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신선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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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촉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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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19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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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2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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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9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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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다섯가지 보법

DUMMY

슈우욱-!


왕지적은 가공할만한 속도로 날아왔다.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빨랐다.

도일은 낙천 동법의 초식과 구결을 떠올렸다.


낙천동법.


백 가지 초식을 하나로 엮어낸 걸작.

이 무공에 들어간 보법만 다섯 가지다.


‘무림인들은 말하지.’


무기술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하체다.

무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보법이다.

보법이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리 심후한 무공이라도 무용지물이다. 일류 무공에는 반드시 훌륭한 보법이 들어가 있다.

백황검법의 단점은 무엇인가?

훌륭한 검법이지만 그 초식이 변화무쌍하고 기괴하여 배우는 게 힘들다. 억지로 초식을 취하면 근골이 뒤틀리거나 혈도가 꼬이는 사건도 종종 일어난다.


심하면 주화입마에 빠질 정도다.


따라서, 문파의 제자와 장로들이 도일이 백황검법을 배운다고 했을 때 비웃었다. 내공이 없는 범인(凡人)의 신체로는 백황검법을 펼쳐낼 수 없었으니까.

도일은 초식을 변형시키고 재창조함으로서 그 문제를 돌파했다.


하지만, 그건 불완전한 성취.


내공 없이 백황검법을 펼쳐내기 위한 임시방편에 불과한 것이다. 물론 그 정도만으로도 절정 고수와 대련에서 승리했지만, 완벽한 백황검법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었다.


‘물론, 그 정도가 나한테 최적이었긴 하지.’


원래 백황검법은 훨신 심오했으니까. 제대로 펼쳐낼 수 있는 이는 만 명 중 하나라는 게 단점이었다. 도일은 이 문제 또한 해결했다.

낙천동법에 보법을 다섯 가지로 세분화하여 수록하여, 백황검법의 어떠한 난해한 움직임이라도 자유자재로 펼치도록 재창조했으니까.


‘온다.’


왕지적의 털복숭이 얼굴이 코앞에 이르렀다.

놈의 얼굴은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

승리를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검을 휘둘렀다.

단순한 힘으로 휘둘러지는 것이었지만 무공이나 법공을 사용한 것처럼 강맹한 힘이 담겨 있었다. 웬만한 수도자였다면 바로 맞고 나가떨어져 갔을 만한 공격이다.


파파팟-!


그 순간 도일은 뒤로 물러났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세 발자국···.

마치 자로 잰 듯이 정확히 발끝으로 땅바닥에 착지하면서 단검을 전방으로 휘둘렀다. 변칙적인 공격이 폭풍처럼 왕지적을 향해 날아갔다.

투루보(透漏步)라 이름 붙인 보법이 펼쳐졌다.

후퇴하며 반격하는 보법이란 뜻이다.


‘언제나 공세만을 취할 수는 없는 법.’


도망치는 순간에도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한 보법.

뒤로 물러나는 와중에도 균형을 절대로 잃지 않으면서, 앞으로 돌진할 때처럼 초식을 펼쳐내기 위해 만들어졌다.


번쩍-! 번쩍-! 번쩍-!


하늘에 푸른색 검기가 빛났다.

왕지적의 얼굴에 붉은색 실금이 새겨졌다.

도일의 검기로 인해 상처가 생긴 것이다!

놀라웠다.


‘뭐지 어떻게 이럴 수가?’


아무리 반푼이라고 할지라도 거인.

고자 검기에 상처가 생기다니?

말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나 좀 끌다가, 미호를 데리고 튈려고 했는데.’


예상외의 일이 발생했다. 어쩌면 이 거인을 쓰러뜨릴 수 있을 지도 몰랐다.


콰앙-!


땅바닥에 착지한 왕지적은 자기 몸을 긁으면서 웃어댔다. 흰거미 독니에 긁혔으니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기분일 것이다.


“크하하하하. 이런 개자식이.”


몸을 긁는 행위는 현명하지 않았다.

그 결과로 왕지적의 잘린 옷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내렸다. 덕분에 그의 커다란 양물이 드러났다.

백 년 산 구렁이 같은 크기!


“꺄아아앗! 변태.”


눈을 가리고 비명을 지르는 미호.


“부럽군.”


도일이 그 모습을 보고 말했다. 아무리 거인의 피를 마신다 할지라도 저 양물의 크기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이런! 미호야! 보지마라!”


왕지적은 잘린 옷가지를 끌어올려서 하초를 가렸다.

남만 야만인이 대충 걸쳐 입은 모양새.


“여자 앞에서 이리도 수치를 주다니···.”


왕지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일은 그에게 선공을 양보하지 않고 돌진했다.


‘이대로 밀어 붙인다.’


신체적으로 보나 무엇을 보나 도일이 불리한 상황.

어떻게든 왕지적이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먼저 치고 나가는 게 유리했다. 도일은 왕지적의 앞까지 달려나간 다음 보법을 펼쳤다.


파파파팟-!


진향보(進向步)라고 이름 붙인 보법이었다.

공격의 주도권을 쥘수록 싸움의 승률은 올라간다. 이 진향보는 앞으로 나아가면서 적을 몰아붙일 수 있도록 설계된 보법이다.

이 진향보의 보폭은 엄청나게 좁다.

겨우 반 치(15cm) 정도에 불과할 정도.


파파파파파팟-!


하지만 그 좁은 발걸음에 백황검법의 묘리를 모두 쑤셔 넣어서, 적을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게 가능하다. 숨도 못 쉬게 적을 압박하는 보법.

그게 진향보이다.


번쩍-! 번쩍-! 번쩍-!


검기의 섬광이 허공에 어지럽게 휘날렸고, 왕지적의 피부에는 붉은색의 실금이 늘어만 갔다.


“크하핫···. 응윽.”


왕지적 또한 검을 휘둘렀다.

왕지적의 미숙한 검법은 도일의 털끝에도 닿을 수 없었다. 도일이 무의식적으로 초식을 펼쳐내기만 하여도 그 공격이 모두 빗나갔다.

백황검법의 변칙적인 초식은 적의 공격을 회피하고 반격하는 것까지 고려하여 만들어졌으니까.


‘제길 이대로라면···.’


간지러워서 미칠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웃음보가 터질 것 같았다.

그렇게 된다면?

숨이 차서 더는 움직일 수 없을 터.

결과적으로 미호와 저 무림인이 도망치게 될텐데, 그건 왕지적이 원하는 결과가 아니었다.


‘젠장! 그냥 정면으로 상대해 주지!’


왕지적은 검을 집어 던졌다.


태앵-!


도일이 단검으로 그 검을 쳐낸 순간.

왕지적의 다리에서 혈관이 튀어나오고 엄청난 힘이 깃들었다. 순간적으로 도일을 붙잡아서 갈기갈기 찢을 생각이었으니까.


콰아앙-!


왕지적이 발돋움하자 땅이 밑으로 쑥 꺼지고 자욱한 먼지가 일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매처럼 엄청난 추진력이었다.


‘이건 못 피하겠지?’


전력을 다해서 펼쳐낸 비장의 수단.

왕지적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도일은 겨우 이 척(60cm) 정도의 거리에 있으니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가 아닌가? 아무리 날고기는 놈이라도 이 공격을 피해내는 건 불가능하다.


한편, 도일도 생각이 있었다.


‘깊숙한 곳에 들어가면 예측불허의 기습을 받기 마련이지.’


강력한 공세를 취한다는 의미는?

자신이 가진 약점을 노출한다는 것과 같았다.

모든 부분을 드러내면서 적을 압박한다면 몸의 중심이 앞으로 쏠리기 마련, 신속하게 후퇴하거나 뒤로 물러나기가 어렵다.

이런 상황을 위해 준비한 보법도 있다.

비결보(比㹟步).


파팟-!


도일은 순간 땅을 두 번 연속으로 밟으면서, 자신의 움직임을 제어했다. 공세 중에도 순식간에 몸의 균형을 되찾는 보법이 바로 이 비결보.


파파팟-!


도일은 다시 투루보를 사용하면서 뒤로 물러났다. 와중에도 칼질 몇방을 왕지적의 얼굴에 갈겨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슈우웅-!


하지만 왕지적의 움직임은 너무 빨랐다.

투루보로 그를 공격을 피해낼 순 없었다.

이대로라면 잡혀 죽을 상황!

도일은 네 번째 보법을 펼쳤다.


우격보(耦擊步).


몸의 중심을 가운데 둔 다음 순간적으로 적의 공격 범위에서 벗어나는 기술이다.


팟-!


도일의 신형이 순간적으로 왕지적의 시야에서 벗어났다. 단 한 발자국 만으로 거인의 공격을 사뿐하게 피해낸 것이다.

왕지적의 손은 허무하게 허공을 움켜쥐었다.


콰앙-!


도일을 스치듯 날아간 왕지적은 땅에 착륙했다.

그는 무릎을 꿇고 땅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 순간, 도일은 마지막으로 공격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아차렸다.

낙천 동법에 수록된 마지막 보법!

법공의 묘리를 섞어서 만든 아마도 최강의 보법.

무공 중에서는 이 보법을 따락갈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을 것이다. 도일은 그 보법을 펼쳐내기 위하여 심장에 있는 진기를 모조리 쥐어 짜내서 혈맥에 퍼트렸다.

몸의 혈관이 근육 위로 굵게 튀어나왔다.


보법의 이름은 신선보(神膳步).


신선의 선물이라는 뜻이었다. 물론 도일은 자신이 이 보법을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다. 새로 생긴 가족들에게 선물을 주듯이 만들어준 것이었으니까.


‘괜히 만들어 줬나?’


막상 신선보를 사용하려고 하니, 이 보법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화경에 이른 가주 백진위조차 제대로 펼쳐낼 수 없을 터.

어쨌든, 왕지적을 끝내야 한다.


파앙-!


도일이 신선보를 통하여 땅을 밟자.

그의 신형은 거칠 것이 없이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속도는 눈으로 따라 갈 수 없을 지경.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만 같았다.


신선보(神膳步).


일격 필살을 위한 보법.

모든 기운을 끌어올리고 타고난 육체의 근육을 이용하여서, 순식간에 적의 앞에 당도하는 기술이다.


부우웅-!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도일의 신형은 미치광이 들소가 된 것처럼 앞으로 나아갔다. 그 자신 조차도 이 움직임을 제어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시야가 흔들렸다.

왕지적이 당황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바로 그 때.


도일은 왕지적의 코앞에 당도했다.


번쩍-! 번쩍-! 번쩍-!


둘의 신형이 교차하는 그 순간 도일은 백황검법의 초식을 미친 듯이 휘둘렀다. 짧은 찰나의 순간 섬광이 수십 번씩이나 번뜩였다.


신선보의 두 번째 효과.


육신의 움직임마저 빨라지는 것이다.

일분의 시간을 일초로 압축시켜 놓은 것과 같았다.


주르륵-!


마침내 그 단단하던 거인의 피부에 금이 갔다.

왕지적의 몸에는 붉은색의 실선이 수백 개나 그려져 있었다. 모두 도일의 검격으로 인한 상처.


“크하하하하하하.”


왕지적은 땅에 누워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흰개미 요괴의 독니 법기에 수백 번이나 상처를 입었으니, 웃겨서 미칠 노릇일 터였다. 고문 중 최고의 고문은 웃음고문이라고 하지 않던가?


콰앙-! 콰앙-!


거인이 몸부림치자 땅이 파이고 먼지가 흩날렸다.


“하하하하하하. 네 이놈! 하하하하하.”


목숨에 지장이 갈 정도의 상처는 아니다.


“크하하하하하핫핫”


하지만, 왕지적은 결국엔 웃다가, 웃다가 지쳐서 기절까지 하게 될 터였다. 도일은 일단 그 순간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왕지적을 죽을 방법은 없다.

저 질기고 단단한 살가죽을 뚫을 수단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보름달이 떠서 월광검을 사용하게 될 수 있다면 또 모른다.

하지만.

월광검은 영기가 있어야 제어가 가능할 정도로 강력한 법기이다. 지금 이 상태론 무리였다.


“후우.”


도일은 쓰러져 웃고 있는 왕지적을 뒤로하고 식은땀을 닦았다. 정말 죽을 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낙천동법으로 녀석을 쓰러뜨릴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으니까.

낙천동법을 사용한 건 최초.


“처음이 실전이라니.”


도일은 흰거미 요괴의 독니로 제련한 단검을 다시 저물대에 넣었다.


“에엥?”


손등이 노화로 쭈글쭈글해져 있었다.

낙천 동법의 다섯가지 보법을 펼쳐내면서 선천진기가 다시 바닥난 게 이유였다. 심장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아주 콩알만 했다.


“젠장!”


수도자의 자존심이 쭈그렁탱이 노인으로 사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수도자는 불사와 영원한 청춘을 위하여 투쟁하는 존재니까.


“그럼 어쩔 수 없지.”


도일의 시선이 미호를 향했다.

그녀는 볼을 붉히고 슬금슬금 뒤로 도망치고 있었다. 어지간히도 싫은 모양이었다. 도일은 저벅 저벅 그녀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럼 억지로 하는 수밖에.’


어떻게든 회춘하여 청년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한다.그 와중에 선천진기를 회복하는 것도 그의 목표였다.


“이리와!”


도일은 고함을 지르면서 그녀를 덮쳤다.


“꺄아악.”


미호가 비명을 질렀다.

그녀의 얼굴에 짙은 홍조가 보였다.


“크하하하하핫. 네 이놈! 미호야!”


그 모습을 본 왕지적은 피눈물을 흘렸다. 자신의 여자가 강제로 당하고 있다니, 그는 믿을 수 없었다.


“그만둬라!!! 크하하하핫.”


이 와중에도 웃음을 멈출 수 없는 자신이 너무 미운 왕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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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화 다섯가지 보법 +4 22.07.29 33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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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영근이 없다고? +1 22.07.27 280 9 14쪽
33 33화. +2 22.07.25 327 9 12쪽
32 32화 히로인 등장 +1 22.07.24 326 10 11쪽
31 31화 노인 +1 22.07.24 285 10 15쪽
30 30화. 죽음과 도주 +1 22.07.23 326 11 13쪽
29 29화. 간떨리는 순간. +1 22.07.22 345 11 13쪽
28 28화. 음양신공 +1 22.07.21 376 12 14쪽
27 27화 낙천신선의 혼백 +1 22.07.20 346 12 13쪽
26 26화 비경에서의 전투 (2) +1 22.07.20 298 9 12쪽
25 25화 비경에서의 전투 +1 22.07.19 324 10 13쪽
24 24화 비경진입 +1 22.07.18 335 9 14쪽
23 23화 새로운 비경 +1 22.07.18 345 10 14쪽
22 22화. 흑적쌍도 +1 22.07.17 327 9 11쪽
21 21화. 교류회 초대 +1 22.07.17 322 9 12쪽
20 20화. 목숨을 건 도박판 +3 22.07.16 358 9 11쪽
19 19화 처치. +1 22.07.16 330 10 11쪽
18 18화. 가시나무 요괴. +1 22.07.15 342 1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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