사형, 제가 사부님에게 사형이 무공을 배울 수 있도록 부탁을 했어요!"


"사매, 그런 부탁을 사부님에게 하면 안 되는 거야."


"오 년 동안 아무 것도 못 배우셨는데 어떻게 말을 안 해요!"


"예의가 아니잖아."


소녀가 볼을 잔뜩 부풀리고 고개를 젓자 그는 도를 탁자 위에 놓았고, 여인의 교태를 보았을 때의 눈빛은 온 데 간 데 없이 다정하게 그녀를 보았다.


"사매, 내가 배우지 않겠다고 한 거야. 사부님에게 간청을 하자 알겠다고 말씀을 하셨고."


"사형이 배우지 않겠다고 했어요?"


"그래. 나는 도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벅차니까. 찌르는 것과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거는 나한테 맞지 않아."


그때, 도 위에 거대한 발 하나가 올라오고 걸걸한 사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연섭(燃爕), 내 부인을 겁탈하려고 했으면서 이곳에서 태연하게 계집아이랑 술이나 마시고 있던 거냐?"


"겁탈하려고 하지 않았소. 당신 부인이 교태나 부리면서 나한테 오길래 가라고 했소."


"이 막도(暯刀) 성고(成古)가 네 말을 믿을 것 같으냐!"


"믿지 않고 싶으면 믿지 말고 가서 술이나 마시는 게 어떻겠소?"


"고작 소류(小流)를 믿고 설치는 거냐?"


"그 입 다물어!"


사매의 외침과 함께 사내의 목에는 서슬이 시퍼런 도가 닿았다. 그러자 사내는 가볍게 웃으면서 도를 옆으로 치웠다.


"고작 네 도로 나를 죽이려고 하는 거냐?"


"다시는 사부님의 존함을 말하지 말아라."


"네가 오기 전부터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도···"


사내가 비웃으면서 대답을 하자 사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만 하세요!"


"사매···"


"연섭이 오기 전에는 이곳도 괜찮았는데 전부 너 때문에···"


"십 년 전에 있었던 일을 아직도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그래. 너희가 소류의 제자가 되지 않고 여기에서 살고 있지 않았으면 모든 게 괜찮았어!"


그때, 뺨을 찰싹 갈기고 거칠게 숨을 쉬던 사매를 사내는 말없이 노려보더니 팔을 크게 들었다.


"이 쓸모없는 계집아이가!"


뺨을 향해 사내의 손이 닿으려던 찰나, 연섭의 팔과 도가 천천히 움직였고, 사내의 손에 닿자 선혈과 함께 순식간에 사라졌다.


"으악!"


팔이 새하얀 뼈와 함께 잘리고 사내가 바닥에 쓰러지자 사매는 몸을 떨면서 연섭을 보았다.


"사형···"


연섭의 눈은 붉게 물들은 채 매섭게 찢어졌고, 소녀는 연섭을 급히 끌어안았다.


"사형···저 화연(花蓮)이에요. 사형의 유일한 사매."


이때, 연섭이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거칠게 화연이라는 소녀를 밀쳤고, 사내에게 다가가서 멱살을 붙잡았다.


천천히 도를 들어서 사내의 목을 향해 휘두르려던 그때, 알 수 없는 맑은 목소리가 들렸다.


"천하에 방랑자가 어찌 한 사람이라고 말을 할 수 있는가. 세상의 인연을 잊고 살아 가니 덧없이 걸음을 옮기며 방랑자를 자처하네."


"사부님!"


화연이 밖을 보자 새하얀 옷을 걸친 백발의 노인이 고개를 숙이면서 주점에 들어왔고, 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천애(天涯)에서 모든 것은 의미가 없으니 가지려고 하는 것도 없는데···"


주름이 가득한 노인의 불경인지 알 수가 없는 말에 연섭은 도를 떨어뜨렸고, 머리를 붙잡고는 마구 나뒹굴었다.


"섭아, 어째서 이 늙은이를 무시하고 사람을 죽이려고 하는 것이냐."


"사부님, 사형이···"


"알고 있다. 그래서 직접 온 게 아니더냐. 섭아, 그 무공을 잊지 못 한 것이냐?"


"사···사부···아!"


곧 눈이 다시 새하얀 바탕에 칠흑 같이 어두운 눈으로 돌아오고 온화한 표정을 한 연섭은 노인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였다.


"제자 연섭이 사부님을 뵙습니다."


연섭처럼 온화한 인상을 한 노인은 주름이 가득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아직도 그 마공이 너를 괴롭히고 있는 거냐?"


"···네."


"그거는 네 잘못이 아니다. 그러니 엽무곡(燁武谷)으로 가서 이 사부와 함께 잊으면 되는 거다."


"···네. 먼저 가셔서 쉬고 계시지요. 사매와 함께 가겠습니다."


"그래. 그러면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저 사내에게도 사과하고 와라."


"알겠습니다."


노인이 다시 온화한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자 연섭은 사매를 보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하다."


"아니에요. 사형."


"지랄하고 있네···팔 잘린 사람은 생각도 안 하고···이러다가 죽으면 여자도 못 만졌다고 한탄이나 해야지···아이고···"


"성 형, 미안하게 되었소. 팔은 사부님을 모욕한 것에 대한 대가라고 생각을 하고 이 아우를 용서하시오."


"언제부터 형제였다고···이 마을을 빨리 떠나라고···너는 재앙을 부르니까!"


"···알겠습니다. 가자, 사매."


연섭과 화연은 손을 잡고는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안에서 여전히 비명이 들리자 화연이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힐끗 보았다.


"사형, 괜찮은 거예요?"


"여기에서 십 년 동안 살았는데 매일 저렇게 앓는 척만 하고 다음 날에는 괜찮더라."


"그래도 저자가 다쳤는데···"


"진짜로 아프면 사부님에게 올 테니 걱정하지 말아라."


"알겠어요."


'五月三日, 연섭의 발광하는 증세가 아직도 낫지 않았다. 온갖 약재를 써도 낫지 않으니 천하제일인을 찾는 수밖에 없다.'


연섭의 증세를 적어 놓은 책을 보던 소류는 눈을 감고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연섭···십 년 전에 죽어 가는 아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설마 섭마절혼공(攝魔絶魂功)을 알고 있었을 줄은 몰랐지···"


섭마절혼공(攝魔絶魂功)


분노와 같은 감정을 다스리고 정신을 놓게 만드는 무공으로 천하제일인의 무공이었다. 다섯 번 검을 휘두르고 나면 제대로 서 있지도 못 하게 만드는 천하제일의 무공을 연섭이 알고 있었다.


가끔 눈이 붉게 변하고 정신을 잃고 싸우는 모습이 바로 섭마절혼공이고, 무공을 가르치지 않은 것도 연섭이 가르치면 금방 잊기 때문이었다.


또한 무기로 베는 것은 할 수 있어도 찌르는 것은 할 수가 없는 알 수 없는 몸을 가진 연섭이었다.


한숨을 쉬던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자 소류는 차를 마셨다.


"들어오거라."


"사부님."


"섭아, 아직도 이성을 잃으면 그렇게 되는 것이냐?"


"···네. 그동안 이야기를 하지 않고 버티고 있었습니다."


연섭은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소류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었다.


"그러면···여전히 사람을 찌르는 것도 하지 못 하고?"


"찌르는 것은 못 하지만 베는 것은 됩니다."


"그래···이곳에서 지낸 지도 십 년이나 지났는데 맹에 가서 배우는 것이 좋겠구나."


"사부님?"


연섭이 고개를 들고 의아해하자 소류는 수염을 매만지면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화연도 다치는 거를 너도 원하지는 않을 것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맹회에서 말단 병사를 맡을 자를 원하고 있으니 가서 사람들과 함께 지내면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깨달아라."


"사부님···그래도 이렇게 명령을 하시면···"


"이미 오 년 전부터 고민은 하고 있었다.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지는 게 없으니 말하는 거다."


"···알겠습니다."


"사형, 사형이 왜 맹회로 가는 거예요!"


연섭은 고개를 숙이고 나오자마자 화연을 마주쳤고, 온화하게 웃으면서 소류처럼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림맹회에 가서 많은 것을 보고 오라는 사부님의 은혜를 받지 않을 수는 없지."


"분명 사부님이 사형을 멀리 보내려고 하시는 거예요. 제가 말씀을 드릴게요!"


"사매, 괜찮아. 지금이라도 떠나지 않으면 늦게 도착을 할 테니 급히 옷만 챙기고 가 볼게."


"사형!"


"사 년 동안 사형 대접을 해 줘서 고마웠다."


쾌쾌한 방으로 돌아가서 낡은 옷들을 챙긴 연섭은 방을 둘러보고는 문과 창문을 활짝 열고 맹회를 향해 떠났다.


"다시 돌아오면 어렸을 때의 기억과 무공을 완전히 깨닫고 올게."


스스로 다짐을 하고 허공에 소리를 지른 연섭은 그렇게 맹회를 향해 사문을 떠났다. 십 년 동안이나 먹고 놀면서 사형과 제자 노릇도 못 했던 자신을 사형과 제자라고 부르는 곳을 떠나며 그는 다시 다짐을 했다.


"부맹주가 될 때까지 버티고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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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마지막 장. 무연(無緣) 그리고 마견(魔牽) (終) 20.06.13 99 0 11쪽
120 120. 무연(無緣) 그리고 마견(魔牽) (2) 20.06.12 32 1 12쪽
119 119. 무연(無緣) 그리고 마견(魔牽) (1) 20.06.11 38 1 10쪽
118 118. 종전(終戰) (終) +2 20.06.10 33 2 9쪽
117 117. 종전(終戰) (1) 20.06.09 33 1 11쪽
116 116. 생사(生死) (終) 20.06.08 36 1 11쪽
115 115. 생사(生死) (1) 20.06.07 35 1 12쪽
114 114. 천하제일악인(天下第一惡人) (終) +2 20.06.06 33 3 11쪽
113 113. 천하제일악인(天下第一惡人) (1) 20.06.05 27 1 11쪽
112 112. 독양문(獨楊門) (終) 20.06.04 34 1 11쪽
111 111. 독양문(獨楊門) (1) 20.06.03 37 1 12쪽
110 110. 아난(雅暖) (終) 20.06.03 37 1 11쪽
109 109. 아난(雅暖) (2) 20.06.02 33 1 11쪽
108 108. 아난(雅暖) (1) 20.05.31 33 1 10쪽
107 107.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연마견(燃魔牽) (終) 20.05.31 33 1 10쪽
106 106.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연마견(燃魔牽) (2) +2 20.05.30 37 2 10쪽
105 105. 천하제일인(天下第一人) 연마견(燃魔牽) (1) 20.05.29 38 1 11쪽
104 104. 취향(就向) (終) 20.05.27 31 3 10쪽
103 103. 취향(就向) (1) 20.05.27 37 2 10쪽
102 102. 방랑자의 삶 (終) 20.05.26 33 3 11쪽
101 101. 방랑자의 삶 (2) 20.05.25 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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