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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사성일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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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협
작품등록일 :
2020.03.14 00:45
최근연재일 :
2021.05.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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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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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일화(四星一花) - 9

DUMMY

화산은 오르기 힘든 악산이다. 그러나 그보다 천하 명산으로 그 경관이 화려하고 빼어난 것으로 더 유명했다. 화산으로 가는 길 역시 계절과 절경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했다.

은공비는 난생 처음 서안 땅을 밟아 보았다. 오악 중 서악 화산은 그녀의 모친에게 말로만 듣던 곳이었다. 말로만 듣던 화산의 절경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감내가 새로웠다. 눈앞에 저 멀리 아득하게 보이는 화산은 평원에서 수직으로 솟구친 뒤 구름으로 사라진 것처럼 보여 그 신비함을 더했다.

그녀는 이곳에 온 목적이 무엇인지 잠시 잊어버리고 훌륭한 경관을 즐겼다. 그렇게 걷다보니 어느새 엽상권과 나란히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 무당산을 나올 때 은공비는 엽상권이 비급을 훔친 도둑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경계하는 마음이 강했다. 그러나 스무 날이 넘게 한 시도 빼놓지 않고 그와 함께하며 겪어보니 마음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녀가 보기에 엽상권은 나쁜 성향을 갖고 있는 악한이라기보다 오히려 온화하고 정이 많으며 정기가 충만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 사람이 진짜 비급을 훔쳤을까? 물건을 도둑질하는 그럴만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혹시 그 안에 어떤 내막이 있는 것은 아닐까?’


비급을 도둑맞은 것에 대해 정황적인 증거는 엽상권을 가리켰다. 무당파의 수행이 깊은 도사 송임의 말에 모든 이들은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은공비는 자신을 믿어 보기로 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엽상권은 비급을 훔쳐 몰래 배울만한 위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 어렸을 때 아버지가 그랬어. 아무리 뻔한 일이라도 때로는 거짓일 수도 있으니 의심해야 할 때가 있는 것이라고, 내가 본 것이 아니니 다 믿을 수는 없는 노릇이지.’


은공비는 혼란스러웠다.


‘그래. 일단 화산으로 가보자. 화산으로 가서 화산 장문인과 이야기를 해보자. 사부님과 화산 구장문인과는 친한 사이라고 하였으니 화산 장문인을 만나보면 어느 정도 알게 되겠지.’


은공비는 삼 일이면 화산에 당도하게 될 것이니 그때 가서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

은공비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엽상권은 그녀의 표정이 자못 심각하자 쉬지 않고 걸어서 피곤한 것인가 싶어 말했다.


“저기서 좀 쉬었다 갑시다.”


엽상권이 가리키는 곳에서 폭포 소리가 들렸다. 간밤에 내린 비가 작은 물길을 불려 폭포의 청명한 소리를 만들어 냈고, 그 소리를 산들산들 불어오는 바람이 이끌어 시원함을 전해 주었다.

둘은 나무 숲길 사이를 지나 폭포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향했다. 나뭇가지사이로 작은 폭포가 슬며시 보이다가, 숲을 벗어나보니 높이 팔 구장의 수줍은 폭포가 그들 시야에 들어왔다. 시원하게 뻗어있는 폭포의 높이와는 달리 아담한 물줄기는 마치 시작하는 연인들의 모습을 표현 하듯 수줍게 떨어졌다.

엽상권은 두 손을 모아 물을 떠 입으로 가져가 시원한 물을 목구멍으로 흘려 목을 축였다. 은공비도 그를 따라 앉아 한 손으로 물을 떠 물을 마셨다. 산들산들 바람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의 수면에 엽상권과 은공비의 얼굴이 비쳤고, 둘은 수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엽상권은 은공비의 눈동자와 마주치자, 멋쩍은 마음에 눈을 피했다. 은공비는 엽상권의 그러한 모습이 우스워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왜 내 눈을 피해요?”


엽상권은 대꾸도 없이 고개를 돌려 다시 물을 마셨다. 그러나 그의 얼굴에는 이미 옅은 홍조가 드리워졌다. 은공비는 다 큰 사내가 자신의 말에 수줍어하자 우스운 생각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풋’ 소리를 내어 웃었다.

은공비의 웃음소리를 들은 엽상권은 그녀를 마음에 두고 있는 자신의 마음이 들킬 것 같아 두려웠다. 불과 물이라도 무서워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뛰어드는 용감한 그였으나, 남녀 사이의 일은 너무나 미숙했다.


“왜... 웃는 것이오?”


은공비는 엽상권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그에게 다가왔다. 엽상권은 당황하여 두 걸음을 뒤로 물렀다. 구릿빛 얼굴이 잘 익은 사과와 같이 빨개졌다.

은공비가 걸음을 멈췄다. 그녀의 얼굴에는 웃음기가 다분했다.


“내가 불편해요?”


은공비의 장난에 엽상권은 몸이 굳었다.


“아... 아니오.”


은공비는 당황하는 엽상권의 모습이 우스워 한 걸음 더 다가가 물었다.


“나를 보면 무슨 생각이 들어요?”


은공비의 당혹스러운 말투에 엽상권은 그녀의 눈조차 마주칠 수 없었다.

은공비는 나이는 어리지만 당돌한 면이 있었다. 그녀는 세속의 규율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부모 밑에서 천진난만하게 자라 왔다. 그러한 그녀의 성품을 올바르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그녀의 부모는 일부러 무당에 입문 시켰다. 그러나 천성은 본래 바뀌지 않는 법, 무당에 입문한 이후에도 그녀는 자신의 성격을 그대로 지켜왔고 무당 장문과 사형제들이 은공비의 자유분방한 태도에 골머리를 썩어야 했다.


“말해 봐요. 무슨 생각이 들죠? 혹시 내가 예쁘다는 생각을 했나요?”

“그... 그건...”


엽상권은 용기 내어 은공비를 다시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크고 아름다운 눈동자와 자신의 눈을 마주치자 가슴이 두근거려 터질 것만 같았다. 그는 화끈하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기 위해 고개를 숙여 두 손으로 물을 떠 우걱우걱 세수했다.

은공비는 엽상권의 이러한 순수한 태도가 재미있었다. 세상 어느 여인이 자신을 보고 부끄러워하는 남자를 싫어하겠는가. 더군다나 엽상권은 좋은 체격에 남자다운 외모를 갖춘 사내 중에 사내 아니던가.

은공비의 밝게 웃는 모습과 청명한 목소리는 산속 깊은 곳의 고요한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처럼 복잡한 머릿속을 시원하게 정화시켜 주었다.

엽상권은 나직이 읊조렸다.


“사매는... 아름... 다워. 처음 봤을 때부터 난... 사매가 아름답다고 생각 했어.”


수줍지만 담담한 엽상권의 말에 이번에는 은공비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바보 같이 우둔할 줄만 알았던 그가 의외로 용기있는 남자가 아니던가.

그녀는 최근 며칠 동안 엽상권과 지내면서 그에 대해 잘 알게 되었는데, 그는 정기가 넘치고, 온화하고, 순진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에게 서서히 정이 가던 차에 이렇게 자신에게 고백을 하니 그녀 역시 당황하게 되었다.


“엽...오빠”


그녀는 처음으로 엽상권에게 ‘엽오빠’ 라고 불렀다. 엽상권은 그녀가 자신을 ‘엽오빠’ 라고 부르자 가슴이 뜨거워져 몸둘바를 몰랐다. 한편으로는 그 동안 도둑으로 오해를 받던 시간의 괴로움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은공비가 말을 이었다.


“나는 사실 엽오빠가 비급을 훔쳤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어요’ 라고 말을 하려는데 어디선가 귀를 찌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소롭구나. 어린것들. 여기가 어디라고 그런 부끄러운 말을 주고 받느냐?”


거센 바람과 함께 들려오는 괴인의 목소리가 엽상권과 은공비의 귀를 심하게 괴롭혔다. 그 목소리는 너무 거슬릴 정도로 쉰 목소리였고 손톱으로 나무를 벅벅 긁는 것같이 날카로운 목소리였다. 더군다나 내공이 섞여있어 무공이 약한 은공비는 한마디 한마디에 숨이 턱턱 막히기 까지 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엽상권은 아무도 보이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허공을 향해 포권의 예를 취하며 말했다.


“후배는 화산의 엽상권이라고 합니다. 선배님은 누구십니까?”


괴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나는 네가 누구인지 관심 없다. 다만 한 가지가 궁금한 것이 있어 물어 보겠다.”


이번에는 은공비가 말을 받았다.


“궁금한 것이... 무엇인가요?”


괴인이 말했다.


“나는 너한테 궁금한 것이 아니다. 저 사내놈한테 궁금할 뿐이지. 내가 한 가지를 물을 테니 대답해라. 그 대답을 듣고 너희 둘을 어떻게 할지는 내가 결정하겠다.”


엽상권은 괴인의 말이 부당하다 생각했다. 자신들이 뭘 잘못한 것도 아니고, 누군가를 해치지도 않았는데 이 괴인은 자신들을 추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그의 사부가 말하길 무림에는 여러 독특하고 기이한 사람들이 많아 항상 조심하라 했다. 그래서 지금 상황에서도 최대한 냉정해 지려고 했다.


“네 선배님께서는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그러나 괴인의 질문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이었다.


“너는 그녀를 사랑하느냐?”


엽상권은 괴인에게서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질문이 들어와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괴인은 성질이 급한지 재차 물었다.


“그녀를 사랑하느냐고 물었다.”


처음보다 더욱 노기가 서린 목소리였다. 엽상권은 은공비의 얼굴을 한 번 바라보더니 허공에 대고 외쳤다.


“사랑한다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조심스러운 엽상권은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 하지 못했다.

여자의 마음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은공비는 엽상권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지 않으나 그의 입에서 사랑하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들으니 기분이 몹시 상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랬다.

은공비가 창피한지 고개를 돌렸다.

괴인의 목소리가 또 다시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욱 더 노기가 충만했다.


“흥. 여자 애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네놈은 참으로 뻔뻔하게 부정을 하는구나. 너라는 남자도 그냥 그렇고 그런 놈일 뿐이다.”


괴인이 말을 마치자마자 갑자기 엄청난 바람이 엽상권에게로 향했다. 엽상권은 그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은공비는 엽상권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놀라, 엽상권에게 다가가려고 했다가 그만 멈추었다.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확실히 판단이 안됐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엽상권이 넘어진 것 외에 다른 해는 입지 않은 것 같아 일단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은 엽상권은 너무 놀라 할말을 잃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단지 풍압만으로 나를 넘어뜨렸다는 것인가.’


괴인의 목소리가 다시 한 번 울려 퍼졌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였으니 내 맘대로 하겠다."


괴인의 말이 끝나자마자 또 한 번의 거센 바람이 불어왔다. 엽상권은 단단히 준비하고 있었지만 바람이 조금 전보다 더욱 거세져 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엽상권은 넘어지는 순간에 은공비가 걱정되어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은공비는 그와는 반대로 바람에 날려 오히려 공중에 몸이 띄워졌다.


“으악! 엽오빠~”


공중에 띄워진 은공비는 당황하여 엽상권을 불렀다. 엽상권은 있는 힘을 다 내어 은공비에게 손을 뻗었다. 그 순간 옷자락이 펄럭이는 소리와 함께 어깨 뒤쪽에 강한 통증이 느껴져 순식간에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을 잃는 와중에 앞을 바라보았는데, 한 괴인이 은공비의 허리를 낚아채고 빠른 속도로 멀리 떠나고 있었다.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내었지만 결국 엽상권은 눈이 감기며 쓰러지고 말았다.

이 모든 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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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성일화(四星一花) - 23 21.05.21 90 2 12쪽
23 사성일화(四星一花) - 22 21.05.20 81 2 12쪽
22 사성일화(四星一花) - 21 21.04.13 126 2 13쪽
21 사성일화(四星一花) - 20 21.03.24 187 2 12쪽
20 사성일화(四星一花) - 19 21.03.16 184 2 13쪽
19 사성일화(四星一花) - 18 +2 21.02.23 185 3 14쪽
18 사성일화(四星一花) - 17 21.02.10 214 2 13쪽
17 사성일화(四星一花) - 16 +2 21.02.06 192 3 13쪽
16 사성일화(四星一花) - 15 +1 21.01.26 235 4 14쪽
15 사성일화(四星一花) - 14 +1 21.01.19 208 4 14쪽
14 사성일화(四星一花) - 13 +1 21.01.14 220 4 14쪽
13 사성일화(四星一花) - 12 21.01.06 244 4 13쪽
12 사성일화(四星一花) - 11 21.01.03 282 4 15쪽
11 사성일화(四星一花) - 10 20.12.28 302 4 12쪽
» 사성일화(四星一花) - 9 +1 20.12.20 291 3 11쪽
9 사성일화(四星一花) - 8 +1 20.12.15 293 5 14쪽
8 사성일화(四星一花) - 7 +1 20.12.12 299 6 12쪽
7 사성일화(四星一花) - 6 +1 20.12.07 329 6 12쪽
6 사성일화(四星一花) - 5 +2 20.12.02 339 6 14쪽
5 사성일화(四星一花) - 4 +3 20.11.30 377 7 14쪽
4 사성일화(四星一花) - 3 +3 20.11.28 411 10 13쪽
3 사성일화(四星一花) - 2 +6 20.11.25 517 8 14쪽
2 사성일화(四星一花) - 1 +6 20.11.22 887 11 12쪽
1 사성일화(四星一花) - 0 +3 20.11.21 1,172 1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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