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르의 망치를 찾아서 - 브라잇 동맹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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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CindyHwang
작품등록일 :
2020.02.2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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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04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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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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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DUMMY

카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레이디 포터리의 드레스 치마 속이었지만 마치 깊은 동굴처럼 매우 어둡고 싸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오래 묵은 곰팡이 냄새가 진하게 맡아지자 그는 여러 번 재채기를 해댔다.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전에 수진에게서 받은 램프반지를 손가락에서 발견하고 수정을 돌리자 빛이 생겨났다.


황금 카펫이 깔린 계단과 그 위로 펼쳐진 터널 같은 통로가 그의 앞에 비치었다. 통로를 올려다본 그는 갑자기 공포에 휩싸여 하마터면 치마 벽을 뚫고 도망칠 뻔하였다. 그러나 수진이 여기에 있다는 생각 때문에 심호흡을 하며 겨우 진정하려 노력했다.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자 그는 다시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그는 반지 낀 손가락을 위로 치켜든 채 천천히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종 모양을 이루는 치마 통로의 내부 벽은 바깥처럼 하얀 칠이 되어 있지 않아 검은 진흙이 그대로 드러났고 파란 얼룩이 종종 끼어있었다.


‘도대체 이것들은 다 뭐래?’


계단의 양쪽 벽에서 그에게 심한 공포를 선사한 그것들이 적나라하게 환영인사를 퍼부었다.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등의 가공된 큰 보석알들을 사람의 눈구멍, 콧구멍, 입구멍, 귓구멍마다 박아놓은 여러 개의 두상들이 관람자의 눈높이에 맞게 걸리어 먼저 그를 맞이하였다. 피부는 곰팡이가 슬어 퍼렇게 변했지만 썩지 않은 상태였다.


보석이 줄줄이 박힌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자 몸뚱이가 마치 옷걸이처럼 왼쪽 벽에 딱 걸려 있는데 목 위로는 댕강 잘린 상태였다.


여자의 벗겨진 머릿가죽에 그대로 붙은 채 풍성하게 자라고 있는 금발 다발이 좀 떨어져서 맞은편 벽에 걸려있었다. 금발은 그의 반지의 빛을 받아 금실처럼 윤이 자르르 나는 게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찰랑거렸다.


긴 목 위로 깨끗이 잘려나가고 허리도 잘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 여자의 나체 흉상이 걸려있었다. 그녀의 피부는 거무죽죽하여 투명한 보석이 대비적으로 아름답게 빛났기에 눈길을 주던 카할의 등골이 순간 서늘해졌다.


누런 금링에 커다란 사파이어 보석이 박힌 반지를 낀 손가락이 달린 손목 부분이 매끄럽게 잘린 채 위를 향하여 벽에 걸려 있었다.


핑크빛이 도는 커다란 진주 귀걸이를 단 사람 귀 두 개를 그대로 잘라낸 상태로 흑색 진주, 노란 진주 등 색색 세트마다 다른 귀들이 양쪽 벽에 나비처럼 고정되어 있었다. 잠시 빈 벽이 이어졌다.



위를 향하는 카할의 눈이 두 배로 커지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는 흥분하여 단박에 뛰어올라갔다. 파란 얼룩이 진 오른쪽 벽에 그가 그렇게도 찾던, ‘토르의 망치’가 걸려 있었다. 뭉툭한 쇠해머에 짧은 나무 손잡이가 달린 투박한 모습이었지만 그의 눈에는 그 어떤 금망치보다 빛나도록 화려하였다. 딥언더니아를 수호해주는 성물인 ‘묠니르’를 아이런 대장간의 모조품이 아닌 실물로 마주한 순간 그는 너무도 감격하여 현재 자기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잠시 잊어버렸다. 그는 급히 망치에 달라붙어 두 발을 벽에 댄 채 떼어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손잡이를 감싼 얇은 도자기 끈이 끄떡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단검으로 마구 찔러댔지만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강한 마법이 걸린 것임에 틀림없었다. 꽥꽥 악을 지르며 망치에 매달려 낑낑 애를 쓰고 있던 그때였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여자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카할이 동작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혹시 수진의 목소리인가? 정신이 번쩍 난 그는 벽에서 내려와 소리가 나는 쪽으로 달려갔다.

치마 통로가 거의 끝나갈 무렵 왼쪽 벽으로 커다란 것이 매달려 있었다. 바로 그녀였다.


그녀의 목과 모아진 발목, 그리고 위로 활짝 벌려진 양팔의 손목을 도자기 끈이 단단하게 고정시키었다. 빨간 핸드백은 정면에서도 가장 돋보이는 그녀의 배꼽 위치에 놓여 있는데, 신기하게도 그가 여태껏 보았던 경우 중에 지금이 가장 아름답고 광채까지 자르르 났다.


“수진, 괜찮아?”


그가 그녀를 올려다보며 불안한 목소리로 묻자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의 얼굴이 허옇게 뜬 것이 많이 힘들어 보였다. 그는 발목 부근의 도자기 끈을 단검으로 때려보았지만 전혀 소용이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발만 동동 구르며 그가 울먹거렸다.


“토르의 망치를 발견했는데 도무지 떼어낼 수가 없어. 이 끈들도 마법이 걸려 있나 봐. 어떡하지?”


그녀가 아무 반응이 없자 덜컥 겁이 난 그는 그녀의 발을 마구 흔들어댔다. 그녀가 힘없이 눈을 뜨고 겨우 입을 조아렸다.


“끈들이 점점 조여들고 있어. 숨을 쉬기가 힘들어. 카할, 이안에게..마지막 인사..전해줘.”


“마법을 풀어야 돼, 마법을!”


유언처럼 들리는 그녀의 절망적인 어조에 그의 뺨으로 물줄기 같은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며 절망적으로 외쳤다. 그런데 그녀의 눈이 번뜩 떠지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약간 생기가 생긴 것 같았다.


“카할, 핸드백에 캉무 열매가 좀 있어. 혹시나 싶어 챙겨 왔어... 그게.. 마법을 풀 수 있을지도...”


다시 눈을 감은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핸드백에 매달려 열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겉보기엔 작고 앙증맞은 크기였지만 그 안은 상당히 넓고 깊었다. 물건이 잔뜩 들어가 있어 이리저리 뒤져야만 했는데 음식을 싼 종이를 지나고, 긴 삼지창과 둘둘 말린 양탄자를 옆으로 제치자 붉은 캉무 열매가 들어간 종이봉투가 나왔다. 그는 그것을 꺼내어 열매를 손목 끈에 바로 갖다 대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시 그것을 문질러 보고 단도로 찔렀지만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다가 잘못해서 단도 끝이 캉무 열매를 찔렀고 열매의 노란 즙이 끈에 좀 묻었다. 그러자 그것에서 연기가 나며 녹기 시작했다. 효과가 있는 것이다.


카할은 캉무 두서너 개를 입에 넣고 와드득 씹은 후 뱉어내어 다른 손목 끈에 문지르자 그것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그녀의 두 손목이 풀려났다. 신이 난 그는 핸드백을 밟고 올라가 그녀의 목을 감싼 끈에 씹은 열매를 갖다 대려던 찰나였다.


“쓱싹쓱싹~ 쓱싹쓱싹~”


갑자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위쪽 통로의 막다른 끝에는 바닥에 네모난 구멍이 뚫려있는데 인형이 누워있던 관 아래로 연결되어 있었다. 마치 대장간에서 금속을 갈고 있는 듯 시끄럽게 쓱싹거리는 소리는 그 아래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캉무를 여전히 손에 든 채 그의 고개가 대수롭지 않게 그녀에게로 돌아갔다. 그녀의 두 눈이 희미하게 떠졌다.


그런데 그녀의 눈동자가 소스라치게 놀라더니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내질러졌다.


“빨리, 빨리 해, 어서!”


다시 뒤를 돌아본 그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위쪽의 그 구멍 위로 그의 얼굴 두 배만 한, 반달 모양의 칼날이 어느새 둥둥 떠서는 그들을 향해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당황하여 재빨리 으깨진 캉무를 그녀의 목 끈에다 마구 문질러댔다. 연기가 나고 녹기 시작했다. 그녀가 다시 소리쳤다.


“앗, 날아온다!”


무시무시한 칼날이 그녀의 목을 향해 가로로 눕혀져 휙 날아왔다. 그는 손에 불이 나도록 열매즙을 끈 전체에다 바르고 마구 문질러댔다. 칼날은 곧 3/4 지점에까지 다가왔다. 그러나 아직 끈이 다 녹지는 않았다. 그녀의 눈은 극도의 공포로 물들어 이젠 비명조차 나오지 못하였다.


2/4 지점, 1/4 지점, 채 1미터를 못 남겨둔 시점에 드디어 끈이 풀어지고 그는 그녀의 어깨를 신속히 아래로 끌어내렸다. 칼날은 좀 전에 끈이 있었던 바로 그녀의 목 자리에 정확이 들어박혔다. 그녀는 구부정한 자세를 유지한 채 두 손으로 벽을 짚고 고정된 발목으로 엉거주춤 서 있었다. 카할은 있는 힘을 다하여 질겅질겅 씹던 캉무를 그녀의 발목 끈에다 마구 펴 발랐다.


그런데 벽에 박힌 칼날이 꿈틀꿈틀 대더니 뒤로 물러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곧 그녀의 왼팔이 놓여있었던 쪽을 내리쳤다. 수진은 몸을 비틀어 겨우 피했는데 그녀의 머리카락 일부와 치맛자락이 싹둑 잘려나갔다. 하마터면 귀까지 잘릴 뻔하였다. 칼은 후퇴하여 오른팔 자리도 찍어버리고 다시 뒤로 튀어나왔다. 칼이 덮친 자리마다 깊게 파인 자국이 벽에 날카롭게 그어져 있었다.


그들은 순간적으로 알아차렸다. 이제 그녀의 발목 차례라는 것을. 칼날은 잠시 뒤에서 꿈틀대며 숨을 고르더니 마지막 목적지를 향해 씽 소리 내며 날아왔다. 무슨 영문인지 발목을 감싼 끈이 다른 데보다 두 배 이상 두꺼워 녹는데 시간이 더 소요되었다.


완전히 정신을 차린 그녀가 더 이상 안 되겠다고 느낀 순간, 카할에게 “비켜!”라고 소리치고는 녹아내리는 끈을 양손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약해진 끈이 가루로 부서지며 깨져나갔다. 떨어진 그녀와 잡으려던 그는 바닥에서 서로를 껴안은 채 뻗어버렸다.


반달 칼날이 그들 위를 아슬아슬하게 지나 벽을 찍고는 멈추었다. 칼날 아래에 깔린 그들은 숨을 죽인 채 가만히 있었다. 아무런 미동이 없자 살금살금 옆으로 기어 나온 그들은 후들거리는 다리로 계단을 내려갔다. 다시 한번 쇳소리가 났다. 놀란 그들은 움찔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벽에 박혔던 칼날은 이미 사라지고 소리는 아까 그 구멍 안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곧 이내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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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13. 차가운 이별 - 2 22.01.07 16 0 11쪽
44 13. 차가운 이별 - 1 21.12.03 23 0 9쪽
43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7 21.11.19 20 0 12쪽
42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6 21.10.22 23 0 8쪽
»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5 21.10.01 27 0 10쪽
40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4 21.09.09 27 0 8쪽
39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3 21.08.27 29 0 9쪽
38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2 21.08.06 34 0 8쪽
37 12. 지하무덤과 레이디 포터리 - 1 21.06.18 29 0 8쪽
36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4 21.06.04 34 0 10쪽
35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3 21.05.14 29 0 7쪽
34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2 21.03.05 23 0 7쪽
33 11. 망토를 두른 남자와의 만남 - 1 21.02.10 29 0 8쪽
32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4 21.01.22 63 0 8쪽
31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3 21.01.08 28 0 8쪽
30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2 20.12.25 35 0 9쪽
29 10. 루시 (Lucy)가 두발로 뛰다. - 1 20.12.11 30 0 8쪽
28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2 20.11.28 34 0 7쪽
27 9. 암탉이 울면 벽이 열리리라. - 1 20.11.20 29 0 7쪽
26 8. 해골 계단 20.11.14 27 0 12쪽
25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6 20.11.06 29 0 7쪽
24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5 20.10.23 24 0 9쪽
23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4 20.09.30 28 0 9쪽
22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3 20.09.05 31 0 9쪽
21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2 20.08.29 31 0 10쪽
20 7. 발로르의 생일잔치 - 1 20.08.14 44 0 10쪽
19 6. 과보족 마을 - 4 20.08.07 52 0 6쪽
18 6. 과보족 마을 - 3 20.07.24 28 0 8쪽
17 6. 과보족 마을 - 2 20.07.17 28 0 11쪽
16 6. 과보족 마을 - 1 20.07.09 3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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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5. 사기꾼 레빌 - 3 20.06.26 36 0 10쪽
13 5. 사기꾼 레빌 - 2 20.06.19 44 0 9쪽
12 5. 사기꾼 레빌 - 1 20.06.12 29 0 8쪽
11 4. 요툰하임 - 2 +2 20.06.05 42 1 5쪽
10 4. 요툰하임 - 1 20.05.29 32 0 10쪽
9 3. 진달래 해적선과 제임스 후크 선장 20.05.15 41 0 10쪽
8 2. 학과의 결투 - 3 20.05.08 32 0 10쪽
7 2. 학과의 결투 - 2 20.04.30 49 0 10쪽
6 2. 학과의 결투 - 1 20.04.17 75 0 9쪽
5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5 20.04.10 41 0 6쪽
4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4 20.04.03 42 0 8쪽
3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3 20.03.27 43 0 9쪽
2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2 +2 20.03.20 58 1 10쪽
1 1. 학 쫓아버리기 축제 - 1 +4 20.03.13 113 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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