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멸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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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Drago
작품등록일 :
2014.03.16 09:17
최근연재일 :
2014.04.2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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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4.03.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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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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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1 인류 멸망 보고서 - 태양의 흑점.

당신은 이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그것을 생각하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DUMMY

#1 인류 멸망 보고서 – 태양의 흑점


일류 멸망 보고서


첫 장 – 미르니 광산에서


제작: 로렌스와 그의 조수 엔뎀게스.


가장 첫 줄의 제목이었다. 인류 멸망 보고서. 내가 쓰고 내 파트너이자 유일한 친구인 원숭이, 엔뎀이 옆에서 지켜봐 준 보고서다.


누구에게 보고하고 싶은 건지, 보고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다. 그저… 선택만이 남았다.


이대로 멸망해서 이 얄팍한 보고서가 후세에 전해지길 기원하던지, 아니면 어떠한 방법으로라도 살아남아서 다시 우리의 인류를 이끌어 나갈 신세계를 발견하던지.


나는 잠깐 보고서에서 눈을 때고 벽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2523년 9월 17일.


달력이 눈에 닿았다. 시간이란 녀석은 여전히 달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정지해있었다. 아직도 그날의 기억은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인류의 시간이 정지했던 날. 아니, 오히려 거꾸로 역순행 하고 말았던 날. 2500년쯤엔가, 사상최초로 생성된 태양의 거대 흑점. 직경 30만km에 이를 정도의 거대한 흑점은 태양이 활동을 정지할 것이라는 걸 세간에 알려줌과 동시에 큰 패닉을 불러왔다.


그리고 그 거대한 흑점은, 23년 뒤인 2523년 9월 17일 그 날에 폭발하고 말았다.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과 다르게 30만km의 거대한 흑점이 폭발했다고 태양이 소멸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단지 그 결과는 좀 더 참혹했을지도 모른다.


적외선과 자외선이 그동안 인간들이 약화시켜왔던 오존층을 기어코 무너뜨렸고 오존층이 사라진 지구는 커다란 전자레인지가 되어 버렸다. 보호막이 사라져 햇빛을 직접 쪼이게 된 인간들은 피부가 타들어가는 고통을 맛봐야만 했다.


두 번째로 X선과 감마선이 800억 톤 이상 지구를 향해 쏟아졌다. 태양폭풍이 일었고 평소대로라면 지구 궤도 60도 쯤에 머물면서 전리층에 영향을 끼쳐 통신파 장비 교란이나 일으켰을 방사능 물질들이 오존층의 영향이었을지 지구 표면에 들이부어졌다.


생물 종의 빠른 멸종이 당연한 수순처럼 따라 붙었다. 이때쯤부터 사람들은 지하 벙커 같은 그나마 안전한 장소로 대피하기 시작한다.


세 번째 사건은 4일 뒤쯤에 일어났다. 고입자 에너지원, 다시 말해 플라스마 덩어리가 지구를 덮쳤다. 전 세계적으로 강진이 일었었다. 모든 위성이 하늘에서 추락했고 입소문에 따르면 위성 파편에 맞아 사망한 사람들의 숫자가 3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EMP(핵폭탄의 여파로 인해 생성되는 또는 그만한 고입자를 만들어 인위적으로 생성된 전자기장으로 전자 장비를 파괴시키는 순간적인 전자기적 충격파. 전자기 펄스.)가 세계를 감쌌고 모든 기계장비, 전기로 돌아가던 모든 것들이 작동을 멈췄다. 웬만한 회중전등마저도 결과는 같았고 여담이지만 조금이나마 살아남았던 철새들이 모두 나무에 머리를 꼬라박고 죽고 말았다. 지구의 전자기장의 방향이 바뀐 탓이다.


돔으로 둘러싸였던 원자로의 제어기가 정지한 건 당연한 노릇이고 냉각로마저 꺼지자 그게 또 원자 폭발로 이어졌다. 지상은 이미 오염되고 선박들도 수없이 가라앉아 바다마저 검게 물들었다.


3연타 히트. 정말 거대한 충격이었다. 인류는, 아니 다른 동식물들도 마찬가지로 이제 바깥이란 세상은 있을 수 없었다. 그동안 동물 애호가들이 들고 다니던 피켓들은 전부 바닥을 굴러다닐 테고 사람들은 지하로, 지하로 숨어들어 20m 이상의 땅굴 속에서 연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이 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


미르니 다이아몬드 광산 39m 지점이다.(실제 생긴 모양에 공상을 더해서 모양을 바꾼, 동굴 같은 형태.)


2


솔직히 말하자면 그 세 가지 사건이 가져다준 충격이 너무 강렬했을 뿐, 우리를 끊임없이 괴롭히는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태양열이 과도할 정도로 지구에 쌓여서 극심한 더위가 작열했다.


발전기는 가동이 안 되고 그렇다면 전기도 만들 수 없고, 당연히 에어컨은 말도 안 되는 상황. 그나마 지하는 괜찮았지만 지상으로 올라가서 고기를 던져놓으면 그것이 익다 못해 탈 정도였다. 물론 이젠 올라갈 수도 없지만.


그 다음은 예상한 사람도 있을성 싶지만, 역시 빙하가 녹았다. 에베르스트의 만년설도 녹았다. 그게 벌써 오래 전 일인지라 세상은 대부분 물에 잠겨 있었다. 흑점이 폭발하고 일주일 후에 전 세계 평균 기온이 11도 정도 올라갔다지? 아마.


“후우, 더워.”


그 더위가 지상보다 덜할 뿐이지 지하 39m까지 미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라 매일 더위에 쩔어 살았다. 햇빛 한 점 들어오지 않지만 자가 발전 손전등 덕분에 간신히 밝음을 유지할 수 있는 내 방. 그곳이 너무나도 불쾌했다.

연구원을 이런 식으로 방치해도 되는 건가, 일류의 멸망을 저지하기 위해 밤낮 안 가리고 노력하는 나에 대한 대우가 너무 질 나쁘다. 이왕이면 조금 더 깊은 지하로 들어가고 싶은데 그곳은 이미 사회에서 높은 직급을 차지했던 놈들이 꿰차버렸다. 그곳은 얼마나 시원할까…… 상상하다가 괜히 기분만 더러워졌다.


“끼익! 끼익, 끽끽!”


그나마 파트너가 내 마음을 잘 알아줘서 위안이 된다. 위로해주는 듯, 쾌활하게 울었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오늘도 인류의 멸망을 적어 내려간다.


3


삐이이이이! 삐이이이이!


전력 낭비의 토대인 경고등이 울었다. 너무 수시로 울려서 이젠 잠결에 일어나는 게 익숙할 지경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나는 잘 때 입었던 꾀죄죄한 흰색 백의를 걸치고 급하게 마련된 회의장으로 달려갔다.

굉장히 시원한 곳이라 잠이 싹 달아났다. 그래도 예의상 하품을 한 번 해서 다시금 찾아올 수마를 완전히 떨쳐냈다.


상석이라고 마련된 의자에 앉아 우리들이 인정한 장관이라는 사람이 말했다.


“바닷물이 다시 올라오고 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겠지?”


장관이라는 작자도, 다른 연구원들도 이런 상황이 너무 빈번하다 보니 피곤에 찌든 기색이 역력했다. 귀찮음을 무릅쓰고 달려온 모양이었다. 하긴 많을 땐 하루라고 해야 할지, 어쨌든 수십 번이고 일어나는 일인지라 그것을 일일이 브리핑해 가면서까지 설명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그건 매사에 철저한 나조차도 마찬가지다.


“예 장관님.”


나를 포함한 우리는 기운 없는 목소리로 작게 화답하며 일시에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빠져나온 연구원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콘솔을 조작하러 이동했다. 그들과 달리 일명 아웃사이더인 나는 엔뎀을 어깨에 올리고 내 할당 구역으로 이동했다.


어느 커다란 갱도에 들어서자 그동안 세계의 수석이란 자들이 복구해 낸 콘솔이 눈에 들어왔다. 계기판이라 불러야할 누더기밖에 없는, 빈약하기 그지없는 제어실.


보기엔 조잡해 보이지만 설치한 방호벽의 구동을 쉽게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할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그것만큼은 제대로 작동시킨 덕분에 이렇게 안전한 생활이 가능한 거니까. 특히 원래 광산이었던 이곳에서 뭘 바라겠는가?

어쨌든 그냥 버튼 하나만 눌러주면 전부 끝나는 일이기에 나는 빨간색, 마치 핵폭탄의 발사 버튼처럼 생긴 그것을 힘줘서 눌러준 뒤 제어실을 빠져 나왔다.


끼그그그그그그그그―극극!


그나마 남아있는 자가 발전기를 돌려서 방호벽을 닫았다. 무수한 흙먼지가 천장으로부터 떨어져 내렸지만 그것에 신경을 쏟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어두운 공간을 좀비처럼 배회하고 있을 뿐이다.


그 광경을 바라보며 하품을 했다.


“오늘은 이만 자야겠다. 하암.”


보고서는 덮고, 나는 생각한다. 이 상황도 계속 겪다보니 익숙해져간다. 역시 인간은 적응하고 그에 따라 진화하는, 세포로 이루어진 생물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


작가의말

총 8화로 이루어질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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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 인류 멸망 보고서 - 정신(1) 14.04.27 464 6 13쪽
3 #3 인류 멸망 보고서 - 지하 500m 14.04.26 711 7 15쪽
2 #2 인류 멸망 보고서 - 식량과 범행. +2 14.03.16 1,404 8 16쪽
» #1 인류 멸망 보고서 - 태양의 흑점. 14.03.16 2,120 3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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