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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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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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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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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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18

DUMMY

“찰스, 데이빗입니다. 목표물은 확인했습니다. 첫 번째 방법과 두 번째 방법이 모두 가능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셨습니까?”


도청이 이루어질 수도 있었기 때문에 조영은 자세한 이야기를 전화로 할 수는 없었다.

잠시 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이윽고 전화기 건너편에서 피곤이 가득한 찰스의 목소리가 건너왔다.


“첫 번째 방법을 택하겠습니다, 데이빗. 행운을 빕니다.”


“그곳의 해가 지기 전에 좋은 소식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이만.”


짧은 통화를 끝낸 조영이 게이브에게 감사의 의미로 묵례를 하고는 뒤돌아서 일행들에게 다가갔다.

엔리케와 부하들은 저쪽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고, 렌디를 중심으로 한 대원들이 바닥에 그림을 그려놓고 낮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조영이 다가오는 것을 본 렌디가 고개를 들어서 조영을 바라보았다.


“구출 작전이 선택되었습니다. 준비되는 대로 바로 이동하죠.”


“5분 후에 출발하면 되겠습니다.”


5분 후에 조영과 대원들이 두 대의 검은색 고무보트에 올라탔다.

엔리케에게 받았던 돈 가방은 게이브에게 잠시 보관을 맡겼다.

뒤쪽에 작은 모터가 달려있는 고무보트가 빠른 속도로 어두운 밤바다를 헤쳐나갔다.

보트가 일으키는 물거품을 바라보며 게이브가 담배를 꺼내 들었다.


한참을 달린 보트가 섬이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거리에 도착했다.

하늘에는 왼쪽이 밝은 하현달이 떠 있었지만, 구름이 짙게 껴 있는 상태라서 적진에 침투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날씨였다.

보트의 엔진을 정지시킨 대원들이 노를 손에 잡고 젓기 시작했다.

선두에 자리 잡고 있던 렌디가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움켜쥐었다.

노를 젓던 대원들의 손길이 일제히 멈추었다.

해안가에 어설프게 설치한 선착장에 깜박이는 불빛이 보이는 거로 봐서는 선착장을 지키고 있는 인원들이 있는 것 같았다.

조영이 손을 내밀어서 렌디의 옆구리를 건드렸다.

망원경을 들어, 섬을 바라보던 렌디가 고개를 돌렸다.

검은색 복면을 착용한 렌디의 눈만이 반짝이고 있었다.

조영이 오른손 검지로 자신과 여한모가 가리키고는 섬을 가리켰다.

이마에 힘을 주는지 렌디의 눈가가 찌푸려졌다.

조영이 말없이 렌디를 쳐다보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렌디가 고개를 끄덕였다.

선착장 쪽을 제외하면 깎아지른 절벽이라서 보트를 댈 만한 곳이 마땅하지 않은 섬이라는 설명을 들었었고, 보트가 다가가면 조영과 여한모가 먼저 내려서 해안가의 경비 인원을 처리하기로 사전에 의논이 되어있는 사항이었다.

렌디가 난색을 표했었지만, 조영과 여한모는 바닷가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었다는 주장으로 렌디의 동의를 이끌어냈었다.


조영이 여한모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여한모도 마주 고개를 끄덕이는 신호를 보냈다.

멈춰선 보트에서 조영과 여한모가 조용히 물속으로 다리를 집어넣었다.

잠시 후에 조영과 여한모의 몸이 바닷물 속으로 사라져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렌디와 대원들이 긴장한 눈길을 보내는 동안 바닷가에서 보이던 불빛이 사라졌다.

물속에서 잠수해서 해안가로 다가가던 조영이 숨을 쉬기 위해 조용히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해안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고, 선착장 주변 바위에 걸터앉아서 떠들어대는 두 사람이 보였다.

조영이 옆에서 고개를 함께 내밀고 있던 여한모와 시선을 마주친 후에 다시 물속으로 들어갔다.

해안에 도착한 조영과 여한모가 물 밖으로 나왔지만, 두 사람의 동작은 가벼워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조영이 목에 걸고 있던 작은 주머니에서 기다랗고 둥근 통을 꺼내고는 그 안에서 날카로운 바늘을 꺼내어 조심스럽게 오른손에 잡았다.

여한모도 조영과 동일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바위에 앉아서 떠들던 두 사람은 아직까지 조영과 여한모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하는지 낄낄대던 사내 중 한 명이 몸을 일으켜서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볼일이라도 보러 가는 분위기였다.

여한모와 눈짓을 주고받은 조영이 빠른 포복으로 바위에 앉아 있는 사내의 뒤로 다가갔다. 여한모는 나무 사이로 사라진 사내를 향해서 이동하고 있었다.


조영과 여한모의 움직임은 짐승들의 움직임처럼 빠르고, 군더더기가 없었으며, 조용했다.

조영이 바위에 앉아 있던 사내의 뒤쪽에서 유령처럼 솟아날 때도 사내는 아무런 기척을 느끼지 못했었는지, 조영의 오른손이 빠르게 사내의 뒷목을 향하자 잠시 후에 왼쪽으로 몸이 기울었다.

조영이 사내의 뒷목에 찔러 넣은 것은 강력한 마취성분이 묻어있는 바늘이었다.


조영과 여한모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던 섬에서 이와 비슷한 일들을 또래들과 놀이로 해 왔었다.

섬은 외부와의 단절을 위해서 항상 경계를 맡은 인원들이 있었고, 아이들은 바닷물 속에 잠수해서 몰래 들어가서 경계 인원들을 잠재우는 놀이를 하고는 했었다.

과거의 경험들이 있었기 때문에, 여한모도 조영이 바닷가의 침투를 맡겠다고 했을 때 말리지 않고 함께 나선 것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놀이로 몸에 익힌 기술은 군인들이 특수부대에서 배우는 것만큼 자연스러웠다.

조영이 사내를 바위에 기대어 눕히고 뒤를 돌아보자 여한모가 오른손 엄지와 검지로 원을 그리면서 조영에게 다가왔다.

여한모가 또 다른 주머니에서 랜턴을 꺼내 들어 보트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방향으로 작은 원을 그려 주었다.

잠시 후에 보트가 다가왔고, 대원들이 뛰어내렸다.

보트는 엉성한 선착장 기둥에 묶어서 고정시켰다.

대원들이 보트를 처리하는 동안 부팀장인 마크가 조영과 여한모가 잠재운 두 사내의 상태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렌디의 시선을 받은 마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여기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안내를 하기로 한 카쿠가 앞장서고, 렌디와 대원들이 뒤를 따랐다.

갱들이 머문다는 집은 카쿠에게 들은 대로 판자로 지은 어설픈 집이었다.

불은 왼쪽 집 한 쪽에만 켜져 있었지만,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렌디가 왼쪽, 마크가 오른쪽 집을 맡아서 동시에 공격하기로 했다.

카쿠와 조영, 여한모는 집이 바라보이는 커다란 나무 뒤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조영과 여한모의 손에는 권총이 들려 있었다.

발생할 수도 있는 총격전에 조영과 여한모가 함께하는 것은 렌디가 끝까지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조영의 눈에 렌디와 마크가 대원들을 이끌고 양쪽 집의 현관과 하나씩 매달린 창문 앞에 벌려 서는 것이 들어왔다.

잠시 기다리는 것 같던 대원들이 현관문을 잡아 열면서 빠르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조영이 긴장한 채로 눈앞의 집을 노려보면서 기다리고 있을 때, 렌디가 들어갔던 집에서 소음기가 달린 총에서 나는 억눌린 발사음이 들려왔다.

조영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총기가 사용되었다는 것은 적이 총을 꺼내 들었다는 의미였을 것이었다.

잠시 후에 왼쪽 집에서 대원이 한 명 나와서 오른손을 흔들었다.

오른쪽 집에서도 대원이 한 명 나와서 오른손을 흔들었다.

실내를 모두 제압했다는 신호였다.

조영과 여한모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집으로 뛰어갔다.

마크가 집 밖으로 나오다가 조영과 마주쳤다.

고개를 끄덕인 마크가 조영의 뒤를 따라서 렌디가 들어갔던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집 안에는 허름한 옷차림의 필리핀 사내들이 세 명 바닥에 뒹굴고 있었고, 소총을 겨눈 대원들이 주변을 지키고 있었다.

놈들에게서 빼앗은 것인지 몇 자루의 권총이 한쪽에 모여 있었다.

한 명의 팔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는데, 아무도 지혈해 주는 사람은 없었다.

나무로 만든 의자에는 청바지에 파란색 반팔 셔츠를 입은 백인 사내가 손으로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 들어오는 조영과 눈이 마주쳤다.

백인 사내의 옆에 방금 잘라냈는지, 밧줄이 흩어져 있었다.

백인 사내의 옆에는 렌디가 서 있었다.

렌디가 군용 나이프를 허리춤에 꽂아 넣고 있었다.


“짐 스티븐슨이 맞나요?”


조영이 입을 열었다.


“맞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신들은 누굽니까? CIA에서 왔습니까?”


“당신을 데리러 뉴욕에서 왔습니다. 렌디, 상대는 모두 제압된 겁니까? 총소리가 들리던데요?”


“네, 보스. 한 명이 잠에서 깨어 총을 꺼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쏠 수밖에 없었습니다.우리 대원들은 모두 무사합니다. “


“렌디, 우리 쪽에서 5명을 체포했습니다. 부상자는 없습니다.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특이 사항은 없습니다.”


조영의 뒤를 따라 들어온 마크가 렌디에게 보고했다.

렌디가 쓰러져 있는 녀석들을 심문하기 위해 몸을 돌렸고, 조영이 짐에게 다가갔다.


“특별히 다친 곳이 있습니까? 아픈 곳이 있어요?”


겉으로 보기에 왼쪽 얼굴이 조금 부어있기는 했지만 특별하게 보이는 외상은 없었다.


“몇 대 맞기는 했지만 심하게 다친 곳은 없습니다. 오랜 시간 묶여 있었더니 다리가 많이 저리군요. 그런데, 당신들은 누굽니까? 소속이 어디죠? 이곳은 어떻게 알고 왔습니까?”


“우리는 포르투나 PMC입니다. 뉴욕에서 당신 아버지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저들에 대한 간단한 신문을 마치면 이동할 수 있을 겁니다.”


“PMC라고요......어쨌든 고맙습니다. 혹시 담배 있습니까?”


조영이 주머니를 뒤적였지만, 담배는 없었다.

여한모가 렌디가 심문하는 녀석들에게 가더니 절반 정도가 들어있는 담뱃갑과 라이터를 가지고 왔다.

여한모가 렌디에게 담배를 피워도 되냐고 물었다.

놈들과 대화를 나누던 렌디가 괜찮다고 대답해주었다.

여한모가 건네주는 담배를 받은 조영이 짐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자신의 담배에도 불을 붙였다.

폐 속 깊이 한 모금 들이마시자, 긴장감이 해소되는 것이 느껴졌다.

렌디가 다가왔다.


“섬에는 10명이 있던 것이 맞답니다. 선착장에서 2명, 이집과 옆집에서 8명 일당을 모두 잡았습니다. 놈들은 어떻게 할까요?”


“일단 끌고 가서 게이브와 의논하는 게 좋겠습니다. 담배만 마저 피우고 가도 되겠죠?”


“물론입니다, 보스.”


“마크, 카메라 가져온 거 없죠? 아쉽네요. 이런 장면을 찍어서 회사 홍보에 활용하면 좋았을 텐데요, 다음에는 방법을 고민해봐야겠어요, 보스.”


담배를 입에 물고 다가온 여한모의 말에 마크 부팀장이 고개를 홱 돌려버렸다.

준비하고 긴장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너무 쉽게 얻은 듯한 결과였지만, 대원 중에 부상자가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고, 무엇보다도 짐이 무사하다는 것에 조영은 만족했다.

돌아오는 여정은 여유로웠다.

체포한 갱들을 밧줄로 묶어서 갱들이 타고 온 배에 태우고 돌아와서 기다리던 게이브에게 인계해 주었다.

조영의 전화를 받은 찰스가 대단히 기뻐하는 것이 전화기 너머로도 느껴졌지만, 보안상 자세한 이야기는 돌아가서 나누기로 했다.

짐도 아버지와 잠시 통화하면서 서로의 안부를 물었고, 부대에 돌아가서 다시 전화하기로 하고 짧은 통화를 마쳤다.

게이브의 차를 타고 공항으로 다시 이동한 후에 짐은 부대로 복귀하기로 했고, 조영과 대원들은 타고 왔던 비행기를 다시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오늘의 은혜는 평생 기억하면서 갚아 나가겠습니다, 데이빗. 정말 감사합니다.”


“새로운 인연이 되어서 기쁩니다. 카지노를 가고 싶다면, 나중에 연락 주세요. 아시아의 카지노를 알고 있는 곳이 몇 군데 있습니다. 라스베이거스에도 조만간 카지노를 오픈할 거니까, 놀러 오면 VIP로 대접해 드리지요.”


라스베이거스에 카지노를 오픈할 거라는 이야기에 깜짝 놀라는 짐과 악수한 조영이 대원들과 비행기의 계단을 올라갔다.

기내에는 작은 샤워 시설이 갖춰져 있었다.

이륙장을 떠난 비행기가 안전궤도에 오르자 조영을 우선으로 차례대로 간단한 샤워를 하기로 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조영이 승무원에게 와인을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여한모는 뒷자리의 렌디에게 다가가서, 대원들이 집 안에서 짐을 구출해 낸 장면에 대한 설명을 듣기 시작했다.

비행기는 빠르게 뉴욕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2021년이 시작되었네요. 올해는 코로나가 끝나기를 바라며, 독자분들 모두 새해에 건강하시고 하는 일들에 성취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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