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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사성일화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임대협
작품등록일 :
2020.03.14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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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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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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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일화(四星一花) - 7

DUMMY

이른 아침 지저귀는 산새들은 초봄의 기운을 널리 알리려는 것 마냥 쉬지 않고 울어댔다. 하늘아래 구름은 너무 아름다워 더욱 운치 있게 세상을 덮어 주었고, 전날 잠시 내린 비로 인해 잎사귀마다 맺힌 방울방울 물방울들은 햇빛을 반사해 청명함을 더해주었다.

두 남녀가 산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사내는 앞서고 소녀는 뒤를 따랐다. 구릿빛 피부의 사내는 다부지고 건장했으며, 앳된 모습의 소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워 햇빛에 반짝반짝 빛나는 물방울의 눈부심보다 더욱 빛났다. 그들은 화산제자 엽상권과, 무당제자 은공비였다.

은공비는 한 번도 이렇게 낭인처럼 무림을 다녀본 적이 없었다.

물론 그녀가 어렸을 때에 아버지, 어머니를 따라 무림 곳곳을 돌아다녀보긴 했지만, 그때마다 항상 좋은 객점에서 투숙했고, 설사 객점이 아니더라도 아버지, 어머니의 지인들이 무림 곳곳에 있어 만족스러운 잠자리와 거처를 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엽상권과 다니는 여정은 그와는 너무나 달랐다. 낮에는 걷고 어두워지면 노숙하며 온갖 고생을 다 하였다. 먹는 것 또한 일정치 않아 나무에 열린 열매를 따먹거나 물고기를 잡아먹거나 때론 토끼를 잡아먹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러한 상황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둘의 위태로운 여정이 며칠째 계속되었지만, 서로 필요한 말 외에는 하지 않았다.

엽상권은 날이 어두워지면 먹을 것을 구해 와 은공비에게 나누어주었고, 은공비가 잘 수 있도록 침상을 만들어 주었다. 은공비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받지 않으려고 하였으나, 산중에 먹을 것과 잘 수 있는 자리가 마땅치 않아 마지못해 엽상권이 해주는 대로 받았다.

며칠간 은공비가 봐온 엽상권은 화산의 제자답게 예의바르고 친절한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그가 불편했지만 그의 부드러운 외모와 말투에 서서히 마음이 녹아 이따금씩은 그에게 친절하게 대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엽상권이 비급을 가져간 범인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거리는 유지했다.

반면 엽상권은 보면 볼수록 아름다운 은공비의 모습에 반해, 그녀에게 실례될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해 매우 조심했다. 오일 간 엽상권은 그녀와 멀리 떨어져 걸었고, 멀리 떨어져 먹었으며, 멀리 떨어져 잤다. 다만 밤에는 깜깜했기 때문에 엽상권이 도망 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 은공비 덕에 잠은 일 장 이상 벗어나서 자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이 더 지났다. 엽상권과 은공비가 같이 다닌 지 열 이틀 째 되던 날 아침, 엽상권은 은공비의 안색이 심상치 않아 참지 못하고 물었다.


“몸이 어디 안 좋소? 혹시 저번에 다친 손이 아파서 그러오?”


엽상권의 말은 다정했다. 특히 난생 처음 노숙하며 먹는 것도 제대로 먹지 못해 몸살이 난 은공비에게는 더욱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러나 엽상권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일부러 강하게 말했다.


“잠자리가 조금 불편해서 그러니 신경 쓰지 말아요.”


별거 아니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은공비의 말투에서 심한 고단함이 느껴졌다. 엽상권은 타고난 체력이 좋은 남자인데 반해, 은공비는 아직 어리며 심한 고생을 하지 않은 소녀였기 때문에 엽상권보다 고단함이 배는 더 했다.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겠소? 어디가 안 좋은지 말해 보시오. 마침 산에 여러 약초가 있을 것이니 약을 지어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않소?”


은공비는 엽상권의 말에 어이가 없는 듯 혀를 내밀며 말했다.


“나는 그대를 도둑으로 생각하고 매일매일 감시하는데 왜 내 몸이 안 좋은 것을 신경 쓰는 것이에요?”


엽상권은 은공비를 아끼고 걱정하는 마음을 혹시 들켰을 까봐 화들짝 놀라 말했다.


“그... 그건... 그냥 같이 다니니 걱정을 하는 것 아니겠소?”


그러나 그녀의 대답은 퉁명스러웠다.


“나한테 신경 쓸 필요 없어요. 당신을 도둑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았으니까.”


엽상권은 무당에서부터 몇 번이나 무당비급 태극십오권을 훔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현부를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그를 믿어주지 않았고, 은공비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야기를 꺼내면 또 다시 끝나지 않는 말싸움을 하게 되니 굳이 말을 꺼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엽상권은 은공비의 몸 상태가 안 좋은 것 같아 어제보다 걸음을 천천히 걸었다. 마침 오르고 있는 산이 경사가 높지 않아 천천히 걸으면 목표지점까지 오후가 되기 전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이 산만 오르면 수양전이구나. 수양검객을 뵈어 이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 뒤 나도 어서 화산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런데...’


엽상권의 시선이 은공비에게 옮겨졌다.


‘그녀는 어떻게 한단 말인가. 화산으로 데려가면 그녀는 분명 사부님께 나를 도둑이라 우길 것이 분명하다.’


화산파의 장문인 구마용은 문파의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엽상권이 비급을 도둑질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소란이 일어난 것에 대해서는 엄히 말할 것이 분명했다.


‘그래 사부님은 공명정대하시니 내 말씀을 듣고 지침을 내려주실 것이다. 잠깐은 화를 내실지 모르지만 내가 떳떳한데 뭘 두려워 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한 엽상권은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어서 수양전에 가서 수양검객을 만나 이형의 안부를 전한 뒤 자신도 화산으로 돌아가 사부님께 모든 것을 말씀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은공비는 그런 엽상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언제나처럼 엽상권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뒤를 따랐다.


두 시진을 더 걸어 오르자 멀리 수양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은공비를 배려하여 천천히 걸었던 엽상권은 수양전이 보이기 시작하자 걸음을 조금 재촉했다. 은공비는 힘이 드는지 엽상권을 못마땅한 표정으로 한 번 흘겨보았다. 엽상권은 수양전에 도착했다는 기쁨에 은공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이 수양검객이 계신 수양전이오.”


수양전 입구에 선 은공비는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곳이 수양검객과 이대협이 머무는 곳이구나.”


엽상권은 은공비가 자신에게는 도둑이라 하고 이현부에게는 이대협이라는 호칭을 쓰자 또 다시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혈기 왕성한 나이에 또래의 아름다운 소녀가 다른 남자를 높여 부르면 기분이 나쁘지 않겠는가. 다만 엽상권은 본래가 온화하고 기분을 쉽게 표현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얼굴에 내색하지는 않았다.

수양전 앞에 도착한 엽상권은 문 앞으로 다가가 문을 두드리며 외쳤다.


“화산의 엽상권이 수양검객을 뵙고자 찾아왔습니다.”


고요한 숲 속에 엽상권의 굵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수양전 안에서는 어떠한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또 다시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화산의 엽상권이 수양검객을 뵈러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이상한 생각이 든 엽상권은 문을 좀 더 세게 두드리려고 힘을 주자 ‘끼이익’ 소리를 내며 문이 살며시 열렸다. 문이 그냥 열리자 엽상권과 은공비는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의아해 했다.


“문이... 열려 있소.”


은공비는 직감적으로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문을 세게 밀어보았다. 그러자 문이 활짝 열리며 열린 문 사이로 안에 벌어진 참혹한 광경이 한 눈에 들어왔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이...”


엽상권과 은공비는 눈 앞의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수 십 명의 사람들이 바닥에 누워있었고, 얼굴은 고통에 일그러져 있었다. 온갖 물건들은 파괴되거나 널 부러져 엄청난 싸움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둘은 즉시 안으로 들어갔다. 엽상권은 가장 앞에 쓰러져있는 사람의 맥을 짚어 보았다. 은공비 역시 쓰러진 다른 사람의 상태를 확인했다.


“죽었소.”

“죽었어요.”


엽상권은 바닥에 널 부려진 시신들 사이를 가로질러 내당으로 들어갔다. 은공비 역시 따라 들어갔다.

내당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내당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죽어있었다.

은공비는 난생처음 보는 잔인한 광경에 정신이 혼미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요? 누가 이런 짓을...”

“나도 모르겠소.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두 죽인 것 같소.”


혼미한 와중에도 은공비는 뭔가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이상해요. 이곳에 죽은 사람들은 모두 검을 들고 있는데, 주변에 피가 한 방울도 보이지 않아요.”


은공비의 말마따나 주변의 시신들 근처에 피가 보이지 않았다. 엽상권은 몇 명의 시신을 살펴보더니 말했다.


“그들 검에 의해 죽은 것이 아니오.”

“그렇다면...”

“그렇소. 이 사람들을 죽인 자들은 병장기를 쓰는 고수들이 아니고 내가외공의 고수들 인가 보오. 또한 죽어있는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한 두 명이 아닌 것 같소. 어떤 고수들이 수양전에 침입하여 이들 모두를 죽인 것이오.”


엽상권의 말에 동의하여 고개를 끄덕이던 은공비가 말했다.


“과연 누가 이 많은 인원들을 참혹하게 해친 걸까요?”


은공비보다 강호 경험이 많은 엽상권도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그는 이전에 죽어있는 사람을 본적은 있었지만 이러한 참혹한 광경은 처음이었다.

둘은 말없이 다시 내당으로 들어갔다. 내당 구석에 한 노인이 쓰러져 있었다. 그도 마찬가지로 죽어 있었는데,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의 얼굴이 그 누구보다도 심하게 일그러졌다는 것이다.

엽상권은 심히 동요되는 마음을 다잡고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아... 이분이... 바로 수양검객이시오.”


엽상권은 일전에 수양검객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그 온화한 얼굴의 노사가 참혹한 표정으로 죽어있었다. 엽상권은 손을 들어 수양검객의 눈을 감겨주었다.


“수양검객의 무공은 은퇴하시기 전에도 매우 뛰어났소. 제자인 이형 말에 의하면 은퇴하시기 전보다 무공이 발전 하셨다 들었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분을 이렇게 고통스럽게 돌아가실 수 있게 만든 자들은 굉장한 고수란 말일 것이오.”

“그리고... 매우 악독한 자들이죠.”


수양검객은 태산파 출신으로 태산파 전대 장문인 대일검 팽일후의 사제였다. 나이도 그렇고 무공이나 인품 면에서도 팽일후 보다 뛰어났으나 배분에 밀려 장문직을 맡지 못했다. 정사무림대연이후 그는 태산파를 비롯하여 형산, 항산, 숭산, 화산을 아우르는 오악검파의 행실에 회의감을 느껴 은퇴하게 되었고 줄곧 수양에만 힘썼다. 특히나 정신과 마음의 수련을 게을리 하지 않아 도인으로서 존경받았다. 그런 그가 자신의 집인 수양전에서 이런 참혹한 죽음을 당한 것이었다.

엽상권은 이현부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형은 수양검객이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워 할 것이오. 그러나... 어떻게든 이형에게 알려야 하오.”


은공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화산으로 돌아가 화산장문인께 먼저 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곳에서는 무당보다 화산이 가까우니 말이에요."


엽상권도 그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즉시 시체들을 한 곳에 묻어주기 위해 하나 둘 들어 움직였다. 은공비 역시 이 순간만큼은 엽상권을 성심성의껏 도와줬다. 수양검객은 무당의 유양도장과도 오랜 친구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수양검객의 죽음을 알고 상심할 유양도장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한 사람은 시체를 옮기고 한 사람은 시체를 묻을 땅을 파니 어둠이 밀려올 때까지 일은 계속되었다. 수양전의 모든 이들을 묻어주고 나자 이미 어둠이 밀려와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둘은 폐허가 된 수양전에서 머물 수 없었고, 노숙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일을 마무리 하고 두 남녀는 상의 끝에 경공을 전개해 산을 내려가 작은 객잔을 찾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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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31 악지유
    작성일
    21.05.21 05:56
    No. 1

    당대 제일고수가 자신의 몸조차 빼지 못하고
    살해당함... ㅉ

    보름 이상 같이 다녔다면 상대의 인품도
    대충 알 수 있을텐데 계속 도적이라 여기네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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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사성일화(四星一花) - 22 21.05.20 82 2 12쪽
22 사성일화(四星一花) - 21 21.04.13 132 2 13쪽
21 사성일화(四星一花) - 20 21.03.24 188 2 12쪽
20 사성일화(四星一花) - 19 21.03.16 184 2 13쪽
19 사성일화(四星一花) - 18 +2 21.02.23 186 3 14쪽
18 사성일화(四星一花) - 17 21.02.10 215 2 13쪽
17 사성일화(四星一花) - 16 +2 21.02.06 192 3 13쪽
16 사성일화(四星一花) - 15 +1 21.01.26 237 4 14쪽
15 사성일화(四星一花) - 14 +1 21.01.19 213 4 14쪽
14 사성일화(四星一花) - 13 +1 21.01.14 220 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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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성일화(四星一花) - 11 21.01.03 282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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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사성일화(四星一花) - 9 +1 20.12.20 291 3 11쪽
9 사성일화(四星一花) - 8 +1 20.12.15 294 5 14쪽
» 사성일화(四星一花) - 7 +1 20.12.12 30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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