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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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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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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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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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12

DUMMY

“역시 엄 실장이군? 날카로워. 사실 나는 전화 받을 당시에는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네. 그냥 일방적으로 정 사장의 페이스대로 끌려가고 말았어. 지금 생각하니 분한 노릇이었군. 제기랄. 정 사장이 말하길, 아버지가 알고 화를 내기 시작하면 그룹 내에서의 내 입지가 흔들릴 수도 있다. 그러니, 주주 총회를 준비하는 정 사장의 입장에도 변화가 생길 여지가 있다. 지난번 제안에 대해서는 오늘 중으로 승낙하는 답을 달라는 것이었어. 오늘이 지나도록 승낙을 하지 않으면 거절로 받아들이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었어. 내가 자네도 아니고, 정 사장에게서 아침부터 그런 전화를 받았으니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아까는 내가 조금 지나쳤네. 사과함세. 자네가 이해를 해 줘.”


“아닙니다, 사장님. 제가 사장님의 입장이었어도 화가 날만 한 상황이었습니다. 지금 저희는 저들의 함정에 빠진 것 같습니다, 사장님.”


“함정이라고?”


“그렇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파악해 본 바로는 강도수 도련님이 어젯밤 사고를 친 것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정필모 사장은 어디에서 그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사장님과 제가 파악하기 전에 그룹 비서실에 정보를 흘렸습니다. 제가 그룹 비서실의 장 부장과 통화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회장님께서 보고를 받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당연히 분노하실 겁니다. 주주 총회 전에 있을 오늘 오전의 그룹 주간 임원 회의에서 사장님을 질책하실 겁니다. 그러면, 주주 총회에서 우리를 몰아내려고 하는 한부 철강 쪽에서는 좋은 명분을 갖게 될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필모 사장이 한부 철강의 손을 들어주게 되면 위험합니다. 사장님, 지금은 함정인 것을 뻔히 알아도, 정 사장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말을 마친 엄태형 실장도 목이 마르는지 주스 잔을 들어 절반 정도를 단숨에 마셨다.


“지금 정 사장의 제안을 수락하게 되면 윤근식 의원과는 원수지간이 될 거야. 그 사람이 이번 개각에서 국무위원에 들어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가지고 온 것은 엄 실장, 자네였지 않은가?”


“오늘 정 사장의 손을 잡으면 훗날을 기약할 수 있습니다. 쿠웨이트 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 말입니다. 게다가 정 사장의 얘기대로 잭손의 도움을 받아서 추가 공사를 수주할 수 있다면 반전을 일으킬 기회를 잡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윤근식 의원 대신에 정필모 사장이 국회의원이 되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그러나, 오늘 정 사장의 제안을 거절하면 사장님은 다음 주에 열리는 주주 총회에서 경영진의 지위를 잃으실 수도 있습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사장님.”


계속되는 엄태형 실장의 이야기에 강태수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윤근식이라는 패를 버리자니 그동안 들인 공이 아깝기도 하고, 보복이 두렵기도 했다.

정치인은 아군으로는 만들지 못할지언정 적으로 삼는 것은 위험했다.

그렇다고 정필모의 제안을 무시하자니, 지금 당장 경영권이 위협받는 상황이었다.

오늘의 결정이 한부 건설과 강태수 개인의 향후 10년을 결정지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결정을 내리기가 힘든 일이었는데, 아들이라는 놈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는 꼴이었다.


“도수 이놈은 어디에 있는 거야? 지금 생각해 보니까, 어젯밤에 집에도 안 들어온 것 같았는데. 행방은 확인이 되었나?”


“지금 직원들이 찾고 있습니다. 도련님이 다친 것이나, 회장님의 분노도 문제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권을 유지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정필모 사장의 손을 잡으셔야 합니다, 사장님.”


“윤근식이가 장관이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우리에게 앙심을 품을 수도 있을 거 아냐?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 않겠나? 아무런 준비도 없이 급하다고 덥석 정 사장의 손을 잡는 일은 부담스럽단 말이야.“


“제 생각에는 우리가 자료를 정 사장에게 넘겨주면 정 사장이 알아서 일을 진행할 것 같습니다. 정 사장은 윤근식 의원이 장관이 되는 것을 그냥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가 손을 쓰지 않아도, 정필모가 알아서 윤근식을 끌어 내릴 거라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사장님.”


“음......알겠네. 일단 도수 일을 알아본 후에 결정하지. 오전 중으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해서 보고하도록 해 보게나.”


“빠르게 확인하겠습니다, 사장님”


“일단 나가보게. 생각을 좀 해야겠어.”


엄태형 실장을 내보낸 강태수 사장이 손으로 턱을 괴며 깊은 생각에 빠졌다.


* * *


서울시 강남구 한강 변이 내려다보이는 아파트의 거실.

오른팔에 깁스를 한 강도수가 담배를 입에 물고 왼손으로 라이터를 들고 불을 붙이려고 하고 있었지만, 익숙하지 않은 손으로 라이터를 켜는 것은 어색한 일이었다.

세, 네 번의 시도 끝에 라이터에 불이 켜지자 강도수는 얼른 담배를 가까이 가져갔고 불을 붙이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거실의 소파에 앉아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창밖을 내다보니, 한강이 내려다보였다.


“제기랄, 전망은 좋네. 나도 어서 집을 하나 구해서 독립해야 할 텐데. 에이~”


막 일어났는지 추리닝에 하얀 면 티셔츠를 입은 부스스한 얼굴의 사내가 침실에서 나와서, 주방으로 가더니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들고는 병째로 입을 대고 벌컥벌컥 마셨다.


“어, 형. 일찍 일어났네요?”


“야, 도수. 너는 환자가 잠을 푹 자야지. 벌써 일어났냐?”


“머리가 복잡해서 잠이 잘 안 오네요. 형은 왜?”


“아침 먹고 운동 가려고. 요즘 여자들은 몸 좋은 남자를 선호한단 말이야. 귀찮기는 해도, 몸을 잘 만들어야 애들이 쫓아온다고. 너도 맨날 술만 퍼마시지 말고, 운동을 해. 운동을. 하기사, 운동도 팔 부러진 게 다 나아야 할 수 있겠구나? 크크크.”


“에이~ 형은 잘 나가다가 아침부터 아픈 곳을 건드리고 그래요?”


“이 새끼가, 형이 농담한 걸 가지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래?”


거실로 건너온 사내가 강도수의 옆자리에 앉으면서, 깁스한 팔을 들여다보았다.


“야, 아프지는 않냐?”


“진통제를 먹어서 그런 건지 특별히 통증은 잘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것저것 불편해요. 아니, 하다못해 담뱃불 붙이는 것도 잘 안된다니까요? 쳇.”


강도수가 인상을 찡그리며 대답하자, 사내는 키득거리면서 강도수의 앞에 놓여있던 담배를 집어 들고는 불을 붙였다.


“그러길래, 조심했어야지. 자, 이제 어떻게 된 일인지 형한테 이실직고해봐. 어젯밤에는 부러진 팔 붙이고, 계집애 달래서 보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형이 본 그대로예요. 나이트에서 만난 계집애랑 한강 카페에서 놀다가, 화장실에 갔는데 거기서 그놈들한테 제대로 당한 거죠.”


“전에도 알던 놈들이야? 아니면 지나가다가 갑자기 끼어든 거야?”


“한 놈은 아는 놈이에요. 제기랄....형 나 불 좀 붙여줘요.”


강도수가 간밤의 일을 생각하자 열이 뻗쳐오르는지, 새로운 담배를 입에 물었다.

사내가 라이터로 강도수의 담배에 불을 붙여 주었다.


“그놈은 나와는 악연이 틀림없어요.”


강도수가 차근차근히 작년 동해안 나이트클럽에서의 사건과, 동해안에서 점찍었던 여자가 한국대학교 신입생으로 입학한 것을 알게 된 일, 대성리 MT까지 쫓아갔었는데 거기에도 그 남자가 나타난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그놈은 뭐 하는 놈이래? 나이도 많지 않은데 경호원들을 그렇게 데리고 다닐 정도면 한국에서 방귀깨나 뀌는 집안의 아들이라는 얘기일 텐데. 네가 어지간한 녀석들은 얼굴 다 알지 않아?”


“그게 문제에요. 형이나 내가 모이는 모임 자리에 나오는 내 또래들은 친분을 떠나서, 얼굴은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얼굴이었어요. 어디 사채업이나 이런 걸 하는 집안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사채업?”


“거 왜 사채 하는 놈들은 깡패들 데리고 다니잖아요. 떳떳한 직업도 아니라서 자잘한 놈들은 우리 모임에 명함도 못 내미니까, 제가 얼굴을 모를 수도 있지요.”


“그럴 수도 있겠군. 아무튼, 그런 놈들은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확실하게 손을 봐줘야 한다. 작년에 네가 동해안에서 망신당했을 때 깔끔하게 정리했었다면 어제 같은 일은 생기지 않았을 거 아냐. 내가 보기에 네가 아직 물러서 그래. 일을 끝낼 때는 확실하게, 뒷말 나오지 않도록 잔인하게 처리해야 하는 거야. 미국에서는 말이다, 그런 놈들이 생기면 히트맨을 고용하는 거야. 그러면 아주 깨끗하게 정리가 되거든. 큭.”


사내가 담배를 들지 않은 손을 들어 목을 지나가는 제스처를 보여 주었다.


“죽인다고요? 히트맨을 사서요?”


“동네에서 약 빠는 애들한테는 천 달러면 되고, 이름 있는 마피아 조직에 선을 대도 만 달러만 주면 확실하게 정리해준다니까. 우리나라에도 그런 문화를 빨리 받아들여서 활성화해야 하는 데 말이야. 걸리적거리는 놈들 치우면 얼마나 좋아, 놀기에도 좋고. 일단 좀 쉬어라. 배고프면 냉장고 뒤져보고. 나는 우선 씻을란다.”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 끈 사내가 욕실로 향했다.


“히트맨? 아예 죽여버린다고?”


담배의 마지막 부분이 빨갛게 달아오를 만큼 세게 빨아 당기는 강도수의 눈빛이 흉흉해졌다.


* * *


서울시 강남 포르투나 회의실.

상석에 앉은 조영의 오른편에 여한모가, 왼편에는 정필모와 황문달이 앉아 있었다.


“지금 강도수는 강남 압구정동의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는 선배 집에 있습니다. 그 선배라는 작자가, 지난번에 놀이공원에서 보스가 만나 보셨던 윤광 그룹 3세인 지용민입니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재벌 기업 자녀들 모임에서 알게 된 사이인 것 같습니다. 지용민이 어젯밤에 강도수가 병원에 가서 치료받고, 파출소에 다녀오고, 상대 여자와 합의를 보는 데에도 관여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역시 쓰레기는 쓰레기들끼리 모이는군요. 그러면, 그 집이 쓰레기장이 되는 건가요? 흐흐흐.”


여한모가 농담을 던졌지만, 안타깝게도 회의실에는 여한모의 농담에 맞장구쳐줄 만한 인원들이 없었다.


“새벽에 한부 그룹 비서실에 강도수 사건을 흘려주었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강정훈 회장에게도 보고가 들어갔을 겁니다. 아침 출근길에 있는 강태수 사장에게도 전화해서, 오늘 중으로 우리 측 제안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하라고 통보해 두었습니다. 한부 건설의 엄태형 실장이 제법 머리를 쓰니까, 우리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강태수가 우리 제안을 받아들여서, 윤근식과의 정치자금 거래 내역을 건네준다면 이후 진행은 어떻게 준비되어 있습니까?”


조영의 질문에 정필모가 대답했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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