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무 : 가시왕관을 쓴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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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늬민
작품등록일 :
2020.03.20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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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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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3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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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2. 연구소의 사람들(5)

DUMMY

은하연구소 소장이라는 그 안경 여자의 말은 경고에 가까웠다. 가쁜 숨을 내뱉으며 수영은 연신 손톱을 물어뜯었다. 성급한 결정이었나 싶은 후회와 그래도 적절히 타협을 보았다는 합리화 사이에서 그녀는 계속 갈팡질팡했다.


송 요원을 만난 이후로부터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에게 끈질기게 들러붙었다. 연구소에 조카를 맡기고 아예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듯 살아가는 쪽이 어쩌면 안전했다.


하지만 그놈의 불안증이 자꾸만 발목을 붙잡았다.


라임과 자신이 빌어먹을 가족이라는 연으로 이어진 이상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 아이를 타인의 손에 맡기고 방관한다는 선택지는 너무나 불안정했다. 결국 그녀가 선택한 건, 두 의견 사이에서 적당한 절충안을 찾는 것이었다. 제게 미칠 악영향을 어떻게든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하지만 연구소에 그저 조카를 맡기는 편이 나았으리라는 생각이 자꾸만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어쩌면 그게 그 안경 여자가 의도한 바인지도 몰랐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일어나며 주위가 소란으로 들끓었다. 옆자리에 웅크리고 앉아 슬그머니 제 눈치를 살피는 조카의 모습이 시야 가장자리에 들어왔다. 이모가 웬일이야, 하는 질문을 품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다.


하지만 저 아이도 알 것이다, 내가 저 자신을 위해서 이런 선택을 내린 게 아니라는 것을. 같이 지낸 세월이 몇 년인데, 내가 그리 이타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수영 씨, 라임 학생!”


저 멀리서 팔을 높이 들고 손짓하는 은채의 모습이 보였다. 회의장에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바닷물이 빠진 자리 드러난 암초처럼 열다섯 남짓한 사람들이 남았다. 연단에 서서 골똘히 생각에 잠긴 서준과, 가슴을 쓸어내리며 작게 한숨을 내뱉는 은채, 그리고 불만스레 콧수염을 구기는 병훈도 자리에 남았다. 붉은 뿔테 안경을 쓴 여자는 관중에 휩쓸려 나간 것인지 보이질 않았다.


“자, 라임 학생. 다시 연구소로 내려가자.”


따라와, 회의장이 한산해진 틈을 타 은채는 라임을 출구로 이끌었다. 결론이 완전히 만족스럽지 않은 듯 입꼬리를 연신 뒤틀던 그녀는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어디엔가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아 라임은 혼란스러워하며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입술을 불안하게 짓이기며 수영이 천천히 뒤를 따랐고, 서준과 병훈은 회의장에 남아 무언가 심각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말투나 행동에서 격앙된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서준은 끝까지 놀랍도록 침착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송병훈 요원님은 국정원 소속이잖아요.”


엘리베이터에 몸을 싣고서야 라임은 겨우 운을 뗐다. 진절머리 난다는 듯 눈살을 잔뜩 찌푸리곤 은채는 그런데? 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돌아봤다.


“그런데 왜 은하연구소 소장의 말에는 꼼짝 못하는 거죠?”

“은하연구소는 정계와 끈끈한 유착 관계에 있어요. 국회의원 현주엽만 하더라도 은하그룹 일가 가족이고.”


어느새 그들 뒤로 바짝 다가온 서준이 속삭이듯 대답했다. 깜짝 놀란 라임이 어깨를 움찔거리는 탓에 은채도 덩달아 질겁했다.


“뭐야, 많이 놀랐어요? 미안, 미안.”

“인기척 좀 내라고.”


한숨을 내뱉으며 투덜대다 은채는 문득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회장. 요원들은?”

“라임이 겨우살이 축소시킬 때 연구실로 따라 내려온대. 은하연구소 사람들도.”


은채의 미간을 따라 깊은 골이 잡혔다.


“은하연구소 놈들도?”

“응.”

“그 사람들은 뭐 하러?”


내키지 않았지만 저 역시 별 수 없었다며 서준은 난처한 웃음을 흘렸다.


“글쎄. 나야 잘 모르지. 워낙에 꽉 막힌 사람들이라.”


‘희귀종 연구부’ 간판을 지나 한산한 복도를 쭉 걸어가다, 상아색 철문으로 덮인 실험실 앞에 그들은 멈춰 섰다. 온몸을 들이밀어 문을 여는 은채를 서준이 팔을 뻗어 잡아 주었다. 실험실 안쪽에 의자를 놓고 옹기종기 모여 만담을 나누고 있던 연구원들이 동시에 그들을 돌아보았다.


“야, 준비하고 있으랬잖아!”


은채의 말에는 꿈쩍도 않던 그들은 문 뒤쪽에서 나타난 서준의 모습을 보고서야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깥에 비해 실험실이 유난히 서늘했던 탓에 연구원들은 하나같이 몸을 잔뜩 움츠리고 벌벌 떨고 있었다. 따스한 김이 피어오르는 머그잔이 각자 손에 쥐여 있었고, 몇몇 연구원들은 전기장판을 깔고 앉아 있었다.


“가동만 시키면 됩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주연의 안내에 따라 이동하며 라임은 방을 둘러보았다. 하얗게 페인트칠 된 커다란 챔버 하나가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검은 전선과 은색 튜브가 너저분하게 연결된 조작 장치가 그 옆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 기계, 저번에 우리가 써 본 적 있었던가?”


그 말이 끝나자마자 마찰음과 함께 문틈 새로 흐릿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주연이 입을 달싹이는데 서준이 대신 말을 받았다.


“요르문간드 입수했을 때 잠시.”


실험실로 들어오는 병훈과 요원들을 쏘아보며 은채는 애써 태연히 질문을 이었다.


“그 때 성공했던가? 어땠었지?”


미간을 찡그리며 서준은 잠시 뜸을 들이다 대신 대답을 바라는 표정으로 다른 연구원들을 돌아봤다.


“성공했었죠.”

“잠깐, 혜성연구소가 요르문간드를 갖고 있었던 적이 있었습니까?”


그 말에 은채가 고깝게 받아쳤다.


“있었죠. 2년 전에. 겨우살이와 함께 현무파에게 곧장 가로채였지만.”


오만하게 콧방귀를 뀌곤 병훈은 그만 일 보라며 턱을 까닥였다. 분을 삭이며 은채는 라임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연구원들은 챔버 옆구리에 난 원형 구멍 앞으로 라임을 안내했다. 원형 구멍은 검은빛 금속으로 막혀 있었는데, 연구원 중 하나가 버튼을 조작하자 카메라 조리개처럼 펼쳐지듯 열리게 되어 있었다. 구멍 속에서 얼음장같이 차가운 연기가 부옇게 흘러나왔다.


“액화질소인가요?”


기기에 적힌 초록 글씨를 일별하며 라임이 물었다. 여드름 자국이 가득한 남자 연구원 하나가 이를 긍정하듯 끄덕였다.


“너무 긴장하지 않으셔도 돼요. 금방 끝날 거니까.”


낯선 연기가 피부에 닿자 톡톡 튀는 감각이 올라왔다. 이런 감각을 따갑다고들 하던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라임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금속 마개가 조리개처럼 팔을 가볍게 조여 챔버를 완전히 봉쇄시켰다.


『뭐야, 이거. 차갑잖아, 너무.』


가느다란 고성이 문득 뇌리를 관통했다. 가시 면류관이나 금고아처럼 머리를 옥죄이는 비명. 한기가 얼핏 살갗에 스미는 것 같다. 두려움이 작은 고개를 내밀었다. 낯선 상황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었다.


숨을 들이쉬며 라임은 각오를 단단히 다졌다. 찰나의 순간만 견디면 끝날 일이었다. 짧은 시간만 지나면 이걸로 겨우살이는 안녕이겠지. 혹여나 겨우살이가 제 왼손에서 다시금 고개를 내민대도 또 액화질소에 팔을 담그면 그만일 터, 적어도 바깥에서 흉한 나무가 된 왼손을 내보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챔버 안에 내부를 촬영하는 카메라가 세 개쯤 있어요. 카메라로 상태를 확인하다 겨우살이가 완전히 사그라지면 팔을 빼낼 건데, 혹시 너무 춥거나 하진 않죠?”


하는 연구원의 말에 문득 팔을 꿈지럭거려 보았지만 걱정하던 것만큼 그리 차갑진 않았다. 겨우살이 덕분에 감각이 둔해진 덕분이었다. 한기가 느껴진다는 건 그저 상상에서 비롯된 착각일 뿐이었다.


“적어도 10분은 기다려야 할 거예요.”

“요르문간드는 이전에 몇 분 걸렸었지?”

“12분 31초라고 적혀 있네요.”


잿빛이었던 나무껍질에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기 시작하더니 옴폭 들어간 틈에서부터 천천히 갈라지기 시작했다. 이따금씩 껍데기가 떨어진 자리에서 작은 불씨가 일었으나 한기에 눈 녹듯 금세 사그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난로 옆 얼음 조각처럼 겨우살이는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신기하지?”


챔버 내부를 비추는 카메라와 연결된 패드를 라임은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입술이 기쁨으로 간지러웠다. 이런 강압적인 방식을 취하는 건 옳지 않다고 은채는 재차 만류했었지만, 이토록 쉬운 방법을 두고 굳이 어려운 길을 택할 이유가 뭐란 말인가.


『사라져도 상관없는 거야, 내가?』


겨우살이가 한낱 불씨가 되어 떨어져 나갈수록 걱정 또한 깨끗이 닦여지는 기분이었으므로, 아무렴 상관없었다. 그의 응석은 라임의 안중에 전혀 없었다. 단지, 더는 이따위 특이한 기질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데 안도할 뿐.


사람들의 주목이라. 두려워하던 것이 먼지가 되어 사라지는 걸 보노라니 역설적으로 두려움이 되살아난다. 그것은 기억 아래 깊숙이 억눌러 두었던 감각이다. 올가미처럼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시선, 벌레처럼 그녀를 좀먹는 속삭임.


악몽이 커다란 입을 벌리고 그녀에게로 다가온다. 음험하고 섬뜩한 목소리. 나쁜 소문을 먹어치우며 차츰 크기를 부풀리는 아우성.


그리고 마침내, 뒤에서만 맴돌던 목소리가,


“괴.......”

“아, 아니야.......”


괴물처럼 집채만 한 몸집을 가지고 라임의 앞에 나타났을 때. 있는 힘껏 무시하고 외면했던 목소리가 덩치를 키워 그녀마저 삼키려 들었을 때. 그녀의 자아는 어찌할 도리 없이 그저,


“이 괴물 새끼야-!”

“아니야, 아니라고! 난, 난, 괴물이,”

퍽-

“아니란 말이야!”


그 소문에 꿀꺽 삼켜져버렸다.


그저 분에 못 이겨 조금 밀쳤을 뿐인데, 라임과 똑같은 교복을 입은 그 아이는 종이 인형처럼 힘없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부러져 어색하게 꺾인 팔을 붙잡고 있던 아이였지. 터진 인형에서 쏟아져 나오는 솜뭉치처럼 아이의 입에서 검은 액체가 왈칵 쏟아졌다.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리는 덴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미,


그 아이는 너무 먼 곳에 있었다.


진주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그 일을, 그 순간을, 그녀는 기억하지 못하는 게 아니었다. 기억하기 싫었던 것뿐이었다.


『졸려.......』


그 숨을 마지막으로 겨우살이는 더는 말이 없었다.


아직도 그 장면이 눈에 선하다. 핏기가 가시며 머리로부터 가슴을 타고 해일처럼 서서히 공포가 밀려들었다. 흉갑을 두드리는 심장의 감촉이 너무나 낯설었다. 새까맣게 겁에 질려 소문을 물고 나비처럼 달아나는 아이들. 낯선 기류가 살갗에 스치며 서린 기운이 부옇게 일었다. 검은 파문처럼 라임으로부터 공포가 서서히 일었다. 검은 늪처럼 공포는 순식간에 주변을 잠식했다.


“안 돼.......”


자리에서 일어서 라임은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았었다. 가느다란 신음을 흘리며 쓰레기통 위에 처박힌 일진들. 무릎이 반대 방향으로 꺾인 아이들. 유리창을 들이박고 그대로 관통한 아이까지. 날카롭고 불투명한 유리 절단면을 타고 농도 짙은 적색 방울이 떨어졌다. 진홍색 방울은 유리 가루뿐 아니라 파편, 창틀, 그리고 그 너머 복도에도, 마치 명이 다한 장미 꽃잎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굉음을 들은 학생들이 복도 창가로 우후죽순 뛰쳐나왔다. 상황을 파악하려 두리번거리는 눈들을 붙잡고 싶어 라임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깨진 창문과 파편을 타고 점점이 이어지는 핏방울이 아이 하나의 눈에 비쳤다.


“쟤, 한승호 딸 아니야?”


우레 같은 비명 속에서 하필, 그 한 문장이 그토록 뚜렷이 들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야, 아빠나 딸이나.”

“진짜 똑같은 괴물이네, 괴물.”

“근데 쟤한테 당한 놈들, 다 일진 아니야?”

“일진이면 저렇게 반 죽여 놔도 되나? 그나저나 어떻게 한 거야? 원래 쟤 저렇게 싸움 잘 했었나?”“제 아빠한테 배운 거겠지. 아빠한테 배울 만한 게 그런 것 밖에 더 있었겠어?”


“라임아.”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그녀를 끌어올렸다. 풀렸던 시야가 또렷해지자 제 어깨를 세게 붙잡고 흔드는 작은 음영이 보였다. 볼이 축축하고 뜨거웠다. 손등으로 눈두덩을 훔치니 뜨겁고 투명한 액체가 묻어났다.


“많이 차가웠어?”


연구원 하나가 들고 온 휴지를 뽑아 은채는 라임의 눈가를 정성스레 닦아 주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라임은 그녀의 손에서 휴지를 가로챘다. 왜 갑자기 눈물이 나왔는지 모를 일이었다.


“아니면 많이 아팠어? 아프면 누구에게든 얘길 해야 해.”

“전 아픈 걸 못 느껴요.”


라임이 불쑥 내뱉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은채는 라임과 눈을 맞추려 고개를 숙였다.


“어릴 적부터 아픔을 못 느꼈어요.”


눈물을 삼키며 라임은 얼굴을 들었다. 표정을 살피며 은채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늘나무 때문이야?”

“저야 잘 모르죠.”

“하긴, 하늘나무에 대해서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했으니.”


마지막으로 서러운 숨결을 뱉어 내며 라임은 제 왼팔로 시선을 돌렸다. 조리개가 열리며 팔을 조였던 힘이 서서히 풀어졌다. 챔버 속에서 쏟아지는 차가운 안개 너머, 하얀 서리가 낀 아래팔이 고개를 내밀었다.


“시술은 완벽하게 성공했어. 시간은 꽤나 걸렸지만. 23분 59초.”


겨우살이가 더 추위를 잘 견딘다는 학설이 사실이었나 봐, 하고 말을 맺으며 은채는 온열 패드를 가져다 줬다. 문득 피로가 온몸을 덮쳤다. 오늘 하루만 하더라도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가. 그리고 감정의 동요를 몇 번이나 겪었던가.


팔을 둘러쌌던 성에가 녹고 서리가 사라지자 보드라웠던 상아색 살결이 그 틈으로 드러났다. 따스한 온기에 몸이 노곤하게 가라앉았다.


“수영 씨.”


라임이 시술을 받는 동안, 수영은 연구원들이 앉아 있었던 의자에 앉아 머그잔에 든 커피를 홀짝이고 있었다. 병훈의 묵직한 눈길이 그녀를 짓눌렀다.


“지금 당장은 이렇게 넘어가지만, 결국엔 라임 양은 국가에 복속돼야 할 겁니다.”

“무슨 말이죠?”


그가 입을 놀릴 때마다 콧수염이 기계적으로 꿈틀거렸다.


“하늘나무를 노리는 자는 한두 명이 아닙니다. 각국 정부에서도, 현무파와 같은 비밀 조직에서도, 류하남과 같은 개인조차도. 그 목적도 이유도 다양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라임 양에게 접근할 겁니다.”


엄숙하게 입술을 앙다물고 병훈은 잠깐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무슨 생각으로 당신들을 자유롭게 놓아 달라고 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신 조카에게 하늘나무가 두 개나 있는 이상 당신들은 더는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굳이 저희가 아니더라도요.”


수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나저나 당신, 언제 저희 뒷조사까지 하신 거죠? 제가 라임이 이모인 건 어떻게 아신 거예요?”


별 일 아니라는 듯 그는 무심하게 내뱉었다.


“하늘나무는 국가 안보와 관련이 있는 만큼 적당선 내에서 라임 양의 신상을 파악할 필요성이 있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그건 전혀 미안한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 하지만 수영은 그 대화에 오래 묶여 있지 못했다. 나 휴대폰 좀 줘, 하는 라임의 외침이 그녀를 불편한 분위기에서 꺼냈다. 수영은 제 자리 옆에 놓여 있던 에코백에서 휴대폰을 집어 건넸다. 진한 금이 화면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전원을 켜자마자 엄청난 알람이 휴대폰을 덮쳤다. 벌써 시간이 4시 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왼손의 감각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라임은 오른손만으로 간신히 메시지를 하나씩 확인했다. 소은이와 약속이 있었음이 뒤늦게 떠올랐다. 약속이 5시였던가? 5시 반이었나? 메시지를 다 읽기도 전에 휴대폰이 또다시 진하게 울렸다. 소은에게서 온 전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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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P 7. 흔들리다(4) 20.05.12 28 1 19쪽
35 EP 7. 흔들리다(3) 20.05.11 20 1 17쪽
34 EP 7. 흔들리다(2) 20.05.04 31 1 17쪽
33 EP 7. 흔들리다(1) 20.05.02 20 1 19쪽
32 EP 6. 증오의 발자취 (6) 20.05.01 24 1 17쪽
31 EP 6. 증오의 발자취 (5) 20.04.28 21 1 16쪽
30 EP 6. 증오의 발자취 (4) 20.04.27 13 1 15쪽
29 EP 6. 증오의 발자취 (3) 20.04.24 14 1 17쪽
28 EP 6. 증오의 발자취 (2) 20.04.23 27 1 17쪽
27 EP 6. 증오의 발자취 (1) 20.04.21 21 1 19쪽
26 EP 5. 드러난 틈새 (4) 20.04.20 33 1 17쪽
25 EP 5. 드러난 틈새 (3) 20.04.16 27 1 16쪽
24 EP 5. 드러난 틈새 (2) 20.04.14 108 1 17쪽
23 EP 5. 드러난 틈새 (1) 20.04.13 33 1 14쪽
22 EP 4. 준비 운동(6) 20.04.10 28 1 16쪽
21 EP 4. 준비 운동(5) 20.04.09 20 1 16쪽
20 EP 4. 준비 운동(4) 20.04.07 15 1 14쪽
19 EP 4. 준비 운동(3) 20.04.06 21 1 17쪽
18 EP 4. 준비 운동(2) 20.04.03 14 1 11쪽
17 EP 4. 준비 운동(1) 20.04.02 21 1 12쪽
16 EP 3. 탈옥수(6) 20.04.01 19 2 18쪽
15 EP 3. 탈옥수(5) 20.03.30 21 2 17쪽
14 EP 3. 탈옥수(4) 20.03.27 34 2 20쪽
13 EP 3. 탈옥수(3) 20.03.26 22 2 18쪽
12 EP 3. 탈옥수(2) 20.03.25 27 2 17쪽
11 EP 3. 탈옥수(1) 20.03.24 30 2 17쪽
» EP 2. 연구소의 사람들(5) 20.03.23 30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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