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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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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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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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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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11

DUMMY

“죄송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부장님?”


[하~ 엄 실장님. 어젯밤에 강도수 도련님이 연루된 사건이 있었다고 보고를 못 받으셨나 봅니다? 이거, 건설 비서실의 역량에 대해서 심각하게 다시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부장님. 제가 지금 막 출근했는데 특별한 보고를 받지 못했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자세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칼자루를 쥔 것은 상대방이었고, 엄태형 실장은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최대한 공손하게 물었다.


[지난밤에 한부 건설 강태수 사장님의 아들인 강도수 도련님이 사고를 쳤다고 알려드리는 겁니다. 강남 경찰서에 확인해 보세요. 이렇게 정보가 느려서야, 건설 사장님을 잘 보필할 수 있겠습니까? 참고로, 잠시 후에 회장님께도 급보로 보고가 들어갈 겁니다.]


뚝.


장덕현 부장은 끊는다는 말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대단히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엄태형 실장은 그런 것을 따질 계제가 아니었다.


“야, 박 비서.”


“네, 실장님.”


문가에 위치한 책상에서 서류를 들여다보고 있던 젊은 남자 비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너, 지금 당장 강남 경찰서로 달려가서 어젯밤 벌어진 사건 중에 우리랑 연관된 거 있는지 확인해봐. 일을 어떻게 하는 거야? 왜, 강도수 도련님에 대한 사건이 그룹 비서실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 거야, 일 똑바로 안 해, 이 새끼야?”


평소 점잖은 모습만을 보여주던 엄태형의 입에서 거친 발언이 튀어나오자, 놀란 박 비서는 서 있던 자세 그대로 굳어 버렸는지 가만히 서 있었다.


“야, 이 새끼야. 지금 내가 말하는 거 못 알아들어? 지금 당장 쫓아가서 어젯밤에 벌어진 사건을 확인해 보라고 하잖아.”


엄태형 실장이 언성을 높이자, 박 비서의 옆자리에 있던 고참 비서가 박 비서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네? 네. 바로. 바로 가겠습니다.”


놀라고 당황한 젊은 비서가 겉옷을 챙겨 들고는 후다닥 비서실을 뛰쳐나갔다.

아랫입술을 꽉 깨문 엄태형 실장이 수첩을 꺼내 들어서 전화번호를 확인하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변호사님? 저 비서실장 엄태형입니다. 혹시 어젯밤에 강도수 도련님 쪽에서 연락 온 게 있었습니까? 없었다고요? 아니요, 저도 지금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룹 비서실에서 첩보가 있었습니다. 무슨 사고를 친 모양입니다. 조만간 연락이 갈 테니, 준비하고 계시는 게 좋겠습니다. 네네. 다시 통화하시지요.”


전화를 끊은 엄태형 실장이 다른 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네. 여보세요? 수사 과장님과 전화 통화를 부탁드립니다. 예. 기다리지요. 여보세요? 수사 과장님 자리에 계십니까? 여기는 한부 건설 비서실입니다. 네? 회의요? 알겠습니다. 저는 한부 건설 비서실장 엄태형이라고 합니다. 회의 끝나면 전화 한번 부탁드린다고 전해주십시오. 네,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은 엄태형 실장이 담배를 찾아서 불을 붙였다.

웬만해서는 비서실 내에서 담배 연기를 내뿜지 않는 실장이 담배에 불을 붙이자, 눈치를 보고 있던 여비서가 구석에 놓아두었던 재떨이를 가져다가 엄태형 실장의 책상에 올려놓고는 물러났다.

몇 모금의 담배를 급하게 빨아 당기던 엄태형 실장이 고개를 들어 사무실에 남아있는 비서들을 닦달하기 시작했다.


“자, 다들 주목. 방금 그룹 비서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어젯밤에 강도수 도련님이 뭔지 모를 사고를 쳤나 보다. 박 비서가 강남서로 쫓아갔지만, 그 전에 대략적인 사건의 내용을 파악해야 해. 각자 나눠서 강남 경찰서 강력반과 예하 파출소에 전화 돌려. 뭐든지, 강도수라는 이름이 없더라도 20대 초반 젊은 남자가 연루된 사건이 간밤에 뭐가 있었는지 확인해. 지금부터, 빨리 시작해.”


눈치를 보고 있던 여러 명의 비서들이 눈짓들을 교환하더니, 다들 수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 새, 담배가 다 타버린 것을 확인한 엄태형 실장이 새로운 담배를 꺼내 물고는 불을 붙였다.


‘빌어먹을. 주주 총회가 1주일도 남지 않았는데, 강도수 이 새끼는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미치겠군. 내가 제 명대로 살지 못하고 죽는다면 그중의 1년은 강도수 네 놈 때문일 거다. 지겨운 놈.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군.’


“하~아”


혼자서 답답한 생각을 하던 엄태형 실장의 입에서 한숨이 쏟아져 나왔다.

모시는 실장의 한숨 소리를 들은 비서들이 더욱 빠르게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다.

5분여가 흘렀을 때, 전화를 걸던 여비서가 전화를 끊고는 엄태형 실장의 자리로 다가왔다.


“저....실장님?”


“으...응? 그래, 방 비서? 무슨 일인지 확인했어?”


“네. 정확하지는 않지만, 어젯밤에 압구정동 파출소에서 관내 한강 변에 있는 카페에 긴급 출동한 사건이 있었답니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사건이었는데,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가해 남성이 현장에서 카페의 다른 손님들에게 제압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일단, 가해자와 피해자를 파출소에 데리고 와서 간략한 조서를 받았는데, 여자가 중간에 남자와 합의를 봤다고 하면서 고소하지 않겠다고 해서 내보냈다고 합니다.”


“이름은? 이름은 확인했어?”


“강도수 도련님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가해 남성이 신분증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서, 본인의 진술만으로 기록한 내용이라서 실명이 아닐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파출소에서는 일단 양측이 합의에 의한 관계였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잡아둘 명분이 없었고, 집기 일부가 파손된 카페에서도 법적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었답니다. 마침, 현장에 출동했었던 경찰이 교대근무 퇴근 전이라서 짧게 통화했는데, 설명하는 인상착의는 강도수 도련님일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그리고, 오른쪽 팔이 부러져서 병원에 간다고 급하게 가버렸답니다.”


“팔이 부러졌다고? 좋아. 박 비서에게 연락해서 강남서 뒤지라고 하고, 한 명은 압구정 파출소에 가보고, 한 명은 그 카페라는 곳으로 가봐. 미리 전화해서, 어제 출동했었다는 경찰관 기다려 달라고 하고, 만나면 돈을 집어 줘. 정보를 얻어 와. 그리고, 압구정동 쪽에 있는 정형외과나 응급실 쪽에 전화 돌려서 그 시간에 병원에 왔던 환자들 확인하고. 팔이 부러졌으면 병원에는 갔겠지. 어서들 움직여.”


비서들이 어수선한 가운데 업무를 나누어서 진행하기 시작하자, 사건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

20여 분이 지났을 때, 엄태형 실장은 대략적인 사건의 윤곽을 파악할 수 있었다.


‘강도수가 한강 변의 카페에서 여자와 관련된 사고를 쳤고, 다른 손님들에게 저지를 당하는 과정에서 팔이 부러졌다. 출동한 경찰과 파출소로 가는 도중, 여자와 합의에 성공해서 여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것으로 진술했다. 가명으로 조서를 작성한 후에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는 친구로 보이는 남자가 동행했다. 그리고, 사라졌다. 사고를 친 후에, 친구 집으로 도망쳤군. 어휴.....’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쳐다보니, 시곗바늘은 아침 8시를 향하고 있었다.

곧 강태수 사장이 출근할 시간이었다.

종이로 된 사건 보고서를 작성하기에는 시간도, 정보도 부족했다.


‘일단 구두로 보고를 한 후에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야겠군. 오늘도 힘든 하루가 되겠어.’


쾅.

엄태형 실장은 거칠게 열리는 문 소리에 상념에서 깨어났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른 강태수 사장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비서들이 모두 긴장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지만, 누구도 아침 인사를 꺼내는 사람이 없었다.

엄태형 실장도 긴장한 채로 자리에서 뛰어 일어났다.

책상 앞으로 한 걸음 나선 엄태형 실장이 허리를 숙였다.


“사장님, 나오셨습니까?”


“야, 엄 실장, 엄태형이. 당신 뭐 하는 인간이야?”


강태수 사장의 입에서 다짜고짜 막말이 쏟아져 나왔다.

평소에 엄태형 실장은 강태수 사장의 최측근으로서 이런 대접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강태수 사장이 대단히 화가 났음을 느낀, 비서들이 다들 몸을 움츠렸다.


“사, 사장님. 고정하시고 일단 안으로 .....”


“야, 이 씨.....어휴.”


소리를 지르려던 강태수 사장이 주위의 비서들을 의식했는지, 화를 억누르며 사장실 쪽으로 향했다.

사장실 바로 앞에 자리가 있던 여비서가 얼른 사장실 문을 열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강태수 사장을 뒤따라서 엄태형 실장이 사장실 안으로 들어가고는 문을 닫았다.


“엄 실장, 당신 일 똑바로 안 해?”


사장실 문이 닫히자마자, 몸을 돌린 강태수 사장이 엄태형 실장에게 고함을 지르는 것이 사장실 문밖에 있는 비서들의 귀에까지 선명하게 들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저도 방금에서야 이야기를 듣고, 확인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직원들을 현장에 보냈으니까, 조만간 사건의 전말에 대한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사장님.”


엄태형 실장이 허리를 숙이며 사죄를 청하는 모습을 보던 강태수 사장이 끓어오르는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 커다랗게 숨을 내쉬었다, 들이쉬었다를 여러 번 반복했다.


“일단 앉지. 내가 출근길에 아주 열 받는 소리를 들어서 흥분했어. 시원한 것 좀 가져오라고 해.”


“네, 사장님.”


사장실 문을 열고 대기하는 비서에게 시원한 음료를 주문한 엄태형이 강태수의 뒤를 따라서 소파의 끝에 엉덩이를 걸쳤다.


“내가 출근길에 카폰으로 전화를 받았어. 누구였는지 알아? 정필모 사장이더군.”


정필모의 이름을 언급하자, 다시 열이 뻗쳐오르는지 강태수가 담배를 끄집어냈다.

엄태형 실장이 얼른 라이터를 꺼내 들고는 강태수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조심스럽게 들어온 여비서가 노란색 주스가 가득한 유리컵을 테이블에 올려놓고는 도망치듯이 사라졌다.

담배를 피우고, 주스를 들이켠 강태수는 다소 흥분이 진정된 느낌이었다.



“아침 일찍 정필모 사장이 뭐라고 전화를 했습니까, 사장님?”


“어젯밤에 내 아들 도수가 큰 사고를 쳤다는 거야. 싫다는 여자에게 강제로 성관계를 맺으려고 하다가, 주변 사람들에게 맞아서 실패했다는 거지. 속 썩이는 아들 때문에 힘드시겠다고 비아냥대는 거야. 나는 아는 게 전혀 없어서 제대로 대꾸하지도 못했어. 그러면서, 정 사장이 그룹 비서실에서도 알고 있으니 오늘 하루 몸조심하라고 하잖는가? 내 참 어이가 없어서. 하~ 나. 참.”


“정필모 사장이 단순하게 그 사실을 알려주려고 전화를 한 것은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만?”


엄태형 실장은 이제 대략 사건의 앞, 뒤가 맞춰지는 것 같아서 냉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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