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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멸망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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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tDrag..
작품등록일 :
2014.03.16 09:17
최근연재일 :
2014.04.28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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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4.27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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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4 인류 멸망 보고서 - 정신(1)

당신은 이 순간에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그것을 생각하며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DUMMY

#4 정신(1)


정신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 치곤 이상하지 않은 사람을 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그 사람이 간호사던 의사던 간에 그 어떤 신체 건장한 멀쩡한 사람이던 간에 그렇게 텅텅 빈 듯한 하얀 집과 이상 행동을 보이는 정신 병자들과 있다 보면 그 사람 또한 미쳐가는 것이다.


실제로 그 덕분에 정신 병원의 의사였던 자들 중에 미쳐버린 자들도 꽤 있을 정도였으니 말 다했다.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나는 오히려 후천적이 아닌 선천적인 경우였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 하고 싶던 이야기를 마저 해보자.


나는 그런 정신 병자들과 그들과 똑같이 미쳐 가는 의사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세상에 '멀쩡한' 인간은, 생물은 그 무엇도 없어.


누구나 결함을 갖고 있고, 누구나 결점을 갖고 있고, 나약하고, 의지한다. 그렇기에 우리들은 '생물'이라 불리는 것이다.


그 누구의 도움도 필요 없이, 이 세상 위에 고고하게 군림할 수 있다면……. 그것은 신이란 존재일 뿐. 생물이라 불릴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나는 당당히 말한다.


"이 세상 사람들은 전부 정신 병자들 뿐인걸."


끼이익! 끽!


엔뎀이 내 말이 맞다는 듯 고개를 세로로 끄덕였다.


피의 향연. 두 번째 전쟁이다.


"전부……. 미쳐버렸어."


***


생고기를 먹는다.


그건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생고기에는 여러 세균들이 득실거린다. 수십 만을 넘어서 수십 억이 될지도 모르는, 특히 축축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쥐들이 안고 있었을 세균은…….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굶주린다면 못 먹을 게 무얼까? 그들은 생살을 씹고 딱딱한 뼈조차 오득오득 씹어먹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와 다를 바를 찾지 못하겠다. 그저 감염 확산을 시키지 못한다는 것과 이성이 조금 남아있다는 것이 다른 점일 것이다.


"바보 같기는……. 아무리 먹을 게 없다고 해도 저렇게 계획성 없이 먹어서는 안 되는 건데……."


영상 30도에 달하는 20m 층에는 생고기를 먹고 배탈이 나 구토를 하며 땅바닥을 구르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그런데도 그것을 보면서도 주위의 사람들은 쥐고기를 뜯어먹었다.


그 어느 감정이든 그것이 극도에 달하면 그건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 즉 정신을 붕괴시킨다.


행복도 스트레스의 일종이기에 너무 행복하면 노이로제. 그런 고로 사망.


슬픔이나 짜증도 스트레스의 일종이기에 너무 슬프면 노이로제. 그런 고로 사망.


외로움이 강하면 스트레스. 그런 고로 사망.


그 뒤로도 사람의 모든 감정은 거의 다 스트레스로 연결 된다. 공복도 마찬가지다. 배가 고프면 짜증으로 이어진다. 스트레스다. 그런 고로 사망이다.


그리고 그 스트레스라는 녀석이 과다했기에 정신을 붕괴시켰다. 즉 미쳤다.


사람들은 지금 모두 미쳤다. 정신이 이상한 게 아니라 이제는 이성조차도 없어 보였다.


허기짐이 너무 강한 나머지 주위의 사람들에게 조차 이상한 눈빛을 보낸다.


그 모습은 지옥에서 올라왔을 법한 아귀餓鬼와 같아 보였다.


"저렇게 생으로 먹어 치웠다가는 언젠가 전부 죽고 말 거야."


불이 필요했다. 최소한의 물조차 공급이 어려웠다. 불이 없기에 증류수를 만들 수가 없었다.


불이 필요했다. 지금 이 상황을 타개해 줄 하나는 바로 불 뿐이었다.


나는 고픈 배를 잡고 움직였다. 그대로 지옥의 아귀도餓鬼道를 빠져나왔다.


지하 500m로 내려가자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감정이 얼어붙을 정도로 시원했다.



그 사람들과 나와의 연관점은 같은 생존자라는 것 빼고는 그 무엇도 없다.


그들의 목숨이 사라진다고 해도 나하곤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렇지만 그런 나를 고픈 배를 부여잡고서라도 불을 찾기 위해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따로 있었다.


"엔뎀, 조금만 참아. 알겠지?"


그건 바로 엔뎀을 위해서였다. 나의 유일한 친구. 안 그래도 늙어서 원숭이의 수명인 20년을 넘긴 녀석인데 잘 먹지를 못해서 그런지 기운이 없었다.


그토록 좋아하는 과일이 없으니 구운 고기라도 구해줘야 했다. 생은 위험하다. 아무리 원숭이라지만 세균이란 녀석들은 위험했다. 그건 인간 뿐만이 아닌 것이다.


끼익…….


엔뎀의 울음 소리는 오늘 따라 축 처져 있었다. 조급해지려는 마음을 다잡는다.


급할수록 돌아가야만 한다. 그래야지만 길은 보일 것이다.



불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기본적으로 어떤 물체를 태우는 것이다. 솔직히 지금 이 미르니 광산 안에서 불을 피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는 두 가지 길을 고를 수 있었다.


새로운 물질의 확보 또는……. 차마 말하기 힘들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두도록 하자.


"나는 오늘 새로운 모험에 도전할 것이다. 엔뎀, 다녀올 게."


나중에 쇠퇴했을 인류 중에 살아남은 몇몇. 그들이 과연 이 보고서를 봐주고 있을까? 나는 인류 최초의 가장 우수한 발견물인 불을 찾아 나섰다.


엔뎀을 데려갈 수는 없었다. 그곳은 위험했기에.


엔뎀은 더 이상 울음소리를 들려주지 않았다. 자그마한 박스에 넣어놓도록 하자. 내가 탐험을 떠난 사이 누군가 나의 소중한 친구를 먹어버릴 지도 몰라.



내가 새롭게 가능성을 건 것은 마그마였다.


훈제를 해야 한다. 보관기능이 뛰어나고 앞으로 오래 저장할 수 있는 쥐고기 훈제를 가득 만들어야만 했다. 향신료 종류가 있다면 더욱 좋겠지만 그건 오히려 엔뎀에게 좋지 않았다.


내가 엔뎀과 처음 만났을 때 꼭 60살을 넘게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기네스북에 등록된 최연장 원숭이가 56살인가까지 살았었으니깐 불가능한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겨우 그것의 절반인 30도 되지 않은 나이에, 거기에 장가도 들지 못했는데! 죽게 내버려둘 순 없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결혼 못하고 죽은 총각 귀신이 얼굴 없는 귀신이 되어서 나타난다고 하지 않는가?


마그마는 지하 500m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조금의 열기나 흔적이라도 있으면 좋으려만 더 내려가야 한다.


조금 더 깊은 곳. 1.2km 이상의 조금 더 깊은 곳. 나는 거기까지 내려가야만 한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서는.


위험하다고? 그것이 친구를 잃는 것만큼 위험할 리가 없지 않은가?


고독은 사람을 죽이는 병이다. 나는 고독을 즐길 수 없었다.


나도 사람인 이상 고독이란 아프다. 아파서 죽을 것 같다. 그것을 해소해 준 것이 엔뎀이 아닌가?


엔뎀이 죽는다면 나도 고독이라는 병 앞에서 죽어갈 것이다. 분명 그러할 것이다.



***


나는 정신이 이상했다. 그렇다고 미쳤다는 말은 아니었다.


미쳤다는 것은 구분이 없고 마음대로 날뛰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이상하다는 것은 미쳤다를 포함하는 말이다. 그렇지만 미쳤다와 이상하다는 달랐다. 나는 그저 '평범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런 고로 나는 평범했다.


이 세상 사람들 전부는 돌연변이이니깐.


그래도 가끔은……. 정말 가끔은 내가 생각해도 '내가 미쳤다.'라고 생각하게 될 때가 있다.




"이 아이, 위험하다니까요."


"그래서? 저 어린 아이를 독방에 가둬버리겠다고?"


또다시 꿈이다. 자각몽이다.


지금이 아마 지하 700m 이하로 내려가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굴러떨어지지 않게 잘 묶어 두었을 내 몸이 걱정되었다.


옛날에 내가 정신병원에 있었을 때의 의사와 간호사의 얼굴이 보였다.


이제는 저 둘의 얼굴이 흐릿하게 비추었다. 내 기억에서 흐릿하게 남아있는 잔상인가 보다.


"그러면 어떡하자고 그러세요, 선생님은. 저 아이 무슨 이유인지도 모르는 정신 이상 증세잖아요? 언제 또라이처럼 발광하는 지 모른다면 대처하기도 힘들다고요!"


나의 병명은 그저 정신 이상.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닌 정신 이상이었다. 뭔가 특별한 딜레마나 자극 없이 갑작스런 발작, 충동적인 행동을 보이는.


그리고 내가 그런 행동을 보일 때면 나는 어김없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듯한 이상한 부유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 수는 없는 노릇이니 나의 독방 이동을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로 둘이서 다투는 중인 것이다.


그렇게 삼일 뒤 나는 결국 독방에 홀로 갇혀 버렸다.


그게 내가 딱 8살 때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후로 일주일 뒤에 나에게는 새로운 친구가 생겼다.


작명 센스가 없던 나에게는 그 아이에게 이런 이름을 붙혀주었다. '엔뎀'이라고 말이다.



"허억! 제길!"


순간 발작. 내가 미쳤을 때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다. 운도 없지! 내 몸은 어느새 절벽 끝에 걸쳐서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500m 이상을 수직낙하 한다면 나는 분명 사망이었다.


점점 가속도가 더해진다. 한 70cm 쯤 절벽에서 떨어져버렸을 것이다. 묘한 부유감이 내 몸을 감싸 안았다. 그렇지만 결코 내 정신이 붕괴되며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었다.


공중에 떴을 때 순간적으로 중력이 약해지는, 그런 현상이다.


후두둑하면서 낡은 가방 문 틈새로 쥐고기 세 네 개가 떨어져 내렸다. 등줄기가 묘하게 오싹거렸다.


시간이 멈춘 느낌이었다. 그렇게 느껴졌다.


나는 빠르게 주위를 흝는다. 잡을만한 거, 잡을만한 것을 찾아서. 그 작은 상자에 담겼을 엔뎀을 생각하자 고픈 와중에도 그나마 힘이 나는 듯 했다.


마침 뾰족한 돌 하나가 보였다. 마치 내 손으로 잡아주길 바라듯 손가락이 안쪽으로 움푹 파고든 모양새의 특이한 돌이었다. 대충 20cm 앞에 놓여있는 것 같았다.


앞으로 2m 정도만 떨어진다면 내 손에 닿을 것 같았다.


부유감은 금세 사라지고 곧 추락한다는 느낌이 내 온 몸을 감싸안는다. 1m가 순식간에 내려앉았다. 빠르다!


또다시 시간이 멈춰줬으면 하는 부질없는 희망을 품어보았다. 그렇지만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었다. 시간이 흐른다.


그럴수록 나와 철석凸石의 거리가 가까워진다. 손을 힘차게 뻗는다. 어깨 뼈가 빠지라고 뻗어본다.


점점 내 손이 가까워짐이 어둠을 틈타고 느껴졌다. 손 끝에 말초신경 하나하나가 살아움직이듯이 돌의 감촉을 느꼈다.


안 그래도 빨랐던 시간은 내가 그 돌을 잡음에 가속을 더했다. 내가 떨어지는 속도가 주는 것과는 반비례적으로.


파칵! 드드득.


"으아아아아악!!!"


가운데 손가락의 손톱이 부러졌다. 새끼 손가락의 손톱은 아예 뽑혀 나가고 말았다. 피가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사…… 살은 건가?"


꼬르르륵.


이런 상황에서도 배고픈 배는 울렸다.


"이런 개씨팔!!"


내 입에서 처음일지도 모를 고함이 터져나왔다. 언제나 침착하려는 나였지만 지금 이 순간은 심장이 쿵쾅대며 흥분을 잠재울 수가 없었다.


"허억, 허억. 으윽, 이대로 몇 분이나 버틸 수 있을런지……."


그렇지만 곧 심장의 쿵쾅거림은 내려앉고 같이 아드레날린의 분비 또한 감소했다. 손가락의 통증이 더욱 아려왔다. 그렇지만 그런 것을 생각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움직이지 않으면 곧 팔에 힘이 풀리고 다시 추락할 것이다.


다행히 저 밑에 좀 좁아 보이긴 하지만 넓적한 돌판이 보였다. 밑에를 단단히 받혀주고 있는 듯 해 보였으니 올라가도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다.


돌을 잡고 몸을 좌우로 진자 운동 시키기 시작한다. 많은 것을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평소에 운동 좀 할 걸, 때늦은 후회를 하며 조금 더 가속을 붙인다. 이로써 나는 조금 더 강하고 멀리 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돌을 잡은 손바닥에 돌과의 마찰로 인해 생긴 상처들에서 피가 뿜어졌다.


그렇지만 나는 얼굴을 조금 찌푸릴 뿐이었다. 아드레날린이 다시 새롭게 분비되는 모양이었다. 이 이상 분비된다면 쇼크사로 죽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죽음의 공포는 내 몸을 경직되게 만들었다.


나는 진자 운동이 끝에 달했음직한 부분에서――― 높게, 높게! 비상했다. 내 몸이 다시 부유감에 휩싸인다.


그리고 내 눈에는 보였다.


"저 돌이 저렇게 좁고, 나약해 보였던가…?"


나빠질 수도 좋아질 수도 있는 일은 무조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간다.


머피의 법칙은 오늘도 정확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추락.


타락.


나는 떨어지고 있었다.


지하 1.2km를 향해서.


작가의말

타락, 떨어질 타 떨어질 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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