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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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irdap
작품등록일 :
2020.03.09 00:15
최근연재일 :
2022.05.27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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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5,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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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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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5.의외.(2)

DUMMY

유리는 자신의 이름을 부른 자를 보았다. 그자였다. 배 위에서 봤던 귀족 사내.


“이리로 오세요!”


그자가 자신의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으며.

-탕!

저 막대기에서 터지는 불은 무엇이고.


“어서요!”


자신의 손목을 잡는 이유는 무엇인지.

유리는 루안이 잡아 끄는 대로 끌려가며 달렸다. 일단 이 자리를 피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 ---------!”


막대기에서 나온 불을 맞은 야수족이 다시 벌떡 일어나 뒤쫓아오고 있었으니까. 그나마 불이 나오는 막대기 덕에 약간의 거리를 벌렸다. 유리는 그 잠시간의 틈을 타 바닥을 향해 문자를 그려 날렸다. 퍼엉, 하는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휘날리며 땅이 파였다. 유리는 그 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갔고 루안 역시 유리를 따라 들어왔다. 팟, 다시 한번 유리가 빛을 날렸고 흙은 둘이 들어간 구덩이를 뚜껑처럼 덮었다.


“하아, 하아······.”


유리는 턱까지 차오른 숨을 겨우 진정시켰다. 그러나 숨은 진정했어도 경계심은 가라앉지 않았다. 유리는 언제든 문자를 쓸 준비를 하며 루안을 노려보았다. 그가 귀족이라는 것을 안다. 그러나 배 위에서와는 상황이 다르다. 언제든 공격을 주고받을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도움.


“누구시죠?”


루안은 유리의 손을 힐끗 바라보았다. 유리의 자세가 무슨 뜻인지 알기에 그는 막대기를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두 손을 올렸다. 유리와 달리 루안에게는 이것이 유일한 무기인데도.


“그······. 배에서 뵈었죠?”

“그런데요?”

“이름은 그때 들었습니다.”


-유리! 도망쳐! 어서!


그때, 아빠가 저더러 도망가라고 그토록 소리를 질렀으니까, 듣고 기억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요?”

“네?”

“그런데 왜 도와주신 거죠?”


무엇을 바라고. 무슨 목적으로. 유리의 질문에 루안은 눈을 두어 번 깜빡였다. 생각지도 못한 질문을 들었다는 듯이. 그러나 곧 그 눈은 곱게 휘었다. 


“인간이 야수족에게 쫓기고 있는데 도와드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인간이 인간을 쫓고 죽이는 일이 당연한 세상이더라도 인간이 다른 종족에게 공격을 받으면 인간을 도와주는 것이 당연한 일일까.


이 세상에 당연한 일은 무엇일까.


인간의 가족이 야수족인 것은, 인어인 것은, 천족인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데.


루안의 답이 세상의 이치는 아니더라도 상식은 된다는 것을 알아 유리는 경계심을 아주 약간 풀었다. 아주 약간만.


“아무튼, 고맙습니다.”


그래서 세상의 상식만큼만 답하기로 했다. 어차피 여기서 나오면 다시 보지 않을 사이인데. 유리는 구덩이를 덮은 흙 뚜껑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기에 빈 곳을 만들고 숨구멍을 틔우게 할 만큼의 흙 뚜껑은 문자로 겨우 잠시 버틸 수 있는 것뿐이었다. 집 근처 사냥터에 미리 마련한 함정과 달리. 즉, 곧 무너진다. 그 시점을 맞추어서 다시 튀어 나가야 한다. 만일 그사이 야수족이 이 근처에서 사라지지 않았다면. 그 때문에 유리는 예민한 감각을 있는 대로 세웠다.


“흐흠.”


그러하니 루안의 헛기침 소리가 유리의 신경을 건드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유리의 차가운 시선이 날아오지만 루안은 그저 빙그레 미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저한테 들으실 이야기는 더 없으시고요?”


유리는 저도 모르게 루안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이 사람이 지금 무슨 의도인지 단 한치도 알 수 없어서. 세상 밖으로 나와 만난 이들은 모두 이상할 뿐이다.


“없습니다.”

“저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덜컥, 루안은 바닥에 내려놨던 막대기를 주워 올렸고 유리는 바로 손을 뻗어 문자를 쓰려 했다. 그러나.


“지금 쓰려는 문자는 뭔가요? 폭발?”


유리의 손이 멈칫했다. 특수한 교육을 받아야만 쓸 수 있는 마법 문자를 알아보고 있다. 그것도 사용하기도 전에. 아무리 귀족이라도 그것은 모두가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는 대체. 유리가 무슨 생각을 하든 루안은 느긋하게 말을 이을 뿐이었다.


“지금 여기서 폭발해서 야수족의 시선을 끌 이유가 있습니까?”

“그쪽의 그 이상한 막대기에 당하는 게 먼저가 될 수 있으니까요.”

“그럴 염려는 접어두시죠.”


루안은 막대기 끝을 흙 뚜껑 쪽을 향하게 하고 언제든 튀어 나갈 준비를 했다. 그의 시선 역시 바깥을 경계하는 듯하자 유리의 시선도 돌아갔다. 루안은 유리를 보지 않고 말을 이었다.


“저 야수족, 아마 노예해방군일 겁니다.”

“노예해방군?”


유리의 어깨가 움찔했다. 분명히 처음 도착한 곳에서 쫓긴 것도 노예해방군 때문이었지.


“노예해방군 중에서 가장 과격한 집단입니다. 인간만 보면 무조건 죽이는.”


유리는 혀도 차지 못했다. 처음에는 노예해방군으로 오해받더니, 다음은 노예해방군에게 쫓기는 신세라니. 진짜 아빠 찾아가는 길 한번 더럽게 험하다.


“야수족의 신체 조건은 인간보다 월등하고 저들 대부분은 전사로 훈련받은 이들입니다. 이대로 나가면 아무리 문자를 쓸 수 있어도 위험합니다.”

“그래서요?”

“제가 엄호해드리죠.”


루안이 유리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그의 미소에 유리는 다시 당황했다. 무어가 좋다고 이 상황에서 웃고 있을까. 루안은 막대기를 툭툭 치며 말했다.


“이 녀석이 문자보다는 분명히 빠르지만, 아직 위력은 약합니다. 그래도 잠깐 문자를 쓸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줄 정도는 됩니다.”


엄호라는 것. 그것은 오빠와 함께 사냥을 나갈 때나 하는 일이다. 오빠가 자신을 엄호해줄 때도 있고, 자신이 오빠를 엄호해줄 때도 있고. 호흡을 맞춰가며 하는 일. 그것은 가족과 함께 하는 일이지 남과 하고 싶은 일은 아니다.


“그, 막대기는 뭐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저 사람의 협조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다만 대답을 미루고 싶어 유리는 어물쩍 말을 돌렸다. 유리의 질문이 반가웠는지 그는 환하게 미소 지었다.


“총이라는 겁니다.”

“총?”

“제가 발명한 신무기입니다.”


유리의 시선이 힐끗 다시 그 막대기를 향했다. 마법 막대기 같은 것은 아닌 듯, 나무와 철이 조금 섞여 있는 것이 보였다. 철은 대롱처럼 구멍이 나 있고. 저기를 통해서 불이 나가는 것일까. 과연 신기한 놈이기는 했다. 살상력은 비록 떨어지는 것 같지만.


“그리고, 산 밑에 노예해방군 조사를 위해 함께 온 일행이 있습니다.”


유리는 저도 모르게 이를 꽉 물었다. 이 같은 자들이 더 있다는 뜻이다.


“야수족 정도는 얼마든지 해치우고 나갈 수 있을 정도입니다.”

“······알았습니다.”


유리의 답에 루안은 다시 미소지었다. 유리는 또다시 당황하고 만다. 지금 웃을 일이 무어라고 저토록 환하게 웃는단 말인가. 마치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받은 세이 같았다. 어리고, 순수한 미소.


“쉿.”


그러나 당황은 잠시였다. 투둑, 투둑, 소리와 함께 흙먼지가 머리 위에서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곧 문자의 효력이 떨어진다. 루안도 유리의 표시가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었기에 바깥쪽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바삭, 바삭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소리,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에 누군가 있다, 분명히.


“셋, 둘······.”


유리가 속삭이기 시작하고 루안은 총을 정비했다. 유리 보다 두 발자국 앞, 엄호를 위한 자세를 취하며. 유리의 눈에 그의 어깨가 들어왔다. 낯선 어깨가.


“하나!”


유리의 외침과 동시에 흙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루안은 구덩이 위로 뛰어올랐고, 동시에.


“윽!”


유리가 그의  어깨를 지지대 삼아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퍼엉! 동시에 유리는 근방을 살펴보던 야수족을 향해 문자를 쏘아댔다. 탕! 탕! 탕! 유리가 강하게 밟고 뛰는 바람에 어깨 통증이 머리를 울릴 정도지만 루안은 참고 야수족을 향해 총을 쐈다.


“-----! --------!”


야수족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피를 흘리며 바닥을 기는 놈과 주춤주춤 물러서는 놈.


“유, 유리 씨?”


그리고 저리로 날아가듯 뛰어가는 인간 하나. 유리는 루안에게 어떤 신호도 말도 없이 달렸다. 당연했다. 낯선 사람과 동행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까.


“큭.”


루안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으나 얼른 이를 깨물어 참았다. 뒤통수 맞은 상황임에도, 너무도 기뻤다.


똑같았으니까. 분명히 자신이 찾던 사람이니까. 문자를 쓸 때 자수정같이 빛나는 눈동자, 트브 가문 특유의 문자 배열력, 그 사람과 닮은 얼굴.


-난 여기 있을 거예요. 또 만나요.


그리고 그 옛날처럼 거짓말하는 것이, 분명히 자신이 찾던 그 '유리'가 맞았으니까.


“곧 또 볼 겁니다.”


루안은 야수족이 주춤거리는 틈을 타 총을 다시 정비했다.


“야수족, 댁들도 얼른 여기서 꺼지고! 저 사람이 다치면 안 됩니다.”


콰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총에서 지금껏 보지 못한 엄청난 불꽃이 튀어나왔다. 야수족의 비명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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