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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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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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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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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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DUMMY

긴장한 얼굴로 들어오는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의구심을 내보이던 강태수는 이어지는 엄태형의 말에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

크게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나서야 마음이 진정되었다.


“일단 자리에 좀 앉지.”


집무용 의자에 앉아 있던 강태수가 몸을 일으켜 소파로 움직이면서 엄태형 실장에게도 자리를 권했다.

소파에 앉자마자 강태수가 담배를 물고는 불을 붙였다.


“그러니까, 정필모 사장이 나와 윤근식 간의 정치자금 거래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는데, 우리 입장에서는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인가?”


“그렇습니다. 사장님. 정 사장이 미국 잭손 사에 친구들이 있다는 얘기를 언급한 것은 이번 쿠웨이트 공사 계약 자체가 정 사장이 손을 쓴 것일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정 사장이 의도한 바였다면, 우리는 커다란 덫에 걸린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무서운 자입니다. 정필모라는 사람은.”


“정필모가 잭손을 움직일 정도의 힘이 있다는 말인가?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가설이군. 그 부분은 앞으로 미국 쪽에 확인해 보도록 해. 잭손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대기업인데, 그런 곳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겨우 지방의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꿈꾼단 말인가?”


강태수의 날카로운 지적에 엄태형 실장은 대답하지 못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회사로 돌아오는 내내, 줄담배를 피워대면서 궁금해했던 부분이 바로 강태수가 말하는 점이었기 때문이었다.


‘제기랄. 잭손을 움직일 정도의 힘이면 차라리 미국에서 의원에 도전할 것이지, 왜 작은 이 나라에 돌아와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거야, 도대체.’


그러나, 이것은 마음속의 혼잣말이었고 모시는 사장 앞에서 내뱉기는 어려운 말이었다.


“사장님, 확실히 그 부분은 저희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앞으로 상세하게 조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주주 총회가 다음 주 수요일이라는 것입니다. 정필모 사장의 미국에서의 행적을 모두 조사하기에는 주주 총회까지 남은 기간이 너무 촉박합니다.”


“그래서 엄 실장의 의견은 뭐야? 저쪽의 요구대로 우리가 가진 비밀 자료를 넘겨주자는 말인가? 그건 언제든지 우리를 향해 찌를 수 있는 칼을 아군인지, 적군인지 불분명한 자에게 넘겨주는 일이 된단 말일세.”


“그렇지만 사장님. 정필모 사장은 요구 조건이 분명했습니다. 우리가 다른 수정 조건을 내세운다고 해서 쉽게 받아들일 것 같지 않았습니다. 사장님도 정치하는 사람들이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면이 수시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들은 자신이 가질 수 없다고 판단하는 순간 모조리 파괴해버리는 방법을 택하는 자들입니다.”


“끄~응.”


강태수가 한숨을 내쉬며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입으로 가져가서 깊게 빨아들였다.


“정치하는 인간들이 비정상인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기는 하지. 그런 정치판으로 뛰어들려는 정필모라는 인간이 비정상이라고 해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지. 만약 주주 총회에서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할 때, 알리카에서 추천하는 자와 정필모가 내세우는 자가 모두 선임된다면 앞으로 회사 운영은 어떻게 되겠나?”


“그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사사건건 사업 진행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사라는 직위를 휘두르면 회사 내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그렇게 얻은 정보를 외부의 언론이나 경쟁 기업에 흘리게 된다면.....아니, 한부 철강 쪽에 흘리는 경우만 상상해도 우리가 입을 피해는 막대할 겁니다. 우리 패를 모두 펼쳐놓은 상태로 도박을 하는 것과 진배없을 겁니다.”


“그건 안 되는 일이군. 한부 철강에서는 그런 빈틈을 절대 놓치지 않고 물어뜯으려고 할 거야. 우리는 지난번 레바논에서 입은 타격을 이제야 간신히 추스르는 중이야. 쿠웨이트 건을 성공하면, 그룹 내에서의 입지가 탄탄해지겠지만 여기서 무너지면 답이 없어. 회장님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을 수 있다고. 한부 건설도 건사하지 못한다고 호통을 치실 양반이야, 그분은.”


“지금은 뾰족한 대안이 떠오르지를 않습니다. 일단 오늘, 내일 제가 다른 방안을 강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이런 어려운 시기에야말로 엄 실장의 능력이 필요한 때가 아니겠나? 내가 그룹 회장직에 오르는 날, 내가 앉아 있는 이 자리는 엄 실장의 차지가 될 거야. 좋은 방안을 찾아보게. 자네라면 할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네. 내가 자네가 아니면 누구를 믿으면서 회사를 운영하겠는가?”


“사장님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소파에서 일어나서 강태수에게 깍듯하게 허리 숙여 인사한 엄태형이 사장실 문을 열고 나갔다.

소파에 남은 강태수가 남은 담배를 마저 피우고는 거칠게 재떨이에 비벼 끄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씨발, 되는 일이 없네.”


한부 철강 강태민 사장에게도 이 소식이 곧 전해질 것이었다.

강태수가 한부 철강에 사람을 심어놓고 소식을 보고 받듯이, 강태민도 한부 건설에 심어놓은 첩자가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강태민이 이 소식을 듣고 킬킬거릴 것을 상상하니 더욱 울화가 치미는 강태수였다.


* * *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 조영의 저택.

조영이 2층 서재에서 한참을 서류와 씨름하다가 바람을 쐬고 싶어서 테라스로 나와 앉았다.

조영이 흔들의자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서울 시내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을 때 여한모가 문을 열고 나왔다.


“보스, 주문하신 따뜻한 커피를 대령했습니다. 흐흐흐.”


“응? 아니, 어떻게 네가 커피를 직접 가지고 왔어?”


“저도 커피 생각이 나서, 주방에 갔는데 보스가 커피를 주문하셨다고 하기에 제가 대신 가지고 왔습니다. 저도 숫자들이 뛰어노는 서류를 오래 들여다봤더니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식힐 겸 해서요.”


“잘 왔다. 나는 이곳에서 한가로이 커피 마시며 바라다보는 경치가 좋아.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한모 너도 거기 앉아서 커피 마셔라.”


“네. 정필모 사장과 잠시 전에 통화했는데, 점심 식사하면서 한부 건설 비서실장에게 우리 요구사항을 전달했답니다. 지금쯤 강태수 머리에 쥐가 나고 있을 겁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하느라고요. 흐흐흐.”


“그래? 강태수가 받아들이면 받아들이는 대로, 거부하면 거부하는 대로 움직이면 되겠지. 어차피 두 가지 갈림길은 하나의 종착지에서 만나게 될 테니까.”


“그렇습니다, 보스. 강태수만 그 사실을 모를 뿐이지요. 흐흐흐.”


“아, 맞다. 한모야. 신애랑 말숙 씨가 살고 있는 집 말이야. 신애 다니는 학교에서 좀 떨어져 있기도 하고, 그 동네가 몇 번 가봤더니 밤에는 좀 어둑하기도 하고 해서, 이사를 시킬까 하는데 적당한 곳으로 좀 알아봐라.”


“집이요? 하긴, 지금 사는 동네가 밤길이 좀 으슥하기는 하더라고요. 저도 말숙이가 밤에 귀가한다고 할 때는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잘 생각하셨네요. 저는 왜 이런 생각을 못 하는 걸까요. 제가 빨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내 생각에는 아파트가 어떨까 싶어? 경비원들도 있으니까 방범 면에서도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아파트든 주택이든 방범과 교통의 편리성 등을 고려해서 찾아보겠습니다. 아니면, 아예 이곳으로 들어와서 살라고 할까요? 옆집도 넓은데? 흐흐흐.”


“아서라. 아직은 그럴 때는 아니야. 신애는 어리고, 나는 아직 어린 신애를 나이 있는 내가 너무 흔드는 게 아닌가 미안할 때도 있어. 이곳으로 이사 들어오는 것은 나중에 생각해보자.”


“어리기는요. 신애 씨도, 말숙이도 다 큰 성인입니다. 본인의 선택을 존중받아야 하고, 앞길을 선택할 수도 있는 나이에요. 보스는 행여라도 그런 생각은 하지 마세요.”


“그래, 알겠다. 집이나 알아봐.”


조영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 *


서울시 강남에 위치한 룸살롱 헤라.

당적을 옮겨서 새나라당의 국회의원이 된 윤근식이 김철현 의원과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김 의원님, 오늘 술은 제가 살 테니까 마음껏 드십시오. 하하하.”


“윤 의원님께서 사주시는 술이야 항상 고맙지요. 오늘 허리띠를 풀어놓고 마셔 보겠습니다. 하하하.”


“허리띠 풀고 드시다가, 술이 아닌 다른 걸 마시게 되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구경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색다른 경험이 되겠는데요? 크크크.”


“하하하, 김 의원님의 호방함은 제가 감당하기에 어렵군요.”


“윤 의원님. 의원님께서 오늘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 짐작이 되기는 합니다. 저도 그렇고 저희 총재께서도 윤 의원님이 지난 합당 과정에서 보여준 결단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만간 있을 개각에서 윤 의원님을 건설부 장관으로 밀고 있습니다.”


김철현 의원이 오늘 술자리의 현안을 꺼내자, 윤근식도 언제 웃고 떠들었느냐는 듯이 심각한 표정으로 김철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는 정말이지 총재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역시 총재님은 약속을 중요하게 여기시고 지켜주시는 분이시군요. 감사합니다. 김 의원님.”


“저에게 감사할 일이 있나요, 모두 총재님의 뜻입니다. 몇 번 뵈었을 때도 총재께서 직접 윤 의원님께 말씀하셨겠지만, 총재님은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구국의 결단을 내리신 것입니다. 총재께서 말씀하시기를 ‘윤근식 의원이 당적을 옮기는 것이 나의 마음과 같다’라고 하셨습니다. 총재께서는 윤 의원님의 결심과 각오를 잊지 않고 계십니다. 이번 합당으로 저희 계파에 배정되는 세 자리의 국무위원 중에, 한 자리를 윤 의원님께 밀어주시는 것만 봐도 총재께서 윤 의원님을 얼마나 아끼시는지 아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총재께서 저같이 미욱한 사람을 높이 평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실 제가 총재님의 약속을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일의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고 총재님께 덮어놓고 여쭤보기에는 아직 어려워서 오늘 김 의원님을 뵙자고 한 것입니다. 뭐, 겸사겸사 김 의원님과 술잔을 나눈 지도 꽤 되었고요. 하하하.”


“총재님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시고, 가끔 의원실에 들러서 밥도 사달라고 하고 먼저 다가가십시오. 사람들이 총재님을 어렵게 생각하다 보니까, 의외로 같이 밥 먹자고 오는 사람이 많지가 않답니다. 그렇다고, 총재께서 먼저 연락을 하면 주위에서 또 입방아를 찧어대지 않습니까? 총재님도 그런 면에서 고충을 토로하신 적이 몇 번 있습니다.”


“그래요? 저도 몰랐던 사실이군요. 감사합니다. 김 의원님. 그런 세세한 내용까지 알고 계시다니, 역시 김 의원님은 총재님의 측근이십니다.”


“하하하, 측근이라니요. 그저 총재님을 수행하는 비서실장 역할을 하면서 총재님과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 나눌 기회가 몇 번 있었을 뿐입니다. 자, 한 잔 받으시지요, 예비 장관님.”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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