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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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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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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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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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DUMMY

”여보세요, 당신들 당장 아이에게 사과하세요.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어린아이에게 이런 행동을 하다니 부끄럽지 않으세요?“


이신애가 낮지만 다부진 목소리로 항의했다.

건장한 경호원은 아무 말 없이 소녀와 이신애를 바라보고 있었다.


‘경호원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와서 직원을 안내원으로 쓰는 걸 보면, 놀이공원 회사의 고위직과 관계가 있겠는걸?’


조영의 머릿속에 빠른 계산이 지나가는 동안, 짙은 화장을 하고 있고 솜사탕이 치마에 묻었던 젊은 여자가 한 마디 내뱉었다.


”너는 또 뭐야? 남의 일에 함부로 끼어드는 거 아니다. 짜증 나니까 상관하지 마! 별 미친년을 다 보겠네! “


”겉으로 보기에는 배운 분들 같은데, 입이 험하군요. 공공장소에서 이런 행동하는 게 창피하지도 않은가요? 그리고, 나를 언제 봤다고 막말을 하는 거죠?“


이신애가 항의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서자, 예의 그 경호원도 한 걸음 움직여서 이신애의 앞을 가로막았다.

고개를 살짝 흔든 조영이 시선을 뒤쪽으로 움직였다.

저쪽에서 대기하면서 조영 쪽을 주시하고 있던 조영의 경호원들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야? 나이도 어려 보이는데, 어른들 일에 끼어들지 말고 저리 꺼지라고. 싸가지 없는 계집애가 어디서 함부로.....“


”아가씨, 입이 거칠군요. 내 여자는 당신에게 그런 말을 들을 정도의 사람이 아닙니다. 당장 사과하십시오.“


조영의 입에서 묵직한 한 마디가 나왔다.

저음의 목소리에 시선을 돌린 여자가 조영의 훤칠한 키와 몸매를 훑어보더니, 제 일행들을 쳐다보았다. 조영의 날카로운 시선은 세상 모르는 아가씨가 맞받기에는 너무 무서웠다.


”오빠, 그냥 가자. 나 기분이 너무 나빠졌어. 저딴 거 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으니까, 그냥 가자. 여기 거지 같은 사람들이 많아서 기분 나빠. 흥!“


”그, 그럴까? 그래, 다른 거 타러 가자. 놀이기구가 이것 뿐도 아니고, 과장님. 우리는 갈 테니까, 여기 뒷수습 좀 하세요.“


젊은 사내의 말에 일행들이 몸을 돌리자, 경호원이 다시 줄을 어깨높이로 들어 올려서 빠져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조영의 경호원들이 다가와서 주변을 가로막고 서 있었다.


”뭐, 뭐야? 길 막지 말고 비켜요. 비키시라고.“


갑자기 등장한 체격 있는 사내들을 보면서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약해져 갔다.

조영의 뒤쪽에 줄 서 있는 사람들 속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뭡니까? 운행 안 해요? 앞에 안 타요?“


탑승구 앞에 서 있던 직원은 커져 버린 상황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었고, 다음 놀이기구가 도착했지만, 아이의 가족들은 탈 생각을 하지 않고 조영과 젊은 사내 일행을 쳐다보고 있었다.

여한모가 오른 주먹을 말아쥐고 젊은 사내에게 한 마디 내던졌다.


”못 들었어? 우리 보스의 여자분께 사·과. 를 하라고 하시잖아!“


젊은 사내와 일행들은 [보스]라는 표현에 조폭이라도 떠올렸는지 제 경호원을 바라보다가, 조영 일행을 바라보다가 눈알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저쪽에서 소란을 눈치챈 놀이공원의 직원과 보안요원들이 뛰어오고 있는 것을 발견한 젊은 사내의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렸다.


”당신들하고는 원래 상관없는 일이었잖아. 우리가 탑승을 양보할 테니까, 조용하게 서로 갈 길 갑시다. 어이, 앞에 길 좀 비킵시다, 아저씨들.“


사내가 조영의 경호원들이 펼친 인의 장막을 뚫고 나가려고 했지만,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이 길을 양보하지 않았다.

여한모가 한 걸음 다가섰다.

여한모의 오른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비웃음이 분명한 미소를 만들었다.


”양보?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뱉어내면 다 말인 거야? 똑바로 사과하지 않으면, 여기서 몸 성하게 못 간다, 알겠냐?“


”이 사람이 지금 내가 누군 줄 알고 행패를 부리는 거야? 응? 지금 공공장소에서 머릿수를 믿고 이러는 거야? 당신들 깡패야?“


보안요원들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확인한 사내의 목소리가 한층 높아졌다.


”그래, 말 잘했네. 당신이 누군데? 당신 정체가 뭐야?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들을 무시하고, 갑자기 맨 앞으로 새치기하더니 막말을 뱉어내는 당신이 누군지 어디 큰소리로 한번 밝혀보시지, 응?“


여한모가 팔짱을 끼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 틀림없는 비아냥대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보안요원들이 다가와서 포르투나 직원들의 뒤쪽에 섰지만, 육체적 충돌을 감수하면서 뚫고 나오지는 못하고 눈치를 보고 있었다.


”고객님, 죄송합니다. 공원 측에서 사과의 의미로 입장권 환불과 적절한 보상책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영업 중인 곳이니, 조금만 화를 가라앉히시고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탑승장 쪽에 머물던 과장이라고 불렸던 놀이공원의 직원이 사태가 커지는 것에 놀라서, 일행의 리더로 보이는 조영에게 뛰어와서 사과했다.

조영이 직원의 왼쪽 가슴에 매달린 명찰을 확인했다.


”민수영 씨? 아까 얼핏 들으니, 과장님 이시라고요? 지금 저 사람들이 내 여자 친구를 모욕했습니다. 나는 이런 일에 웃으며 넘어갈 정도로 관대한 사람이 아닙니다. 지금 당장 정중하게 사과하지 않으면 사태는 당신이 수습할 수 없을 겁니다. 이게 내 마지막 경고입니다.“


조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민수영 과장의 귀에는 천둥처럼 들렸다.


‘씨발, X 됐다. 이 사람도 만만치 않은 배경을 가졌나 본데.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 이번 달 월급을 이상 없이 받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아, 하필 오늘 내가 현장담당을 맡을 게 뭐람!’


놀이공원에 일하는 평범한 월급쟁이 직장인인 민수영 과장에게는 오늘이 입사 이래 최대의 위기로 생각되고 있었다.

민수영 과장의 생각과는 다르게, 놀이공원의 소유 회사인 윤광 그룹의 3세 중 한 명인 지용민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옆에 서 있는 여자 친구도 기름을 끼얹고 있었다.


”오빠, 백주 대낮에 오빠네 놀이공원에서 이렇게 행패를 부리는 사람들이 있는 데, 그냥 넘어갈 거야? 내가 경찰을 부를까? 응?“


문제를 확대시키던 여자가 핸드백에서 커다란 전화기를 꺼내자, 지용민이 고개를 흔들었다.


”씨발, 그래서 내가 놀이기구 안 탄다고 했잖아. 야, 얼른 길 비키지 못해? 야, 거기 보안요원들 뭐 하는 거야, 얼른 이 사람들 치우고 길 내야 할 거 아냐?“


소란이 커지자, 줄을 서 있던 사람들은 놀이기구에 탑승할 생각은 하지 않고 여기저기서 카메라를 꺼내 들어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조영의 경호원들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지만, 그 틈새로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지용민의 시야에도 들어왔다.


‘씨발, 여기서 일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사진을 찍혀서 언론에라도 들어가는 건 막아야 해. 할아버지 귀에 들어가면 안 돼.’


당황한 지용민이 보안요원들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야, 저 사람들 사진 찍지 못하게 해. 카메라 뺏어, 뺏으라고. 뭐 하는 거야, 빨리들 움직이란 말이야.“


보안요원들은 소란이 생겨서 달려오기는 했지만, 지용민의 정체를 모르고 있었다.

게다가, 앞을 가로막고 있는 다섯 명의 경호원들도 일반인은 아니어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민수영 과장이 뛰어와서 지용민의 팔을 잡았다.


”도련님, 여기서 일이 커지면 회장님에게까지 보고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대충 사과하시고, 얼른 마무리해야 합니다. 저 사람들 카메라를 뺏어도 언론사에 기사가 나갈지도 모릅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 도련님.“


민수영 과장이 빠르게 내뱉은 말을 들은 지용민이 잠시 주춤했다.

지용민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친구와 여자 친구들이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조영과 일행들뿐 아니라, 뒤에 줄 서 있는 사람들에, 이제는 지나가던 사람들마저 모여들면서 웅성거리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사과를 하려니 창피했다.

그리고, 사실 사과를 할 만한 말을 내뱉은 것은 지용민 자신이 아니라 옆에 있는 여자 친구인 김새봄이었다.

지용민이 어쩔 줄 모르고 있자, 김새봄이 나섰다.


”흥, 오빠. 오늘 다시 봤어. 실망이야. 이깟 별 볼 일 없는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나를 실망시키다니, 우리 교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겠어. 오늘은 갈래. 비켜, 아저씨들. 지금 비키지 않으면 후회할 거야.“


김새봄의 위협을 들으면서도 조영의 경호원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조영이 대신 대답해주었다.


”아가씨도 집안의 위세를 믿는 철부지인가 보군. 좋아요, 마지막 기회를 걷어찬 것은 아가씨와 일행들이니까, 오늘 일에 대한 청구서가 조만간 당신들의 보호자에게 배달될 겁니다. 내가 약속하지요. 청구서에는 상당한 금액이 적혀 있을 겁니다. 보내 드려요.“


조영의 말이 떨어지자, 경호원들이 움직여서 길을 틔워 주었다.

김새봄이 신경질적인 걸음으로 빠르게 인파를 빠져나갔다.

고개를 돌려 조영 일행을 한 번 쳐다본 지용민이 다급하게 김새봄의 뒤를 쫓았다.

지용민의 친구인듯한 남은 한 커플도 지용민의 뒤를 따라 사라졌다.

사건의 한 축이 사라지자, 분위기는 금세 식어버렸고 사람들의 관심도 흩어졌다.

조영이 어느새 다가와서 옆에서 대기하던 주홍상 과장을 바라보았다.


”주 과장님, 저쪽은 이곳 놀이공원의 민수영 과장입니다. 두 분이 대화를 통해, 지금 자리를 떠난 일행들에 대한 신원을 확인해 보세요. 그렇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방법으로라도 알아낼 수는 있으니까요. 신애야, 말숙 씨, 한모야. 오늘은 이만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네, 오빠.“


이신애와 김말숙이 대답하면서 걸음을 옮겼고, 여한모가 차가운 눈빛으로 놀이공원을 둘러 보았다.

놀이공원을 빠져나온 조영의 일행은, 놀이공원 근처에 있는 석촌호수를 걷기로 했다.

놀이공원에서 석촌호수까지 가는 지하 통로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있었는데, 옷가게들을 지나자 커다란 오락실이 나타났다.


”말숙아, 우리 저거 한 번 해볼까?“


오락실에는 다양한 게임들이 있었지만, 조영과 여한모는 해본 적이 없는 게임들일 뿐이었다.

옆에 서서 동네 꼬마들의 게임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던 여한모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원반을 상대방의 골문에 집어넣는 일종의 축구 게임 비슷한 걸 해보자고 제안했다.

다들 오락에는 초보였지만, 다행스럽게도 이 게임은 특별한 기술이나 경험이 필요 없는 게임이었다.

동전을 잔뜩 바꿔와서 쌓아놓고는 순식간에 몇 판의 게임을 했다.

내 편을 응원하고, 웃고 소리치고 즐기는 동안 놀이공원에서 있었던 기분 나쁜 상황들을 많이 잊을 수 있었다.

그것도 운동이 되었는지,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해서 격렬하게 움직였더니 약간 땀이 나고 있었다.


승리는 여한모와 김말숙 조였다.

승부에 진 조영이 가까이에 있는 마트에 들어가서 시원한 음료수를 샀다.

음료수를 마시며 지하 통로를 조금 더 걷자, 밖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을 올라오니 왕복 4차선 도로가 있었다.

차량 통행이 잦지 않았기 때문에, 좌·우를 살핀 일행들이 도로를 건너서 공원에 들어섰다. 눈앞에 커다란 호수가 나타났다.

오른쪽에는 빽빽하게 밀집된 5층짜리 아파트 단지가 있었는데, 도로에서 보이는 아파트의 건물마다 요란한 현수막들이 펄럭이고 있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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