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당신을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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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하요.
작품등록일 :
2020.03.10 16:27
최근연재일 :
2020.05.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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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6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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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7화 - 결승, 결판 (1)

DUMMY

경기장으로 나가는 길, 검사는 나에게 시종일관 불평을 털어놓고 있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계속 같은 말을 되풀이하면서 말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방금 해놓은 보험이 거슬리는 것이겠지.


그 심정은 잘 안다.


이런 보험을 든다는 것이 한가지 인정하는 꼴이 되니깐 말이지.


검사가 태용보다 약하다고.


‘몇 번이고 설명했지?’


‘......’


이 말에 검사는 대답하지 않는다.


들을 때마다 복잡한 감정이 되는 까닭이다.


분노, 어이없음, 무너지는 자존심 등...


사실 검사는 전력으로 반박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감정, 죄책감과 회한, 그리고... 목적의식.


자신의 영혼을 연장해준 여자에 대한 미안한 마음.


그리고 미래에 복수하고 싶은 목적의식.


이것들이 그로 하여금 이 계획을 수락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검사가 얼마나 자제하는지도 잘 안다.


‘내 마음도 잘... 알지?’


‘하, 알 리가’


괜히 말했구먼.


이래 봬도 미안해서 말한 건데.


‘잘 되면 좋겠는데 말이지...’


‘나는 미리 말했다, 가능성은 작다고’


‘그렇겠지. 감히 노예가 먼저 귀족한테 연락한 건데, 건방지다고 욕이나 안 먹으면 다행이겠지’


그럴 거면 왜 했냐.


검사가 핀잔을 주기 전에 변명을 먼저 꺼냈다.


‘그렇지만, 가능한 걸 다 해봐야지’


‘발악이다’


‘아무것도 안 하면 가능성은 0이잖아?’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경기장 안으로 들어갔다.




<<결승까지 왔다아아아아아아아아!!! 이 경기의 진정한 다크호스으으으으으으으!!>>


폭죽이 터지며 이현수를 환영한다.


결승전인 덕분인지, 그 어느 때보다 폭죽과 연기가 화려하게 피어오른다.


관중들의 환호성도 최고조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마담은 계속해서 웃어 재끼고 있었다.


“아 정말이지 재밌네 재밌어, 아하하, 아하하하...!”


김철수는 그 모습을 보면서 대체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 궁금하기만 할 뿐이다.


조금 전에 보디가드 한 명이 와서 마담에게 귓속말한 뒤부터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웃는 중이었다.


“무언가, 재미있는 걸 들으신 모양이군요...?”


김철수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마담에게 묻는다.


“응, 응! 진짜 웃겨! 살면서 이런 거 처음이야! 아 진짜, 깔깔깔!”


한 번 더 호탕하게 웃어 재끼는 마담.


<<도대체 뭐 하는 자이길래 이렇게 강한 것인가아아아아아!!!! 그 잠재력이 무시무시하다아아아아아아!!>>


“아, 그래도”


마담이 갑자기 웃음을 멈춘다.


<<슈퍼루키이이이이이이 혀어어어어어어어어언수!!!!>>


“그냥은 안 되고... 하는 거 봐서”


입장하는 이현수를 보면서 마담이 냉담하게 말한다.


“어떤...?”


“사람 쓸 때 가장 중요한 게 뭔지 알아?”


“?”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에 김철수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 상대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은!!!>>


태용이 들어오면서 관중들의 환호성이 더욱 커진다.


태용, 태용, 태용...!


그의 이름을 연발하는 목소리는 마치 함성처럼 경기장을 가득 채운다.


“뭐라고 생각해? 능력?”


“네, 물론 능력이 가장 중요하겠죠”


“으응, 물론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긴 한데~”


마담은 고개를 까닥까닥 젓는다.


“성실함, 도 엄청 중요하지”


“성실함 말입니까?”


“응응, 성실함. 정말 최선을 다하는지, 그런 거 말이야”


“그거야 뭐...”


당연히 중요하긴 하지만, 너무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렇게 말하려던 김철수에게 마담이 설명을 잇는다.


“능력이나 강점은 사실 보통 주어진 거란 말이지? 그건 뭐 바꿀 수도 없고 쉽게 바뀌지도 않고 그런단 말이야”


“네”


“하지만 성실함이라는 건~ 그 인간이 키울 수 있는 능력이야”


“그런가요?”


“물론 성격도 있겠지만~ 본인이 성실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나 성실해질 수 있지~”


김철수가 고개를 끄덕여 준다.


진행자가 태용을 소개하는 와중, 마담은 계속해서 설명을 잇는다.


“하지만 누구나 가지고 있지는 않아~ 즉, 의지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강점! 이 성실함이라는 건데...”


“네”


“그렇다면 성실한 사람은, 그 노력과 의지가 참 가치 있는 거 아니겠니?”


“마담 설명대로라면 그렇겠군요”


“제 노력으로 만들어진 강점이 있는가 없는가? 그건 부려먹을 때 참 중요한 채점요소라는 거지~”


아, 네.


김철수는 반쯤 건성으로 대답한다.


속으로 별로 동의하지 않고 있는 까닭이었다.


“그러니깐...”


마담도 더 설명을 잇지는 않는다.


“성실하면 좀 써먹어볼지도”


<<준비이이이이이이이!!!>>


경기장에 서 있는 이현수와 태용 둘 다, 아무런 짓도 하지 않고 서 있었다.


<<파이트으으으으으으으으으!!!!>>


진행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모든 몸을 검사에게 맡긴다.


며칠 동안 연습하면서 해온 익숙한 전환.


의식을 둥둥 띄우고, 검사가 내 몸을 차지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 빼준다.


그의 영혼과 의식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면...


“나, 기억하냐?”


검사가 내 몸을 완전히 차지하게 된다.


“무슨 소리지?”


태용이 묻는다.


검사는 그런 태용을 보면서 검을 꺼낸다.


검은색에 일직선으로 곧은, 단순하지만 효율적인 검.


그는 태용을 중심에 두고 원을 그리며 걷는다.


“이런 검을 본 기억이 있을 텐데?”


“흠...”


태용이 검을 관찰한다.


“수많은 무기를 상대했지만, 검은색이 될 정도로 썩은 검은... 본 적이 별로 없군”


담담한 대답.


“죽은 놈 몸에서 뽑아낸 철핵인데, 그 질이 좋을 리가 없잖으냐”


검사는 답답하다는 듯 핀잔을 준다.


“툭 치면 부러질 것만 같군”


“안 그런 거 잘 알지?”


“그렇다만...”


태용은 여전히 팔짱을 끼고 있는 상태다.


“본 적 없다”


“그래?”


검사가 멈춘다.


“그러면...!”


그 말과 함께 돌진하는 검사.


갑작스러운 돌진이었지만 태용은 당황하지 않는다.


그대로 검사는 태용을 향해 검을 찌른다.


태용은 이를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해낸다.


“몸은...!”


이어지는 검사의 공격.


여전히 태용은 피해내고 있지만, 그 움직임은 조금씩 커지고 있었다.


점점 더 피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기억하겠지...!”


검사는 그런 태용을 압박하며 밀어붙인다.


그가 더 피할 수 없도록 검을 휘두른다.


결국, 태용은 피하지 않고 팔로 그 검을 막아낸다.


강철끼리 부딪치는 소리.


그 소리를 신호 삼아 검사는 태용과 거리를 벌린다.


“어때?”


웃으면서 검을 어깨에 올리는 검사.


“......”


태용은 조용히 검사를 노려본다.


그리고 자신의 팔을 내려다보는 태용.


방금 검이 부딪친 그 부분에는 어떤 상처도 보이지 않았다.


“아 그거”


검사는 태용의 팔을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봐준 거야. 일부러 안 잘랐어”


“......”


태용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무기도 안 들었는데 잘라버리면 재미가 없으니깐”


검사는 그를 도발한다.


그 말에 태용의 표정이 바뀐다.


심기가 거슬리는 듯이 움직였던 눈썹은, 다시 역방향으로 움직인다.


“그렇군...”


태용이 자신의 팔을 한쪽 손으로 어루만진다.


“그 건방진 태도, 어디선가 본 검술... 검사로군?”


“영광이구먼, 기억해줘서”


“특이했으니깐 말이지”


팔을 털어내고는 손목을 돌리며 준비 운동을 시작하는 태용.


얼굴은 여전히 무표정이었다.


“노예 주제에 왕의 토너먼트에 나왔고... 그 검술도 꽤 재미있었지...”


“재미?”


“보이지 않는 걸 벤다, 고 했나? C급 철핵으로 그런 경지에 이른 것이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 말에 검사는 화난 모양이었다.


움직임을 멈추고 태용을 노려볼 뿐이었다.


“네 덕분이었지. 내가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 말이지”


“뭐?”


검사는 이해하지 못하고 태용에게 되묻는다.


“기억하는가? 왕의 토너먼트 1차전에서 싸웠던 때를?”


“당연하지, 죽은 순간인데”


“그 후, 나는 원점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왜? 부족한 걸 느꼈나?”


고개를 끄덕이는 태용.


검사의 허세에도 태용은 담담하다.


“그때 난 상처가 꽤 아팠나 봐?”


“상처... 그렇군, 상처가 났었지, 그때?”


태용은 검사에 말에 겨우 깨달았다는 식으로 대답한다.


“뭐?”


“난 단지... 겨우 노예 따위를 한 번에 못 죽인 것을 반성했었지만... 상처가 난 점도 반성할 점이었군”


빠득.


검사가 분노하여 이빨을 간다.


“내가 대단한 거라는 생각은 안 드나?”


“네가?”


그 말에 순수하게 놀라는 태용.


“글쎄... 뭐, 노예치고는 대단했지, 노예치고는”


빠드득.


검사는 분개하기 시작한다.


“뭐 이번 기회에...”


그렇게 말하면서 태용이 웃는다.


그를 본 이래도 처음으로 웃는 얼굴을 보인다.


웃는 눈, 찡그려지는 미간, 입가에 생기는 강한 주름...


그 얼굴은 눈앞에 사냥감을 두고 포식할 생각에 만족한 악귀처럼 보였다.


“...확인해볼 수 있겠군”


태용이 창을 꺼낸다.




임서아는 둘의 모습을 잔뜩 긴장한 채로 보고 있었다.


잠시 검사가 태용을 몰아붙이는 듯싶더니, 거리를 벌린다.


그리고는 한동안 떠들더니 태용이 창을 꺼낸다.


지금까지 경기에서 태용이 창을 꺼내면 곧 승부가 났다.


이번에도 그러지는 않았으면.


부디 이겼으면.


자신이 가능한 게 없다는 점에서, 임서아는 절망스러웠다.


그래서 신을 찾고 있었다.


임서아로서는 평생 한 번 찾지 않았던 신에게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태용이 창을 들고 찔러 들어온다.


방금 꺼낸 창을 뽑아 들고는 한 번 찌를 뿐인 공격.


하지만 그 공격으로 검사와의 거리는 순식간에 줄어들었고, 그의 몸 정중앙을 창이 노린다.


검사는 그 공격을 막아낸다.


창이 자신의 몸에 닿기 전에 검을 가져다 댄다.


하지만 검으로 창을 직접 막지는 않는다.


검에 힘을 주며 창이 닿기 전에 밀어낸다.


창은 검에 닿기 전에 궤도가 살짝 꺾인다.


검사를 찌르지 못하고 허공을 찌른다.


창이 찌르면서 멈춘 그 순간, 창 뒤로 폭발이 일어난다.


참격과 비슷한 폭발.


하지만 멀리 있는 경기장 벽에 금을 낼 정도의 파괴력이다.


“그래...”


태용이 그립다는 투로 말한다.


“이 느낌이었지”


연이어 검사를 찌르는 태용.


그 수많은 찌르기를 검사는 다 막아낸다.


몸의 정중앙을 노리는 찌르기를 검으로 비껴낸다.


피할 수 있는 것은 아슬아슬하게 피한다.


창 자체의 파괴력 덕분에 몸 이곳저곳에 생채기가 난다.


검사의 몸 뒤로 수없이 많은 파괴의 흔적이 생긴다.


깊게 파인 땅, 넓게 갈린 모래들, 그리고 군데군데 금이 가는 벽...


연이어 계속 찔러대던 태용이 멈춘다.


“막기 전에 비껴낸다, 참 신기한 감각이군”


“괴물 새끼...”


검사는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나는 검사의 마음을 잘 알 수 있다.


지금 검사는 태용의 공격을 막기 전에 비껴내는 게 아니다.


태용의 공격을 그대로 공격해서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검사의 공격이 베이지 않는 걸 베는 것일 뿐.


검으로 태용의 창과 자신의 검 사이의 공간을 베어낸다.


그것이 태용의 찌르기, 참격과 부딪친다.


두 부딪치는 힘 덕분에 태용의 찌르기는 방향이 뒤틀린다.


즉, 검사는 전력으로 상대의 공격을 ‘베어내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상대는 단순히 찌르기를 할 뿐이고.


무기와 무기가 부딪치면, 내 무기가 산산조각이 날 거다.


그렇기에 무기와 무기가 닿지 않고 상대의 무기를 막아야만 한다.


유일한 방법은 보이지 않는 공간을 베어, 그 베어내기와 상대의 찌르기를 맞부딪치는 방법뿐.


검사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을 전력으로 다하고 있는 중이다.


그걸 저 자식은 ‘신비한 감각’이라고 치부하는 정도다.


이쪽은 전력을 내는 중인데 말이지.


잘 보면 검사의 호흡은 조금 가팔라져 있다.


온몸은 이미 땀을 흠뻑 흘리고 있다.


하지만 태용은 여전히 아무렇지 않다.


땀 한 방울 보이지 않는다.


숨도 아주 평온하다.


검사는 다시 검을 고쳐잡는다.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만 승산이 있다.


검사가 마음을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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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연재주기 20.03.10 55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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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41화 - 역습 (4) 20.05.06 65 1 12쪽
41 40화 - 역습 (3) 20.05.05 39 1 12쪽
40 39화 - 역습 (2) 20.05.04 80 1 13쪽
39 38화 - 역습 (1) 20.05.01 77 2 12쪽
38 37화 - 절멸의 끝에서 (3) 20.04.30 54 1 12쪽
37 36화 - 절멸의 끝에서 (2) +1 20.04.29 58 1 12쪽
36 35화 - 절멸의 끝에서 (1) 20.04.28 47 1 12쪽
35 34화 - 절멸 (4) 20.04.27 59 1 12쪽
34 33화 - 절멸 (3) 20.04.24 59 1 12쪽
33 32화 - 절멸 (2) 20.04.23 55 1 11쪽
32 31화 - 절멸 (1) 20.04.22 63 1 12쪽
31 30화 - 결승, 결판 (4) 20.04.21 41 1 13쪽
30 29화 - 결승, 결판 (3) 20.04.20 51 1 12쪽
29 28화 - 결승, 결판 (2) 20.04.17 48 1 12쪽
» 27화 - 결승, 결판 (1) 20.04.16 49 1 12쪽
27 26화 - 4강 (3) 20.04.15 76 1 11쪽
26 25화 - 4강 (2) 20.04.14 41 1 11쪽
25 24화 - 4강 (1) 20.04.13 54 1 12쪽
24 23화 - 8강 (4) 20.04.10 109 1 12쪽
23 22화 - 8강 (3) 20.04.09 62 1 11쪽
22 21화 - 8강 (2) 20.04.08 54 1 12쪽
21 20화 - 8강 (1) 20.04.07 54 1 11쪽
20 19화 - 16강, 그리고 8강 20.04.06 61 1 12쪽
19 18화 - 16강 (4) 20.04.03 102 1 12쪽
18 17화 - 16강 (3) 20.04.02 90 1 12쪽
17 16화 - 16강 (2) 20.04.01 128 1 12쪽
16 15화 - 16강 (1) 20.03.31 7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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