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의 생존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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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inro
작품등록일 :
2020.03.01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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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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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30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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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1 - 습격 준비

DUMMY

*하단에 작전지도 추가


극한의 생존게임 3.21 - 습격 준비



작전쟁의 징조는 공세 1주일 전, 충주 전역에서 비교적 소란스럽게 진행되었다. 곰벌레는 서1방벽의 서북 방향과 구장 북부에 있는 그룹에게 소음 발생을 요청했고, 서남쪽으로는 소리꾼이라 불리는 소규모 팀을 파견했다. 그들은 확성기를 사용하거나 차를 고장 내 소음을 일으켰다. 적이 공세 방향을 눈치채면 어쩌냐는 우려가 있지만 영진은 공세 당일에 이어질 연막작전으로 적을 충분히 교란시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

공세 5일 전이 되었을 때 각 그룹의 지원병력이 차례대로 도착했다. 가장 먼저 도착한 그룹은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희망타운이었다. 그들을 이끌고 온 사람은 장세희였고, 멤버 중에는 박린, 장승환, 김광진, 민하율 등이 있었다. 그동안 무전기로만 대화하다가 다시금 대면하게 되니 영진과 가람은 너무나 기뻐했다.


“왔구나!”


영진은 그들과 차례대로 악수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포옹하고 싶었지만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회의는 대장실에서 안 할 거야. 회의는 아마 서너 시간 정도 진행될 거야.”


그는 회의 장소를 알려주면서 승환에게 슬며시 눈치를 주었다. 오랜만에 재회한 연인을 위한 배려였다.


“바로 회의 시작할 거야?”


“아니. 다른 팀 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난 회의실로 이동할 거야. 원한다면 대장실 구경해도 돼. 가람아, 네가 안내해줄래?”


가람이 영진에게 엄지를 척 세우고 승환과 함께 대장실로 향했다. 둘이 자리를 비우자 영진은 동료들과 그동안 나누지 못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구장 소개부터 시작하여 그동안 있었던 사건·사고, 이곳에서 새로 사귄 사람 소개 등 이것저것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흘렀다. 그동안 다른 그룹의 지원 병력이 차례로 도착했고, 가짜 공격을 맡은 팀은 구장을 거치지 않고 곧장 경찰서로 이동했다. 구장 북쪽에서 소음을 내준 덕분에 이동하는 동안 좀비의 방해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병력이 어느 정도 모이자 회의실로 이동했다. 평소에는 넉넉했는데 많은 사람이 모이니 좁게 느껴졌다. 가뜩이나 여름이라 내부의 습도와 온도도 높았다. 하는 수 없이 영진은 야외로 회의 장소를 옮겨야 했다.


“시작하겠습니다.”


영진은 시작 전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사람들이 집중하자 그는 서론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전투 병력은 실행 이틀 전에 서1 방벽 근처인 이곳으로 이동합니다. 무학 1길과 무학 3길이 겹치는 사거리에 있는 건물 중 하나로 말입니다. 트럭이 서1방벽을 돌파하면 재빠르게 진입, 그 후 눈앞에 보이는 모든 생명체를 사살합니다.”


잔혹하게 진압하겠다는 이야기였다. 당연하게도 영진의 결정에는 이의가 걸려왔다. 그는 몇몇 사람들이 이의를 걸 것을 예상하였기에 준비한 대사를 읊었다.


“시가전이기 때문에 적이 모이기 전에 신속하게 움직여 각개격파를 해야 합니다. 단 한 순간도 지체되어서는 안 됩니다. 신속하게 이동해 교주를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게 목표이기 때문에 그 어떠한 요소도 저희의 진격을 방해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 세상이 건재했다면 재판소에 회부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그 누구도 제재할 수 없다. 강한 자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에 그들은 어쩔 수 없이 잔혹해져야 했다.


“적의 저항이 거세면 어쩌지?”


광진이 손을 들고 걱정거리를 이야기했다.


“적의 저항은 당연히 거셀 겁니다. 하지만 앞서 바이러스 공격으로 인해 인적 자원에 타격을 입었을 테고, 일반신도를 무장시킨다 해도 기껏 해봐야 냉병기입니다. 반면 이쪽은 소총과 방패를 앞세워 진격하면 됩니다. 마침 이현우 씨가 철판을 이용해 방패를 제작했습니다.”


영진이 신호를 하자 현우가 방패를 가지고 나왔다. 크기는 마치 경찰특공대의 방탄 방패만 했다. 대신 철판을 여러 겹을 붙여 만든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조잡해 보이고 무거워 보였다. 사람들은 저게 총알을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을 품었다.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체력과 근력이 좋은 사람이 들어야 합니다. 방탄 능력은 준수합니다. 같은 곳을 연달아 맞거나 초근거리에서 맞지 않는 이상 뚫리지 않을 것입니다.”


앞서 방패에 대고 사격 시범까지 했기 때문에 충분히 믿을만한 물건이었다. 방패에 대한 논란이 종결되자 영진은 세부적인 계획에 관해 설명했다.


“서1 방벽으로 진입한 이후 총 세 팀으로 나눕니다. 1팀은 북으로 이동해 서2방벽과 서3방벽의 남쪽을 차례로 제압합니다. 2팀은 그대로 전진해 남4방벽을 제압한 후 북쪽 길을 따라 이동합니다. 3팀은 서2방벽과 그 앞으로 이어지는 길을 지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2팀이 주력이고 3팀이 보조 역할을 맡은 것처럼 위장해야 합니다.”


“그럼 1팀은 어디로 가나요?”


한 소그룹의 리더가 묻자 영진이 빨간 펜을 가져와 서2방벽과 서3방벽 사이에 있는 블록을 대각선으로 그었다.


“이 블록을 그대로 통과해 교주 본부로 진입합니다. 진성민 씨의 증언에 따르면 각 블록은 관통하는 길이 있기 때문에 주력인 1팀이 이곳을 통해야 합니다. 이후 1팀이 교주본부를 장악하면 2팀과 3팀의 진격을 막은 적 병력의 뒤통수를 칩니다. 아마 적은 이들을 주력이라 생각하고 두 팀이 북진하지 못하게 막고 있을 겁니다. 본부를 치면 적이 자동으로 흔들릴 텐데 그때 두들기면 알아서 무너질 겁니다.”


지도 위에 여러 개의 화살표가 그어지자 사람들은 마치 전쟁터에 온 군인이 된 기분이 들어 표정이 오묘해졌다. 그때 광진이 한 번 더 손을 들어 질문했다.


“공격이 시작되면 교주본부와 가까운 서4방벽, 북1방벽, 북2방벽 주둔 병력이 집중될 텐데 이건 어떻게 할 거야?”


“동부에서 가짜 공격을 개시하고, 공격 전에 북1 방벽으로 폭파팀을 보낼 겁니다. 그러면 놈들의 시선이 북1 방벽으로 쏠릴 겁니다. 놈들은 뚫린 벽으로 들어오는 좀비를 막기 위해 2분 동안 이동 및 방어 대책을 세우겠죠. 그때 우리가 공격을 개시하면 됩니다.”


세 방향에서 동시에 뒤흔드는 계획이었다. 만약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작전의 성공률은 급감하고 만다. 따라서 단 한 팀도 실패해서는 안 되었다.


“교주를 체포한 이후에는 항복을 권유할 겁니다. 항복을 한 사람은 친절하게 받아들이고 거부하면 무자비하게 진압합니다. 인간의 마음을 흔드는 가장 원초적 감정은 공포이기 때문에 이것을 잘 활용한다면 성역 공략은 성공적으로 끝날 것입니다.”


“작전은 대강 알겠어. 그러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지?”


세희가 희망타운이 어디를 맡아야 하는지 물었다. 이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영진이 가장 신뢰하며 가장 실력 있다고 생각하는 그룹이 희망타운 그룹이니 말이다.


“희망타운은 주공 1팀을 맡고 내가 직접 이끌 예정이야. 다른 그룹의 역할도 알려드리겠습니다.”



공격 3일 전



지원 병력이 구장에 도착한 지 이틀이 되었다. 구장에 갑자기 주둔 인원과 장비가 많아지다 보니 내부는 정말 비좁았다. 작전 준비도 준비이지만 사람의 건강이 먼저였기 때문에 의료팀은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진행했다.


“영진아.”


처형실에 놓인 의자에서 뻥 뚫린 벽 밖을 바라보던 영진은 이곳에 온 광진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광진은 그의 옆자리에 털썩 앉고 벽 밖을 보았다. 벽 밖으로는 시가지가 펼쳐져 있었다. 한때 많은 자동차가 다니고,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밤에는 밝았던 도시가 지금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있었다. 건물 벽은 갈라지고 그 틈으로 새 생명이 돋아올랐다. 거리에는 이따금 네발 달린 동물들이 뛰어다녔다. 다행히 좀비는 짐승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간혹가다가 굶주린 개들이 떼거지로 몰려다니며 좀비를 사냥하는 일도 있었다.


“문명이 복구된다면 도로랑 건물부터 재정비해야겠네.”


광진은 입안에 달콤한 사탕을 넣으며 말했다. 영진은 피식 웃으며 그럴 거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넌 이 일이 끝나면 뭘 할 생각이야?”


광진이 묻자 영진은 자신이 사람들에게 약속했던 바를 들려주었다. 여름 동안 집권하다가 물러나는 것 말이다. 광진은 정말 그럴 거냐며 다시 물었다. 그러자 그는 머리를 긁적이며 사실대로 말했다.


“사실 더 빠르게 물러날 생각이야. 나 같은 게 무슨 집권이야. 지금 내가 이렇게 있는 것도 전시상황이라는 특수성 때문이지 평상시였으면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었을 거야. 그리고 솔직히 지치기도 했어. 전에는 힘이 넘쳤는데 사람이 죽고 권력을 쟁탈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겪으니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들어. 난 그냥 희망타운으로 돌아가서 너희랑 오순도순 같이 살고 싶다.”


“사람들이 너더러 전쟁하려고 권력 잡은 게 아니냐고 뭐라 하겠다.”


“뭐, 맞는 말이라 할 말은 없네.”


영진이 맑은 하늘을 보며 웃었다. 광진은 그를 따라 웃다가 잠깐 침묵했다. 서로 할 말이 없어져 생긴 침묵이 아닌 무언가를 망설이는 침묵이었다. 영진은 그에게 할 말이 있으면 어서 해보라고 했다.


“가람에게서 네가 사이비를 전부 죽일 거라고 들었어. 정말 그럴 거야?”


역시나 그 이야기였다. 가람은 더는 이 주제로 그와 대화를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영진은 한숨을 살짝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광진이 할 말을 대략 예상해보았다. 아마 가람처럼 다시 생각해보라 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광진은 그의 예상과 달리 효과적인 방법에 관해 이야기했다.


“서로를 고발하게 하여. 한가지의 죄라도 있다면 즉시 처형하는 거지. 이러면 성역에 있는 놈들 대부분을 죽일 수 있으면서도 적합한 명분도 생길 거야. 대신 그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이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


무작정 죽일 생각만 하고 있던 영진은 그의 조언을 고맙게 받아들였다.


“대신 황상연은 꼭 나한테 줘. 그놈은 내 손으로 직접 죽일겨. 5년 묵은 한을 풀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야.”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지.”


영진은 그의 어깨를 꽉 잡으며 미소 지었다. 광진은 싱글벙글 웃으며 자신이 가져온 음료수 한 병을 그에게 건네주었다. 두 사람은 음료수병을 술병처럼 맞대어 건배한 뒤 오순도순 일상 이야기를 나누었다.



공격 2일 전



어느덧 폭풍전야 이틀 전까지 시간이 왔다. 사람들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냐며 놀랐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들고 겁도 났다. 죽음, 상실, 실패에 대한 공포와 걱정이 그들을 감쌌다. 그런데도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차량에 탑승한 인원은 차례대로 구장을 나갔다. 돌파용 트럭과 병력 수송용 개조트럭, 사이버 트럭, 중형 SUV가 구장을 나갔다. 정말 많은 차량의 행진이 이어졌다. 다행히 그들을 마중 나오는 좀비는 거의 없었다. 설령 있더라도 그들은 무시하고 지나갔다. 차량 대열은 예성로를 타고 내려가다가 봉현로를 타고 서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대가미사거리에서 다시 방향을 틀어 국원대로를 타고 내려가 대봉교를 건넜다.


“이쪽은 좀비가 좀 있네.”


서1방벽 서북, 서남 지점의 중간 지점이다 보니 소리를 듣지 못한 좀비가 조금 모여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육중한 차량 행렬을 방해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좀비 소리 때문에 적이 공격을 눈치채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도 별수 없었다. 적이 눈치채지 못하기를 기도하며 그저 이동할 뿐이었다.


“저기가 무학1길 입니다.”


삼원로타리 교차로를 앞두고 선두에 선 돌파용 트럭이 무학 1길로 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뒷차량도 뒤따라 핸들을 돌려 따라갔다. 그들은 속도를 늦추고 천천히 전진했다. 대로보다 길이 좁은 것도 있었고 수개월 동안 주차된 차량과 충돌하지 않기 위함도 있었다. 다행히 길을 가로막는 차량은 없었기에 비상책을 사용할 일은 없었다.


“멈춰.”


무학 3길과 무학 1길이 교차하는 사거리에서 차량 행렬이 멈추었다. 선두 차량은 조금 더 앞으로 전진해 길을 막고 맨 뒷차량 역시 차체를 돌려 길을 막았다. 뒤따라온 좀비가 난리를 피웠지만 횃불을 이용해 접근을 거부했다. 사거리 좌측에는 협동조합 건물이 있었다. 문은 활짝 열려있었고 그 앞에는 방치된 시체가 놓여있었다. 오래 되다 보니 뼈만 남은 상태였다. 이틀 동안 이곳에서 지낼 생각이었기에 사람들은 즉시 협동조합 건물로 진입했다.


“공격에 주의한다.”


다행히 좀비는 다섯 마리가 채 안 되었다. 그들은 시체를 바깥으로 던진 후 문을 닫고 비로소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영진과 광진은 건물의 가장 위층으로 이동해 창밖으로 거리 상태를 보았다. 다행히 무학 1길은 저 앞까지 깔끔했다. 문제는 이곳에서 발생한 소음에 이끌려 무학 시장 안에 있던 좀비가 밖으로 나온 것이다. 당장은 돌파용 트럭이 길을 막고 있어 괜찮았지만 저 좀비가 길을 막아 이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무학 시장 안에 좀비가 좀 있는 것 같아. 아무래도 소음이 시장 안까지 전해지지 않은 것 같아.”


광진이 예상치 못한 변수에 걱정하자 영진은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음··· 일단 사람들을 내보내 조금 정리를 해야겠어. 그리고 마력이 좋은 사이버 트럭이 선두에 서도록 해야겠어. 여차하면 나머지 놈들을 밟고 지나가야 할 거야. 어차피 사이버 트럭도 어느 정도 방탄이 가능하니 크게 문제는 없을 거야.”


두 사람이 위에서 고민하고 있을 때 세희는 이곳으로 함께 온 강 소령에게 향했다. 강 소령은 부하들과 함께 망을 보고 있었다. 그는 장신의 세희를 보고는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다시 봐도 키가 크십니다.”


“하하 당분간은 저보고 흠칫흠칫 놀라실 겁니다.”


세희는 농담을 던지며 자연스럽게 그의 옆자리에 자리 잡았다.


“만약 곰벌레가 성역으로 집단 이주한다면 원주 그룹과 합칠 계획이 있으신가요?”


그는 강 소령에게 전부터 궁금했던 바를 물어보았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영진이는 리더직에 맞지 않습니다. 능력이 부족하다기보다는 본인 스스로 스트레스를 크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차기 리더를 물색 중인데 강 소령님께서 맡아주시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본 겁니다. 지부장을 정해 경찰서나 이곳에 지부장을 배치하고 관리하는 방식이 어떨까 하는데 강 소령님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여 여쭈어봅니다.”


세희는 지난 3일 동안 영진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고충에 대해 충분히 듣고 공감했다. 그는 영진이 스스로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짊어지는 게 자신에게도 안 좋고 구장 사람들에게도 그다지 좋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그래서 앞서 영진에게 차기 리더를 같이 찾아보겠다고 양해를 구했고 마침 강 소령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국민을 지키는 일은 여전히 제 의무입니다. 영진이는 그동안 잘해왔으니 이제는 제가 그 짐을 대신 짊어질 때입니다.”


강 소령은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세희는 국가가 붕괴한 지 반년이 넘었음에도 군인의 의무를 다하려는 그의 모습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공격 당일 오전



오전 10시가 되자 구장 출신의 폭파 팀이 식량 창고를 테러한 두 명을 데리고 북1 방벽으로 향했다. 다행히 거리에는 좀비가 없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폭파팀이 백기를 들고 방벽 앞에 나타나자 사이비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그동안 폭파팀은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살폈다. 북1방벽 근처에는 버려진 차량들이 아무렇게나 방치되어 있었다.


‘엄폐해서 이동하면 걸리지 않겠군.’


이윽고 간부가 나와 이곳에 온 목적을 묻자 폭파팀은 포로 두 명을 밀었다. 그리고는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그들은 즉시 두 포로를 안으로 들여 감염 여부를 검사했다. 다행히 바이러스에 감염된 흔적은 없었다. 박광철은 포로가 도착했다는 말에 직접 북 1방벽까지 달려갔다. 그는 둘의 얼굴을 바로 알아보았다.


“어떻게 된 겁니까?”


몰골이 만신창이었다. 두 눈 밑에는 다크서클이 깔려있었고, 아래는 팬티만 입혀진 상태였다. 그들인 지난 시간 동안 진성민과 반세준에게 당한 치욕을 들려주었다.


“진성민이 자기를 아날키스트로 소개해달라고 했습니다. 만약 1주 안으로 항복하지 않으면 이곳의 남자는 다 자기 거라고···.”


공포스러운 최후의 통첩이 전해지자 주변에 있던 수색대원과 일반인이 바짝 긴장했다. 바광철은 이마를 쓸어넘기며 근처에 적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그들은 알 수 없었다. 그동안 감금된 채 강간당하다가 눈가리개가 채워진 채 이곳에 온 것이니 말이다. 안 그래도 지난주부터 근처에서 들려오는 소음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 있는 그는 쉽게 화를 냈다.


“그런데 여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한 포로가 묻자 박광철은 이곳의 좋지 않은 상황을 들려주었다.


“얼마 전에 놈들이 생화학 테러를 감행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색대원 11명과 민간인 23명이 사망했습니다. 지금 다들 사기가 떨어져서 큰일입니다. 일단 최후의 통첩 이야기는 함구하도록 하세요.”


포로는 함구 명령에 따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상황을 전해 들은 사람들의 입은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곧 성역 전체로 아날키스트 진성민의 공격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졌고 사람들은···. 특히 남자들은 큰 공포에 떨어야 했다.



어느덧 해가 저물고 밤 아홉 시가 되었다. 방벽에 배치된 경비는 오늘도 어김없이 방벽 너머의 수상한 낌새를 감시했다. 그들은 부디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가기를 기도했다. 몇몇 사람은 그동안 기도를 한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로써 그 믿음은 깨지고 말았다.


“어?”


동2 방벽에서 임무를 수행 중이던 경비는 길 건너에서 무언가가 번쩍이는 걸 발견했다. 동시에 우렁찬 총성과 함께 창문이 깨졌다.


“적이다!”


총알은 콘크리트 기둥과 연약한 유리창, 튼튼한 방벽을 연달아 두들겼다. 번쩍이는 총염은 건너면 건물의 콘크리트 기둥을 기준으로 좌측과 우측에서 번갈아가며 번쩍였다. 실제로는 총을 든 한 사람이 콘크리트 기둥을 기준으로 좌우로 몸을 굴러 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기습을 당한 사람 입장에서는 한 기둥 당 적이 두 명씩 배치된 것으로 착각하고 이내 대군이 몰려왔다는 공포에 빠졌다.


“지원을 부탁한다! 총염을 통해 확인한 적만 10명이다! 속히 지원 바란다!”


동쪽에서 총성이 나자 반대쪽 지역에 있는 경비들도 동요했다. 그동안 폭파팀이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차들을 엄폐 삼아 북1 방벽으로 서서히 접근해왔다. 다행히 그 누구도 빛을 비추지 않았다. 폭파팀은 눈에 띄지 않고 안전하게 방벽 코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들은 원주그룹에게서 얻은 군용 폭발물을 철판에 차례대로 부착하고 재빠르게 안전거리까지 후퇴했다. 그들이 후퇴한 시간에 맞게 간이 타이머가 작동하며 큰 폭발을 일으켰다.


“무슨 소리야?”


동부 방벽에서 들려오는 보고에 정신없이 움직이던 박광철은 갑작스러운 폭음에 놀라 물었다. 이윽고 북1 방벽에서 방벽에 구멍이 났고 그곳으로 좀비가 들어오고 있음을 보고했다.


“젠장! 서4 방벽, 북2방벽 병력은 즉시 북1 방벽으로 이동해 좀비를 저지하고 문을 보수하세요.”


차량에 탑승한 채 대기 중이던 주공 병력은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총성과 폭음을 들었다. 영진은 즉시 손전등으로 손목시계를 비추었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영진의 공격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 누구도 2분이 이렇게 긴 시간이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빨리 가지 않자 다들 긴장하여 오금이 저려왔다. 영진 역시 쿠데타 이후로 이렇게 긴장되는 건 처음인지라 입술이 마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30초 전!”


어느덧 30초까지 줄어들었다. 사이버 트럭 운전석에 앉은 광진은 다리를 달달 떨었다. 그들은 좀비가 제발 앞길을 방해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10초 전!”


드디어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영진은 1초 단위로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권총을 장전했다. 광진은 땀에 젖은 핸들을 꽉 잡으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3초! 2초! 1초!··· 공격 개시!”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대기 중이던 차량은 일제히 헤드라이트를 켰다. 선두의 사이버 트럭은 급발진하며 앞에 듬성듬성 서 있던 좀비를 무자비하게 밀어버렸다. 후속 차량들도 거침없이 달렸다. 곧 그들은 무학 시장에 진입했다. 예상대로 무학 시장 안에는 약간의 좀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수로는 사이버 트럭을 막을 수 없었다. 우주선에 사용되는 금속은 좀비를 뭉개버리며 진격했고 어느덧 저 앞에 길을 가로막은 철벽이 보였다.


‘제발 뚫려라. 제발 뚫려라!’


모두의 시선이 주목된 가운데 사이버 트럭은 전속력으로 철벽으로 돌진했다. 바로 뒷차량에 탑승한 영진은 단 한 순간도 트럭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이윽고 트럭과 철벽이 충돌했고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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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3.5 - 감기 +2 20.06.22 117 3 15쪽
55 3.4 - 숙청 +1 20.06.19 120 4 14쪽
54 3.3 - 계획대로 +1 20.06.17 130 4 13쪽
53 3.2 - 갈팡질팡 +1 20.06.15 132 4 15쪽
52 3.1 - 헬리콥터 +2 20.06.12 150 4 17쪽
51 2.26 - 여름의 시작(2권 완) +1 20.05.16 182 5 15쪽
50 2.25 - 승선을 환영한다 +1 20.05.12 203 4 15쪽
49 2.24 - 처형식 +1 20.05.11 164 5 18쪽
48 2.23. 나 혼자(2) 20.05.08 178 8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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