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도주행仟里逃走行
천리추흉仟里追兇
천리추흉의 법술은
만무일실萬無壹失
한 번도 실패한 적 없다
거산파의 덩치 큰 마수를 비롯해 일부 무투파를 제외하면 대부분 무공보다는 법술로 싸웠다.
일대일 대결이었다면 법력을 아끼느라 신중히 고민하며 법술을 펼쳤겠지만, 한 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난전에 머리 아프게 법술을 펼칠지 말지 고민하는 멍청이는 없었다.
공손부보의 편이 확실한 수십 마리 요괴가 등장하고 잠시, 대부분 요괴는 법술 하나 쓸 정도의 법력만 남겼다.
덕분에 아주 잠깐의 소강상태가 형성되었다.
그 소강상태를 깬 건 괴력양과 흑호도 아니고, 거산파의 마수나 조공명도 아니고, 공손부보나 그 반대편에 선 요괴들도 아니었다.
"뒈져!"
은신술을 펼친 채 거의 안 들키고 뛰어온 치우가 모습을 드러냈다. 우레처럼 우렁찬 고함과 함께 높이 추켜든 천강도를 강하게 내리쳤다.
"어허. 누군가 했더니 소협이었군."
치우의 은신술을 느낀 두 사람 중 하나인 조공명이 반갑게 소리 질렀다.
퍽 소리와 함께 치우의 천강도가 청동 거인의 머리를 반쯤 부숴버렸다.
"아저씨 자주 보네."
밝게 인사한 치우는 비칠대는 청동 거인의 어깨와 골반을 연신 두드렸다. 그냥 두드린 게 아니라 쇄전류의 수법으로 취약한 부분을 건드린 거여서 청동랑은 합체를 유지하지 못하고 다섯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치우의 은신술을 느낀 두 번째 사람인 오작은 공손부보와 다섯 아들 사이에 나타났다.
사실 나타났다고 말하는 건 조금 문제가 있었다. 오작은 자신의 모습을 시종 가리지 않았다. 그저 기척과 존재감을 완전히 죽인 채 조심스럽게 움직였을 뿐이다.
'믿을 만한 놈은 못 되는구나.'
원래는 희운이 먼저 공손부보를 공격하고, 혼란한 틈을 타 오작이 소소를 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희운이 조금 늦게 움직이는 바람에 소소를 구하는 오작이 오히려 미끼가 되어버렸다.
'팔방풍우捌方風雨.'
오작은 소소를 묶은 밧줄을 법력으로 끊으며 창을 휘둘렀다. 공손부보의 다섯 아들은 오작의 공격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비칠거렸고, 오직 공손부보만 오작의 창을 여유롭게 피했다.
"모친!"
그때 몸을 반쯤 돌린 공손부보의 뒤에 나타난 희운이 헌원검을 휘둘렀다. 오작의 예측과 달리 목 대신 팔꿈치를 노렸다.
스걱 소리와 함께 공손부보의 오른팔이 팔꿈치 아래로 잘렸다.
'결과는 더 좋네.'
공손부보와 다섯 아들이 당황한 틈을 타 오작은 소소를 들고 무사히 빠져나왔다. 그리고 희운 역시 공손부보의 팔을 챙겨서 여유롭게 물러났다.
"업어."
소소를 치우에게 던진 오작은 공손부보의 팔에 부적을 붙이는 희운을 보호했다. 부적 둘이 불타고 하나가 사라지자 희운은 팔을 적호에게 던져줬다.
"봉인해서 멀리 버려주시오."
적호는 팔과 함께 온 다섯 근 황금을 소매에 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의뢰 접수했다."
"북쪽으로 튄다."
오작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치우와 희운은 북쪽으로 달렸다. 오작은 조금 뒤처져서 공손부보의 무리가 추격하는 걸 막았다.
그러나 방해는 의외의 인물에게서 나왔다.
"세 분은 잠깐 발걸음을 멈추시오. 조공명이 물을 말이 있소. 성실히 대답하면 내 이름을 걸고 세 분을 안전한 곳까지 호송할 것이오."
조공명이 이름을 대자 요수촌의 요괴들은 물론 희운을 향해 이를 갈던 공손부보마저 몸을 움츠렸다.
"미처 인사를 못 드렸군요. 조 대협께 후배가 문안 여쭙습니다."
"피차 한가한 상황은 아니니 간단히 말하겠소. 당신들은 자단과 무슨 사이요?"
오작은 아주 잠깐 고민하고 대답했다.
"자단을 찾고 있습니다. 홍영창의 행방과 오행마의 행방을 어렵게 알아내 추적하는 중입니다."
"그럼 우리랑 함께 다녀도 괜찮겠소? 나도 오행마가 탐나서 찾아다니는 중이었소."
오작은 하하 소리 내 웃었다.
"오행마는 제가 찾아서 이미 길들였습니다. 진짜 탐나신다면 절 따라다니는 게 아니라 오행마와 바꿀 만한 물건을 들고 찾아오십시오."
조공명은 허공에서 구절금편을 하나 더 꺼냈다. 원래부터 한 쌍이지만, 조공명은 웬만해선 하나만 꺼낸다. 둘 다 꺼낸다는 건 반드시 목적한 바를 이루겠다는 결의의 표현이다.
'실수했다.'
자단이 살아있는 한 오행마를 길들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진실만 말하면 괜찮은데 괜히 오행마를 길들였다고 거짓말하는 바람에 들키고 말았다.
"둘이 먼저 가. 난 조금 있다 따라갈게."
치우와 희운은 망설임 없이 출발했다. 소소와 소전이라는 짐 하나씩 짊어진 둘은 오작에게 도움은커녕 방해만 된다.
조공명의 눈짓에 진구공과 요소사가 희운과 치우를 따라갔다.
"너희는 내 팔을 찾아놔."
늦게 온 요괴들에게 잘린 팔을 찾아달라고 부탁한 공손부보는 다섯 아들을 데리고 치우와 희운의 뒤를 쫓았다. 흑호와 실랑이하던 괴력양은 빠르게 사라지는 황금에 절망하며 공손부보의 뒤를 따랐다.
흑호는 조공명의 눈치를 보다가 자신한테 눈길 한번 안 주자 장치호를 데리고 괴력양의 뒤를 쫓았다.
"후배가 부득이하게 실례하겠습니다."
말을 마친 오작은 번개 같은 찌르기를 펼쳤다. 아무 초식도 안 쓰고 순수하게 펼친 찌르기에 조공명이 훌쩍 뒤로 물러났다.
편은 내려치고 쓸고 찌르고 후리고 긋고 막고 당기는 등 수법이 있다. 그러나 창의 찌르기를 막을 방법은 없다.
조공명의 무공이 뛰어나 웬만한 상대의 찌르기라면 편으로도 막을 수 있으나, 오작의 창술은 그렇게 쉬운 수준이 아니었다.
'오해인가?'
오작의 창법은 자단의 것과 달랐다. 북망산에 가기 전에 만났다면 자단의 흔적이 가득 남았겠지만, 적무혈과 대적하며 깨달음을 얻고 경지를 높인 덕분에 완전히 다른 창법처럼 여겨졌다.
'압박하면 밑천을 드러내겠지.'
마음을 굳힌 조공명은 금편 두 개를 연이어 휘두르며 오작을 몰아붙였다. 기본적인 힘의 차이도 크고 법력 차이도 큰데 무공의 경지마저 조공명이 높다.
게다가 법보도 같은 조화성보 등급이지만, 오작의 화첨창은 금편에 비하면 반딧불을 태양과 견준 정도로 차이가 크다.
오작은 조공명의 틈을 찔러 공격을 와해하고, 창끝으로 상대 무기를 흘리기도 하고, 창대로 막기도 하며 어렵게 수비했다.
찌르기를 가장 많이 쓰며 수비보다는 공격 성향이 강한 자단과 달리 공수의 균형이 잘 잡힌 전투법이었다.
"우리 절교와 인연이 있다고 했는데, 어떤 인연인지 토로하시오. 솔직히 얘기하지 않으면 살초殺招를 쓰겠소."
절교에서 외문제자들의 세력은 크게 위축되었다. 숫자는 훨씬 많지만, 고수가 적고 결집력도 약하다.
조공명은 오작이 혹시나 같은 세력일 가능성을 걱정하여 강수를 쓰기 전에 마지막 확인을 거치려 했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오작의 창술이 확 변했다. 수비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공격 횟수가 늘었고 동귀어진도 불사하는 극단적인 반격 초식이 부쩍 많아졌다.
"손속이 독하다고 원망하지 마시오."
조공명은 오작을 죽일 생각으로 무공을 펼쳤다. 그러나 힘과 법력과 무기 그리고 경지까지 분명한 우위인데 결정적인 기회를 잡을 수 없었다.
나이를 짐작키 어려운 상대는 백전노장이라도 되는 듯 몇 합에 한 번씩 생기는 위기를 매번 아슬아슬하게 넘겼다.
'체면이 말이 아니지만, 그걸 써야겠구나.'
조공명은 몰래 허공에서 박룡삭搏龍索을 꺼냈다. 그리고 주문과 시동어도 생략한 채 오작을 묶게 했다.
이는 요마화보인 박룡삭과 조공명의 친밀도가 높은 덕분이었다. 자단과 홍영창이 서로 마음이 통하는 것처럼, 박룡삭도 조공명의 의도를 확실히 이해했다.
"결승법!"
그러나 박룡삭의 출현은 오작의 절대감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작은 일부러 모른 척 꾸며서 조공명을 방심케 했다.
박룡삭이 오작의 몸을 확실히 감는 순간, 오작은 방심한 조공명을 결승법으로 묶어버렸다.
'또 상대를 얕봤구나. 정신 수양에 좀 더 심혈을 기울여야겠다.'
그저 상대를 확실히 묶어두기만 하는 박룡삭과 달리, 오작의 결승법은 법술을 펼치는 것도 방해하고 적지만 일부 법력도 묶어버렸다.
박룡삭에 상체를 묶인 채 경공을 펼쳐 도망치는 오작을 보며 조공명은 자신의 부족한 정신 수양을 탓했다.
'박룡삭이 좀 더 길었으면 좋았을 텐데.'
다리까지 묶인 조공명은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서 오작을 추격했다. 그러나 양팔만 묶여 다리가 자유로운 오작과 거리가 점점 벌어졌다.
'정해신주定海神株까지 써야 하나?'
조공명에겐 사람을 못 움직이게 잡아두는 정해신주 스물네 개가 있다. 법력 소모가 커서 잘 쓰지 않는 법보인데, 상대의 수준에 따라 꺼내는 구슬 숫자가 달라진다.
방금 무공을 겨루며 짐작한 오작의 수준이라면 네 개만 꺼내도 잡아둘 수 있다. 좀 더 신중해도 여덟 개면 넉넉하다.
그때, 오작의 손에 들렸던 화첨창이 어마어마한 기세로 조공명을 덮쳤다. 박룡삭에 상체가 묶인 오작이 별 위협이 안 될 거로 여기고 방심했던 조공명은 갑자기 날아온 창에 깜짝 놀랐다.
최대한 허리에 힘주며 피했지만, 화첨창은 눈이 달린 것처럼 조공명을 따라와 심장 부위를 강하게 찔렀다.
'천리추흉이다!'
조공명은 공격에 당한 수치심이나 가슴에서 오는 통증보다 희열을 먼저 느꼈다. 통천교주의 제자 중에서 오직 자단만 익힌 천리추흉의 법술을 오작이 펼쳐내자 둘이 연관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다.
'급할 필요가 없다. 저 정도 수준이면 아까 그 여자한테 죽진 않는다. 무슨 꿍꿍이가 더 있을지 모르니 이대로 따라가자.'
오작은 조공명이 깊은 생각에 빠진 듯하여 보이자 크게 무리하여 천리추흉 법술을 펼쳤다. 예상대로 적중했고 아쉽지 않은 위력이었지만, 상대는 절교에서 다보와 무당 다음으로 강한 조공명이다.
덕분에 거리를 조금 벌리긴 했으나 무리하여 천리추흉을 펼친 보람은 없었다.
소환술로 화첨창을 불러온 오작은 무기를 소매에 넣고 최고 속도로 달렸다. 조공명은 천리추흉을 걱정해선지 거리가 벌어지는데도 속도를 높이지 않았다.
서부와 북부의 경계를 따라 펼쳐진 황무지는 사막과 달랐다. 흩어진 사막의 모래 알갱이와 달리 황무지의 땅은 뭉쳤다. 바람이 조금만 불면 누런 먼지로 자욱해지는 건 똑같으나, 푸석푸석한 사막보다 달리기 편했다.
오작은 고개를 돌려 따라오는 조공명을 확인했다. 거리가 꽤 벌어져 꼬물거리는 작은 점으로 보일 정도로 멀어졌다.
오작은 속도를 살짝 늦추며 땅에 남겨진 난폭한 흔적을 살폈다. 희운과 치우가 이곳에서 한바탕 싸우고 다시 도망간 것으로 추측되었다.
'서부로 넘어가면 된다.'
천교 세력이 강한 서부는 조공명에겐 험지다. 조공명 정도 실력이면 못 갈 것도 없지만, 그래도 다른 곳보다는 눈치도 보이고 몸도 사려야 한다.
그리고 공손부보 일행도 감히 서부까지 쫓아오기 어렵다. 북부야 공공의 반란으로 흑제가 사라진 탓에 공손부보가 사고를 쳐도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단일국가인 서부에서 실수를 저지르면 유웅국이 그냥 날아갈지도 모른다.
피곤으로 뜨거운 눈을 끔뻑이며 오작은 다시 속도를 높였다. 황무지의 흔적은 선명하지 않지만, 절대감으로 점점 치우와 희운 그리고 추적자들과 가까워짐을 느꼈다.
그러나 치우와 희운도 필사의 기세로 도망쳤기에 꼬박 이틀이 지나고서야 따라잡았다. 조공명은 이젠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저기다.'
오작은 속도를 늦추고 기척과 존재감을 숨겼다. 작은 언덕을 넘으니 초췌한 얼굴을 한 희운과 치우가 공손부보 무리와 대치하고 있고, 흑호와 장치호가 어슬렁거리며 괴력양을 기습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다가오면 머리를 터뜨릴 겁니다."
어느새 상자에서 소전의 머리를 꺼낸 희운이 공손부보를 협박했다. 소전의 머리를 터뜨려 죽이면 헌원검의 위력이 약해질 뿐이 아니라 헌원검의 혈약을 깰 피도 부족하게 된다.
공손부보는 희운의 협박에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협상하자."
공손부보의 목소리는 조금 위축되었다.
"헌원검을 당장 넘기고 추가로 아이 셋 낳아 나한테 줘. 그럼 너랑 네 부친의 목숨을 보장하마."
"그건 협상이 아닌 협박입니다. 협상이라는 건 상대에게 꼭 필요한 걸 내주고 자신이 필요한 걸 얻는 과정을 말하는 겁니다."
희운이 얼굴을 우악스럽게 찡그리며 말했다.
"당신은 늘 이런 식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만 생각하고 다른 건 무시하죠. 그래서 백성들이 부친과 나를 더 지지하는 겁니다."
오작은 크게 에돌아 치우와 희운 곁으로 갔다.
"밧줄 풀어줘."
치우가 손을 대자 박룡삭이 사라졌다. 묶인 사람은 심지어 통천교주라고 해도 자력으로 밧줄을 풀 수 없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손이 닿기만 하면 풀리는 괴이한 요마화보가 바로 박룡삭이다.
"잘 오셨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 부친 머리를 터뜨리는 건 어렵군요. 대신 부탁드려도 될까요?"
희운의 말에 공손부보는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그러지 마. 난 헌원검만 원한다. 너와 네 부친이 뭘 원하는지 말해. 내가 최대한 맞춰주마."
"유웅국을 부친한테 완전히 넘기세요. 헌원검을 갖고 난세인 북부에서 큰 나라를 세워 당신 꿈을 이루십시오."
- 작가의말
이 글은 선협 세계관을 다듬는 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길게 쓰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선호작 쪽지를 몇 개만 돌린 만유기나 선호작 쪽지를 아예 안 돌렸던 꿈나비보다도 보는 사람이 적습니다.
저는 이 상황을 글이 너무 심심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시대 배경이 너무 옛날이다 보니 콘텐츠가 거의 없습니다. 중국 선협처럼 한 개 지역에 수백만 명씩 사는 세상으로 만들고 사회 시스템을 근현대에 가깝게 만들지 않았기에 이야기를 펼치는 데 쓸 장치가 너무 적습니다.그래서 깔끔하게 탁록대전에서 글을 맺으려고 합니다. 비축분은 이미 탁록대전 뒤까지 적었지만, 그 부분은 과감히 버리겠습니다. 읽는 사람이 적어서라기보단 아무리 써도 글 분위기에 변함이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서유기처럼 손오공의 무력이 막 고무줄처럼 강해졌다 약해졌다 변하면서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어가고 싶지 않습니다. 삼장은 요괴한테 그렇게 속고도 손오공의 말을 계속 의심하고, 저팔계는 일이 터질 때마다 손오공에 의지하면서도 질투하고 음해합니다. 요괴들은 삼장 고기를 먹어 장생불로하겠다면서 정작 삼장을 잡아놓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먹습니다. 삼장 고기를 먹었다가 손오공한테 보복당할까 봐 걱정되어 안 먹는 요괴도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더군요. 그럴 거면 왜 삼장을 납치한 건가요?손오공보고 삼장을 업고 강을 건너라고 하니 ‘범부의 몸은 태산보다 무겁다’면서 자기 능력으론 안 된다고 하는데, 요괴들은 잘만 삼장을 납치해 날아서 도망가더군요.만유기 쓰려고 서유기 정독하면서 이를 얼마나 갈았는지 모릅니다.다시 돌아와서.만유기나 꿈나비는 물론, 가장 호응이 적었던 천마에 빙의하다도 원래 생각했던 대로 결말까지 이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어렵네요. 꿈나비는 게임 소설이어서 현대가 배경이고, 만유기와 천마에 빙의하다는 현대인과 가상의 세계가 만나면서 표현의 제약이 사라지고 상상의 한계도 없었습니다.아울러 앞에도 한 번 적었듯이, 이후에는 현대 배경 혹은 가상의 세계에서 이야기를 펼칠 생각입니다. 무협은 시대에 따라 표현의 제약이 심하죠. 청나라 때 만든 궁보계정이나 생긴 지 백 년도 안 되는 마파두부를 명나라가 배경인 무협에 등장시킬 수 없잖아요.코로나로 유명해진 우한, 무한이라는 도시 이름이 생겨난 지 백 년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무창, 한수, 한양 이렇게 세 곳을 통합하여 무한이 된 거로 압니다. 그런데 훨씬 전 배경인 무협에 무한이라는 도시가 버젓이 등장하는 것도 웃기는 일이죠.보름 가까이 고민했던 걸 주저리주저리 가득 적었습니다. 모든 설정을 펼치지 못하는 건 조금 아쉽지만, 기본 뼈대는 완성되었기에 선협 세계관을 다듬는다는 목적은 이뤘습니다. 평이한 전개가 계속되면서 왜 무협이 안 읽히는지에 대한 답도 어렴풋이 찾았으니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남은 분량을 잘 다듬어 빠르게 펼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omment '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