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룻배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J.H.Kim
작품등록일 :
2014.03.03 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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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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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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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화

DUMMY

「내일은 전투에 참전 할 거야.」


「나도 가?」


「너 지금부터 나랑 할 일이 있어.」


조금이라도 에울을 가르쳐볼 생각이었다. 상대는 근접 무술의 달인이다. 직접 만난 적이 없어도 쿠라베의 상처를 보면 대략 짐작이 가능하다. 공격을 피해서 생긴 상처가 아니다. 자신의 살을 내어주고 도주 기회를 얻은 것이다. 그걸 눈치 챘기에 나는 쿠라베와 한참 작전 논의를 했던 것이다.


붕~ 붕~


에울의 공격은 정말 형편이 없다. 주먹을 휘둘렀지만, 가벼운 팔 운동을 연상케 하는 동작이다. 뒤이어 시작된 발차기는 가히 춤사위라고 봐도 좋았다.


계속되는 에울의 공격 동작은 예전 네리아가 추던 검무를 떠올리게 했다. 어설픈 움직임과 엉터리 동작들이 뒤죽박죽 섞여서 엉망진창이었다.


「상대방에게 절대 잡히지 않을 수도 있어?」


「해 본적은 없는데.」


「지금 해보자. 내 공격에 반격할 필요 없이, 그냥 피해봐.」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다. 중간 중간 발차기 등을 섞어가면서 속도를 올리자 에울의 수비에 진가가 드러났다. 분명 공격을 맞추었다고 생각했는데, 타격감이 없다.


비틀비틀 금방이라도 넘어질 것 같으면서 공격을 피해낸다. 불안정한 움직임에 규칙이 없고, 우연처럼 보이는 움직임을 보여 도저히 예측이 되지 않는다.


「휴···. 여기까지만 하자.」


몇 번의 대련으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에울은 공격 받는 즉시 몸을 비틀어 충격을 최소화 한다. 버드나무가 강한 바람에도 쉽게 부러지지 않는 것처럼, 큰 힘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스레 흘려보낸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수비 방법이다. 결과적으로 타이밍이 늦으면 고스란히 피해를 입기 때문에 결코 좋은 방어 수단은 아닌 듯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금 나와의 대련 결과는 상당히 불가사의했다.


「일단 난전이 벌어지면, 내 옆에만 딱 붙어 있어. 그리고 내 뒤에서 습격해오는 적을 상대하면 돼.」


「등 뒤에서 공격을 해와?」


「반드시.」


단도를 들고 적들과 대치하면 큰 이목을 받지 않는다. 주목을 받는 순간은 내가 평범하지 않은 공격을 퍼붓기 시작할 때 일어날 일이다. 그 순간 나는 일시적으로 무방비 상태가 된다. 그런 이유로 근접 전투에 특화된 동료가 필요했다. 넬도 있지만 콜을 데려온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넬은 실력은 있어도 경험이 별로 없다. 반대로 콜은 본인이 이야기 하지는 않지만 어디서 충분한 경험을 했을 게 분명하다. 전쟁터처럼 난전이 벌어지는 상황에서는 당연히 경험이 있는 쪽을 원한다.


문제는 현재 콜이 개인 시간을 요청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전투 참여에 강제성이 없기에 누구도 간섭하기 어렵다. 나의 경우에는 특별한 임무가 주어져 있기 때문에 사실상 강제성이 있다. 군대로 따지면 첫 날부터 지금까지 명령불복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전투 참여를 앞두고 무기와 상태 점검을 시작했다. 단도는 이가 조금 나갔지만, 쓰는데 문제는 없다. 마나의 양이 의외로 흘러넘칠 정도로 풍족한 상황이었다. 최근 정제 연습을 통해 마나의 농도가 높아지고 쓸데없이 소모되는 일이 없어졌다.


지팡이에도 따로 축적된 마나가 있다. 언제든지 사용 할 수 있게 대비해두고, 시계에도 공격 마법 하나와 방어 마법 하나를 미리 메모라이즈 해두었다. 마도서도 언제든지 필요할 때 꺼낼 수 있다. 이로써 전쟁 준비는 끝이다.


새벽녘이 되었지만, 벌써 날이 환하게 밝아 있었다. 사람들이 분주하게 성문 쪽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맨몸에 무기 한 자루 달랑 들고 있는 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군데군데 화려하게 중무장한 인물들도 있었다.


쉐어벨과 시오네는 이미 준비가 끝났는지 문 앞에서 나와 에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준비할 게 나름 많았기에 에울이 먼저 나가서 기다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었다.


「무슨 준비가 이렇게 오래 걸려?」


「아, 미안. 좀 준비할 게 많아서.」


「그나저나, 얘는 어디서 주워 온 거야?」


생각해보니 쉐어벨과 시오네에게 아직 에울에 대해서 소개를 하지 않았다. 내 방에서 모르는 여자애가 나왔음에도 두 사람은 전혀 이상해하지 않고 상대했다. 둘은 에울을 보자마자 자신들이 신경 쓸 정도로 강한 상대가 아니라고 판단한 게 분명하다.


「너는 어디를 가도 여자애를 달고 다니는 구나.」


「나는 항상 경호원이 필요해. 그리고 오늘 내 경호원은 에울이야.」


실력과 능력 위주로 판단해서 곁에 둬야만 했다. 사실 에울의 동행은 나도 내심 많은 고민을 하고서 내린 결정이다. 공격을 전혀 할 수 없어도 방어 능력이 뛰어나다. 이건 단점이지만, 장점이기도 하다. 전쟁터에서 찰나의 시간을 끌어주는 건 나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결정적인 도움이 된다.


수많은 사람들이 성문을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그 틈에 섞여서 이동하자 주변의 시선이 느껴졌다. 모두들 에울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날개를 펼치지 않았음에도 이미 주변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고개 들어. 너는 잘못 한거 없잖아? 기지개 켜듯이 날개 한 번 쫙 펼쳐버려.」


「하지만···.」


에울은 잠시 고민하더니 끝내 접고 있던 날개를 펼쳤다. 몇 번 가볍게 펄럭이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때 시오네가 큰 소리로 주변이 다 들리게 한마디 하자 다들 힐끔힐끔 쳐다보며 다시 길을 가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천계인이 주목을 받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나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비슷한 일을 겪었다. 천계와 매일 전투를 치르는 사람들에게 날개가 버젓이 달려있는 인물은 사실상 적대시 될 수밖에 없다.


성문 근처에 도착하자, 사람들로 입구가 상당히 붐비기 시작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전략을 점검하기로 했다. 우선 시오네와 쉐어벨이 먼저 앞에서 대치하고 내가 후방에서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다.


「난 뭐 하면 돼?」


「둘러싸였을 때, 내 뒤를 지키면 돼. 할 수 있지?」


에울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쉐어벨이 창을 꺼내 들고 앞장서서 대열을 따라 나갔다. 그 뒤를 시오네가 뒤따르고 나와 에울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이동했다.


멀리서 천계의 공중 부대가 이동하는 게 보였다. 지상 부대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공중 부대는 빠르게 이곳을 향해 날아오고 있다. 선제공격을 해올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마계가 천계의 공중 공격을 어떻게 막아 내는지 지켜보기로 했지만, 성벽에는 궁수부대로 추정되는 병력조차 대기하고 있지 않았다.


「공중에서 공격할 수단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아. 그냥 지상 병력하고 합세할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아?」


「봐봐. 무기가 검이잖아.」


지금 이 자리에서 천계의 공중 부대의 무장을 확인 했다. 대략 천 미터가 넘는 거리다. 이 또한 에울의 몸에 있는 보옥의 능력이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오늘 전투에서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숨겨진 어떤 힘이 발현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고민 끝에 데리고 나왔다.


에울이 말한 대로 천계의 공중 병력은 어느 지점에서 더 이상 이동하지 않았다. 천계군의 깃발이 점점 가까워져 오면서 어디선가 북소리가 들려왔다.


둥! 둥! 둥!


철갑옷이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마계 팀원 가운데 창을 든 인물들이 앞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전쟁이란 운동 경기처럼 시작이 따로 없다. 그저 어느 쪽이 먼저 선제공격을 해오면 시작 된다.


전란의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제 천계와의 거리는 약 수 백 미터 조금 더 다가오면 어느 쪽 진영에서 누군가 앞장서서 튀어나올 터.


초장부터 상대의 기세를 꺾어 버리기 위해서라면 내가 나서도 될 일이다. 잠시 생각을 좀 하다가 작전의 순서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급하게 시오네에게 사인을 보냈다.


천계군의 진격 속도가 매우 느렸다. 결정적인 공격을 한 방 먹이려면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정신을 집중하고 마나를 정제하기 시작했다. 마나를 정제함으로써 큰 위력의 마법을 사용해도 소모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보다시피 준비 시간이 좀 필요하다.


준비가 끝난 시점에서 천계군의 상황을 보자, 더 이상 이동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찌된 영문인가 싶어 주변을 둘러보자 많은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공격 마법 특성상 준비를 하다보면 주변의 마나가 모여드는 걸 감출 수가 없다. 이걸 천계의 공중 병사가 목격하고 진군을 멈춘 것이다.


「간다!」


들통 난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 곧바로 준비해둔 마법을 천계 측 진영으로 쏘아 보냈다. 천계 병사들은 작은 방패를 꺼내들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고작 저런 작은 방패하나로 막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다. 내가 쏘아낸 구체에서 줄기줄기 전류를 뿜어냈다. 마른하늘에 큰 벼락이 한 번 내리쳤다.


「라이데인!」


구체가 터지면서 본격적으로 번개가 떨어져 천계 군을 노리기 시작했다. 공중에 있던 병사들은 혼비백산 갈피를 못 잡고 있다가 병사들이 하나 둘 추락했다.


예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위력과 지속시간이었다. 번개가 바닥을 한 번 때리자 흙이 튀어 오르면서 구덩이가 패였다. 직격을 받은 천계군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정제 과정을 한 번 거친 것뿐인데 예측 이상의 위력에 나조차도 놀라웠다. 천계의 병사들이 마법의 여파에서 헤매고 있는 지금이 공격 기회였다. 그 누구도 먼저 나서지 않고 눈치만 보던 와중 쉐어벨이 뛰쳐나가 창을 내질렀다.


쉐어벨의 창이 천계 병사의 갑옷을 뚫자, 마계 팀의 병사들이 뒤따라 달려들기 시작했다. 전쟁의 시작을 알린 쉐어벨은 금방 시오네와 합류했다. 둘은 이 기세를 몰아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 작정이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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