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극멸천록無極滅天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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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쇠
작품등록일 :
2020.02.26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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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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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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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쪽

외전 - 고니를 아냐구요?

DUMMY

오작의 눈에 들어오는 세상은 시뻘겠다.


눈의 핏줄이 터져 충혈되었다고 여기기엔 붉음이 너무 강했다. 목숨을 걱정할 정도로 심했던 가슴의 상처마저 말끔하게 나은 상황이다.

눈에 피가 져서 세상이 붉게 보인다는 건 절대 말이 안 된다.


'설마?'


오작은 찝찝한 마음으로 멀리 보이는 작은 섬으로 헤엄쳤다. 반각의 저주를 잔뜩 담은 마지막 암흑구 탓인지 아니면 지금 몸을 담근 붉고 비린 물 때문인지, 법력이 굳어버렸다.


지름이 채 석 장도 안 되는 작은 섬에 오른 오작은 일기환의 법력을 끌어오려고 했다. 그러나 일기환은 오작의 부름에도 법력을 넘겨주지 못했다.

아무래도 붉은 호수의 탓이 아닌 오작의 몸에 문제가 생긴 듯하다.


그때, 멀리서 물살을 가르며 커다란 물체가 덮쳐왔다. 칙칙하게 색이 죽은 은색 비늘과 머리에 가득 난 이빨. 덩치만 작았으면 제단에서 봤던 혈곤이 분명하다.


입 안과 입 밖으로 가득 난 이빨을 흉악하게 세운 물고기가 작은 섬에 있는 오작을 삼키려고 덤벼들었다.

오작은 이젠 소환에 법력이 안 드는 멸천창을 꺼내 손에 잡았지만, 내심 막막했다. 치우처럼 힘이라도 세면 어느 정도 승산이 있겠지만, 오작의 근력은 평범한 인간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오작이 처음으로 위험을 앞두고 아무 대책도 못 찾을 때, 웅장하면서도 사이한 주문이 울려 퍼지며 붉은 호수 전체가 흔들렸다.


주문이 길어짐에 따라 포악하게 오작을 덮치던 흉측한 물고기의 몸이 조금씩 줄었다. 그러더니 오작의 눈에 익숙한 혈곤이 되어 호수 깊은 곳으로 쑥 빨려갔다.


[살려줘.]


오작은 자신이 제대로 들은 게 맞는지 고민했다. 처음 남화교의 제사를 목격했을 땐 미무골이 혈곤한테 격대전이를 하려는 거로 추측하긴 했으나, 창녕산의 지하궁전에서 격대전이에 관한 기록을 보고 인간의 삼혼이 마수의 몸으로 옮길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일단 법력부터 회복하자.'


혈곤이 제단에 불려간 거라고 추측한 오작은 일단 굳은 법력부터 풀려고 했다. 다행히 무극보인이 굳은 법력을 조금씩 풀어내며 점점 빠른 속도로 힘이 돌아왔다.


오작은 자신의 가설이 맞는지 확인하려고 손가락을 살짝 붉은 호숫물에 담갔다. 무극보인이 어렵게 말랑말랑하게 풀어놓은 법력이 순식간에 잘 다진 땅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꼼짝 못 하고 이 작은 섬에서 싸워야 한다는 말인데.'


오작은 무극보인한테만 맡기지 않고 열심히 법력을 순환하며 고민에 잠겼다. 최악의 경우 혈곤을 죽여야 하는데, 상대는 넓은 호수를 마음껏 돌아다니고 자신은 작은 섬을 한 발도 못 벗어난다.


예전보다 실력이 크게 늘었다곤 하지만, 상대 역시 실력을 가늠하기 힘든 마수다. 게다가 덩치가 커서 반각처럼 요해를 노리기도 힘들다.


수많은 걱정거리가 오작을 괴롭혔지만, 긍정적인 면도 꽤 있었다. 법력을 굳게 하는 붉은 호수 때문에 법력을 회복하고 모으는 게 힘들었으나 덕분에 오작도 깨달음을 꽤 얻었고 무극보인도 눈에 띄게 성장했다.


'반각의 창법이 위력 하나는 최곤데.'

단순히 살상력만 따지면 요해를 노리는 관일창이 으뜸이다. 그러나 관일창은 요해가 없거나 혈곤처럼 덩치가 커 요해를 노리기 힘든 상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관일회선창이라는 초식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가장 빠르고 확실한 찌르기를 펼치려는 관일창의 초지와는 안 맞아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오지 않았다.


인도의 창법은 시간을 쪼개 상대의 수비가 약한 시점에 공격하는 방식이다. 관일홍은 상대와 빠르기를 경쟁하여 미처 막기 전에 수비가 어려운 경로로 강한 찌르기를 펼친다. 창녕산의 창법은 연환으로 상대를 제한한 후 강한 일격을 가하는 방식이다.


거기에 오작은 반각의 파괴력이 강한 진창을 섞으려 했다.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재능이어도 경험과 시간 그리고 몸에 새겨 체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이룰 수 있는 어려운 일이었다.


'숙부가 말씀하셨지. 하나하나 제대로 익히면 뭔가 깨닫는 게 있을 거라고. 백천귀일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고.'


오작은 자단의 가르침을 떠올리며 갑갑한 속을 풀었다.


관일홍이라는 강 하나로 이미 창법의 바다에 이른 오작이다. 이젠 남은 구십구 개 강과 개울을 품어 진정한 바다가 되는 길만 남았다.

우직한 자단은 계속 관일홍만 파면서 깊은 바다로 향했지만, 오작은 큰 바다가 되기로 했다.


오작이 반각의 진창과 인도의 창법을 수련하며 시간을 보낼 때, 붉은 호수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살려줘.]


아까 처음 나타났을 때보다도 더 커진 덩치로 혈곤이 수면에 떠 올랐다. 여섯 아가미와 주둥이는 물론, 눈으로도 피를 줄줄 흘렸다.

그에 따라 붉은 호수의 수면이 조금씩 높아졌다.


[섬이 잠기면 난 죽는다. 살려줘.]


"어떻게?"


[그간 내가 삼켰다가 게운 피를 없애.]


붉은 호수는 혈곤이 제단으로 소환되어 마신 피를 다시 게워서 만든 것이었다. 오작은 끝이 안 보이는 넓은 호수를 보며 막막한 마음이 들었다.


[난 곧 이지를 잃는다. 피를 다 토한 다음 널 공격할 거야. 그 전에 최대한 많은 피를 없애.]


말을 마친 혈곤은 지느러미를 흔들어 오작과 멀어졌다. 오작은 혈곤의 여섯 아가미와 입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피를 보며 고민에 잠겼다.


'나한테 해결책이 있다. 난 거대한 운명의 아이다.'


마음을 단단히 먹으니 머리가 영활하게 돌아갔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가? 청룡의 부탁을 못 들어줄지도 모르는데.'


오작은 청룡이 맡긴 여의주를 떠올렸다. 여의주는 일명 무한주無限珠로도 불린다. 여의주는 세상을 담는 구슬이기에 무한주라는 말이 절대 과장이 아니다.


진짜로 천계를 포함한 세상을 모두 가둘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세상의 어떤 기운도 제한 없이 담을 수 있기에 무한주라는 이름은 정말 잘 어울린다.


하지만.


이미 독담혈룡의 독은 물론이고 흑수해까지 담은 여의주다. 거기에 끝이 안 보이는 붉은 호수의 핏물까지 담으면 환생한 청룡의 자식이 승천하는 데 큰 장애가 되지 않을지 걱정되었다.


'멍청하긴. 심장을 찌르는 칼날도 어쩌지 못하면서 백 보 밖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걱정하다니.'


마음을 먹은 오작은 소매에서 여의주를 꺼냈다. 독담혈룡의 독과 흑수해의 검은 바닷물을 가둔 여의주는 빛도 빨아들이는 새까만 구슬이 되었다.


"일생삼壹生參 삼생만參生萬 만생여의萬生如意 여의무한如意無限."

하나가 셋을 낳고 셋이 만을 낳는다. 만이 모여 여의(세상)가 되고 여의는 무한하다.


오작의 읊음에 따라 여의주가 천천히 회전했다. 회전에 따라 붉은 호수에서 옅은 기운이 뽑혀 여의주로 빨려갔다.

여의주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회전을 빨리하고, 여의주로 빨려가는 기운 역시 점점 짙어졌다.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곳에서 혈곤이 계속 피를 토해내곤 있지만, 어느새 여의주가 빨아들이는 속도가 훨씬 빨라지며 붉은 호수의 수위가 내려갔다.

오작은 멸천창을 꽉 잡은 채 멀리 있는 혈곤을 노려보며 방심하지 않았다. 동시에 머리에서 반각의 진창을 계속 떠올렸다.


혈곤처럼 덩치가 크거나 치우처럼 단단한 수비를 자랑하는 상대한테는 관일홍이 안 먹힌다. 인도의 창법 역시 안 먹히며 그나마 창녕산의 절초인 천압붕산이 효과가 조금이나마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오작의 절대감은 천압붕산창에 홍황개벽공을 섞어도 소용없다고 알려왔다. 오작은 어떻게든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자랑하는 반각의 진창을 섞어야 한다.


'우레의 진?'


오작은 문득 오랜 기간 잊고 지내던 벽력혼원수를 떠올렸다. 법술적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여 오뢰굉을 얻은 후 벽력혼원수를 등한시했다.

법력이 늘고 법력 제어가 훨씬 나아진 지금도 벽력혼원수를 제대로 익힐 자신이 없는 탓이었다.


'반각은 공간을 다루는 마수. 아마 공간의 충돌이나 떨림으로 진창을 펼쳐냈을 것이다. 난 공간계 재능이 아예 없으니 어떻게든 우레의 진으로 해결해야 한다.'


오작은 새로운 발상에 흥분하여 더 깊이 빠져들었다.


'벼락은 강한 힘이 순식간에 이동하는 것. 우레는 그에 동반한 소리 형태로 표현되는 힘. 난 구마소를 다루며 소리를 모으는 법을 익혔지. 어떤 연유로 그렇게 됐는지 모르지만, 나도 치우처럼 뭔가 타고났다고 생각하면 돼.'


머리와 마음에 의문을 품고 하는 일과 확신하며 하는 일은 보통 결과가 다르다. 설사 결과가 같더라도 과정이 다르며, 만에 하나 과정과 결과까지 같다고 하더라도 그걸 통해 성장하는 폭에 차이가 난다.


오작은 자신이 소리에 방향을 어떻게 주는지 모르지만, 그걸로 마음에 의혹이 남는 걸 원치 않았다.


오작은 법력으로 소리를 만들어 멸천창 안에서 충돌시켰다. 수많은 충돌에 따른 성질이 다른 진동을 연구하며 자신이 우연히 떠올린 해결책이 정답임을 점점 확신했다.


갑자기 울리는 촤르륵 소리에 오작은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피를 다 게운 혈곤이 칙칙한 비늘을 번쩍이며 오작을 덮쳐왔다.


비록 제단에서 갓 돌아왔을 때보단 덩치가 줄었지만, 그래도 어마어마한 크기였다. 오작은 방금 깨달은 것을 응용하여 천압붕산의 초식을 펼쳤다.

몽둥이처럼 휘두른 멸천창이 펄쩍 뛰어 날아오는 혈곤의 머리를 강하게 때렸다.


웬만한 언덕보다 큰 혈곤이 멸천창에 맞고 멀리 날아갔다.


'됐다!'


오작은 홍황개벽공에서 음양의 기운을 소리의 성질로 바꿨다. 오행과 음양을 동시에 다루는 홍황개벽공에서 음양을 소리로 만들어 충돌시킨 결과, 천압붕산의 위력은 반각을 상대할 때보다 수십 배 강해졌다.


지금이라면 굳이 반각이 먼저 절초를 펼치길 안 기다리고 일방적인 공격으로 끝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멀리 튕긴 혈곤이 다시 다가와 조금씩 커지는 섬을 중심으로 빙빙 돌며 기회를 엿봤다. 강하게 찌를 틈이 여럿 보였지만, 혈곤이 여의주를 노릴지도 모르기에 오작은 수비로 일관할 수밖에 없었다.


수면이 낮아짐에 따라 혈곤은 점점 조급해하며 서투른 공격을 연신 펼쳤다. 반면 오작은 진창에 조금씩 익숙해지며 점점 더 확실하게 수비했다.


[고비다.]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오작은 멸천창을 잡은 손에 힘을 꽉 줬다.


그러나 혈곤이 말한 고비는 다른 의미였다. 호수가 어느 정도 줄어들자 혈곤이 끓는 기름에 들어간 물고기처럼 퍼덕거리며 온몸으로 피를 쏟아냈다.

칙칙한 은색 비늘이 하나둘 뜯기며 거기에서 제물의 피인지 혈곤의 피인지 모를 것들이 쏟아졌다.


피의 색이 붉은 것으로 보아 마수인 혈곤이 아니라 제물들의 피일 가능성이 크다. 어쩌면 미무골의 후손인 미씨들의 피일지도 모른다고 오작은 짐작했다.


'이런 뜻이구나.'


혈곤이 다시 피를 쏟아냄에 따라 호숫물이 급격히 불었다.


"무생유無生有 극생극極生極 무극유한無極有限."

없음에서 있음이 나고 극이 극을 낳는다. 무극은 무한하지 않다.


오작의 읊음에 따라 무극보인이 여의주의 회전에 동조했다. 둘의 회전이 똑같아지자 오작은 무극보인의 회전을 가속했다. 그에 따라 여의주도 좀 더 빠르게 회전하며 훨씬 많은 기운을 한꺼번에 빨아들였다.


"순생역축順生逆縮 극통극極通極."

따르면 기운이 늘고 거스르면 기운이 준다. 극과 극은 통한다.


무극보인이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회전했다. 오작은 법칙 없음을 법칙으로 하는 단계에 발끝을 살짝 들이민 정도다. 그러나 뛰어난 재능과 올곧은 마음 그리고 굳은 의지 덕분에 삼계의 최강자들도 힘들어하는 일을 어렵사리 해냈다.


그에 따라 여의주도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회전하며 흡수 속도를 빨리했다. 피를 쏟아내며 덩치가 점점 주는 혈곤이 하나의 눈동자에 절망과 희망을 동시에 담고 오작을 쳐다봤다.


'저주를 깨도 내 몸에 담기는 법력의 양은 유한하다.'


안타깝게도 오작은 아주 훌륭한 육체를 타고나지 않았다. 이미 법력이 무한에 닿은 통천교주나 무한의 법력을 담진 못했으나 드높은 경지로 법력이 마를 일 없는 태상노군과 달리 오작의 육체가 감당할 수 있는 법력은 제한적이다.


'법력을 역으로 돌려 압축하면 내 한계보다 더 담을 수 있다. 그걸 풀어서 사용하는 문제가 남지만,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뜻밖의 깨달음에 황홀한 느낌이 오작의 척수를 타고 뇌리를 강타한 후 발끝으로 갔다.


[곧 미무골이 온다.]


제단에서 처음 봤을 때보다 몸이 더 준 혈곤이 마지막 말을 남기고 까무러쳤다. 몸을 뒤집은 채 배를 보이는 혈곤은 이미 비늘이 전부 사라졌고 입에 난 이빨과 입 밖에 난 이빨들까지 모두 뽑혀 사라졌다.


"아니, 조언 한마디라도 하고 가지."


오작은 멸천창을 숨긴 후 소매에 손을 넣고 미무골의 출현을 기다렸다.


혈곤의 말과 달리 미무골은 여의주가 피의 기운을 다 흡수하여 호수가 맑아질 때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혈기를 다 흡수한 여의주가 회전을 완전히 멈추고 나서야 드디어 희끄무레한 삼혼이 나타났다.


"놈. 내 만년대계萬年大計를 방해하다니. 절대 쉽게 죽이지 않겠다."


"삼혼 주제에."


오작은 미무골이 분명한 희끄무레한 물체를 향해 코웃음 쳤다.


"네놈은 하계의 잡종이구나. 칠백과 삼혼이 엉켜서 분리되는 순간 죽어버리는 저열하고 하찮은 종자."


오작은 미무골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반고가 하늘과 땅을 분리할 때 천계로 간 인간은 삼혼과 칠백이 따로 존재할 수 있다.


칠백만 남은 환혼노조와 적무혈이 치우와 오작의 몸으로 옮기려고 했던 것도 하계에 남은 인간과 달리 천계로 간 인간의 칠백은 독립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물론, 삼혼은 이성에 가깝고 칠백은 본능에 가까워 인간의 정체성을 주도하는 건 삼혼이다. 본능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개 비슷비슷하여 개인을 유의미하게 구별하는 기준이 되지 못한다.


"칠백도 육신도 없는 주제에 뭘 어쩌겠다고."


오작은 미무골을 도발하며 정보를 하나라도 얻어내려고 애썼다.


"머리도 둔한 아해로군. 칠백과 육신을 떠나면 윤회환에 끌려가거나 귀신이 되어야 하는 너희랑 수준이 다르다고."


말을 마친 미무골이 중얼중얼 주문을 외웠다. 모든 주문을 다 알아들은 건 아니지만, 얼마 안 되는 편린으로도 소환술 계열임을 알아챘다.


'일이 순탄치 않구나.'

오작은 미무골을 상대할 계획을 이미 세웠고 기회를 엿보는 중이다. 그런데 미무골이 생뚱맞게 소환술을 펼치려고 하니 애가 탔다.


"십이호위 소환!"

미무골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나 오작의 걱정과 달리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강제 소환!"


미무골은 십이호위가 자신의 소환을 거절한 거로 오해하고 강제 소환을 펼쳤다. 그러나 강제 소환에 응한 건 부서진 뼈다귀 조금과 다량의 뼛가루였다.


미무골이 소환하려던 십이호위를 포함한 창녕산 잔당의 육신은 오작이 이미 다 부순 후였다.


"창녕산 출신은 허풍밖에 남은 게 없다더니 사실이구나."

오작은 미무골이 소환하려는 게 자신이 부순 뼈들임을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현재 있는 곳은 천계와 삼계와 별도의 공간으로, 공간계에 재능이 바닥인 오작으로선 자력으로 탈출하기 힘들다.


어떻게든 혈곤을 구슬려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한 나머지 아주 쉬운 추리도 해내지 못했다.


소환술이 실패한 미무골은 잠깐 머뭇거렸다. 공간계 최고의 술사지만, 공격 법술은 부족함이 많다. 오작을 죽이려면 접근해야 하는데 혹시 자신의 혼이 하찮은 하계 인간의 혼과 접촉하여 더러워질까 봐 걱정되었다.


미무골이 머뭇거리는 사이, 오작은 몰래 벽암권의 수법으로 혈곤의 몸을 끌어왔다. 삼혼만 남은 미무골은 감각이 무디고 관찰력도 저하되었기에 오작이 벌이는 짓을 미처 몰랐다.


"보자. 이게 미무골이 옮기려는 몸이란 말이지?"

오작은 아닌 척하며 미무골의 눈치를 열심히 봤다.

"열 토막 내면 어떻게 되려나."


혈곤의 몸뚱이가 어느새 오작 곁에 놓인 걸 발견한 미무골이 화들짝 놀라며 오작을 덮쳤다. 하찮은 하계 인간의 혼으로 고귀한 혼이 더럽혀질까 봐 주저하기엔 혈곤의 몸뚱이가 너무 소중했다.


"귀박술!"


소매에서 꺼낸 오작의 손엔 석 장의 부적이 있었다. 북망산을 떠나 금계산으로 향할 때 오작이 치우를 시켜 만든 귀박술 부적이다.

영리귀나 무한귀를 부르는 부적도 만들어두긴 했으나, 축융봉의 노양궁에 갇혔을 때 이미 사용했고 아깝게 부적만 날렸다.


영리귀와 무한귀는 순수한 불의 기운을 지닌 사람만 드나들 수 있는 축융봉의 결계를 통과하지 못했다.


오작의 피가 묻은 석 장의 부적이 불타며 미무골의 삼혼을 묶었다. 부적을 만든 사람이 치우이고, 사용자가 무극을 깨달은 오작이어서 미무골도 꼼짝없이 당했다.


"흥. 네 법력이 얼마나 견디나 보자."


미무골은 귀박술에 강하게 저항하여 오작의 법력을 소모했다. 그러나 최근 훨씬 강력해진 무극보인과 오랜 기간 법력을 쌓아둔 일기환 덕분에 오작의 법력은 써도 써도 마르지 않았다.


귀박술이 미무골을 확실히 묶은 걸 확인한 오작은 구마소를 꺼냈다. 그리고 구마소로 연주할 수 있는 악보들을 되새기며 가장 상해를 많이 입힐 수 있는 곡을 새로 짰다.


"이 곡의 이름은 칠절장혼곡柒絶葬魂曲입니다."


깍듯이 예의를 갖춰 소개한 오작의 손가락이 아홉 구멍을 막았다. 우마왕이 풍신을 쫓아냈던 곡으로 시작하여 손가락이 현란하게 움직였다.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곡이 섞여 미무골의 삼혼을 괴롭혔다.


"아직입니다. 진짜는 시작도 안 했거든요."


미무골의 삼혼이 괴로운 몸부림을 치는 걸 확인한 오작이 여유만만하게 웃었다.


천지에서 피의 기운을 분리할 때 오작은 깨달음을 얻어 무극보인을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회전했다. 구마소로 여러 곡을 연주하며 자신감이 붙기를 기다린 오작은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러 곡을 섞어버렸다.


손가락으로 아홉 구멍을 모두 막은 채, 몇 개 구멍만 막은 곡을 동시에 연주하여 미무골을 공격했다.


'극은 우리가 정한 상식의 한계선이다. 그걸 깨는 것도 무극이다.'


도道라는 한 글자에 커다란 의미가 담기듯이, 무극 두 글자에도 끝을 알 수 없이 많은 의미가 담겼다. 오작은 그러한 의미를 하나씩 깨달아가고 있다.


퍼석 소리와 함께 미무골의 혼 일부가 부서졌다. 물론, 소리는 절대감을 얻은 오작의 귀에만 들렸다. 심지어 혼의 일부가 부서진 미무골도 몰랐다.


"당신은 죄인입니다."


오작은 지하궁전에서 봤던 글귀들을 떠올렸다.


"자기가 살려고 타인의 존엄을 무참히 훼손했습니다. 그것도 만년 이상 사는 자신과 달리 고작 수명이 백 년도 안 되는 인간들을 괴롭혔죠."


"힘없는 풀짐승 잡아먹는 범도 나쁜 놈이라고 하지?"

"범은 굶어 죽지 않으려고 먹는 겁니다. 배부른 범은 사냥감이 눈앞을 지나도 가만있습니다. 나잇값 좀 하십시오."


강하다고, 높은 자리에 있다고 더 현명하게 사고하는 건 아니다. 특히 자기밖에 모르는 인간은 더 그렇다.

무력은 부족하지만, 공간계 법술 재능으로 창녕산의 실질적인 영도자였던 미무골은 오작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형편없는 인간이었다.


대화 중에도 멈추지 않은 구마소의 칠절장혼곡은 미무골의 영혼을 빠르게 부쉈다. 혼이 반이나 사라지고서야 사태를 파악한 미무골이 더 거세게 발악했다.


그러나 고귀한 천계 인간이라는 자부심에 소멸이 점점 가까워져 오는 데도 오작한테 한마디도 빌지 않았다.


"네놈을 저주한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임을 인정한 미무골은 발악을 멈추고 오작을 저주했다.


"소멸을 맞이한 당신의 저주는 아무 소용도 없습니다."


마수는 죽어서도 존재가 한참 이어진다. 그래서 마수의 저주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미무골은 존재 자체가 소멸하기에 아무리 큰 저주를 퍼부어도 곧 사라지고 만다.


말문이 막힌 미무골은 상처 입은 짐승처럼 으르렁댔다.


"그만 사라져라."


말을 마친 오작은 무려 사십구 곡을 동시에 연주했다. 그리고 자신도 이유를 모르는 재주를 부려 소리를 모두 미무골에게 집중했다.

조금씩 부서져서 반도 채 안 남은 미무골의 삼혼이 순식간에 바스러 사라졌다.


우르릉.


하계를 셋으로 쪼개 창녕산이 이동하고 존재할 틈을 만든 장본인인 미무골이 소멸했다. 오작이 북망산의 결계를 해체하면서 약해진 힘이 미무골의 소멸로 완전히 사라지며 셋으로 나뉘었던 하계가 다시 합쳤다.


만년이 되는 세월 셋으로 나뉘었기에 단번에 합쳐지진 않았지만, 틈이 대부분 사라졌다. 그리고 세월이 흐름에 따라 그 틈들도 절로 사라지고 메꿔질 것이다.


'이게 운명의 힘인가?'


귀박술 부적을 안 만들었다면, 오작에게 구마소가 없었다면, 구마소가 있더라도 진용산에서 치우의 귀화를 제압하는 과정에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그리고 반각이 저주를 내려 오작을 이곳에 보내지 않았다면.


천계에도 하계에도 속하지 않는 이곳은 오작의 힘으론 평생 올 수 없는 곳이다. 이 모든 게 안배라고 하기엔 오작이 그저 떠밀려 살지 않았고, 오작의 노력으로 이뤄졌다기엔 공교로움이 넘쳤다.


[고맙구나.]

갑자기 들려온 소리에 오작은 주변을 둘러봤다. 미처 오작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기절해 있던 혈곤이 어느새 호수로 돌아갔다.


"저를 여기서 내보낼 수 있습니까?"

[당장은 어렵다.]

"언제쯤 가능합니까?"

[너 하기에 달렸다. 일단 무한주에 여기 호수의 물 절반을 담아라.]


오작은 여의주를 꺼내 천지의 물을 담았다. 혈기와 달리 저항이 전혀 없어 반이나 되는 호수를 담는 데 체감으로 반 시진도 안 걸렸다.


[내 등에 타거라.]

말을 마친 혈곤이 몸을 띄워 새로 변했다. 비록 크기는 겨우 삼 장밖에 안 되지만, 전설로만 듣던 대붕의 모습이었다.


오작을 태운 대붕이 날개를 크게 저었다. 단 한 번의 날갯짓에 대붕과 오작은 기이한 공간으로 이동했다.


"여긴 어딥니까?"

"천계와 하계의 틈이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무한의 공간이기도 하고."

"그럼 우린 어디로 갑니까?"

"내가 태어난 곳. 북명으로 간다."


"북명부터 남명까지 십오일 걸린다는 데 사실입니까?"

"그렇다."

"보름에 한 번씩 북명과 남명을 오가는 이유는 뭡니까?"


"북은 음이요 남은 양이라. 명해 북명은 음의 기운이 강하고 천지 남명은 양의 기운이 강하다. 난 북명의 물을 남명으로 옮기고, 남명의 물을 북명으로 옮기는 거로 음양의 균형을 맞추는 존재다."


오작의 뇌리에 벼락이 떨어졌다.


'북이 음이고 남은 양이고. 천하는 오행으로 나뉘고. 이건 홍황개벽공이잖아.'


오작의 홍황개벽공이 바로 용천과 백회로 음양의 기운을 끌어오고 체내 기운을 오행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반고가 하늘땅을 가르며 천계에 무수한 태양과 태음이 생겼다. 하계 역시 그러한 조짐을 보였는데, 내가 태어난 북명이 태음이 되고 그에 상응하는 남명이 태양이 될 것으로 추측되었다."

"하늘땅을 가르기 전엔 태양과 태음이 하나였습니까?"

"그때도 많았지만, 둘로 나뉘고부터는 끝을 모르고 생겨났지."


오작과 대화하던 대붕이 다시 날개를 쳤다. 또 공간이 바뀌었다.


"그런데 창녕산이 하계를 셋으로 갈랐다. 지금이야 괜찮지만, 그땐 아예 남명에 갇혀 북명으로 못 돌아갈 정도였다."

"그럼 아주 위험한 상황이 아닙니까?"

"위험하긴 하지. 이대로 십만 년 정도 더 흘렀으면 하계에 태음과 태양이 생겨나며 모든 존재가 소멸했을 것이다."


"이어서 미무골이라는 자가 날 찾아냈고, 북명을 너무 오래 떠나 있어서 형편없이 약해진 날 혈곤으로 만들었다. 하계 기준으로 몇 달만 더 있었으면 난 미무골한테 몸뚱이를 빼앗겼을 것이다."


"그래서 남명의 물을 옮기는 걸 저한테 시킨 겁니까?"


"그래. 지금 내 힘으론 북명으로 돌아가는 것도 버겁다."


말을 마친 대붕이 또 날개를 저었다. 공간이 또 변했으나 오작은 북명과 가까워지는 건지 멀어지는 건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당분간 당신을 도와 북명과 남명의 물을 옮겨야 합니까?"

"아니다. 북명에 돌아가면 난 빠르게 힘을 회복할 수 있다."

"그럼 보름이면 날 하계로 보내줄 수 있는 겁니까?"

"너 하기에 달렸다. 네가 무한주에서 남은 세 기운 말고 남명의 물만 뽑아서 북명에 부어야 하니까."


그제야 오작은 자신이 하기에 달렸다는 말의 뜻을 알아챘다.


"그런데 물도 양의 성질을 띨 수 있습니까?"

"그럼. 불도 음양이 있고 나무도 음양이 있다. 심지어 음과 양도 또 음양으로 나뉜다."


대붕이 날개를 저을 때마다 공간이 바뀌었다. 그렇게 수천 번 날개를 젓고서야 오작과 대붕은 북명으로 돌아갔다.


오작을 커다란 섬에 내린 대붕은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곤이 되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곤은 잠수하고 다시 수면으로 올라올 때마다 덩치가 커지는 게 눈으로 보였다.


어느 정도 덩치를 키운 곤이 북명의 물을 한껏 들이켰다.


[난 다시 남명으로 다녀오겠다. 넌 무한주에서 남명의 물을 따로 분리하여 바다에 부어라.]


말을 마친 곤이 엄청나게 큰 새로 변해 사라졌다. 남화경에 적힌 것처럼 날개가 천 리 되는 건 아니지만, 백 리는 됨직한 크기였다.


홀로 남은 오작은 깊은 고민에 잠겼다. 독담혈룡의 독도 액체고 흑수해도 액체고 피도 액체다. 거기에서 남명의 기운만 뽑아낸다는 건 그냥 생각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네 몸을 이용해.]

그간 조용하던 일기환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 몸을? 어떻게?"

[여의주의 기운을 네 몸에 보낸 다음, 남명의 기운만 분리하여 용천혈로 내보내. 그리고 남은 세 기운은 나한테 보관했다가 일이 끝난 다음 다시 무한주로 돌려보내면 돼.]


"괜찮겠어?"

[시간이 오래면 내가 파괴되겠지만, 제때 기운을 돌려보내면 오히려 격을 올릴 좋은 기회야.]


북명에 발을 담근 오작은 여의주의 기운을 자기 몸으로 들인 후 무극보인으로 보냈다. 무극보인이 여러 속도로 다르게 회전하며 네 기운을 분리했고, 남명의 기운만 용천혈로 보내 북명으로 흘렸다.

흑수해와 독 그리고 피는 건곤일기환에 보내며 여의주가 텅 빌 때까지 똑같은 일을 반복했다.


극과 극은 통한다. 순이 극에 닿으면 역이고, 역이 극에 닿으면 순이다.


오작은 새로운 깨달음 덕분에 네 기운을 더욱더 쉽게 분리했다. 다섯 가지 속도로 다섯 방향으로 동시에 회전하는 무극보인에 따라 여의주의 기운이 넷으로 나뉘었다.

나뉜 네 기운 중, 양의 성질을 강하게 띤 남명의 물은 오작의 용천혈을 통해 북명해로 흘러들었다.


남은 세 기운은 일기환으로 들어가 각자 비슷한 기운끼리 뭉쳤다.


기운의 분리를 마친 오작은 일기환에 들어간 세 기운을 다시 몸으로 불러들인 후 여의주로 보냈다. 세 기운은 일기환보다 여의주가 편한지 반항하지 않고 고분고분 돌아갔다.


[원하는 걸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필요 없는 걸 덜어내는 것도 나쁘진 않다.]


눈을 뜬 오작에게 충고 한마디 남긴 곤이 대붕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래.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오작은 지금껏 여의주의 혼잡한 기운에서 남명의 기운을 뽑아 북명으로 보냈다. 하지만 오작의 경지나 법력 그리고 깨달음 등이 전반적으로 부족하여 남명의 기운을 철저히 뽑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세 번이나 같은 일을 반복했는데도 여의주엔 여전히 남명의 기운이 남았다.


곤은 오작에게 남명의 기운을 찾는 게 아니라 남은 세 기운을 가려서 제외하라고 했다.


여의주의 힘을 다시 몸으로 받은 오작은 혈기를 우선 분리하여 일기환으로 보냈다. 가장 최근에 접했기에 다른 두 기운보다 친숙하고, 남명에서 혈기를 뽑아내느라 고민도 많이 해서 다루기 편했다.


미약한 남명의 기운을 찾는 게 아니어서 혈기가 아주 빠른 속도로 분리되어 일기환으로 갔다.


혈기를 어느 정도 분리한 오작은 흑수해의 기운을 찾았다. 여의주로 보내기까지는 오작의 몸을 차지하려고 호시탐탐 노리던 놈이다. 오작은 혈기 다음으로 이해가 깊은 흑수해를 분리하여 일기환으로 보냈다.


그리고 독담혈룡의 기운을 살폈다.


'살殺이 아닌 생生이 목적이구나.'


놀랍게도 독담혈룡의 독은 죽이려는 의지가 전혀 없고 본인이 살려는 의지로 가득했다.


'순의 극은 역이고 역의 극은 순이다. 생의 극은 사이고 사의 극은 생이다.'


자신이 살려는 의지가 너무 강하여 공생共生보다는 독존獨存하려는 독이다. 대부분 존재는 어울려 사는 공생을 택하는데, 생의 의지가 강한 나머지 독은 홀로 살아남으려 한다.


'지금까지 내가 제대로 못 했구나.'


오작은 지금까지 먹잇감으로 독의 기운을 유인해서 일기환으로 보냈다. 일기환쪽으로 생명의 기운을 만들면 독이 알아서 이동했다. 독이 생명을 증오한다고 생각했다.


오작은 무극보인의 기운을 움직여 생존이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일기환엔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했다.

독은 생명을 듬뿍 담은 목의 기운으로 유혹할 때보다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독의 목적을 죽이는 거라고 오해한 탓에 지금까지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


독에 관하여 깨달음을 얻은 덕분에 혈기와 흑수해의 기운보다 훨씬 잘 분리했다. 그렇게 세 기운을 일기환으로 보내니 남명의 기운이 훨씬 많이 섞인 혼잡한 기운이 남았다.


오작은 남명의 기운을 분리하여 북명으로 보냈다. 그러다 남명의 기운이 다른 세 기운보다 약해지면 다시 세 기운을 분리하여 일기환으로 보냈다.


아까 동시에 하던 작업을 순서를 정해 하는 것뿐이지만, 작은 깨달음을 얻은 덕분에 네 기운의 분리를 더 철저히 하여 서로 섞이는 일이 없었다.


톡.


마지막 한 방울이 북명의 물에 떨어졌다.


오작은 일기환에 든 세 개의 기운을 다시 여의주로 보냈다. 오작의 귀에만 들리는 윙윙 소리가 넓게 퍼졌다.


일기환이 은은한 빛을 머금었다. 구마소 역시 밝게 빛났다. 멸천창이 제멋대로 밖으로 나와 따뜻한 빛을 뿌렸다.


[축하한다.]

"뭡니까?"

[충분한 선업을 쌓아 천계로 갈 자격을 얻었다. 수련으로 삼혼과 칠백을 분리한 후 삼혼만 천계로 가도 되고, 봉신책을 통해 몸까지 천계로 가도 된다.]


"삼혼과 칠백을 분리하면 죽는 거 아닙니까?"

[선업이 충분하여 천기가 널 보호할 것이다.]


천계 출신의 인간이나 마수와 달리, 하계의 인간이나 요괴는 삼혼과 칠백의 분리가 죽음으로 직결된다.

여기서 죽음은 삼혼이 아닌 칠백의 소멸을 말한다. 그러나 삼혼과 칠백이 완전한 남남이 아니기에 칠백의 소멸에 삼혼도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흠집이 난 삼혼은 천계로 진입하지 못한다.


승천이 어려운 이유다.


선업을 충분히 쌓으면 천기가 돕고, 천기가 칠백이 소멸하는 여파를 막아 삼혼을 보호하면 천계로 진입할 수 있다.


"천기는 뭡니까?"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굳이 너희 인간이 이해할 수 있게 표현하려면, 세상의 의지라고 할 수 있겠구나.]


의미가 너무 거대하여 오작의 존재가 깨달음을 거부했다.


[네 도움으로 음양의 균형이 생각보다 빠르게 해결되었다. 선업을 쌓은 대가로 너의 세 법보가 성장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감싼 저주가 너무 강해 정작 너는 큰 변화가 없구나.]


오작은 무극보인의 회전에 따라 밀물처럼 몰려드는 법력을 느끼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주가 아니면 내게 얼마나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지?'


한참 시간이 흐르고 세 법보를 감싼 빛들이 사라졌다. 오작은 먼저 허공에 뜬 멸천창을 잡았다.


예전보다 훨씬 가볍게 느껴졌다. 원래부터 균형이 잘 잡혀 무게감이 덜 느껴지는 멸천창이었는데, 지금은 아예 회초리나 갈대를 든 느낌이었다.


다음으로 가슴에 줄로 단 구마소를 만졌다. 구마소가 자신의 의지를 오작에게 전했다. 최소 요마화보 등급으로 올랐다는 뜻이다.


[안타깝구나. 옛날 기준의 선천영보가 되긴 했는데 무량급에는 이르지 못했다.]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지금은 무한에 가까운 거고, 무량급이 되면 진정한 무한이 된다.]


오작은 멸천창을 소매에 집어넣고 곤에게 말을 걸었다.


"이젠 저를 내보낼 수 있습니까?"

[그래. 그전에 너한테 알려줄 게 하나 있다. 너의 그 퉁소를 맨 줄은 봉신책 책장으로 만든 것이다.]


"알려주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탁일계는 팔괘자수선의에 아홉 장의 봉신책 책장이 있다고 여겼다. 그런데 사실 팔괘자수선의에는 여덟 장만 있고 그 줄이 아홉 번째다. 책장을 뽑아내는 게 하루 이틀 걸리는 일이 아니니 그걸 알아채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다. 탁일계는 반드시 아홉 장을 모아야 천계로 돌아갈 수 있기에 널 찾아다닐 것이다.]


"금계산을 찾아가 이것도 탁일계한테 넘기라는 뜻입니까?"

[아니다. 천계에서 태양과 태음을 삼킨 자는 한둘이 아니다. 그러나 목숨을 건진 건 탁일계밖에 없다. 그놈이 다시 천계로 돌아가 태양과 태음을 삼키면 태극이 무너진다.]


"태극은 뭡니까?"

[정확히 설명하려면 인간이 아는 모든 언어를 다 동원해도 부족하다. 새로운 기운이 생기고 낡은 기운이 사라지는 과정에 기운의 총합이 변화하지 않는 걸 태극이라고 한다.]


"그럼 찰나의 순간을 끊어내면 태극이란 존재할 수 없군요."

[그렇지. 순간을 살피면 생기는 기운과 사라지는 기운이 같을 수 없다. 일정 기간을 두고 전체적인 양에 큰 변화가 없으면 태극의 상태라고 부른다. 천계의 존재는 물론이고, 하계의 존재들 역시 무의식적으로 태극의 상태를 깨는 존재 혹은 기운에 적대감을 느끼고 그에 대항한다. 그렇게 되게 하는 게 바로 천기이고.]


새로운 걸 알아가는 과정은 앎을 넓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얼마나 무지한지 느끼는 과정이다.

곤의 말을 들을수록 오작은 모르는 게 많아지며 자괴감이 들었다.


[줄에 있는 봉신책을 다른 자한테 넘기거라. 그래야 네가 탁일계한테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

"운명입니까?"

[말할 수 없구나.]


말을 마친 곤이 훌쩍 허공에 뜨며 대붕으로 변했다. 날개 하나가 천 리는 무리지만, 팔백 리는 되어 보였다.


[이 깃털을 잡고 가고 싶은 곳을 떠올리면 몸이 그곳으로 이동할 것이다.]


대붕이 사라지고 허공에 커다란 깃털 하나가 떨어졌다. 오작과 가까워질수록 작아지더니 채 한 뼘도 안 되는 크기가 되어 오작의 손에 들어왔다.


"형천이 있는 곳으로."


작가의말

혈곤 - 아귀

곤 - 타짜가 된 고니

붕 - 타짜 되기 전 흑우 시절 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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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전 - 고니를 아냐구요? +6 20.05.17 1,187 37 3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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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진탁록대전眞濁鹿大戰 +4 20.05.17 1,090 31 16쪽
124 불괴화첨창不壞火尖槍 +4 20.05.16 1,123 38 13쪽
123 삼추여일일參秋如壹日 +8 20.05.16 1,085 35 13쪽
122 태상노소군太上老少君 +4 20.05.16 1,174 37 13쪽
121 체제대붕궤體制大崩潰 +7 20.05.15 1,099 38 13쪽
120 일수분승부壹手分勝負 +6 20.05.15 1,121 38 13쪽
119 일기적천용壹騎敵仟勇 20.05.15 1,175 35 13쪽
118 만인대회전萬人大會戰 20.05.14 1,180 36 13쪽
117 침암불괴신砧巖不壞身 +4 20.05.14 1,105 36 13쪽
116 축융봉전투祝融峰戰鬪 +4 20.05.14 1,125 34 13쪽
115 귀화명명소鬼火冥冥燒 +8 20.05.13 1,137 33 13쪽
114 백천귀일해佰川歸壹海 +2 20.05.13 1,118 36 13쪽
113 금환탁일계金煥琢日鷄 +2 20.05.13 1,108 37 13쪽
112 금계산전투金鷄山戰鬪 20.05.12 1,117 37 13쪽
111 북부대혼란北部大混亂 +2 20.05.12 1,079 38 13쪽
110 천범인양계天凡人兩界 +2 20.05.12 1,153 34 13쪽
109 창녕산비고蒼寧山秘庫 +8 20.05.11 1,190 38 13쪽
108 고수간대결高手間對決 20.05.11 1,083 36 13쪽
107 반룡돌화창盤龍突火槍 +4 20.05.11 1,227 36 13쪽
106 무법사무혼武法士無魂 +6 20.05.10 1,160 41 13쪽
105 흑제즙선기黑帝汁先紀 +6 20.05.10 1,137 39 13쪽
104 강풍노위파强風蘆葦擺 20.05.10 1,147 41 13쪽
103 합력인흑제閤力引黑帝 +2 20.05.09 1,168 33 13쪽
102 수화불상용水火不相容 20.05.09 1,175 31 13쪽
101 비경흑수해秘境黑水海 +4 20.05.09 1,127 38 13쪽
100 북해빙령도北海氷靈島 +4 20.05.08 1,219 37 13쪽
99 선천보무령先天寶巫鈴 +2 20.05.08 1,186 34 13쪽
98 치우목춘우蚩尤沐春雨 +2 20.05.08 1,175 34 13쪽
97 거인족과보巨人族誇父 +2 20.05.07 1,275 35 13쪽
96 도혈조참사盜血造慘事 +2 20.05.07 1,198 35 13쪽
95 남화미교주南華芈敎主 20.05.07 1,253 34 13쪽
94 암제현빈씨暗帝玄牝氏 20.05.06 1,264 37 13쪽
93 조호이산계調虎離山計 +2 20.05.06 1,263 36 13쪽
92 좌산관호투坐山觀虎鬪 20.05.06 1,234 37 13쪽
91 필살십절진必殺什絶陣 +4 20.05.05 1,333 44 13쪽
90 금오도금령金鰲島金靈 +2 20.05.05 1,271 39 13쪽
89 무량급법보無量級法寶 20.05.05 1,248 43 13쪽
88 청룡해구원靑龍解舊怨 +2 20.05.04 1,333 39 13쪽
87 왕세손치우王世孫蚩尤 +4 20.05.04 1,205 42 13쪽
86 천도시환술天道屍還術 20.05.04 1,217 36 13쪽
85 동부통일전東部統壹戰 +2 20.05.03 1,292 35 13쪽
84 자봉진용산自封秦龍山 +5 20.05.03 1,264 39 13쪽
83 명화화귀단暝火化鬼丹 +4 20.05.03 1,259 40 13쪽
82 자창대진창刺槍對震槍 +4 20.05.02 1,306 43 13쪽
81 일발동전신壹髮動全身 +6 20.05.02 1,305 41 13쪽
80 선왕대봉각蟬王大封殼 +3 20.05.02 1,337 37 13쪽
79 금의대모왕金蟻大母王 +2 20.05.01 1,402 38 13쪽
78 태곳적마수太古的魔獸 +4 20.05.01 1,349 39 13쪽
77 혼원무극창混元無極槍 20.05.01 1,279 39 13쪽
76 적단요수촌跡斷妖獸村 +4 20.04.30 1,562 40 13쪽
75 빙령도설영氷靈刀雪榮 +4 20.04.30 1,311 37 13쪽
74 허신귀곡자虛神鬼谷子 +2 20.04.30 1,271 40 13쪽
73 치우대마왕蚩尤大魔王 +4 20.04.29 1,332 41 13쪽
72 음양합주기陰陽閤呪技 +4 20.04.29 1,383 42 13쪽
71 치우대왕모蚩尤對王母 20.04.29 1,346 35 13쪽
70 합체자폭기閤體自爆技 +4 20.04.28 1,309 37 13쪽
69 백제백초거白帝白招拒 20.04.28 2,319 39 13쪽
68 도산반도령桃山蟠桃嶺 +4 20.04.28 1,335 41 13쪽
67 백호일침법白虎壹針法 +2 20.04.27 1,354 39 13쪽
66 원령급화보元靈級火寶 +2 20.04.27 1,382 41 13쪽
65 명화접화검瞑火蝶化劍 20.04.27 1,425 37 13쪽
64 귀곡멸살도鬼哭滅殺刀 +6 20.04.26 1,424 47 13쪽
63 천리도주행仟里逃走行 +14 20.04.25 1,468 45 13쪽
62 백요헌백기佰妖獻佰技 +3 20.04.24 1,506 41 13쪽
61 요수촌난전妖獸村亂戰 20.04.23 1,548 46 13쪽
60 영예주반서永蘂呪反噬 +2 20.04.22 1,566 42 13쪽
59 마수청동랑魔獸靑銅狼 +2 20.04.21 1,536 44 13쪽
58 인면홍지주人面紅蜘蛛 +4 20.04.20 1,495 48 13쪽
57 헌원인자검軒轅仁慈劍 +2 20.04.19 1,688 47 13쪽
56 형산노양궁衡山老陽宮 +8 20.04.18 1,615 50 13쪽
55 최강삼태극最强參太極 +8 20.04.17 1,554 49 13쪽
54 진태극보인眞太極寶印 +3 20.04.16 1,500 53 13쪽
53 천지일선창天地壹線槍 +2 20.04.15 1,559 49 13쪽
52 망아오진수忘我悟眞髓 +7 20.04.14 1,578 47 13쪽
51 창왕적무혈槍王赤無血 +5 20.04.13 1,580 45 13쪽
50 다인화첨창多刃花尖槍 +4 20.04.12 1,641 51 13쪽
49 반고개천부盤古開天斧 +4 20.04.11 1,591 49 13쪽
48 요마급화보妖魔級化寶 20.04.10 1,612 48 13쪽
47 이동형영지移動型領地 +2 20.04.09 1,668 51 13쪽
46 지혜조소오智慧鳥素烏 +1 20.04.08 1,650 54 13쪽
45 작별대별산作別大別山 +3 20.04.07 1,642 48 13쪽
44 세한지송백歲寒知松栢 +9 20.04.06 1,643 49 13쪽
43 삼계윤회환參界輪廻環 +4 20.04.05 1,742 50 13쪽
42 통합절대감統閤絶對感 +7 20.04.04 1,670 52 13쪽
41 괴산복중동怪山腹中洞 +6 20.04.03 1,768 55 13쪽
40 유안무주요有眼無珠妖 +4 20.04.02 1,749 54 13쪽
39 연묘불가언緣妙不可言 +7 20.04.01 1,884 55 13쪽
38 여요득법술女妖得法術 +2 20.03.31 1,822 55 13쪽
37 백팔금침법佰捌金針法 +3 20.03.30 1,827 53 13쪽
36 일석천층낭壹石仟層浪 +3 20.03.29 1,832 50 13쪽
35 궤계기구왕詭計欺玖王 +2 20.03.28 1,932 53 13쪽
34 황금무법리黃金無法里 +6 20.03.27 1,924 56 13쪽
33 무법요수촌無法妖獸村 +3 20.03.26 1,917 53 13쪽
32 대력우마왕大力牛魔王 +5 20.03.25 1,913 55 13쪽
31 마보구마소魔寶驅魔蕭 +5 20.03.24 1,912 63 13쪽
30 경계수비사境界守備蛇 +3 20.03.23 1,968 52 13쪽
29 각룡득풍익角龍得風翼 +3 20.03.22 1,986 56 13쪽
28 조사탈구피助蛇脫舊皮 +7 20.03.21 1,897 56 13쪽
27 누의난감악螻蟻難撼岳 +5 20.03.20 1,985 61 13쪽
26 신로견일멸晨露見日滅 +3 20.03.19 1,977 54 13쪽
25 혈령화요단血靈化妖丹 +7 20.03.18 2,006 62 13쪽
24 법력소모전法力消耗戰 +3 20.03.18 1,962 55 13쪽
23 암주결승법暗呪結繩法 +6 20.03.17 1,992 60 13쪽
22 무태극즉순無太極卽純 +5 20.03.16 2,089 56 13쪽
21 청익혈편복靑翼血蝙蝠 +11 20.03.15 2,083 58 13쪽
20 풍운십삼기風雲什參騎 +4 20.03.14 2,293 60 13쪽
19 둔각파란출臀角破卵出 +9 20.03.13 2,184 62 13쪽
18 하충하어빙夏蟲何語氷 +4 20.03.13 2,246 64 13쪽
17 선천급영보先天級靈寶 +9 20.03.12 2,332 67 13쪽
16 의심생암귀疑心生暗鬼 +3 20.03.11 2,284 59 13쪽
15 접인대귀령接引對龜靈 +5 20.03.10 2,382 66 13쪽
14 봉래구령도蓬萊龜靈島 +8 20.03.09 2,571 65 13쪽
13 풍뇌감대해風雷撼大海 +7 20.03.09 2,818 66 13쪽
12 탁몽고흉길托夢告兇吉 +4 20.03.08 3,207 72 13쪽
11 치우탄귀단蚩尤呑鬼丹 +6 20.03.07 3,698 74 13쪽
10 비조욕유영飛鳥欲遊泳 +4 20.03.06 3,935 79 13쪽
9 교탈청룡주巧奪靑龍珠 +6 20.03.05 4,077 78 13쪽
8 일망포수조壹罔捕數鳥 +2 20.03.04 4,585 80 13쪽
7 오작논중죄烏鵲論衆罪 +5 20.03.03 5,039 89 13쪽
6 오작우치우烏鵲遇蚩尤 +8 20.03.02 5,499 94 13쪽
5 독구탐준마毒丘貪駿馬 +5 20.03.01 6,111 98 13쪽
4 벽력혼원수霹靂混元手 +10 20.02.29 7,019 121 13쪽
3 동해천일도東海天壹島 +5 20.02.28 8,352 114 13쪽
2 멸천칠절공滅天柒絶功 +10 20.02.27 11,197 112 13쪽
1 기혈홍영창嗜血紅纓槍 +34 20.02.26 20,215 15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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