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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사성일화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임대협
작품등록일 :
2020.03.14 00:45
최근연재일 :
2021.05.2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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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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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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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성일화(四星一花) - 21

DUMMY

과거 옥절낭 여청과 형산, 화산, 숭산, 항산, 태산의 오악검파는 원수의 길을 걸어왔다. 그중 화산파는 중간에 다른 오악검파와 길을 달리 했지만 그래도 그 깊은 골의 원한이 매듭지어지진 않았다. 그 후로 이십 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그 시간이 그들의 관계를 누그러지게 만든 것일까. 옥절낭 여청은 화산장문 구마용이 자신을 칭찬했다고 하니 좋지도 싫지도 않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여청은 자신의 딸 은공비를 바라보았다. 품에서 떠나 무당에 입문할 때 소녀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다 자라 아리따운 처녀가 되었다.


“우리 딸 공비가 이렇게 커서 처녀가 다 되었구나.”


다시 가족상봉의 시간이 되자 은공비는 가슴속에 뜨거운 무언가가 흘러나왔다. 오랜 시간동안 아버지, 어머니를 보지 못하고 무당산에서 지내왔던 시절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무당산에서 여자아이가 많은 남자들과 지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로는 서러워 남몰래 혼자 울었던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 참지 못할 때면 무당산 기슭에 거처를 두고 지내는 영이모를 찾아가 한바탕 위안을 받았다.

갑자기 영이모를 떠올리다가 문득 그녀가 걱정되어 말했다.


“아버지와 엄마가 무당산을 들렸다고 했는데, 혹시 영이모도 만나 보셨나요? 제가 무당산에서 내려올 때 따로 말씀드리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하실 것 같네요.”


은공비의 말에 은유향이 그만 웃음이 터져 나왔다.


“하하하. 공비야. 영이모는 여전하시구나. 나에게도 영이모고, 내 딸에게도 영이모면 도대체 어떻게 된 것이냐. 영이모를 처음 만났을 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으셨구나.”


은유향이 은공비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우스갯소리를 하자 옆에 있던 여청이 말했다.


“공비야.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영여협이 그러시더구나. 이 세상 모든 사람은 걱정되어도 오직 공비만은 걱정하지 않는다고. 영여협이 너를 많이 믿고 있는 것 같더구나.”


은공비는 엄마의 말에 안심을 하는 한편, 영이모가 자신을 그렇게 말해준 것에 대해 기분이 좋았다.

은유향은 은공비가 안도의 미소를 짓는 것을 보고 공비의 기분이 많이 나아진 것 같아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은유향은 모처럼 가족이 상봉하자 과거의 일들이 떠올랐다.


십여 년 전 은유향과 여청은 청해신방의 방주와 옥녀채의 채주자리를 내려놓고 함께 무림에 은거하고 아미산수를 구경하기 위해 여행을 떠났었다. 한가로이 낙산대불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을 때 여청이 갑자기 아기를 갖았다는 사실을 전했다. 그 말에 은유향은 너무 기쁜 나머지 눈앞에 낙산대불을 십여 번도 넘게 오르락 내리락 반복했다. 당시 얼마나 기뻤을까. 또 절세가인인 여청을 닮아 아주 아름다운 아기가 태어났을 때는 또 얼마나 기뻤던가.

잠시지만 과거에 갔다 온 것 같이 생생한 장면과 기억을 회상한 뒤 이제는 현실로 돌아와 중요한 이야기를 해야 했다. 그는 엽상권을 바라보며 말했다.


“유양도장은 자네들에게 무림의 안녕에 대한 말을 언급했다 들었네. 유양도장의 우려대로 무림에 위협이 될 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군.”


엽상권은 은유향과 여청에게 이곳에 오기 전 수양전에서 있었던 비극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저희가 이곳에 오기 전 저의 친한 형인 수양검객의 제자 이현부형의 부탁으로 수양검객이 계신 수양전에 들렀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수양전에 있는 모든 이들이 몰살당한 뒤였고 수양검객마저 숨을 거두셨습니다.”


그리고는 수양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상처를 입고 죽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공비와 같이 그들 모두를 묻어주고 왔다는 것까지 되도록 자세히 말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은유향은 놀라는 기색 없이 오히려 담담했다. 사실 그도 수양전의 비극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엽상권과 은공비가 수양전에 들렀다는 사실과 그들 모두를 묻어주었다는 내용은 알지 못했다.


“자네와 내 딸이 그들을 묻어주고 온 것이로군. 나와 내 처는 수양전 일대를 지날 때 수양전의 모든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네. 우리는 수양전에 들렀고 그 옆에 있던 무덤까지 확인을 했지. 그리고 자네 말대로 나도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 분명 수양전에서 싸움을 했을 것인데 핏자국 하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이상했어. 자네 말을 들으니 모든 것이 설명이 되는 군. 그들은 무기를 쓰는 고수가 아닌 내가 고수에게 당한 것이 분명해.”


은유향은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몰살당한 문파가 비단 수양전 만이 아니라는 것일세. 수양전 외에 무림의 여러 작은 문파들도 하루아침에 멸문을 당한 곳이 있더군. 무림의 여러 친구들에게 듣기로는 어떤 곳은 피가 튀기며 처참한 광경이었고, 또 어떤 곳은 자네 말대로 피한방울 없이 죽음을 당한 광경이었지. 이는 너무 황당한 일이지만 그런 짓을 저지른 자들이 워낙 신출귀몰하여 그 외에 다른 증거들은 남기지 않았네.”


엽상권과 은공비는 수양전 외에 다른 문파도 멸문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라 할말을 잃었다.

은유향의 말이 이어졌다.


“최근 십 여년 내에 무림에 그런 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야. 분명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지. 그것도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어. 드러나지 않고 빠르게 일을 처리하는 자들은 매우 무서운 법이네. 앞으로 매우 조심해야 할 것이야.”


은유향의 말이 끝나자 엽상권이 물었다.


“선배님은 이제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북빙궁으로 갈 생각이네. 한 대협의 사정도 있지만 그보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야겠네. 북빙궁주 지영화 여협은 내가 만나본 적이 없지만 사대악인을 가두어 정도의 길을 걸었으니 괜찮은 사람임에 틀림없네. 더구나 과거 내 개인적으로도 북빙궁에 도움을 받은 일도 있고 하니 내가 그곳에 가서 무슨 일인지 알아보아야 겠네. 물론 그 전에 먼저...”


은유향이 고개를 돌려 여청을 보고 말했다.


“청아. 일단 천불산에 들려야겠소. 한대협이 북빙궁주의 여식을 천불산으로 보냈다고 하니 그녀를 거둬야 하지 않겠소?”


여청이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청이 수락하자 은유향은 다시 엽상권을 바라보았다.


“그럼 자네는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와 같이 천불산으로 가겠나?”


엽상권은 은유향의 제안을 받아들여 천불산으로 가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화산의 제자이니 일단 사부에게 현재 상황을 전하고 사부의 명을 받아야 했다.


“아쉽지만, 저는 일단 화산으로 돌아가 사부님을 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은유향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게 맞는 말이네. 그렇다면... 공비야.”


은유향이 은공비를 바라보고 말했다.


“엽소협은 화산으로 간다고 하니 너는 우리를 따라 천불산으로 가자꾸나. 무당파 유양도장에게는 내가 전갈을 해놓겠다.”


그러나 은공비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은유향과 여청이 이상하게 생각되어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그녀는 뭔가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잠시 후 은공비가 말했다.


“아버지. 엄마. 저는 엽소협을 따라 화산으로 갈게요.”


은유향과 여청은 그녀의 말에 놀라 물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냐? 화산으로 간다니?”


은유향과 여청은 자신들이 은공비를 무당산에 매몰차게 맡긴 것 때문에 딸이 심술을 부리나 싶었는데 은공비는 다른 생각이 있었다.


“엽소협은 무당산에서 비급을 훔쳤다고 오해를 받고 있어요. 저도 처음에 엽소협이 무당산에서 비급을 훔쳐간 도둑이라고 생각했는데, 그와 같이 지내다 보니 그는 절대 도둑질 같은 나쁜 짓을 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죠. 무당 제자인 제가 화산에가서 화산파 장문인에게 엽소협에 대한 것이 오해라고 해명을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은공비의 진심어린 말에도 여청의 생각은 달랐다.


“공비야. 그 일은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다. 너로 인해 오해를 받은 것도 아니고 엽소협이 그런 일을 할 위인이 아니라는 것은 화산파 장문인이 더 잘 알것이야. 다른 말 말고 나와 아버지를 따라 천불산으로 가자.”


여청은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도 자신의 딸은 한 번 마음먹은 것은 절대 바꾸지 않았었다는 것을. 역시 은공비는 단호했다.


“엄마. 엄마와 아버지가 나를 무당산으로 보냈고, 그 이후부터 저는 무당의 제자이기도 해요. 엽소협은 잘못이 없는데 큰 오해를 받았고 화산에 돌아가서도 그렇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없어요. 저는 무당의 제자로서 엽소협을 도와주어야만 해요.”


여청이 무언가 다시 말하려고 하자 은유향이 가로막았다.


“그래. 너의 말이 옳다. 네가 우리의 딸이지만 무당의 제자이기도 하지. 좋다. 나와 너의 엄마가 먼저 천불산으로 가겠다. 너는 화산에 들렸다가 천불산으로 오도록 해라.”


은유향이 아무런 말없이 은공비의 생각에 동의하자 여청이 언성을 높였다.


“여보. 공비와 우리는 몇 년 만에 만났어요. 또 떨어지라니요. 공비는 우리를 따라 천불산으로 가야해요.”


여청의 말에도 은유향이 흔들리지 않고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를 설득했다.


“화산의 구장문은 매우 강직한 사람이오. 엽소협이 비급을 훔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구장문은 엽소협을 질책할 것이 뻔하오. 무당제자가 나서서 해명을 하면 엽소협이 의심이 풀어질 것이니 공비가 필요하지 않겠소? 또한 우리는 천불산에 빨리 가야 하오. 한 대협은 나를 믿고 북해빙궁주의 딸을 우리에게 맡겼는데 천불산에 사람이 없으니 우리가 빨리 가서 그녀를 거두어야 할 것 아니오? 공비가 필요한 사람을 도와주고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사람을 도와줘야 해요. 우리 딸 공비는 똑똑한 아이니 잘 해결하고 올 것이오.”


은공비가 아버지의 말을 거들며 말했다.


“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화산에 들렸다가 바로 천불산으로 갈게요.”


옆에 있던 엽상권은 자신을 도와주려는 은공비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오랜만에 만난 가족을 자신이 또 떨어지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 말했다.


“공비야. 선배님을 따라가도록 해. 나를 따라다니느라 그렇게 고생을 했는데... 화산에 가서는 내가 잘 이야기 해볼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


그러나 완강한 은공비는 엽상권의 소매자락을 끌며 말했다.


“나는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해야 해요. 그것은 우리 엄마한테 배운 것이에요.”


은공비의 말에 은유향이 웃음을 터트렸다.


“하하하. 그것은 맞는 말이지. 여보, 우리 딸 공비가 저리도 의리가 있는 줄은 몰랐소. 저렇게 강한 아이를 뭘 더 걱정할 것이 있겠소. 우리는 그냥 갑시다. 엽소협은 우리 공비와 화산에 가서 그간 있었던 일을 구장문에게 말씀드리도록 하게. 그리고 공비야. 일이 끝나면 천불산으로 오도록 해라.”


은유향은 말을 마치고 여청의 손을 잡고 이끌었다. 계속 시간이 지연되면 그들의 이별이 더욱더 어려워질 것만 같았다. 여청은 은유향의 손을 잠시 놓고 은공비에게 다가와 그녀를 한번 꼭 안아주고 난 뒤 은유향과 함께 떠났다.

그들이 떠나는 모습을 보며 엽상권이 외쳤다.


“선배님. 화산에 도착하면 사부님을 뵙고, 그 이후에 공비와 함께 천불산으로 가겠습니다.”


여청은 가는 와중에도 딸이 걱정되었는지 마지막 말을 건넸다.


“얘야. 언제나 네 뒤에는 아빠와 엄마가 있으니 행동하는 것에 부담 갖지 말아라.”


은공비는 엄마의 말에 기운이 샘솟는 것 같았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나를 힘들게 할 사람은 없어요.”


은유향과 여청의 뒷모습이 점차 시야에서 사라지자 은공비가 엽상권에게 말했다.


“가요. 어서 빨리 화산에 가서 장문인을 뵈어야죠.”

“응. 그래”


엽상권은 은공비의 이런 용감한 태도가 존경스러웠다. 자신보다 나이도 어리고 아직 소녀에 불과한데 부모를 몇 년 만에 만났지만 자신이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있자니 그녀가 사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더 큰 그릇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들은 다시 화산으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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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사성일화(四星一花) - 23 21.05.21 92 2 12쪽
23 사성일화(四星一花) - 22 21.05.20 82 2 12쪽
» 사성일화(四星一花) - 21 21.04.13 132 2 13쪽
21 사성일화(四星一花) - 20 21.03.24 188 2 12쪽
20 사성일화(四星一花) - 19 21.03.16 184 2 13쪽
19 사성일화(四星一花) - 18 +2 21.02.23 186 3 14쪽
18 사성일화(四星一花) - 17 21.02.10 215 2 13쪽
17 사성일화(四星一花) - 16 +2 21.02.06 192 3 13쪽
16 사성일화(四星一花) - 15 +1 21.01.26 237 4 14쪽
15 사성일화(四星一花) - 14 +1 21.01.19 213 4 14쪽
14 사성일화(四星一花) - 13 +1 21.01.14 220 4 14쪽
13 사성일화(四星一花) - 12 21.01.06 245 4 13쪽
12 사성일화(四星一花) - 11 21.01.03 282 4 15쪽
11 사성일화(四星一花) - 10 20.12.28 304 4 12쪽
10 사성일화(四星一花) - 9 +1 20.12.20 291 3 11쪽
9 사성일화(四星一花) - 8 +1 20.12.15 294 5 14쪽
8 사성일화(四星一花) - 7 +1 20.12.12 299 6 12쪽
7 사성일화(四星一花) - 6 +1 20.12.07 330 6 12쪽
6 사성일화(四星一花) - 5 +2 20.12.02 341 6 14쪽
5 사성일화(四星一花) - 4 +3 20.11.30 377 7 14쪽
4 사성일화(四星一花) - 3 +3 20.11.28 411 10 13쪽
3 사성일화(四星一花) - 2 +6 20.11.25 518 8 14쪽
2 사성일화(四星一花) - 1 +6 20.11.22 888 11 12쪽
1 사성일화(四星一花) - 0 +3 20.11.21 1,173 15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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