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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사성일화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임대협
작품등록일 :
2020.03.14 00:45
최근연재일 :
2021.05.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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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2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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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일화(四星一花) - 10

DUMMY

은공비는 누군가의 허리춤에 매달려 어딘가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 몸을 움직이려 하였지만 혈도가 봉해져 미동조차 할 수 없었다. 자신을 허리춤에 매달고 달리는 사람은 한 여인이었다. 은공비가 눈동자를 최대한 돌려 여인의 얼굴을 바라보았으나 얇은 면사를 쓰고 있어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면사 여인은 달리는 와중에 은공비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알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 둘은 눈이 마주쳤고 은공비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여인의 눈빛이 매우 차가워 한기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 사람은 누구지?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 것일까?’


은공비는 면사 여인이 자신을 안고 이렇게 빠른 경공을 구사하는 것을 보고 분명 무림에서 오래된 고인일 것이라 생각했다.

한 식경이 지나자 면사 여인의 발걸음이 서서히 느려졌다. 여인은 뛰던 발을 멈추고 은공비를 사뿐히 내려놓았다. 괴이한 성격과는 달리 손길이 매우 부드러워 은공비를 옆구리에 끼고 한참 달려왔음에도 불구하고 은공비의 몸에 긁힌 상처하나 없었다.

여인에게선 힘든 기색 하나 찾을 수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경공을 지닌 사람도 한 사람을 안고 먼 거리를 달리면 지치기 마련인데 이 여인은 내공이 상당한지 숨결 하나 흐트러짐이 없었다.

면사의 여인은 은공비에게 가까이 다가와 아혈을 풀어주었다. 그제서야 말을 할 수 있게 된 은공비가 물었다.


“여긴 어디에요? 왜 나를 이런 곳으로 데려 온 건가요?”


면사 여인은 짧고 간결하게 대답했다.


“내 집이다.”


은공비는 면사 여인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랐다. 조금 전에 들었던 목소리와 너무 달랐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의 목소리가 나무를 손톱으로 긁는 것 같이 귀를 찌르는 목소리였다면, 지금의 목소리는 냉랭하긴 해도 듣기에 고운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은공비는 조금 전에는 들었던 거슬리는 목소리는 면사의 여인이 일부로 변형을 해서 낸 목소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운 목소리가 진짜 목소리였던 것이다.

면사 여인이 말을 이었다.


“이제 너의 집이기도 하지.”

“네? 그게... 무슨...”


은공비가 되묻자 면사 여인의 무서운 눈초리가 그녀에게 쏟아졌다.


“왜? 그 녀석이라도 보고 싶은 것이냐?”

“아니... 그게 아니고요.”


단호한 면사 여인의 목소리가 은공비의 말을 잘랐다.


“너를 좋아하지도 않는 그 녀석은 다신 찾을 필요 없다.”


은공비는 면사 여인의 성격이 이상해서 혹시 정신이 이상한 사람인가 싶었다.


“선배님. 저는 무당의 제자 은공비입니다. 선배님이 왜 저를 이곳으로 데려 온지 모르겠는데, 저는 무당산으로 가야 해요. 무당산에 가지 않으면 사부님과 사형들이 저를 걱정할 것이에요.”


면사 여인은 은공비의 말을 귀 기울여 듣지 않고 있다가 ‘무당’이라는 말을 들을 때에는 조금 놀라운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이야기를 듣기 전과 듣고 나서의 반응은 다를 바가 없었다.


“이제 너의 집은 이곳이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 아무곳도 갈 수 없다.”


은공비는 면사 여인이 마치 자신을 가둬두려는 것처럼 말하자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면사 여인의 이상한 성격으로 미루어 보건데 일이 잘못되면 저 귀신같은 여자와 이곳에서 계속 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말했다.


“선배님의 존성대명을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면사 여인은 냉소하며 말했다.


“흥. 존성대명은 무슨, 나는 성도 이름도 없다. 그냥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이승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라.”


은공비는 이 면사 여인이 너무 기이하다 못해 우습기까지 했다.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그녀의 부모님과 부모님의 여러 지인들을 만나보았고, 그들 중 몇몇은 굉장히 기이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면사 여인의 행동은 은공비가 만나본 그 어떤 사람들보다도 가장 기이했다.

그러나 면사 여인이 움직일 때마다 사이사이로 보이는 얼굴은 거칠지 않고 고운 것이, 기이한 사람이기는 하나, 악독한 사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럼 저는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야 하나요? 하지만 제가 이곳에 계속 있으면 저희 사부님과 사형제들뿐만 아니라 저희 부모님도...”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순간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아...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나를 그리워하긴 하실까? 무당에서 몇 해를 보냈는데 한 번도 나를 보러 오시지 않았어. 벌써 나를 잊으셨는지도 몰라...’


아버지와 어머니를 생각하니 두 번째로 무당산에서 자신을 살갑게 대해주었던 이모도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무당산을 내려올 때 영이모에게 말을 하지 않았구나. 아... 영이모가 많이 걱정을 하시겠다.’


그녀는 갑자기 부모님과 무당산의 영이모까지 생각하자 그들이 너무나 그리워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다. 면사 여인은 은공비가 부모님에 대해 이야기 하다 그만 눈물을 보이자, 어떤 안쓰러운 사연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


“걱정 말아라. 앞으로는 내가 너의 부모가 되어 줄테니...”


면사 여인은 은공비의 등을 토닥이며 진실 된 마음으로 그녀를 위로했다. 조금 전에 보았던 무섭고 냉랭한 모습과는 달리 등을 토닥이는 면사 여인의 모습은 자애로운 엄마의 모습과 다름이 없었다. 은공비는 지금 자신의 처지와, 자신을 무당에 맡겨 놓고 한 번도 자신을 찾아온 적 없는 부모님에 대한 서운한 마음, 요 며칠 엽상권을 따라 다니면서 고생했던 것들이 모두 생각나 한바탕 실컷 울었다.

면사 여인은 은공비가 울음을 멈출 때까지 자리에서 가만히 그녀를 다독여 주었다. 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재촉하지도 않고 화를 내지도 않았다.

한바탕 울고 나자 속이 시원히 풀렸다. 면사 여인은 그 모습을 모두 참을 성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은공비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 무당에서 사부님과 사형제들이 나에게 잘 대해줬지만, 나를 천덕꾸러기 취급하고 때로는 무시하기도 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무당산에 나를 맡기고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으니 나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야. 오직 영이모만 나를 항상 귀여워해주었지만, 그녀 역시 도인이라 내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마음을 잘 추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엽오빠는...’


짧지 않은 십육 년의 인생 중에 오직 걸리는 사람이라고는 엽상권 밖에 없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다. 얼마 전까지 도둑으로 생각하고 뒤 쫒았던 사람 아닌가. 그런 그가 은공비가 사라졌을 때 가장 걱정되는 인물이라니, 인생이라는 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은공비는 엽상권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면사 여인의 행동을 보니 괴이하기는 하지만 그럭저럭 당분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러한 상황을 알 지 못하는 엽상권은 얼마나 자신을 찾아다닐까 걱정되었다.


‘혹시 내가 없어지자 더 좋아하며 화산으로 간 것은 아니겠지?’


은공비는 엽상권이 자신을 찾지 않고 그냥 화산으로 가버렸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화가 날 것 같았다. 그러다 그러지 않았을 거라고 자신에게 말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지자 일단은 눈앞에 닥친 일부터 생각하기로 했다.

면사 여인은 은공비가 울음을 그치고 마음을 잡은 것 같아 보이자 집 내부를 구경할 수 있게 해주었다. 집이 넓진 않았지만 여인 혼자 살아와서 그런지 여러 물건들이 정갈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깊은 산중이라 손님이 찾아올 것 같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깔끔히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여인의 성격이 실은 매우 곧고 섬세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방으로 들어간 면사 여인은 면사를 풀고 앉아 차를 끓이려고 준비했다. 은공비는 그제 서야 면사 여인의 얼굴을 처음 보게 되었는데 얼굴을 보고나서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면사의 여인은 괴이한 성격과 달리 매우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 이 선배의 무공이 매우 뛰어나 필시 늙은 노파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목소리며 외모가 꾀 준수하구나. 나이는 우리 어머니보다 조금 더 많은 것 같고 무당 영이모에 비하면 한참 아래 같아 보인다. 그럼 무공은 우리 어머니와 영이모에 비하면 어느 정도 일까?’


여인은 은공비에게 차를 내어 주었다. 좀 전까지 울음을 달래주었지만, 차를 끓인 뒤에 따로 따라주는 친절함은 볼 수 없었다. 은공비는 행동에 일관성이 없는 여인의 행동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자신이 차를 따라 마셨다.

여인은 은공비가 차를 다 마시자 이곳저곳을 보여주며 필요한 사항을 일러주었다. 은공비는 여인의 집이 나쁘진 않았지만 언젠가는 도망칠 것이라고 굳게 다짐했다.


이틀이 지났다.

이틀간 여인은 은공비에게 하루에 몇 마디 말 밖에 하지 않았다. 처음의 다정했던 모습은 온대간데 없고 아침저녁으로 온갖 잡일을 다 시켰다. 은공비는 일을 하기가 싫어, 시키는 일마다 일부러 못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여인은 은공비가 일을 못해도 소리를 지르거나 혼내지 않았다. 그렇다고 은공비 앞에서 웃거나 사사로운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니 천성이 발랄하며 궁금증이 많은 은공비는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다.

셋째 날이 돼서야 은공비는 여인과 같이 밥을 먹으며 조심히 물었다.


“저기... 선배님.”


은공비의 말에 여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은공비가 생각하기에 여인이 대답하지 않는 것은 말을 해도 된다는 것으로 판단되어 말했다.


“선배님은 어떠한 분이신가요? 제가 왜 이곳에 왔는지, 이곳에서 무엇을 하면 되는 것인지 알려 주시면 안 될까요?”


여인은 대답은 담담했다.


“넌 나를 사부로 모시고 내가 죽을 때까지 함께 있어야 한다.”


아니 이게 무슨 날벼락 같은 말인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은공비가 반문했다.


“하지만 선배님. 저는 이미 무당파의 장문인을 사부로 모시고 있어요. 그런 제가 어떻게 사부님을 또 얻을 수 있겠어요?”


여인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듯이 말했다.


“사부가 둘이면 어떻고 셋이면 어떻다는 것이냐. 그리고 어차피 너는 내 허락이 없으면 이곳을 벗어날 수 없으니 내가 하라는 대로 따르도록 해라.”


은공비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사부님. 사부님의 훌륭하신 무공을 배우게 되면 여러 무림 고수들도 이길 수 있나요?”

“물론이지.”

“그럼 제가 그들을 이기고 나면 그들이 저에게 출신을 물어보겠지요?”


여인은 들고 있던 숟가락을 놓고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은공비는 여인의 정체를 알아내고자 한 자신의 행동이 들켰을까 움찔했지만, 진중하게 말을 이어갔다.


“나중에 저에게 패한 그들에게 훌륭한 무공을 가르쳐 주신 사부님의 존함을 가슴 깊이 새기도록 해야 하지 않겠어요? 그러려면 사부님의 존함을 제자가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 사부님의 존함도 모르고 사문도 모르는 그런 멍청한 제자가 또 있을까요?”


여인은 말없이 은공비를 바라보았다. 은공비는 여인이 화가났을까봐 아차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아... 내가 괜히 말을 이리저리 돌려 노여움을 산 것 인지 모르겠다.’


여인은 대답 없이 먼 곳을 응시했다. 은공비는 그녀의 표정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조금 슬퍼 보이는 표정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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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성일화(四星一花) - 23 21.05.21 91 2 12쪽
23 사성일화(四星一花) - 22 21.05.20 81 2 12쪽
22 사성일화(四星一花) - 21 21.04.13 129 2 13쪽
21 사성일화(四星一花) - 20 21.03.24 187 2 12쪽
20 사성일화(四星一花) - 19 21.03.16 184 2 13쪽
19 사성일화(四星一花) - 18 +2 21.02.23 186 3 14쪽
18 사성일화(四星一花) - 17 21.02.10 214 2 13쪽
17 사성일화(四星一花) - 16 +2 21.02.06 192 3 13쪽
16 사성일화(四星一花) - 15 +1 21.01.26 235 4 14쪽
15 사성일화(四星一花) - 14 +1 21.01.19 209 4 14쪽
14 사성일화(四星一花) - 13 +1 21.01.14 220 4 14쪽
13 사성일화(四星一花) - 12 21.01.06 244 4 13쪽
12 사성일화(四星一花) - 11 21.01.03 282 4 15쪽
» 사성일화(四星一花) - 10 20.12.28 304 4 12쪽
10 사성일화(四星一花) - 9 +1 20.12.20 291 3 11쪽
9 사성일화(四星一花) - 8 +1 20.12.15 294 5 14쪽
8 사성일화(四星一花) - 7 +1 20.12.12 299 6 12쪽
7 사성일화(四星一花) - 6 +1 20.12.07 329 6 12쪽
6 사성일화(四星一花) - 5 +2 20.12.02 340 6 14쪽
5 사성일화(四星一花) - 4 +3 20.11.30 377 7 14쪽
4 사성일화(四星一花) - 3 +3 20.11.28 411 10 13쪽
3 사성일화(四星一花) - 2 +6 20.11.25 517 8 14쪽
2 사성일화(四星一花) - 1 +6 20.11.22 887 11 12쪽
1 사성일화(四星一花) - 0 +3 20.11.21 1,173 1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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