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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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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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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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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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기꾼 레빌 - 3

DUMMY

샨샨을 포함한 거인 부족의 착한 심성을 침 튀겨가며 옹호하던 레빌을 향해 이안이 냉소적인 표정으로 의문을 표했다.


“물론 그들이 다 착하다고 여기시지만 사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요. 거인들이 딥언더니아의 소금궁전에 침입해 죄수들을 죽이고 토르의 망치를 훔쳐갔거든요. 우리는 그것을 되찾기 위해 이렇게 오게 된 것이고요.”


“토르의 망치를 훔쳐갔다고?”


레빌은 너무 놀라 입이 크게 벌어지고 입술 옆으로 코코아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그가 앉고 있던 의자가 뒤로 쾅하고 넘어갔다. 그의 삐쩍 마른 뺨이 더욱 안으로 타들어가고, 주먹을 쥔 양 손이 부들부들 떨리더니 곧 분노에 찬 어조로 빽빽거렸다.


“단언컨대 나의 친구들 소행이 아니야. 지금 그들은 마법에 걸려 옴짝달싹도 못하는 처지이거든. 그런 나쁜 짓은 새로 온 못된 거인들의 소행이 분명해, 암 그렇고말고.”


“마법에 걸렸다고요?” 수진이 물었다.


“못된 거인들이라고요?” 카할이 물었다.


“혹시 샨샨과 친구들이 과보족인가요?” 이안이 뜬금없이 물었다.


“글쎄다. 거인족의 이름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눈에 띄는 특징이라면 그들의 몸에 뱀이 휘감아 있다는 정도?”


“뱀이라면 과보가 맞아요. 말씀처럼 착하고 선한 거인들이에요.”


이안의 시원한 답변에 레빌은 고개를 끄덕이며 과보족이란 단어를 꼭 기억하겠다는 듯 여러 번 중얼거렸다. 그는 현 상황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는지 숨을 길게 몰아쉰 후 말을 내뱉었다.


“몇 달 전 못된 거인들과 검은 망토를 두른 자가 과보족 마을을 침범하여 내 친구들을 돌로 만들어 버렸단다. 가장 친한 샨샨까지도. 지금도 그의 집에 가보면 치즈를 자르다가 그대로 굳어버린 그를 만날 수 있지. 나는 아직도 하루에 한 번씩 방문하여 그의 슬픈 영혼을 달래주곤 한단다.”


수진은 문뜩 아까 숲에서 겪은 일이 떠올라 재촉하듯 물었다.


“그럼 숲에 떨어져 있는 수많은 돌들도 다 마법에 걸린 건가요? 친구 분처럼?”


“그렇단다. 나무와 식물을 제외하고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 다 돌로 변해버렸지. 사실 난 그 끔찍한 과정을 직접 목격까지 했단다. 지금 와서 다시 떠올려 봐도 너무 두렵기만 하구나. 그래도 한번 들어보려?


그날은 샨샨과 함께 숲 속에서 점심을 먹기로 약속한 날이었지. 보통 그 친구는 나를 위해 치즈와 여러 음식들을 장만해오고, 나는 직접 캔 허브와 약초를 그에게 주곤 했어. 그날 아침도 어느 때처럼 그에게 줄 허브와 약초를 숲에서 캐고 있었지.

그런데 갑자기 쿵쾅거리는 소음이 나면서 땅이 흔들리는 게 아니겠니? 보통 샨샨이 혼자 다녀도 그리 크게 울리지는 않거든. 이상함을 느낀 나는 얼른 나무 위로 올라가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 뒤에 몸을 숨겼단다. 소음은 점점 커지고 땅도 따라서 심하게 흔들렸지.

잠시 뒤 한 무리가 모습을 드러냈어. 근데 내가 알던 이들이 아니었어. 한 번도 보지 못한 낯선 네 명의 거인들이었지. 매우 난폭하고 험상궂어 보이고 기기묘묘한 외양들이었어. 근데 자세히 보니 그들 중 세 명은 낯이 좀 익은 거야. 그래서 머리를 굴리고 굴린 끝에 동화책에 등장하는 외눈박이 거인들 ‘키클로프스족’이란 걸 떠올렸지.”


그 이름을 듣자 아이들이 얕은 비명을 내지르며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카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휘저으며 친구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너희도 나랑 같은 생각인 거지? 전에 스톰펌왕이 말한 거인족이잖아. 분명 토르의 망치를 훔쳐간 자들이야. 아저씨, 아주 확실해요!”


레빌은 그의 의견에 긍정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그는 아이들의 흥분이 좀 가라앉기를 기다렸다가 말을 이어갔다.


“다행히 그들은 나뭇잎에 가려진 나를 발견하지 못했어. 나머지 거인놈 하나는 좀 특이하더군. 얼굴의 반을 차지한 외눈꺼풀을 완전히 감은 채로 세 명의 키클로프스가 끌고 가는 수레 뒤에 타서 오더구나. 하긴 눈이 감겼으니 앞이 보이지 않을 테지.

그런데 제일 끝에서 검은 망토로 몸을 가린 자가 걸어왔어. 인간의 크기를 가진 그는 혼자 천천히 걸으면서 하얀 도자기 방울을 딸랑딸랑 흔들어댔지. 듣기만 해도 소름끼치는 그런 방울소리였단다.

그런데 그가 지나간 뒤로 나무와 하늘에서 돌들이 우르르 떨어지는 게 아니겠니? 자세히 보니 아까까지 나와 인사했던 다람쥐와 새들이었어. 나는 그만 겁이 나 몸이 얼어버렸지. 그런데 문뜩 내가 숨어있던 나무 앞에서 그가 걸음을 멈추고 위를 쳐다보는 게 아니겠어? 혹시 들켰나 싶어 난 심장이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정도로 벌벌 떨었단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내려 앞서가던 거인들을 불렀어. 그는 이렇게 말했단다.


“나는 곧 떠나야 한다.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가 다시 방울을 흔들자 내가 숨은 나무에서도 돌들이 마구 떨어져 내리는 거야. 꼭 돌비가 내리는 것 같더군. 마침 나무 아래를 뛰어가던 토끼가 돌로 변하고 날아가던 나비도 돌이 되어 땅으로 떨어졌지. 그는 신발로 토끼를 밟으며 산산조각 냈고 나비는 으깨 가루로 만들어버렸단다. 그것들은 그렇게 어처구니없이 허무한 죽음을 맞이한 거야.”


레빌은 그때 취했던 동작을 다시 재현하려는 듯 바닥에 바짝 웅크리며 숨는 행동을 보이더니 가상의 나뭇가지들을 양손으로 살살 헤치어 얼굴만 살짝 내민 포즈를 취하였다. 충격으로 커진 그의 두 눈과 벌려진 입이 안 그래도 비쩍 마른 그의 얼굴을 더욱 볼썽사납게 만들었다. 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양손으로 쓰다듬고 몸을 이리저리 살펴보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그들이 사라지고 난 후, 난 급히 몸을 움직여보았지. 혹시 돌로 변하고 있을까 봐 두려워서. 근데 다행히 변하지 않았어. 그리고 황급히 과보족 마을로 냅다 뛰었지. 하지만 도착했을 땐 이미 모든 게 너무 늦어버렸단다. 다 돌로 변해버린 후였거든.”


“왜 아저씨는 돌로 변하지 않았을까요?”


카할이 묻자 그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모르겠다. 아참, 나 말고 또 변하지 않은 동물이 있어. 바로 학이지. 그것들 역시 돌로 변하지 않았어.”


아이들은 점점 미궁에 빠져들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레빌과 학이 마법에 걸리지 않은 공통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완전히 다른 종의 생명체인데 도대체 원인이 뭘까? 둘 다 작은 눈을 가지고 있어서? 아님 둘 다 못생기고 추한 외모를 가지고 있어서?

다들 인상까지 팍팍 써가며 머리를 굴리던 중이었다. 이안이 불쑥 말을 꺼내었다.


“원래 난쟁이족은 마법에 대한 저항력이 월등이 높다고 알려져 있잖아요. 딥언더니아도 난쟁이족이니까 마법 저항력이 유독 세서 돌로 변하지 않은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과보족도 덩치로 보나 힘으로 보나 마법 저항력이 더 세면 셌지 절대 약하지 않거든. 거인이 돌로 변할 정도면 이미 나는 돌이 되고도 남았어야 해.”


이안은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에 대해 궁금해졌다. 혹시 그가 지하 얼음 봉인에서 풀려난 마왕 블랙수트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전에 망치를 훔쳐간 거인이 주인님이 돌아왔다고 스톰펌 왕에게 확실히 알리지 않았다던가? 이렇게 방대한 지역에 마법을 걸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자라면 그일 가능성이 충분했다.


그런 사실을 전혀 모른 채 마침 편안하게 하품을 하고 있는 레빌에게 이안이 채근하는 어조로 다시 물었다.


“방울을 흔들던 남자의 생김새가 어땠는지 못 보셨죠? 사람이 맞긴 했나요?”


“그가 챙이 긴 모자를 쓰고 있어서 거의 못 봤어. 다만 키가 크고 날씬했고 검은색의 특이한 신발을 신고 있었어. (마침 그가 이안의 나이키 운동화를 내려다봤다) 맞아, 네가 신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양이었어. 방울을 든 그의 손은 손가락이 다섯 개에 고생 한번 안 한 것처럼 하얗고 가지런하더라.”


“그 못된 거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이안이 눈에 힘을 주며 지금이라도 당장 쳐들어갈 태세로 물었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곧 산산조각 나버렸다. 레빌이 머리를 긁적이며 고개를 내저었던 것이다.


“글쎄다. 바로 도망쳐 와서 그들이 어디로 갔는지 잘 모르겠는데.”


그는 말을 끝내자마자 하품을 연달아했다. 수진과 카할도 전염되었는지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이안의 추락으로 생긴 극도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졸음이 마구 쏟아져왔다. 토르의 망치는 이제 천천히 찾아도 된다고 여기는 그들이었다. 이안은 조바심이 나며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의자에서 일어난 레빌이 담요 여러 장을 들고 나타나서 장작이 잘 타고 있는 벽난로 앞에 그들을 위한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는 이층으로 자러 가버렸다. 카할과 수진은 눕자마자 바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이안은 계속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


결국 그는 조용히 일어나 달빛이 한 줌 쏟아져 들어오고 있는 창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는 자신에게 일어난 믿지 못할 일을 회상하며 기억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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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3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19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41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6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7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29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3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29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4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29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3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29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3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5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29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7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8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1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1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8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2 0 11쪽
15 5. 사기꾼 레빌 - 4 20.07.02 26 0 7쪽
»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5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4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1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1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2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49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2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58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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