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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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8.10.10 03:18
최근연재일 :
2008.10.1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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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2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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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무적 19

DUMMY

청림은 요즘 들어 하루하루가 즐거웠다. 무서운 사람들에게서 도망쳐 길거리를 유랑걸식하며 지내던 자신이 적산을 만나 가족이 생긴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인데, 난데없이 선녀보다 예쁜 언니가 적산 오빠의 부인이라고 나타난 뒤로 빙화는 청림에게 매일매일 용돈이라며 은자 한 냥씩을 주었다.

은자 한 냥이면 그리 많은 돈은 아니지만 보통 점소이의 기본급이 은자 육십 냥이란 걸 계산해 보면 매일매일 은자 한 냥, 한 달이면 삼십 냥에 달하는 금액은 아이들이 용돈이라고 매일 받기에는 큰 액수였다.

당연히 기겁한 청림은 한사코 돈이 너무 많다며 거절했지만 화린이 특유의 무표정으로 지그시 바라보자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한 청림은 어쩔 수 없이 용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워낙 알뜰살뜰 살아온 버릇이 박혀서인지 오히려 돈 쓰기가 두려워진 청림은 고이고이 상전 모시듯 용돈을 모아 왔다. 그러다 최근 비무 대회를 쫓아온 상인들이 파는 신기한 물건들과 입에 침이 고이게 만드는 음식들 때문에 큰맘 먹고 조금씩 조금씩 사용하기 시작했다.

무인들에게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청림은 비무 대회에 같이 가자는 적산의 제의를 뿌리치고 어제 먹은 길거리에서 파는 꼬치구이의 그 고소한 맛을 잊지 못해 혼자서 객청을 나와 쪼르르 상인이 파는 꼬치구이 노점상 앞으로 달려갔다.

평상시라면 한산할 도로엔 많은 사람들이 북적였고 거리 곳곳에 먹을거리와 신기한 물건을 파는 상인들과 경극단 덕분에 축제 분위기가 완연했다.

“아저씨! 꼬치구이 하나 주세요!”

“허허, 또 왔구나. 조금만 기다려라. 내가 아주 맛나게 구워 주마.”

길바닥에 퍼질러 앉아 좌판을 펼친 채 물건을 팔던 상인은 청림이 오자 껄껄 웃으며 자그마한 숯불 화로에 석쇠를 올려놓고 꼬치를 굽기 시작했다.

각 지역의 특산품을 사 모아 다른 지방에 판매하는 상인은 평소라면 그냥 지나치는 동광시에 비무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혹시나 싶어 방문했지만 늦게 온지라 목 좋은 자리는 이미 다른 상인들이 차지한 지 오래였고 그나마 구석진 골목 끝 사람들의 통행이 뜸한 지역에 겨우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다른 도시였으면 자릿세를 받으려는 불한당들에게 세금을 뜯겼을 테지만 이곳 동광시는 그런 불한당들은 구경도 할 수 없는지라 고스란히 판매 대금은 자신의 수입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워낙 구석진 자리라 하루에 물건 두세 개 팔기도 힘들었고 그 정도 수입이면 하루숙박비 대기도 벅찬지라 조금이라도 수입을 늘리기 위해 각종 꼬치구이도 팔아 왔다. 이제 이력이 났는지 꼬치구이에 한해선 웬만한 요리사보다도 나았다. 그리고 오히려 꼬치구이가 더 잘 팔려 나가 이참에 사업을 바꿀까 고민하기도 했다.

발갛게 달아오른 석쇠에 두툼한 돼지고기를 촘촘히 끼워 넣은 꼬치를 올려놓자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군침을 돌게 하는 냄새가 매캐한 회색 연기와 함께 퍼져 나갔다.

쪼그리고 앉아 입을 벌리고 꼬치가 익어 가는 모습을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던 청림은 문득 어느새 나타났는지 옆에 자신처럼 쪼그리고 앉아 군침을 삼키며 꼬치를 바라보는 여인을 발견했다.

‘와아! 화린 언니만큼 예쁘다!’

청림은 차가운 분위기의 화린과 상반되는 부드러운 분위기의 미인을 보며 속으로 감탄했다. 여인은 청림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들어 청림을 보고는 활짝 미소 지었다.

‘화린 언니도 웃으면 정말 예쁠 텐데…….’

청림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 상인이 말했다.

“자아! 다 구웠다.”

“와아! 감사합니다!”

상인에게서 꼬치를 받은 청림이 한입 덥석 물었을 때 문득 청림의 시선에 여인이 들어왔다. 청림을, 아니 청림의 입에 있는 꼬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여인의 눈빛은 가난과 배고픔을 겪어 본 청림이 익히 잘 아는, 먹고 싶다는 눈빛. 청림은 즉시 먹고 있던 꼬치를 여인에게 내밀었다.

“언니, 이거 드세요.”

여인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청림이 내민 꼬치를 바라보았다.

“잘 먹을게.”

여인은 청림이 건넨 꼬치를 받아 한입 베어 물곤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근데 이거 나 주는 거야?”

“예? 아, 예. 언니 드세요…….”

넙죽 받아먹고는 이제야 자신에게 주는 건지 묻는 여인의 말에 청림은 살짝 당황했다.

“아저씨, 고기가 타요.”

“으응? 아, 이런!”

고기를 굽는 데 집중하느라 여인의 존재를 몰랐던 상인은 청림에게 꼬치를 건네고서야 여인을 발견했고 여인의 미모에 취해 멍하니 바라보다 청림의 말에 황급히 다시 꼬치를 구우며 힐끔힐끔 여인을 훔쳐보았다.

“자, 다 됐다.”

상인은 여전히 여인에게 시선을 떼지 못한 채 청림에게 꼬치를 내밀었다. 청림이 꼬치를 쥐기도 전에 여인이 재빠른 손놀림으로 꼬치를 휙 낚아챘다.

“어, 어?”

청림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바라볼 때 여인은 새로 받은 꼬치를 한입 베어 먹곤 청림에게 내밀었다.

“이건 너 먹어.”

“예, 좋아요!”

여인의 엉뚱한 행동이 이상했지만 청림은 여인과 함께 사이좋게 꼬치를 나눠 먹으며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헤헤, 전 청림이에요. 언니는요?”

“여기가 동광시 맞니?”

“예? 예, 여긴 동광시가 맞아요.”

“청림? 금청림?”

“어머? 제 성은 어떻게 아셨어요?”

“그런데 여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축제 기간이야?”

“에? 아니요 지금 비무 대회 때문에…….”

“어머나! 금청림이면 금가장의 금청림이네?”

“예…….”

“난 화연이야, 백화연.”

전혀 청림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이 할 말만 하던 여인은 헤헤거리며 청림에게 붙어 앉았다.

청림과 화연은 꼬치구이를 실컷 먹고 일어나 거리 곳곳을 구경하고 다녔다. 경극단의 우스꽝스러운 연극을 보며 깔깔거리고 길거리에서 파는 구운 옥수수와 볶음 국수, 만두 등을 맛보고 화려하게 반짝이는 패물들을 살피며 돌아다니는 등 동광시의 거리를 마치 제 세상인 양 종횡무진하면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언니가 그 유명한 검화였어요? 어쩐지…… 아! 그럼 화린 언니랑 싸우러 오신 거예요? 그건 싫은데…….”

“화린?”

“예. 빙화 언니 말이에요. 우리 오빠 부인. 헤헤.”

“우웅…….”

청림의 말에 미소가 담긴 표정으로 귀엽게 고개를 갸웃거리던 화연은 살짝 얼굴을 붉히며 도리질 쳤다.

“비무하러 온 건 맞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어.”

“예? 그게 뭔데요?”

“아이참…….”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양손으로 뺨을 감싸고 꺄꺄거린 화연을 청림은 이상한 듯 바라보았다. 청림이 궁금한지 재촉하듯 바라보자 화연은 슬쩍 청림의 귀에 대고 속삭였고 청림은 비명을 질렀다.

“으에엑! 진짜요?”

“……응.”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오신 거예요?”

“아, 그거? 여기로 오는데 어떤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 준다고 해서 따라갔었어.”

“……에엑! 모르는 사람이 맛있는 거 사 준다고 따라가면 어떻게 해요!”

화연의 말에 청림은 황당하다는 듯 외쳤다. 요즘 애들도 안 속는 말에 속는 화연이 신기했다. 화연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다시 헤헤거리며 말했다.

“하지만 진짜 맛있는 거 사 줬는걸.”

“그걸로 끝? 맛있는 거 주고 그냥 보내 줬어요?”

청림은 그럴 리가 없다는 듯 화연에게 반문했다.

“아니. 갑자기 싸우자고 덤벼들기에 전부 재워 주고 왔어.”

“에휴, 그럼 그렇지……. 응? 근데 전부 재워요?”

“응.”

“……몇 명 정도였기에요?”

“글쎄? 깊은 산골짜기에 남자들만 백여 명 정도 있더라고.”

화연의 말에 청림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화연을 바라보았다. 깊은 산골 백여 명 정도의 남자. 보나마나 산적들일 게 분명했다. 화연의 미모에 혹해 산으로 끌어들인 것 같은데, 깊은 산골에 데리고 갈 때까지 멋도 모르고 따라간 것도 대단하지만 눈치로 봐선 아직까지 그들이 산적이란 걸 모르는 거 같았다. 둔한 건지 순진한 건지. 조숙한 아이 청림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에휴, 뭐 그 사람들도 깨어나면 반성 좀 하겠죠. 아! 저기 신기한 거 있다! 저리로 가 봐요, 언니.”

“…….”

화연은 청림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헤헤 웃으며 청림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화연의 재웠다는 말에 청림은 실제로 잠을 재운 거라 생각했지만 화연에게 재운다는 건 영원히 잠들게 만든다는 걸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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