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tuna : 그 남자의 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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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김
작품등록일 :
2020.03.25 12:57
최근연재일 :
2022.01.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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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9.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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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13

DUMMY

이후에 소주를 마시면서 둘은 그냥저냥 일상적인 대화들을 나눴다.

박진호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담배를 꺼내 물자 채민호가 재빠르게 불을 붙여주었다.


“형님, 어떻게 배가 좀 차셨습니까? 이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주실 겁니까?”


“음....그래. 아우님 덕분에 배는 얼추 찼는데,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는구만. 우리 어디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까?”


“아이~ 씨발. 얼른 얘기 안 해줄 거야? 뜸 들이다가 밥 다 타겠다?”


“아이, 이런 바보 같은 놈. 이야기 듣고 나서 별거 없으면 맥주 내가 산다, 내가. 알겠냐? 군소리 말고 자리 옮기자. 여긴 듣는 사람도 너무 많아서 안 돼!”


구시렁대는 채민호를 앞장세워 고깃값을 계산한 박진호가 앞장서서 강남의 뒷골목을 휘적휘적 걸어갔다.

박진호가 채민호를 끌고 들어간 곳은 한적한 뒷골목에 위치한 작은 술집이었다.

커튼으로 작은 칸막이가 되어있어서, 옆자리를 신경 쓰지 않고 조용한 대화를 나누기에 적당해 보였다.


“너는 언제 또 이런 곳을 다 뚫어 놓았냐?”


“업무차 알게 된 곳이야. 여자 친구 생기면 함께 오려고 했었는데, 냄새나는 남자 놈이랑 오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두 사람이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직원이 메뉴판을 들고 다가왔다.


“맥주 기본하고, 마른안주 하나 주세요.”


“이야~ 여직원도 예쁜데. 여기 사장 딸이냐? 크크크.”


“몰라, 새끼야. 조용히 좀 해라. 맥주 가지고 오나 보다. 흐흐흐.”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직원이 작은 맥주 다섯 병과 기본 안주로 팝콘을 가져다주는 동안 채민호의 눈동자는 여직원의 미니스커트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자, 시원하게 한잔하고 내가 맥줏값만큼 이야기해 줄게.”


박진호와 채민호가 맥주잔을 부딪치자 맑은소리가 났다.

맥주를 한 모금 마신 박진호가 입을 열자, 채민호가 집중했다.


“너도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 회사 사장님네 강도수가 얼마 전에 미국으로 유학 갔다. 들었어?”


“응, 그건 들었지. 회장님께 올라가는 보고서에 들어있었으니까.”


“이야기의 시작은 강도수부터였어. 작년 여름에 강도수가 동해안에 친구들하고 놀러 갔다가, 나이트클럽에서 여자를 헌팅하려던 과정에서 여자의 일행들과 충돌한 사건이 있었어. 그때 강도수와 충돌한 게 김조영이야. 두 번째는 작년 12월에 호텔 레스토랑 사건 알지? 회장님한테 보고돼서 우리 이거가 회장님한테 열심히 깨졌잖아.”


박진호가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고, 채민호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강도수가 호텔에서 깽판을 친 것도 동해안에서 헌팅하려다가 실패했던 여자를 그 레스토랑에서 만나서였는데, 그때도 여자랑 동행한 게 김조영이었어.”


“이야~ 이거 심각한 악연인데?”


“맞아. 악연이지. 마지막으로 강도수가 뉴욕으로 쫓겨간 게 지난달에 있었던 일인데, 강도수가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여자애랑 약을 먹은 상태에서 호텔에서 뒹굴고 있던 걸 찾아내서 내가 집으로 데리고 간 일이 있었어.”


“약? 마약 말이야? 그걸 네가 찾아냈다고?”


“강도수가 있는 호텔 방에 찾아가서, 집으로 데리고 간 건 내가 맞는데 사실은 이 정보를 우리 실장님한테 알려준 게 정필모 사장이었어.”


“뭐라고?”


채민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직 놀라려면 멀었어. 강도수가 약을 먹은 이유가, 사건이 있기 며칠 전에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해서였거든. 이 돌아이 새끼가 술 처먹고 한강 변에 있는 카페 화장실에서 여자를 강간하려다가 카페에 있던 손님에게 들켜서 두들겨 맞아서 팔이 부러진 거야. 팔 부러진 거 쪽팔리고 열 받는 김에 마약을 하게 된 거고.”


“설마....강도수 팔을 부러뜨린 게?”


“맞아. 그 설마가 맞아. 김조영이야. 우연히 그 카페에 있던 김조영이 강도수를 두들겨 팬 거야. 강도수가 이건 끝까지 입을 열지 않으려고 했는데, 우리 왕초가 반 협박해서 알아낸 거야.”


“이야~ 이거 대단한 사람이었네, 김조영이라는 사람이?”


“이게 다가 아니야. 내가 강도수 유학 때문에 한국대학교에 서류 준비하러 갔다가 들었었는데, 강도수가 학교에서 점 찍은 여자가 한국대 여신이야. 여신. 엄청 예뻐.”


“봤어? 봤냐고?”


“봤지. 정말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예쁘더라. 천하의 난봉꾼인 강도수가 훅 갈만 했어. 문제는 이 여신의 남자 친구가 있는데, 그게 김조영이야.”


이제 채민호의 입은 벌어져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있었다.

박진호가 목이 타는지 잔을 들어 맥주를 들이마셨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예쁜 여직원이 주문했던 마른안주를 챙겨서 왔을 때도 채민호는 여직원을 쳐다볼 생각도 하지 못하고 생각에 빠져 있었다.


“야, 이 새끼야. 정신 차려. 어때, 맥줏값 누가 내야겠어?”


“으....응? 아! 내야지, 내가 내야지. 이런 이야기를 해 줬는데, 너한테 맥주를 사라고 할 수는 없지. 고맙다 진호야.”


“자식! 너 예전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구전동화 들어본 적 있지? 지금 내가 딱 거기에 나오는 사람의 마음이었어. 이게 입이 근질거리는 이야기인데 누구한테 말을 할 수가 있어야지. 답답해서 혼났다, 야. 이제 좀 속이 시원해지네. 하하하.”


“진호 네 얘기를 정리하면, 김조영의 여자 친구가 한국대 여신이다. 이 여신에게 찝쩍대던 강도수가 몇 차례에 걸쳐서 김조영에게 혼이 났다. 그래서 강도수는 미국으로 쫓겨갔다. 이거네?”


“그렇지! 게다가 강도수가 미국으로 쫓겨가는 결정적인 제보를 해준 사람이 정필모야. 정필모는 이런 정보를 어디에서 얻었을까?”


“김조영?”


“빙고. 그만큼 김조영과 정필모는 가까운 사이라는 반증이지.”


“그렇겠네. 야~ 대단한데. 이걸 다 우리 과장한테 보고하면 고 계집애 눈이 휘둥그레지겠는걸? 크크크.”


“사실은 나도 이번에 실장님 지시로 이 일을 파면서 알게 된 건데, 김조영의 여자 친구가 트러블 메이커야. 이 아가씨가 끼어들어서 사건이 생긴 게 또 있더라고.”


“또? 이번에는 뭔데?”


“2월달에 윤광 그룹 손자가 윤광월드 놀이공원에서 작은 사고를 친 게 있었어. 그것도 김조영과 그의 여자 친구가 연관된 거였어.”


“이야~ 정말 들을수록 대단한 사람이네. 김조영이라는 사람? 무슨 한국 재벌들하고 전생에 원수가 진 사람인가? 그래서 김조영의 여자 친구 이름은 뭐야?”


“이신애. 한국대 여신을 찾으면 한국대 학생들은 다 알아.”


비릿하게 웃으며 맥주잔을 들어 올리는 박진호의 앞에서 채민호는 수첩을 꺼내서 정신없이 메모하고 있었다.


* * *


경기도 가평 JES 기도원.

JES의 교주인 정은섭은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채로, 소파에 몸을 파묻고 있었다.

2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단발머리 여자가 정은섭의 옆에 앉아서, 과일을 집어서 정은섭의 입에 하나씩 넣어주고 있었다.

여자의 동작 하나하나에는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혹시라도 정은섭 교주가 불편해할까 봐서 조심하는 모습이 옆에서 보는 사람의 시선에도 드러나고 있었다.

똑똑똑.

침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너라.”


정은섭이 나지막이 말을 하자, 조심스럽게 침실 문이 열리고는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천수철이 들어와서 묵례했다.


“찾으셨습니까? 교주님?”


“오~ 집법 사자. 어서 오시게.”


천수철이 다가와서 정은섭의 곁에 섰다.


“그쪽으로 편히 앉으시게. 내가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서 불렀네.”


“예, 교주님. 어떤 일이신지 말씀하시지요.”


“목포의 최덕술 서장님이 연락을 주셨습니다. 내 생각에는 집법 사자께서 한 번 내려가서 만나고 오셨으면 합니다만. 어떠십니까?”


천수철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지만, 곧바로 평온한 안색을 회복했다.


“최덕술 서장이라면 이미 흘러가 버린 강물인데, 그가 어째서 교주님께 연락을 해 왔을런지요? 혹시 짐작되는 바가 있으십니까?”


여자가 집어넣어 주는 과일을 오물거리던 정은섭이 입을 열었다.


“글쎄올습니다. 전화상으로는 나누기 어려운 이야기라고만 하더군요. 나를 직접 만나고 싶다고 했지만, 집회가 예정되어 있어서 내가 쉽게 움직이기는 곤란하군요.”


“교주님의 천리안으로도 보이지 않는 것이옵니까?”


“안개가 끼어 있습니다. 최덕술 서장이 아들을 먼저 앞세웠다고 들었었는데, 그 때문인지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아무래도 사악한 영들이 최덕술 서장의 주변에 몰려 있는 느낌입니다.”


“하오시면 언제 만나보고 오는 게 좋겠습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겠습니다.”


“준비를 갖춰서 오늘이라도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소. 최덕술 서장을 만나면 내 안부를 전해주시고, 아드님은 좋은 곳에 먼저 가 있으니 너무 마음에 담아주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씀을 전해주시오.”


“교주님의 뜻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천수철이 눈을 크게 뜨면서 정은섭에게 눈치를 주었다.

잠시 천수철의 시선을 외면하던 정은섭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과일을 집던 여자를 향해 말했다.


“나가서 마실 것을 가져오너라.”


“네, 교주님.”


여자가 일어나더니 공손하게 인사를 건네고는 몸을 돌려서 침실 문으로 향했다.

여자가 나가고 침실 문이 닫히자, 천수철이 정은섭에게 물었다.


“최덕술이 연락한 이유가 무엇이랍니까? 그자와는 더 이상 거래할 것이 없을 텐데요?”


“내가 어찌 압니까? 다짜고짜로 연락해와서는 만나자고 하니 거절할 방법이 마땅하지를 않습니다. 천 사자께서 이해를 해주시구려.”


“내가 일단 다녀오기는 하겠습니다만, 한 번 교를 나간 사람과 좋은 이야기가 오고 갈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차하면 교리를 위반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


“천 사자. 너무 과격한 방법을 생각하지는 마세요. 최덕술 장로가 교를 떠났다고는 하지만, 한때는 우리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던 분입니다. 도울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야지 않겠습니까?”


“흥! 교주님은 아직도 그자를 장로라고 생각하시는 겝니까? 그자가 교를 떠날 때, 경찰 고위직에 있지만 않았어도, 아니 교주께서 막지만 않았어도 최덕술이는 지금쯤 저 위에 있을 것입니다.”


천수철이 오른손 검지를 들어 침실의 천장을 가리켰다.


“그건 나도 알고 있어요. 이미 10년이나 지난 이야기를 이제 와서 들춰서 무에 좋을 것이 있겠습니까? 아마 늙은이가 죽을 때가 되어가니 옛 추억을 이야기하고 싶어졌는지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흥! 이번에도 내 앞에서 헛소리를 한다면 명년의 오늘이 최덕술의 제삿날이 될 겁니다.”


“우리 천 사자는 가끔씩 너무 과격해지시는 게 흠입니다. 내려가시는 길에 별장 관리도 한 번 살펴봐 주세요. 그냥 휴가받아서 멀리 드라이브 간다고 생각하고 다녀오십시오. 여비는 넉넉히 챙겨서 가시고요.”


“알겠습니다. 일단 다녀와서 다시 보고드리지요.”


천수철이 찬바람이 쌩쌩 도는 표정으로 몸을 홱 돌려서 침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뒤에서 바라보는 정은섭이 입맛을 다셨다.




※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말씀드립니다. ※ 추천과 댓글은 작가에게 힘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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