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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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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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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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1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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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화 - 16강 (2)

DUMMY

“엄멈머, 자비를 베푸네?”


마담은 눈앞의 결과를 보고 재밌어하는 기색이었다.


노예들끼리 서로 싸운 다음에 상대를 살려주는 모습을 본 게 얼마 만인가?


“......”


김철수는 그 모습조차 마땅치 않은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건방지다.


제까짓 노예가 자비를 베풀 여유가 있다고?


자신의 신경을 거스른 것만으로 모자라, 대회에서 저런 자비를 베풀고 있다.


“...야”


김철수는 조용히 연락을 취한다.


몇 초 뒤, 김철수의 부름에 대답이 돌아온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박이원의 목소리였다.


“저거, 처리해”


<치우라는 뜻인지요?>


“...규정대로 해 규정대로!”


보는 눈이 많은데 치우긴 뭘 치워.


규정이나 관습을 무시하고 멋대로 구는 꼴, 귀족들 앞에서 보여서 좋을 거 하나 없다.


일단은 규정 내에서 저놈을 최대한 처벌해야겠지.


김철수는 자신의 못마땅한 마음을 겨우 달랜다.




‘나는 사람 목숨 가지고 마음대로 안 놀아’


‘멍청한 새끼’


‘인간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새끼들이랑은 다르다고’


‘지금이라도 멈춰서 저거 죽여, 그러지 않으면...’


‘시끄러워’


나는 검사의 말을 무시한다.


인간 목숨을 종잇장처럼 가볍게 보는 놈들과 같아지긴 싫다.


싸워서 이겼으니 상대방을 죽이라고?


이겼으면 됐지, 뭘 바래.


고대 로마에서도 무조건 싸운 상대방을 죽이지도 않았단 말이다.


그런데 미래인이라는 놈들이 고대인보다 못한 거냐.


<<승자가 권리를 버렸습니다아아!!>>


권리를 버리긴 개뿔.


살려주는 권리를 행사한 거다 이 새끼들아.


<<그렇다면 규정에 따라...! 패자의 대가를, 승자가 대신 지게 되겠습니다아아아!!>>


장내를 가득 메꾸는 함성들.


관중들의 목소리가 가지각색으로 섞여서 커다란 잡음이 되어간다.


패자의 대가를 승자가 대신 진다고?


무슨 소리야?


<<자! 패자의 대가를 대신 지게 되었으므로, 승자와 패자의 생사를 관중분들께서 결정하게 됩니다아아!!>>


‘뭐?’


‘이런 거다...’


검사가 짜증을 낸다.


‘승자가 패자를 멋대로 다루지 않으면, 그 권리는 구경하는 관중들에게 간다’


‘그래서?’


‘승자랑 패자 둘 다 어떻게 할지, 관중들이 결정하게 되는 거지’


‘그러면 어떻게 되는데?’


‘저것들이 피를 보고 싶어 하면 너도 죽는다고 이 멍청한 새끼야’


그래서 죽이라고 한 거였군.


<<승자는! 정말로! 권리를 양보하겠습니까!?>>


큰 목소리가 나에게 묻는다.


진행을 맡은 여자를 노려보았다.


크고 밝은 목소리지만 여자의 눈은 날카롭고 냉정했다.


관중들의 목소리가 줄어든다.


다들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쓰러진 사내를 다시 바라보았다.


사내는 쓰러진 채로 가만히 있을 뿐이다.


‘사람을 살려주는 게 그렇게 안 될 일이라는 거냐...‘


‘관중들이 원하면 상관없지’


다만 말이야.


‘형편없이 끝난 싸움에 자비를 베푸는 관중들은 적지만’


‘개자식들’


미래인들은 정말로 역겨운 놈들뿐이군.


나는 다시 사내에게 다가갔다.


쓰러진 사내는 나를 올려다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단지 눈만 마주치는 사내.


원진이라고 불린 사내는 모두 포기한 듯 조용히 있을 뿐이었다.


내 검을 기다리면서.


“......”


시발.


이 사람은 단지 나처럼 끌려와서 싸우게 되었을 뿐인데.


왜 죽여야 하는 거냐고.


“이 봐...”


원진이 입을 연다.


“얼른 해”


나를 재촉한다.


“한 명만 죽고 말자고”


“......”


“처음에 원망하기 없기로 했잖아”


당신, 그래서 처음에 굳이 그런 말을 한 거였어?


“......”


칼을 들어 올린다.


이대로 찍어내리면 이 사람은 확실히 죽겠지.


“아플 거 같으니까 한 방에 해 줘...”


옘병.


나는 그대로 칼을 내리찍었다.




현수가 그대로 칼을 내리찍는다.


그 칼은 그대로 쓰러진 원진의 얼굴 옆을 찍는다.


<<어이쿠!>>


빗나갔다고 놀란 건지 아니면 죽이지 않았다고 안타까워하는 건지.


진행자인 박이원이 안타까운 목소리를 낸다.


현수는 다시 칼을 뽑아 들고는, 어깨를 으쓱 치켜올린다.


그러면서 관중들을 쭉 둘러본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피를 보길 원하는 관중들을 욕하는 듯한 몸짓이다.


“엄멈머~”


마담은 놀란다.


하지만 그 표정은 웃고 있었다.


“저 횽아 진짜 재밌네~!”


제 목숨 위험한 걸 알면서도 상대방을 죽이지 않았다.


저런 노예는 참 오랜만에 본다.




‘병신...’


검사가 욕을 하든 말든 알 게 뭐냐.


어제부터 사람 목숨을 멋대로 하는 것은 진저리가 나기 시작한 참이다.


멋대로 하라지.


이 자리에서 다 싸워줄 수도 있어.


<<자~! 선택할 권리는 여러분에게에에!!!>>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지지든지 볶든지 네 녀석들 마음대로 해보라고.


내가 원진을 죽이지 않았을 때부터 조용해졌던 경기장은, 여전히 조용하다.


하지만 군데군데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막 시동을 건 자동차 엔진처럼, 점점 더 커진다.


곧 있으면 저 관중들이 나를 죽이라고 외쳐대기 시작할 거다.


짝짝짝짝짝.


그때였다.


박수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돌려보면, 구경하기 좋게 마련된 특별한 장소가 보였다.


VIP석인 듯한 그곳에서, 커다란 여자가 열심히 박수를 치고 있었다.


이곳으로 납치당한 첫날 봤던, 커다란 여자다.


그 여자가 나를 보고 박수를 쳐주고 있다.


<<오오오! 강 마담님께서는 결과에 만족하신 모양입니다!>>


진행자가 그 박수를 보고 설명해준다.


그 설명이 계기였다.


군데군데서 박수 소리가 작게 들리기 시작한다.


못마땅하지만 일단은 박수를 쳐준다는 느낌이었다.


‘운이 좋군...’


검사가 중얼거린다.


<<그러며어어어언!! 이번 경기는 승자와 패자! 모두! 살려주겠습니다아아아!!!>>


진행자가 선언한다.




한 번 이기고 난 뒤라서 그런가?


대우가 조금 달라졌다.


나를 경기장으로 안내했던 사내가 다시 나를 안내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장이 보이는 특별관중석이었다.


그 자리에는 다른 노예들도 몇몇 앉아 있었다.


한 번 이기니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해주는구먼.


이건 철저한 성과주의라고 봐야 하나.


빈자리에 적당히 앉는다.


그제야 경기장과 함께 다른 것도 보였다.


패널이었다.


자리에 앉으니 내 얼굴 옆에 자동으로 뜨는 패널은, 홀로그램으로 허공에 뜬 화면 같은 것이었다.


그곳에는 다음 경기에 참여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사람에게 걸린 배당률이 얼마인지가 표시되어 있었다.


배당률...


정말로 우리는 싸움닭 취급을 받고 있었던 거구나.


<<16강 2회저어어어언!!>>


쉬지도 않고 바로 경기를 시작하는 모양이다.


<<이 여자가 가는 길에는 피만이 남는다!!!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도살자!!!! 서어어어언희이이이이이이이!!!!>>


그 말과 동시에 패널에 한 여자의 초상화가 커진다.


갈색 단발머리와 날카로운 눈매가 인상적인 여자였다.


그 밑에 적혀있는 선희라는 이름.


이 여자가 이번 경기에서 싸우는 사람인 모양이다.


<<그 상대느으으으으으은!!!! 새로 떠오르는 다크호스! 이 망치에 한 번 맞으면 누구든지 산산조가아악!!!>>


이번에는 다른 남자의 초상화가 커진다.


대머리에 근육질.


입을 크게 벌리고 웃고 있는데, 그 웃음이 거슬릴 정도다.


<<거어어어언후우우우우우!!!!>>


덩치가 커다란 남자가 천천히 경기장으로 걸어 나온다.


저 둘 중의 한 명이 내 상대가 될 것이다.


...더 커다란 남자는 상대하고 싶지 않은데.


딱 봐도 힘이 엄청나게 셀 것 같아.


‘흥’


검사는 내 걱정이 마음에 안 드는 눈치다.


‘아 왜’


‘흥’


대답도 안 해줄 거면서 흥은 왜 해, 흥은.


도움이 되지 않는 검사는 내버려 두고 내가 잘 살펴봐야겠다.


혹시 패널에 상대방의 정보가 더 있을까?


나는 홀로그램 화면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본다.


그곳에는 싸움을 시작한 사람들의 전적이 적혀있었다.


선희. 14전 14승 0패.


건후. 2전 1승 1무.


저 여자는 보기보다 많은 싸움을 거쳐온 모양이다.


의외로 저 여자는 강할지도 모르겠네.


배당률 또한 여자가 이길 거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걸 보여주고 있었다.


선희 16.29 : 건후 23.31


하지만 내가 볼 때는...


‘누가 이길 것 같나?’


검사가 묻는다.


‘나는... 음...’


첫인상은 덩치가 큰 남자가 압도적으로 보였는데 말이지.


전적이랑 배당률을 보니 자신이 없어지는군.


<<준비이이이이이이이이!!!>>


진행자의 외침에 따라 둘 다 무기를 꺼낸다.


건후는 커다란 망치를 들어 올린다.


군대에서 썼던 오함마랑 비슷하다.


다른 것이라면 크기가 어마어마하다는 것.


저런 해머는 게임에서나 봤을 정도다.


그에 비해 선희는... 무기가 없다?


‘잘 봐‘


그 말에 유심히 살펴본다.


선희의 손에 발톱이 생겨있었다.


사람의 손톱 대신 짐승만큼이나 커다랗고 흉측한 발톱이었다.


서아씨랑 비슷하게 장갑 같은 것이 무기인 모양이다.


<<파이트!!!!>>


그 말과 함께 선희가 앞으로 돌진한다.


건후를 향해 일직선으로 움직이는 그 속도는 빠르다.


건후는 기다렸다는 듯 망치를 크게 휘두른다.


하지만 그 망치는 그대로 헛질로 끝난다.


선희는 몸을 숙여 망치를 피하고는 그대로 건후의 품 안으로 들어갔다.


그대로 손톱을 휘둘러 건후의 몸을 마구 할퀸다.


아니, 저렇게 커다란 발톱이라면 몸을 파낸다고 하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빠르게 휘두르는 손톱은 주위에 마구 피를 뿌려댄다.


<<시작하자마자 난전!!!>>


진행자가 흥분해서 외친다.


<<도살자 선희는 이대로 또 승리하는 것인가!!>>


저래서 도살자라고 별명을 붙인 건가.


마치 고기를 난도질하듯이 마구 파내는 모습에 수긍이 간다.


‘저 남자... 꽤 하는군’


하지만 검사는 다른 걸 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남자?’


‘잘 봐라’


그 말에 건후를 잘 관찰해본다.


망치를 양손으로 들고는 그저 선희의 발톱에 유린당하고 있을 뿐인데?


아니, 잠깐만.


잘 살펴보면 건후는 선희의 공격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망치를 휘두를 거리는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건후는 망치의 긴 손잡이를 긴 봉처럼 움직이며 선희의 손톱을 막아내고 있었다.


물론 봉 하나로 선희의 손톱을 다 막아내는 건 무리가 있다.


10개의 날카로운 발톱, 더군다나 몸에 딱 붙어있다.


하지만 망치의 손잡이는 건후의 몸 중심을 지켜내고 있다.


몸 이곳저곳이 베이면서 피가 화려하게 피어나고 있었지만, 그건 모두 가벼운 상처였던 것이다.


건후를 마구 할퀴던 선희의 속도가 잠시 떨어진다.


공격을 퍼붓다가 잠깐 지친 거겠지.


숨 한 번 고를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기회를 건후는 놓치지 않았다.


그 틈에 건후는 망치의 손잡이로 선희를 쳐내, 거리를 벌린다.


그리고는 그대로 망치를 크게 들어 올린다.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기회를 엿보고 있었구나!


저대로 내려찍으면 분명히 치명타다.


선희도 그걸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건후가 망치를 들어 올리자, 옆으로 몸을 피한다.


일직선으로 내려찍는 움직임이라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일직선으로 움직인다면 말이지만.


건후는 그대로 망치를 반원을 그리며 휘두른다.


망치는 반원을 그리며 수평선 방향으로 움직였고 그대로 선희의 몸을 찍어버렸다.


으드드득!!!


뼈가 부러지는 끔찍한 소리가 투기장 전체에 크게 울려 퍼진다.


그리고 선희의 몸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맞았습니다아아!!! 건후의 망치가 작려어어얼!!!!>>


멀리 날아간 선희의 몸은 그대로 자리에 쓰러져서 움직이지 않았다.


계속해서 쓰러진 몸이 부들부들 떨릴 뿐이다.


‘끝났군’


한 방에 끝났다.


건후의 망치가 그대로 선희의 몸을 부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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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주기 20.03.10 55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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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역습 (4) 20.05.06 65 1 12쪽
41 40화 - 역습 (3) 20.05.05 39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0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7 2 12쪽
38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4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8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59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59 1 12쪽
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32 31화 - 절멸 (1) 20.04.22 63 1 12쪽
31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1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1 1 12쪽
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48 1 12쪽
28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48 1 12쪽
27 26화 - 4강 (3) 20.04.15 76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1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4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09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2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4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4 1 11쪽
20 19화 - 16강, 그리고 8강 20.04.06 61 1 12쪽
19 18화 - 16강 (4) 20.04.03 102 1 12쪽
18 17화 - 16강 (3) 20.04.02 90 1 12쪽
» 16화 - 16강 (2) 20.04.01 128 1 12쪽
16 15화 - 16강 (1) 20.03.31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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