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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사성일화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임대협
작품등록일 :
2020.03.14 00:45
최근연재일 :
2021.05.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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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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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일화(四星一花) - 1

DUMMY

무당산.

송글송글 맺힌 이마의 땀을 소매로 훔치며 산길을 걸어 올라가는 두 사나이의 발걸음이 산 중턱을 넘어서자 한결 느릿해진다. 산 중턱 이후에 펼쳐진 초봄의 아름다운 산세가 그들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장대한 기골을 가진 두 사나이 모두 생김이 사내중의 사내다웠으나 사뭇 다름이 있었다. 햇볕에 그을린 얼굴색의 청의인은 이목구비가 시원시원하나 투박한 느낌이 있었다면, 얼굴이 희고 고운 백의인은 여유 있고 매력적인 표정이 타고난 미남자였다.

두 사나이 모두 무당산을 오르며 숨소리 하나 거칠지 않는 것을 보니 무공을 익힌 무림인이 틀림없었다. 청의인은 스물 둘, 셋 쯤 되 보였고 백의인은 그보다 다섯 살은 많아 보였다.

큰 고개를 넘어 경사가 한결 누그러지자 백의인이 말을 건넸다.


“엽아우. 무당산은 처음인가?”


청의인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네. 처음입니다. 이형은 전에 와보신 적이 있지요?”

“난 무당산은 이번이 두 번째지. 그런데 무당파는 처음이야.”


청의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이형, 혹시 무당장문인 유양도장을 뵌 적이 있나요? 듣기로는 풍모가 대단하신 분이라 들었어요.”

“음... 그렇지. 일전에 한 번 뵌 적이 있는데 어떤 행동을 취하지 않아도 상당한 무게감이 있는 대단한 분이시지.”


무당파 장문인 유양도장을 만난 적이 있는 백의인은 십 수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낙양인근 귀곡에서 열린 정사무림대연에서였는데, 수 많은 무림인사 가운데 무당파 장문인 유양도장과 소림방장 도진대사의 풍모가 단연 돋보였다. 백의인은 그때 이야기를 잠시 설명하고는 화제를 바꾸어 물었다.


“엽아우. 화산파 구장문인은 잘 계시는가?”


청의인은 웃으며 자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부님께서는 잘 지내십니다. 근 오년간은 거의 화산 옥순봉에서 내려오시지 않으시더니 최근에 하나의 검법을 창시하셨지요.”

“그러신가? 참으로 존경스럽군. 구장문인이 창시하셨다면 분명 대단한 검법일게 분명하니 자네도 사부님께 말씀드려 가르침을 받도록 해야지. 하하하”


백의인의 말에 청의인이 손을 절래절래 흔들며 말했다.


“아닙니다. 어찌 제가 그런 욕심을 낼 수 있겠습니다. 저희 사형들이 있는데요.”


청의인이 순진한 표정으로 당황하며 말하자 백의인은 호탕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하하하. 엽아우는 예나 지금이나 정말 진중한 사람이군. 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우리 엽아우는 무림십걸 안에도 든 화산의 기재 아닌가.”

“제가 어찌 다른 무림십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운이 좋아 그리 된 것이지요.”


청의인의 겸손한 말에 백의인이 좀 전과 다르게 가벼운 웃음을 거두고는 말했다.


“농담이 아니네. 자고로 우리 사부님께서도 항상 경험을 중요시 하셨지. 세상 모든 것은 다 경험이네. 많은 무공을 접하고 익히면 훗날 큰 인물이 될 수 있을 걸세. 여하튼 자네는 언제나 겸손하고 한결같군. 나는 그 점이 참 마음에 드네."


백의인의 칭찬에 청의인은 기분이 좋아 크게 웃었다.


“하하하. 형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 아우는 참으로 기분이 좋습니다.”


순박한 표정으로 웃는 청의인을 보자 백의인도 자연스레 웃음이 나왔다. 이 둘은 비록 사문이 다르고 연배도 달랐지만 막역한 사이로 둘 다 무림 십걸 안에 드는 사내들이었다.


십 수년 전 열린 정사무림대연이후로 강호 무림은 이전에 없었던 평화로운 시절이 찾아왔다. 그 평화로운 시절에 각 문파에서는 저마다 훌륭한 인재들을 배출했는데, 그 인재들 중 젊고 무공이 출중한 이들을 무림 십걸이라 칭했다.

청의인과 백의인 모두 무림 십걸 안에 드는 인재였다. 투박한 외모의 청의인은 화산파 제자로 이름은 엽상권이며, 화산파 장문인 구마용이 말년에 얻은 제자였다. 그는 화산에 입문한 이후로 줄 곧 권법을 익혀 권법에 조예가 깊었다.

수려한 외모의 백의인은 태산파 출신 은퇴고수 수양검객의 제자로 이름은 이현부이며 별호는 선린검이었다. 그의 검이 매우 빨라 기린과 같다 하여 지어진 별호였다.

화산파 장문 구마용과 수양검객은 서로 인연이 있어 곧잘 왕래하였는데, 수양검객이 은퇴한 이후로 왕래가 잦았고, 그 와중에 이현부와 엽상권은 막역한 사이가 되었다.

오늘 이 두 사나이가 무당산에 오르는 이유는 바로 무당장문인 유양도장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서였다.


엽상권과 이현부가 무당파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저 멀리 한 명의 소녀가 꽃향기를 맡고 있는 모습이 두 사내의 시야에 들어왔다. 연꽃 문양이 작게 그려진 바지를 입고 있는 소녀는 수수한 옷차림이었지만 빼어난 일색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아리따웠다.

나이는 십칠, 팔세나 되었을까. 앳되어 보이는 소녀의 양 볼이 발그레 했고, 이목구비가 빼어났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첫 봄에 올라오는 화사한 꽃들도 그녀의 외모에 비하면 평범하기 짝이 없었다.

엽상권과 이현부는 소녀의 외모에 취해 걸음을 멈추고 소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소녀는 자신을 보고 걸음을 멈춘 두 사내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채 꽃향기를 맡다가 이내 애처롭게 꽃을 내려 보더니 한 마디를 건넸다.


“이름 모를 꽃아! 너는 이곳에 얼마나 피어 있었니? 나는 이곳에 너무나도 오래 있었단다. 이제는 너무 답답해서 도망이라도 쳐야겠어.”


애꿎은 꽃은 대답이 없었다. 소녀는 대답 없는 꽃이 못마땅했는지 입을 삐죽 내밀고 다른 꽃의 꽃향기를 맡았다.

이현부와 엽상권은 눈 앞의 아름다운 소녀의 행동이 귀엽기도 했지만 우습기도 했다. 그래서 자신들도 모르게 피식 웃게 되었다. 소녀는 그제야 두 사내의 존재를 눈치 채고 고개를 돌려 그 둘을 바라보았다.


“누구세요?”


약간은 퉁명스러운 말이었지만 아름다운 소녀의 외모 덕에 두 사내는 조금도 기분이 상하지 않았다.

두 사내 중 이현부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


“소사매. 사매는 무당의 제자이지요?”


소녀는 낯선 사내가 묻는데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대꾸했다.


“네. 맞아요. 그런데 내가 무당 제자인 줄 어떻게 알았죠?”


이현부가 웃으며 답했다.


“무당이 악산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 높은 곳까지 오르려면 꽤나 힘이 들 것이 분명한데, 한가로이 꽃을 구경하고 있다면 무당의 제자가 아니겠소?”


그 말을 곰곰이 듣고 있던 엽상권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이형. 무당에 여 제자가 있단 말이오?”


소녀는 엽상권의 말이 언짢았는지 언성을 높여 말했다.


“이봐요. 이 사람 말처럼 나는 무당의 제자인데, 무당에 여 제자가 없다면 내가 남자란 말이에요? 아니면 내가 무당제자가 아니란 말이에요?”


소녀는 엽상권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나 엽상권은 아름다운 소녀의 당돌한 표정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당황했다.

엽상권, 그는 어려서 화산파에 입문했고, 줄곧 남자 사형제들과 무공을 수련하며 지내왔다. 그래서 여자와 말을 섞어본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렇게 눈앞에 아름다운 소녀가 자신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자 어찌할 바를 몰랐던 것이었다.


“아니... 내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이현부는 엽상권이 어찌할 바를 모르자 ‘그럼 그렇지’ 하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엽아우. 무당파의 유양도장은 속이 매우 넓어 바다와 같은 분이시네. 남녀노소의 작은 일에 구애받지 않는 분이시지."


소녀가 이현부를 보며 말했다.


“이협은 우리 사부님을 잘 아시나 보죠?”


이현부는 소녀가 자신을 알아보고 ‘이협’이라 부르자 살짝 놀랐지만 내색하지 않고 부드러운 어투로 말했다.


“일전에 무당장문진인을 한 번 뵌 적은 있지만 대화를 나눈 적은 없어요. 나는 그냥 소사매의 사부를 존경하는 사람일 뿐이지요. 헌데 나를 어떻게 아시오?”


소녀는 장난끼 어린 미소를 애써 감추며 말했다.


“옆에 있는 분은 엽소협이지요?”


그러자 엽상권 또한 놀라 말했다.


“아니... 그것을 어떻게...”


소녀는 두 사내가 당황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매우 즐거워했다. 조금 더 골려주려다 나중에 사부가 이 둘을 골려준 것을 알게 되면 혼낼 것이 분명하여 사실대로 말했다.


“실은 오늘 아침 진사형이 그대들 두 명이 무당파로 온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알았지요.”


엽상권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현부는 되물었다.


“무당 장문제자 진사형이 우리의 생김새까지 언질 해주었단 말이오? 그냥 두 명의 사내가 온다는 것을 알았을 것인데, 내가 이현부고 이 친구가 엽상권이라는 것은 어떻게 알았소?”


소녀는 요 며칠 심심하던 차에 모처럼 처음만난 사람과 이런 대화를 나누니 조금 즐거워졌다. 사부님께 나중에 혼날망정 장난을 치고 싶었다.


“소녀는 그저 모르는 게 없지요.”


이현부는 소녀의 말에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 귀여운 소녀와 더 장난을 치고 싶었지만 무당에 온 목적이 유양도장의 생신 축하였기 때문에 더는 지체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소사매가 모르는 것도 없고 매우 똑똑하시오. 똑똑한 소사매. 우리를 무당파로 안내해 주시겠소? 아참, 소사매의 이름을 물어도 되겠소?”


소녀는 이름을 묻는 이현부의 물음에 대답해 주었다.


“이름을 알려주는 것이 뭐 어렵겠어요. 내 성은 은이고 이름은 공비에요”


이현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공비... 아름다운 이름이요. 소사매의 외모와 참으로 걸 맞는 이름이오.”


방금 전까지 미소를 짓던 소녀, 은공비는 자신의 외모를 칭찬하자 얼굴에 웃음을 지우고 재미가 떨어졌다는 듯이 말했다.


“그런 말은 별로 듣고 싶지 않아요. 나를 따라오세요. 우리 사부님께 데려다 줄게요.”


이현부와 엽상권은 서로 눈을 맞추고 미소를 교환한 뒤, 은공비를 따라 무당파로 향했다.


무당파 장문인 유양도장은 무림에서 그 존재가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도장이었다. 무공은 말할 것이 없거니와 성품 또한 소림방장 도진대사와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 그렇기 때문에 수 십년 간 무림의 명망 있는 인사들로 하여금 존경을 받아왔고, 이번 생일에도 무당산에 올라 축하를 해주러 오는 이들이 상당수였다.

며칠 간 손님을 받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던 유양도장은 간만에 시간이 나서 내당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있었다. 그의 앞에는 유양도장의 수제자 진영목이 앉아 있었다.

무당파의 수제자 진영목은 유양도장이 장문인이 된 이후로 이십년이 넘게 수제자로서의 일을 충실히 해왔다. 오늘 날의 무당파가 번창하게 된 공로가 진영목에게 절반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진영목은 근래에도 유양도장의 명을 받들어 사형제들과 여러 악한들을 무찌르며 무당산 일대는 물론 무림 곳곳에도 위명을 떨쳤다.

무당의 제자 한명이 유양도장과 진영목이 차를 한잔씩 나누고 있는 곳으로 걸어와 앞에 서서 말했다.


“사부님. 수양검객의 제자와 이현부 이협과 화산파의 제자 엽상권 엽소협이 당도하였습니다.”


유양도장은 찻잔을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들어오시라 하시게.”


무당의 제자가 알았다는 듯이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나가더니 곧이어 엽상권과 이현부 그리고 은공비가 같이 내당으로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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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성일화(四星一花) - 23 21.05.21 91 2 12쪽
23 사성일화(四星一花) - 22 21.05.20 81 2 12쪽
22 사성일화(四星一花) - 21 21.04.13 130 2 13쪽
21 사성일화(四星一花) - 20 21.03.24 188 2 12쪽
20 사성일화(四星一花) - 19 21.03.16 184 2 13쪽
19 사성일화(四星一花) - 18 +2 21.02.23 186 3 14쪽
18 사성일화(四星一花) - 17 21.02.10 215 2 13쪽
17 사성일화(四星一花) - 16 +2 21.02.06 192 3 13쪽
16 사성일화(四星一花) - 15 +1 21.01.26 237 4 14쪽
15 사성일화(四星一花) - 14 +1 21.01.19 212 4 14쪽
14 사성일화(四星一花) - 13 +1 21.01.14 220 4 14쪽
13 사성일화(四星一花) - 12 21.01.06 245 4 13쪽
12 사성일화(四星一花) - 11 21.01.03 282 4 15쪽
11 사성일화(四星一花) - 10 20.12.28 304 4 12쪽
10 사성일화(四星一花) - 9 +1 20.12.20 291 3 11쪽
9 사성일화(四星一花) - 8 +1 20.12.15 294 5 14쪽
8 사성일화(四星一花) - 7 +1 20.12.12 299 6 12쪽
7 사성일화(四星一花) - 6 +1 20.12.07 330 6 12쪽
6 사성일화(四星一花) - 5 +2 20.12.02 340 6 14쪽
5 사성일화(四星一花) - 4 +3 20.11.30 377 7 14쪽
4 사성일화(四星一花) - 3 +3 20.11.28 411 10 13쪽
3 사성일화(四星一花) - 2 +6 20.11.25 518 8 14쪽
» 사성일화(四星一花) - 1 +6 20.11.22 888 11 12쪽
1 사성일화(四星一花) - 0 +3 20.11.21 1,173 1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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