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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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센세
그림/삽화
냥이센세
작품등록일 :
2020.03.09 16:43
최근연재일 :
2020.03.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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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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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화 농대

DUMMY

누군가 내게 어쩌다가 농사를 짓냐고 묻는다면

나는 어떠한 거짓말도 섞지 않고 이리 말하겠다.


"밥 먹고 살라고"라고


어디에나 있을법한 청년은 아니다. 나는, 나이 25에 군대를 제대하고 나서 곧장 아버지의 일을 도와 가업을 이을 수밖에 없는 이른바 후계농이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에는 가기는커녕 고등학교를 졸업하기도 바빴다. 기초교육제도에 의해서 고등교육은 마쳐야만 했고, 농업은 더 이상의 내 학업에 대한 지원을 바랄 수 없었던 가계에 한계에 내가 이어나가야만 그나마 보전할 수가 있었다.


아버지는 어렸을 때부터 그랬었다. 여동생이 있었으나 여동생은 여자라는 이유로 항상 가사일 외에는 어떠한 농사일을 하지 않았다. 남자로 태어난 이유로 아버지의 뒤를 따라서 여러 가지 일을 도왔다. 어렸을 때 아니 힘이 붙지 않았을 때는 간단한 심부름이나 쉬운 일을 시켰으나, 어느 정도 성장하고 힘도 붙었을 때는 점차 아버지가 하셔야 할일을 맡기셨다.


아버지는 뭐랄까 좋게 이야기하면 배포가 크시고, 사업을 크게 확장에 일가견이 있다고 할 수 있고, 좀 나쁘게 말한다면 일만 크게 벌이시는 편이시라 항상 농사일이 과도하게 고되고 힘들었다.

이런 산간지형에서 80마지기 농사라고 하면 너무나도 큰 농사였다.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해봐야 일반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한 점은 굉장히 아쉽지만 내 삶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을 위해서 조금 설명을 붙이자면, 1마지기는 한말 농사라 해서 볍씨 한말을 뿌릴만한 땅을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고 그냥 1마지기 = 200평이라 이해하는 것이 빠르다.


그 넓은 땅에 아버지는 짓고 싶으신 농사는 다 지으셨다. 사과나 배, 복숭아 같은 과수업부터 쌀,배추,오이,가지,표고버섯,고추,무,당근,양파,파 등의 각종 야채나 브로콜리 같은 외국야채도 키웠고, 비닐하우스에 제철이 아닌 채소나 과일도 길렀다. 게다가 남거나 휴경지(농사를 짓지 않고, 묵혀서 다음해에 풍작을 이루려고 내버려둔 땅)에 이탈리안 라이그라스나 총체보리 등을 길러서 이를 소를 길렀었고 축사에는 닭이나 오리를 겸사겸사해서 키웠다.

게다가 그 옆에는 돼지, 개도 키웠었고 심지어 방죽(여름철 농사에 쓸 물을 저장해두는 곳 댐의 소형화 격)을 개조해서 장어나 자라도 길렀다. 여기서 나오는 돈으로 각종 농사기기를 사셨고, 그걸로 좀 더 효율적으로 일을 하셨다. 이렇게까지 시골에서 크게 일을 벌이시는 데에는 아버지의 평생이 걸리셨다.


나는 아버지가 평생에 걸리셔서 이루셨던 일들을 하나씩 따라다니면서 배웠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물론 이런 점에 있어서 타인에 비해 특별한 경험을 쌓았으니 ‘대학교를 가면 되지 않냐’라는 것이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다.


그러나 웃기는 소리 말라고 하고 싶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방과 후면 아버지를 따라서 산이야 논밭을 가리지 않고 따라다니면서 아버지가 일러주시는 말 한마디 한마디를 새겨들으면서 배웠던 농사일의 요령이나, 아버지의 철학은 학교에서 알려주던 공부는 아니었기에 인생의 철학을 세우는 데에는 큰 역할을 할지는 모르겠으나 학교의 성적에는 단연코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항상 중저의 성적을 갖고 있던 내가 당연 도심지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할리가 만무했다. 게다가 아버지는 나의 손길을 바라고도 있으셨다. 대학교도 아버지와 담판을 하고나서야 겨우 아버지께 들었던 말은


"군대를 갔다오면, 축산과를 갔다 와라"


라는 것이었다. 하..... 정말 공부도 못 할 정도로 부렸으면 적어도 대학교 정도는 원하는대로 보내주시던지 끝까지 내 인생에 관여를 하신다. 농대에 축산과라니, 결혼을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


“야이놈아 정신 안 차리고 일 할래?”

아버지의 고함이 여기까지 들린다. 뭔 화통을 잡수셨는지 1층에서 지른 고함이 여기까지 들린다. 어디서 보고 있나?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미장질이다. 집을 새로 짓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다른 사람들은 3~4억을 들여서 아파트를 구입하거나 전세 들어서 살거나 하는데 우리가족은 시골에 있는 집이 전부였다. 전세 들어갈 주택도 구입할 아파트도 없었고 있는 것이라고는 건축허가가 나온 집터였다.


포크레인으로 땅을 다지고 시멘트로 기초를 다지는 것까지는 사람을 불러다가 썼었다. 아버지가 할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렸고 마을회관에서 머무르는 것도 민폐를 끼치는 행위였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나 그리고 먼 친척이지만, 자주 시골집에 놀러 오시는 대구할아버지(나는 그렇게 불렀다. 할아버지의 사촌뻘이시다.)께서 오셔서 집의 전체적 구조를 봐주셨다.


아버지나 대구할아버지는 젊었을 적에 같이 노가대(아침시장에서 일력 꾼으로 일을 하는 것)에 많이 나가셔서 돈을 벌으셨기에 그때 몸에 익히신 기술로 집을 짓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많았다. 나도 어쩔 수없이 배울 수밖에 없었다. 본래 손재주도 좋았고 눈썰미도 있었기에 아버지가 하시는 일을 따라만 하더라도 아버지의 반분은 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따라 하다보면 아버지의 지적과 함께 배우면서 일을 배웠었다. 지금 미장이질도 노가대에 가면 전문가로 인정받을 정도의 실력이다.


"기철아, 라면먹을라냐?"


아버지께서 소주를 드시다가 출출하셨는지, 컵라면을 드시면서 물어 오신다. 당연히 먹어야한다. 새참정도 안 먹어도 어떠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먹을 기회가 있으면 틈틈이 먹어야 일을 견딜 수가 있었다.


"요 줄만 다하고 갈게요~"


거리도 상당히 먼 그늘에서 계신 아버지가 못 들으실까, 큰소리로 대답해야했다. 새참, 점심, 새참, 새참, 저녁. 이게 지나고 나면 어느새 하늘에는 곧 쏟아질 정도로 많은 별들이 무리를 이루어 군집이 되어 하늘을 밝힌다. 즉, 하루 일과가 끝나면 어느새 7시가 넘는 것이다. 이렇게 일할 수 있는 체력은 아마도 아무나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된다.


해발 650m가 넘는 고지대에서 항상 뛰놀기도 하고 일하면서 컸던 내가 오히려 이상한 존재일 것이다.



이렇다 할 이야깃거리도 없이 집짓는 것이 대략 끝나가던 것은 8월이 거의 끝나가던 8월 마지막 주 금요일이었다.


금요일 저녁 아버지는 나를 부르셨다. 지금까지 혼이 났던 적도 많았으나, 대부분은 아버지께서 나를 불렀을 때는 무언가가 들어주셨을 때였다. 혼낼 일이 있으면 그 자리에서 혼을 내셨지 쉬고 있을 때까지 불러서 혼내시던 분이 아니셨다.


"아버지, 저에요"


유교사상이 너무나도 깊으신 아버지의 교육방침에 따라서, 나는 유교적인 사람이었다. 문안인사를 드릴정도로 깊지는 않았으나, 예를 차릴 때는 차렸다.


"들어와라"


들어오라는 말을 듣고서야 들어가는 나를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어쩌면 이상하거나 어쩌면 무슨 대단한 효자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나는 그런 대단한 생각은 가지고 있지도 않았다.


"일로 와서 편하게 앉아라"


아버지께서는 옆으로 누우신 채 TV에서 나오는 뉴스를 보고 계셨다. 뉴스에서는 삼성이 VT 디바이저의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이야기가 보도되고 있었다.


"니도 슬슬 학교를 가야재. 언제까지 그렇게 쳐박혀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재?"


"예"


아버지께서 처음으로 대학교를 가시란 말씀을 꺼내주셨다. 반드시 갈 수있는 확정적인 말씀이셨다.




"맨첨에는 말이혀, 저짝에 세명대학교인가 먼가 그짝에 보낼라고 혔는디, 거그는 너무 멀고 여짝에 농대로 가"


"아버지 그러면 수능이라는 시험을 봐야하는데요?"


"아~ 그거는 거시기 뭐냐, 군청에 아비 친구가 말이여 말해주더만, 니가 어차피 농사지을거니깐 그런걸 배우는데로 알아봐달라니깐 여짝에 있다더만? 글서 내가 말을 하니까는 그냥 갈 수있다더만? 전화혀볼려? 아비는 잘 모르겠으니께는"


"그럼 제가 해보겠습니다. 그런데 여짝이라면 어디에요 아버지?"


"아 이런 그걸 말을 안했네, 글고본게 어디래더라 그놈이 준 종이쪼가리가 있었는데 가만"


아버지는 일어나셔서 서랍을 뒤지셨다. 두꺼운 20장이 더 되어 보이는 통장이나 도장 인주도 바닥에 나뒹굴어질 정도로 서랍은 이런저런 서류로 복잡했다.


"아 여깄고만!"


아버지는 한 봉투에 들어있는 서류를 내밀었다.


"읽어보라잉, 나는 뭔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으니께는"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말씀에는 울분이 담겨있었다. 글을 읽을 수는 있었다. 그 어려운 시절에 중학교를 나오실 정도였으니, 하지만 모르시단 말씀을 보면 분명 서류는 영어가 섞여있었을 것이 분명했다.


한국 농업대학교 입학생 특별 모집


한국 농업대학교는 농협중앙회와 함께 각 지역에서 유망한 인재를 선발하여 국가 기반인 1차 산업의 확장을 꾀하고 IOT 농업을 확장하고자, 전라북도에서 숨겨진 인재를 발굴 육성하고자 대학생을 모집합니다. 모집학과는 농업생명환경 관련학과, 기계공학관련 학과, 관광관련학과입니다. 많은 참여 바랍니다. 모집학과 내역------


--생략--


------신청기간 2019년 9월 1일 (화) 오후 5시까지




자세한 내용은 다시 자세히 읽어봐야겠지만, 대략적 내용은 학생을 군별로 선발하여 각 군마다 10명씩 뽑아서 다시 도에서 면접을 봐서 최종 30명을 선발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거기에 내가 신청해서 장학금을 받고 대학교에 들어가라는 것이 아버지의 말씀이셨다.


"아버지 제가 이게 될까요?"


"된디야 그놈이, 너 정도면 100%된다니깐 걱정 허덜말고 신청해놨으니께는 그냥 가서 면접이나 잘봐둬"


"예? 신청을 하는게 아니라 신청하셨다고요?"


"엊기제 했재 그놈이 글더라고 할라면 빨랑빨랑해야 위에서부터 읽는다길래"


"그래도 제말은 안듣고"


"안할끼도 아니자녀, 시방 머셔 안갈겨?"


"아... 아뇨 아버지 알겠습니다. 물러갈게요."


서류를 들고 마을회관에서 제일 작은 방이지만 인터넷이 되는 방으로 돌아왔다.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렀다. 드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쿨러팬을 아무리 청소해주고 갈아줘도 고물 컴퓨터가 켜지는 소리는 여전히 들려왔다. 뇌파입출력장치, 이른바 가상캡슐이라고 불리는 기기가 상용화가 이루어진다는 세상에 10년도 더 된 싱글 코어 컴퓨터로 인터넷을 하는 이는 나밖에 없을 거란 생각을 하면서 인터넷 익스플로어를 클릭했다.


인터넷에서는 정확히는 도청홈페이지(이것도 구세대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들을 위해서 남겨놓은 홈페이지)는 이미 엄청나게 큰 기회라고 여기는지, 여기저기에서 사람들이 글을 올려서 문의를 하는 글들이 보였다. 재학 중인 학생부터, 돈도 많아 보이는 사람들까지 가지각색으로 질문을 올린 글들이 보였다. 그리고 나도 묻고 싶었던 것이 있었기에 글쓰기 버튼을 클릭했다.




소 키웁니다. 시골놈이 심심해서 없는 재주 최대한 살려 글을 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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