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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무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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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몽객
작품등록일 :
2008.10.10 03:18
최근연재일 :
2008.10.10 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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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9.05 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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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가무적 서장

DUMMY

대륙의 끝에 위치한 북주는 혹한의 추위가 사시사철 닥쳐오는 곳이었다. 북주에서도 가장 끝자락에 위치한 대설산은 그 누구의 발걸음도 허락한적이 없는 신비지처였다. 평생을 추위와 함께하며 살아온 북주의 인간들 조차 대 설산의 끝자락이나 겨우 오갈수 있는 그곳은 사시사철 눈이 내리며 사람의 발길을 거부하는 혹독한 추위를 자랑하는 산이었다.

그중 눈꽃처럼 생겼다 하여 이름 붙여진 설화봉에 위치한 빙혼곡은 이름 그대로 영혼조차 얼려버릴 정도의 차갑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빙혼곡의 중앙에는 하나의 커다란 동굴이 있는데 항상 살을에일듯한 바람이 쏟아져 나와 그 누구도 동굴안을 끝가지 가본이가 없다. 주민들은 그 동굴을 산 너머 지옥으로 향하는 통로고 지옥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라 하여 두려워 하여 억만금을 준다 해도 절대 가지않는 곳이었다.

헌데 그 동굴 입구에 한 초로의 노인이 초조한표정으로 서성이며 동굴 입구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이를 짐작할수 없을 만큼 늙은 노인의 눈가엔 주름이 맺혀있는게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아 어쩌면 좋단 말인가. 본 궁의 숙원인 음공을 대성하는거야 기쁜 일이다 만은… 차라리 실패하는게… 아냐 그래도 조사이래 천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기재인데 하지만… 하아 고민이로다…"

노인이 한숨을 쉬며 안절부절 못하고 동굴 입구만을 바라보는데 어두운 동굴 입구에서 한 사람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주위의 세찬 바람에는 아랑곳 없이 단정히 정리된 머리결은 손대면 은분이 묻어나올것만 같았고 밝은 달빛을 받아 주변이 반짝이는 듯 했다. 새 하얀 피부는 마치 눈 같았고 풍만한 가슴에 잘록한 허리, 매끈한 두 다리가 쭉 뻗혀있는 밤하늘의 별보다도 더 아름답게 빛나는 맑은 눈을 가진 미인이었으나 아무런 표정도 감정도 새겨지지 않는 얼굴은 마치 인형을 보는것 같았다. 여인은 걸어 나오다 노인을 발견하고는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사부님 나오셨습니까?"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는 목소리의 고저조차 없는 무미건조하나 오히려 그게 여인의 분위기와 더욱 더 어울리는 아름다운 목소리에 노인은 반가우면서도 껄끄러운 표정으로 여인을 맞이했다.

"그래 원하는 바는 얻었느냐?"

"소녀 사부님이 염려해주신 덕분에 미흡하나 소성을 이룰수 있었사옵니다."

"음… 그럼 어디 한번 보여봐라"

"예"

여인은 가만히 서서 호흡을 가다듬었다. 왼손을 허공으로 쭉 내뻗자 가느다랗고 투명한 얼음의 창이 생성되었다. 그 시간이 찰나라 마치 처음부터 창을 들고 서 있는듯 했다. 노인은 그 광경에 두 눈을 부릅뜨고 입을 쩍 벌리고 부르짖었다.

“빙혼창! 음공을 대성해야지만 생성할수 있다는 전설상의 경지! 그걸 해내다니!”

노인의 경악과는 상관없이 여인은 천천히 창을 돌리기 시작했다. 찌르로, 휘두르고 자유자재로 창을 쓰며 움직이는 여인의 모습은 마치 한줄기의 바람과도 같았다. 어떨때는 따뜻한 봄바람처럼 어떨때는 매서운 광풍처럼 휘몰아 치는 그녀의 창법이 한자락의 춤과도 같이 펼쳐졌다. 노인은 그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아 조사 이래로 그 누구도 완성할수 없었던 음공과 설풍창법을 저리도 쉽게 펼치다니 내 이 말년에 무슨 복인지…“

하지만 이내 노인은 안색을 찌푸렸다. 고대로 부터 내려오던 조사의 유언이다. 빙궁의 일원이라면 그 누구도 어길수 없고 따라야만하는. 하지만 그 누구도 조사의 유시가 실제로 이행될수 있으리라곤 상상하지도 못한 유언. 하지만 가장 큰 고민은 과연 제자가 그 명을 따를까 하는것이었다. 제자의 무공이면 그 어디가서도 꿇릴것이 없다. 물론 그럴리야 없지만 수 틀리면 확 뒤집어 엎어버리고 뛰쳐나가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빙궁내에는 아무도 없는것이다. 노인은 어느새 창법을 마치고 노인 곁으로 돌아온 여인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표정도 없이 감정조차 얼어붙은 것 같은 여인의 눈을 마주본 노인은 굳은 결심을 하고 여인에게 말했다.

“화린아…”

“하명하소서.”

“…시집가야것다.”

“……”

노인이 현음신공을 연마한지 어언 70여년 참으로 오래간만에 덜덜 떨리는 추위를 느꼈다.


해남주

말 그대로 남쪽바다라는 지명을 가진 이곳은 대륙 최 남단으로 변경이라면 변경일수 있으나 지리적으로는 수도인 중천과도 가까우며 풍부한 해산물과 서천과 동천과의 해상무역의 중심지로서 명성을 날리고 잇는 곳이며 특히 무림에서 존경받는 문파인 검각이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물론 구파 일방의 일원인 해남파 또한 위치하고 있었지만 해남파는 검각에 속한 한 지파라는 인식이 강했고 해남파 또한 그걸 부인하지 않았다. 그 만큼 검각은 무림에서 검의 종주로서 존경받는 곳이기도 했다.

“하압! 질풍천하!”

낭랑한 외침과 함께 상대를 향해 혼신의 힘을 다해 검격을 쏟아넣는 해남파 장문인 구일성은 지금 자신의 처지가 믿기지 않았다. 느닺없이 검각의 각주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에 가벼운 마음으로 인사도 시킬겸 본파의 수제자들과 검각으로 올랐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각주는 대뜸 눈이 휘둥그레질만큼 아름다운 여인을 소개시켜 주며 자신과의 비무를 명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해남파가 검각의 한 지파라지만 엄연히 독립된 문파인데 그 문파의 수장을 대뜸 자기 딸내미뻘 되는 여인과 비무를 하라 하다니 구일성은 불쾌한 마음에 투덜거리며 여인과 비무대에 섰다. 물론 각주에게 항의할 생각은 절대 없었다. 그랬다간 자신을 존경과 선망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수제자들 앞에서 복날 개 맞듯이 얻어터질게 분명했기에.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선수를 양보했다. 하지만 단 일초에 검조차 빼들지 못하고 어깨에 닿아있는 검을 보며 지금 자신이 꿈을 꾸는게 아닌지 참 의심스러웠다.

“다…다시 한번만…”

구일성의 요청에 여인은 부드럽게 웃으면서 승낙했다. 구일성은 상대를 경시하는 마음을 버리고 진지하게 임했다. 그 결과 일곱번이나 계속된 비무에 구일성은 단 한번도 여인의 검을 막지 못했다. 자신이 알고있는 가장 강한 수비식과 공세를 온몸의 내공을 끌어올려 펼쳤지만 여인의 검은 참 신기할 정도로 구일성의 초식을 파해하며 구일성의 요혈에 살포시 얺혀졌다.

“대…대체 그 검은 뭐라하오?”

자신의 구명절초로서 단 한번도 누가 보는데서는 펼치지 않으며 비밀리에 익힌 질풍 십이검의 마지막 검세 마저도 가볍게 막아내고는 자신의 어깨에 검날을 같다댄 여인의 검을 보며 구일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인은 보는이가 시원해질만큼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창공검예 제 일초식 창공일성이에요”

“일초… 단 일초식도 막지 못한건가…”

구일성은 절망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엿다. 제자들 보기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자신의 딸내미뻘 되는 여인의 단 일초식도 못 막았다는 사실에 고개를 들수가 없었다. 그런 그를 향해 각주가 다가오더니 구일성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짝 소리가 시원하게 울려퍼질 정도로 내리쳤다.

“뭘 그리 세상 다 산 표정으로 풀이 죽어 있는거냐! 내 나중에 부를 테이니 오늘은 이만 내려가거라.”

“누님은 위로는 못해줄 망정… 예 내려갑니다. 가고 말고요.”

각주의 서슬퍼런 눈길에 구일성은 본능적으로 목을 움츠리고는 황급히 제자들과 함께 검각을 내려갔다. 각주는 따스한 눈길로 여인을 바라보았다.

“화련아 이제 자신이 섰느냐? 저 해남파 장문인은 비록 밴댕이 소갈딱지에 소심하고 꿍한 성격이지만 그 실력만큼은 강호에서도 알아주는 놈이다.”

“예 사부님. 헌데 비무행이 끝나고 할일이 있다 하셨는데 그게 무었인지요?"

각주는 안쓰러운 눈길로 화련을 바라보았다. 자신은 운 좋게 피해갔지만 화련은 딱 적령기다. 선조의 유시를 무시할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생각해도 며느리 감으로 화영만한 여인이 없었다. 각주는 한숨을 내쉬며곤 화련에게 말했다.

“화련아…”

“예?”

“시집가야것다.”

“에이 사부님두 참…”

화련은 수줍게 웃으면서 쑥스러운듯 볼을 발그스름하게 물들엿다.

“화련아…”

“예?”

“이건 검각의 제자라면 피할수 없는 선조의 유시다. 이미 상대도 정해져 있다.”

화련은 두 뺨을 발그스름하게 물들이며 수줍게 웃는 모습 그대로 굳어졌다.


홍등가. 매일 매일 손님을 유혹하는 여인네들의 콧소리와 호탕한 웃음소리 우당탕 물건 깨지는 소리가 삼중주를 이루어 합주를 하는곳 그런 시끄러운 홍등가의 뒷골목 에서도 제일 후미진곳에 위치한 허름한 건물의 지하 어두운 곳에서 지금 세 사람이 희미한 초롱불 하나만을 켜 놓은채 심각한 표정으로 뭔가를 논의하고 있었다. 희미한 초롱불에도 반짝이는 하얀손의 노인이 말했다.

“구가야 귀곡이 무너졌다며?”

구가라 불린 노인은 자신의 자랑인 흰 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침통한 음성으로 말했다.

“마룡방이랑 붙어서 깨졌다는군…”

“마룡방은?”

“청방한테.”

“청방은?”

“흑림한테.”

“흑림은?”

“조화원한테.”

“조화원은?”

“고년이 먹었지.”

“끄응… 제길 어쩌다가?”

“거 왜 귀곡주가 몇해 전 첩실하나 들였잖아.”

“들었어. 노친네 정력도 좋지”

“그 들여논 첩실이 마룡방주가 찾던 어렸을때 헤어진 여동생이라더군…”

“진짜?”

“아니. 고년이 철저하게 여동생으로 가장해서 믿을수 밖에 없게 만들었더군 당연히 마룡방주는 눈이 뒤집혀서 귀곡으로 쳐들어갔고 귀곡주는 뭣도 모르고 맞서 싸우다가 다 말아먹고…”

“근데 마룡방은 왜 청방이랑 싸운거야? 귀곡이 가지고 있던 이권만 해도 한동안 소화하기 힘들텐데?”

“전승 축하연에서 마룡방주가 여동생이라고 소개시키려고 데리고 나온 여인이 연회장에서 마룡방주 심장을 찔러버렸댄다. 알고 봤더니 10년전 마룡방이 정가장을 멸문시킬때 살아남은 정가의 여식이라는군.”

“…아무리 그래도 칼밥먹고 사는놈이 일반 여인네가 찌르는 칼을 못피해?”

“고년이 살문에서 교육시켰다는군…”

얘기를 나누던 두 노인의 눈초리가 가만히 듣고만 있던 왼쪽 뺨에 긴 검상이 있는 노인에게로 향했다. 물론 고운 눈초리는 아니었다. 공가라 불리는 노인이 말했다.

“선가야 넌 살문의 문주라는놈이 어떻게 문도하나 간수 못 하냐?”

선가라 불린 노인는 가소롭다는 눈초리로 두 노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남말하네. 고년이 살문을 장악한지 벌써 3년째다. 그러는 공가 너는 별다른거 있냐? 공공문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난 주제에”

공가라 불린 하얀손의 노인은 발끈하여 뭐라 항변하려 했지만 구가라 불린 노인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자자 여기서 싸우지들 말고 계속 들어봐 아직 안끝났어”

“뭐가?”

“마룡방주를 찌른 그 여자가 말이야… 웃기게도 마룡방주의 심장에 청룡비를 박아 넣었더군.”

“청룡비? 청방의 방주가 늘 가지고 다니면서 애지중지 하던 그거?"

“그래. 게다가 청방과 마룡방은 딱 알맞게 사이가 안좋지.”

“하지만 아무리 청방이래도 상인집단이라 쓸만한 놈들은 없었을텐데 게다가 청방 뒤를 봐주는 놈이 무주지사 곽현진 아니었나?”

“초반엔 마룡방이 다 쓸어버릴듯 했지만 문주가 없다보니 슬슬 지 밥그릇 챙기겠다는 놈들이 나왔지 고년도 그걸 부추겼고.”

“그래서 결국 지들끼리 밥그릇 챙기겠다고 까불다가 청방한테 뒤통수 맞았다?”

“그렇지. 힘 다빠진 마룡방을 쉽게 먹어버렸지.”

“근데 흑림은 또 왜 끼어들어?”

“고년때문이지. 청방의 주 수입원이 뭐냐?”

“밀염이잖아.”

“쩝 청방놈들 마룡방 친다고 있는돈 없는돈 다 써서 무사들을 끓어 모은것 까지는 좋았는데 마룡방 깨고나서 자금줄이 다 끊겨 버린거지.”

“엥? 고놈들이 어떤놈들인데 자금줄이 말라?”

“흑림애들이 길목을 탁 틀어막고는 청방애들만 못살게 구니까 돈 들어오는데가 없는거지. 결국 돈 못받은 낭인들한테 가진 재산 다 털어주고 개털됐다.”

“그럼 흑림은! 흑림은 어쩌다가 조화원한테 망했다는거지? 듣기로는 관군한테 토벌당했다는데?”

“조화원이 어디냐? 중천 삼대 정보조직중 하나이자 대륙의 모든 기루와 주점을 한손에 틀어쥐고있는곳 아녀!”

“그렇지. 게다가 고년이 조화원주를 언니라 부르는곳이고.”

“흑림애들 이기고 나서 좋다고 술퍼마시다 기녀들이 살살 꼬시니까 지잘났다고 산채에 대한 정보를 죄다 나불댔다는군… 조화원은 고 정보를 청방 뒤 봐주던 무주지사한테 고스란이 일러바쳤고 곽현진은 좋다구나 하고 관군 이끌고 가서 싹다 뒤집어 엎어 버렸지.”

“하지만 곽현진은 중천으로 소환당했잖아? 뇌물 수수및 밀염혐의로.”

“흑림이 정리되고 나서 조화원주가 중천의 법현각에다가 곽현진의 비리사실을 죄다 꼬발랐다는군.”

“……그럼 정말 다 망한거냐? 딸랑 삼개월 만에?”

“그래. 우리가 평생을 걸려도 못한 일을 고년은 딱 삼개월 만에 해치웠다.”

“제길 그래서 지금 우리가 여기 숨은거군. 멀리 변방으로 도망칠 시간도 없이 말이야…"

“그래 너무 빨랐어 미처 시간을 벌기도 전에 일이 다 끝나버려서 황급히 여기에 숨은거지.”

“음… 여기는 안전할까?”

“크크 고년이래도 여기는 절대 못찾을꺼다. 여기는 내 최후의 피신처로 아무도 모르는 곳이니까.”

“그렇다면 다행이고… 근데 고년이 지금쯤 두번째 봉서를 열어 봤겠지?”

“아마도. 하아… 그거 보면 우리를 잡아먹으려고 할텐데…”

“흥! 알긴 아는군요!”

뾰족한 고성과 함께 쾅!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어두운 골방의 문을 박차며 한명의 여인이 뛰어 들어왔다. 붉은머리에 눈에 확띄는 미모와 이를 돋보이게 만드는 화려한 봉황이 수놓아진 비단궁장을 걸친 미인은 기세등등하게 골방 구석에 모여 애처롭게 서로를 부둥켜 앉고는 바들바들 떨고있는 세 노인을 향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곳에 숨으면 제가 못찾을줄 알았나요? 자 설명해 보시죠?”

여인이 왼손을 내밀며 펼친 두루마리에는 단 한마디만 적혀있었다.

[제자야 시집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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