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누라는 뱀파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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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14.03.1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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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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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6.14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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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Chapter 10. 가는 날이 장날

DUMMY

쓰러진 여단 병사들은 일단 묶어 두었다.

마법사와 대장이 쓰러진 마당에 큰 위협은 아니었다. 현장을 정리 한 다음에, 페어리에게 돌아가 상황을 알렸다. 승리했다는 이야기에 반신반의하던 그들은 꽁꽁 묶인 여단병들을 확인하고 나서야 기쁨을 표출했다.


“문제는 이들을 어떻게 처리하느냐 인데.”

“다 죽이면 되잖아.”

“무슨 소리에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사람을 함부로 죽이나요?”

“그럼 귀찮게 남겨 둘 거야? 어차피 왕국으로 돌아간다면 더 많은 병력을 이끌고 쳐들어올 텐데? 인간의 습성은 아주 단순하다고.”

“그래도 안 돼요. 마음에 안 든다고 무작정 죽인다면 우리가 저들과 다른 점이 뭐에요? 절대 찬성 할 수 없어요.”


처리에 대해서는 세레인과 비올레가 대립했다.

운페이는 어느 쪽도 손을 들어주기 힘들었다. 남은 병사들은 모두 죽이는 것이 이래저래 편리한 길이라는 건 찬성하는 입장이지만, 학살은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어이, 한 가지 묻지.”

“크윽. 내가 답 할 거라고 보나!?”


해서, 운페이는 다른 길을 모색해 보고자 했다.

묶여있는 여단 병 중 가장 선임으로 보이는 인물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희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성심성의껏 답하는 게 좋을 거야. 설마 이곳에서 다같이 죽겠다는 생각은 아니겠지?”

“크으……”

“좋아. 그럼 묻지. 너희가 데리고 왔던 마법사. 그와 같은 인물이 왕국에 더 있나?”

“오비돈 말인가? 그렇지 않다. 그는 나타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 곳 혼자였다.”

“다른 집단이 있거나, 부하 등을 거느린 게 아니라는 말이지?”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일단의 위험은 없다는 얘기인가. 그럼 풀어주는 것이 더 좋을 듯 보이는데……”

“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음?”


그때, 뒤편에서 일단의 무리가 다가왔다.

뒤늦게 합류한 페어리들이었다. 가운데에 화려한 복색을 한 페어리가 서 있고, 나머지가 주변을 경계했다. 공주가 지금 일행과 함께 있으니, 등장한 페어리가 누구인지는 당연했다.


“어머니.”

“라일라시아. 어찌 그냥 보고만 있는 것이냐? 저들은 이미 우리의 가족들을 해친 바 있다. 그대로 풀어 줄 수는 없지 않느냐?”

“하지만 저희가 잡은 것도 아니고, 그리 마음대로 정할 수는……”

“흥. 어차피 우리가 상대 할 수 있던 이들이다. 마음대로 끼어 든 자들에게 배려 해 줄 필요는 없단다.”


페어리 여왕.

일행을 한 차례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 반기는 말투는 분명 아니었다. 게다가 그런 그녀의 말에 찬동하는 페어리가 상당수였다. 힘겹게 여단 병을 잡아 온 일행의 입장에서는 꽤 억울한 상황이었다.


“무슨 개수작인지 모르겠군. 죽어 없어질 것을 살려 두었더니, 그따위 말로 반기는 건가?”

“비올레.”

“있어 봐, 남편. 저것들 하는 말이 그렇잖아. 상대 할 수 있었다고? 고대마법을 다루는 전승지기가 있는데? 너희 페어리들의 알량한 마법으로 고대의 법을 상대 할 수 있을 거 같아?”

“알량한 마법?”

“하! 내가 못 할 말 했나? 페어리들이 쓰는 마법이라는 건 사실 정령들이 사용하는 권능의 복사 판 아니던가? 아류. 그것도 세월에 먹혀서 티끌 밖에 안 남은 수법. 그런 주제에 상대 할 수 있다고 잘도 말 하는군.”


비올레가 쏘아붙였다.

근엄한 얼굴을 하고 있던 페어리 여왕의 이마에 핏대가 섰다. 등 뒤로 얌전히 놓여있던 날개가 파르르 떨렸다.


“감히, 여왕님께 그게 무슨 말투냐!”

“아무리 우리를 도왔다 해도 그 이상이면 용서 할 수 없다!”

“용서? 감히 날파리들 주제에 내게 용서를 말 해!?”


드드드드……


비올레의 발치에서 새카만 어둠이 일렁였다.

지면이 춤 추듯 흔들렸다. 기겁한 페어리들이 여왕의 전면을 막아서며 무기를 뽑아 들었다. 중간에 낀 공주. 라일라시아는 어쩔 줄 몰라하며 양쪽을 번갈아 바라봤다.


“그만해요!”


화악-!!


그 순간, 세레인이 나섰다.

폭발하듯 신성력이 쏟아져 나왔다. 불붙은 종이에 물을 끼얹은 것처럼 비올레의 불꽃이 삽시간에 위세를 잃고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너……!”

“비올레, 당신은 이들에게 목적이 있어서 온 거 아닌가요? 이렇게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끝나도 좋아요?”

“으, 음.”

“그리고 당신. 페어리의 여왕이라는 건 알겠지만, 지금 대하는 태도는 영 마음에 들지 않는군요. 우리가 당신들을 구한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당신들도 알지 않나요? 이미 마법이 통하지 않아서 거처를 옮길 정도였으면, 최후 항전 정도로 생각하던 거 아닌가요?”

“……”


비올레와 여왕이 동시에 입을 닫았다.

씩씩 거리던 세레인이 쏟아낸 힘을 거두어들이고는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셨다. 이렇게 큰 소리 낸 것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았다. 가슴 언저리가 어쩐지 간지러웠다.


“페어리 여왕이시여. 그대들이 여단에 의해서 피해를 본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이들을 모두 죽여 버린다면, 그건 돌아 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일입니다. 차라리 이들을 풀어주고, 페어리의 건재함을 알리는 것이 좋습니다. 게다가 당신들을 괴롭히던 마법사는 이미 죽고 없는 상황. 또 다시 이렇게 공격이 들어온다 해도, 충분히 상대 할 수 있겠죠.”


상황이 잠시 가라앉자, 운페이가 냉큼 끼어들었다.


“하지만 그들은……”

“어머니. 이번에는 저들의 말을 따르는 것이 좋아 보여요. 일전에 저와 린 등을 구해 준 것도 있고, 신뢰 할 만 한 사람들이에요. 게다가 저항 할 수 없는 생명을 학살하는 것은 우리와 어울리지도 않아요.”

“너까지……으음.”


여왕이 입을 다문 채 생각에 빠졌다.

동시에 쓰러진 여단 병을 바라봤다. 몇 몇 은 눈을 부라리며 적의를 드러냈지만 상당수는 기세를 잃은 채, 축 늘어져 있었다.


“좋아. 이번에는 그대들의 말을 따르지.”

“현명한 선택입니다.”

“단! 저들에게 보여 줄 것이 있다.”

“……?”

“우리 페어리들을 우습게 여기고, 또 다시 쳐들어 온다면 어떤 대가를 받게 되는지. 그것을 톡톡히 알아야겠지.”


페어리 여왕이 명령을 내려서 여단병들을 한 곳으로 몰았다.

일행이 서 있는 골짜기 입구에서 조금 떨어진 장소. 일렬로 세우더니, 전방을 주시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보아라. 이것이 우리 선조가 남긴 위대한 힘이다.”


여왕이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붉은 빛 무리가 그 위에 맴돌았다. 불꽃이라기보다는 안개와 같은 것. 잠시 허공을 맴돌던 안개는 팟 하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졌다.


그리고 터져 나오는 거대한 불길.

페어리들이 머무르던 거처 앞, 거대한 암벽 중간에서부터 새빨간 불꽃이 솟구쳐 나왔다. 이는 삽시간에 골짜기 앞을 가득 메우고, 그 너머 평원까지 휩쓸어갔다. 불로 이루어진 해일.


위압적이고, 파괴적이며, 아름다웠다.

5분가량. 불꽃이 사그라져 연기로 화 할 때 까지 누구도 그것에서 눈을 떼지 못하였다.


“……용.”

“……”


눈을 부릅뜨던 여단 병들 조차 간신히 한 마디를 뱉었을 뿐이다.

여왕이 만족 한 듯 웃었다.



***



“그런데 왜 용의 숨결을 보고 선조가 남긴 힘이라 한 겁니까?”

“아, 그걸 모르고 있었군요. 페어리는 용의 후손입니다.”

“……네? 그게 정말인가요?”


상황이 대충 정리되고 나서, 일행은 페어리의 거처로 초대를 받았다. 비올레는 한시라도 빨리 정령왕에 대해서 묻고 싶어 했지만, 채근하기는 힘들었다. 라일라시아가 일행을 맡아 안내하고, 잠시 휴식을 가졌다.


“용은 본래 정령이었습니다. 물질계를 보고 그것에 현혹 된 소수의 존재가 스스로를 버림으로서 태어나게 된 것이죠. 그 출발이 동방제국의 한 지역이었다는 것 때문에, 지금에서도 그들의 명칭을 따르고 있는 거죠.”

“용이 정령이었다니. 하지만 고문에서 전해지는 그들의 외모는 당신들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거 같은데요.”

“적응의 일환이죠. 처음 이 세계에 적응한 용들은 강대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죠. 그 중 하나가 바로 자손을 잇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비올레가 귀를 쫑긋하며 이야기에 관심을 보였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용은 천 년을 살아 단 하나의 자손을 보기도 힘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들은 굉장히 힘들어 했다고 해요. 물질계를 염원하여 내려온 이들 만큼, 종족을 번식시키는 것에 큰 열망을 가진 거죠.”


운페이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전승으로 전해지는 이야기. 태양왕 고르돈의 일화가 사실이라면 용이 그토록 분노 한 것도 이해가 됐다. 천 년에 하나 가지기 힘든 아이가 인간과 사랑에 빠진다면 당연히 분노 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태어난 것이 저희 페어리에요. 어느 위대한 용이 자신의 힘을 모두 모아서 초대 페어리를 탄생시켰다고 해요. 그 뒤로는 지금처럼 쭉 이어져 오고 있는 거죠.”

“그렇다면 조금 이상하네요. 페어리는 반 정령 상태잖아요. 용이 물질계를 탐해서 내려온 존재라면 왜 자손을 그런 형태로 만들었을까요?”


세레인이 슬쩍 끼어들었다.


“그것은……”

“정령왕께서 우리를 도운 것이지.”

“아, 어머니.”


그때 여왕이 안으로 들어왔다.

호위 둘이 방 앞에 서고, 남은 둘이 그녀가 앉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공주는 딱히 권위적인 모습이 안 보였는데, 그녀는 상당히 아랫사람 부리는 걸 좋아하는 듯했다.


“정령왕이 도왔다고?”

“당연한 일이지. 아무리 물질계를 탐해서 본래의 존재를 탈피한 것이 용이라 해도 정령들이 이를 완전히 무시 한 건 아니니까. 특히, 이들을 안타깝게 여기던 분이 있었다.”

“그 분이 정령왕이라 이겁니까?”

“용의 육체에 정령왕의 힘을 더한 것이지. 그게 우리 페어리의 탄생이다. 즉, 우리는 초월적 존재 둘의 결실이라 볼 수 있다. 혼돈의 씨앗인 인간과는 그 출발이 다르지.”


여왕이 턱을 든 채 일행을 바라봤다.

침착한 운페이 조차 살짝 울컥했을 정도다. 꽤 종족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 한 거 같다.


“흥. 그런 것 치고는 남은 숫자도 얼마 안 되지 않나?”

“너. 손님으로 여기는 것은 한 번 뿐이다. 또 다시 그따위 말을 하면 적으로 간주하겠다.”

“적으로 간주 하겠다? 킥. 얼마든지 받아 줄 수 있는데?”

“비올레. 그만. 자꾸 그러면 나 진짜로 화낸다.”

“……쳇.”


비올레가 고개를 모로 돌렸다.

운페이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평소보다 더 까칠하고 반응이 거센 것은 권능을 강하게 사용 한 후유증이다. 예전에도 나온 바 있듯이 그녀는 운페이에게 맞추기 위해서 스스로를 여러 갈래로 나뉘어서 조절하고 있다. 그런 것이 권능의 발현과 함께, 본래의 성정이 크게 두드러진 것이다. 곁에 운페이가 없다면, 어떤 일이 벌어 질지는 아무도 장담을 하지 못한다.


“그보다 말이 나온 김에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흠. 뭐지?”

“이 세계에 남은 마지막 정령왕. 그 분을 만나고 싶습니다.”

“무슨 헛소리지? 이 세계에는 더 이상 정령왕이……”

“페이에게 듣고 왔습니다. 사정이 있어서 그러니, 그분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여왕이 미간을 좁힌 채 입을 닫았다.

잘근. 입술을 가볍게 씹은 뒤, 주변에 있는 호위들을 밖으로 나가게 했다. 그들은 머뭇거리며 망설였지만, 여왕이 강하게 명령하자 어쩔 수 없이 전부 물러났다.


탁. 방문이 닫히고, 안에는 페어리 여왕과 공주. 그리고 일행 밖에는 남지 않았다.


“페이, 그 영감이 노망이 난 거군.”

“제가 부탁한 겁니다.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그보다, 그 분은 대체 왜 만나려는 거지?”

“……혼종에 대해서 묻고자 합니다.”

“혼종? 아……그렇군.”


그녀가 비올레와 운페이를 번갈아 바라 본 뒤, 고개를 끄덕였다.

한 쪽은 인간. 다른 한 쪽은 뱀파이어. 여왕이 조금 독선적인 면모가 있기는 하지만 그 지위에 못 미치는 능력을 가진 건 아니다. 단번에 어떤 사이인지 알아봤다.


“펜. 그 아이 때문이군.”

“당신도 알고 있습니까?”

“당연하지. 어릴 적에는 이곳에서 생활을 했으니까.”


비올레가 고개를 다시 돌려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뒤숭숭하지만, 지금 들려오는 이야기는 그 어떤 것보다 그녀에게 중요했다.


“그렇다면 펜을 주워 온 것이 정말로 정령왕이 맞는 거군요.”

“그것에 대해서는 나도 정확하게 말하기 힘들어. 펜이 그분의 신전에서 발견 된 것은 맞지만……사실 그분과 대화하는 것은 이제 힘들거든.”

“힘들다고요?”

“그분은 이 세계에 너무 오랫동안 머물러 계셨어. 우리와 비슷한 상태를 유지하며 존속해 오기는 했으나, 그것도 힘에 부치는 거지. 아마 얼마 안 있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게 될 거야.”


비올레의 표정이 다급하게 변했다.

불쑥 얼굴을 내밀고는 거칠게 물었다.


“어디서 만날 수 있지? 어떻게 해야 만날 수 있는 거야?”

“……그분의 신전으로 가는 길을 알려주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방금 전에도 말 했듯이 그분과 대화하는 건 어려워. 물질계에 머물러 있기에는 너무 기운이 쇄하셨거든.”

“방법은 없는 겁니까?”


운페이가 거들었다.

여왕이 조금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어느 한 부분을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무언가 떠오른 표정.


“한 가지 방법이 있을 것도 같아.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상관없습니다. 방법이 있다면 부디 알려 주시기를.”

“어렵다 아니다의 문제가 아니야. 사실 저 아이가 아니었다면 이 방법조차 떠오르지 않았을 테니까.”


여왕이 손을 들어 한 사람을 가리켰다.


“저, 저요?”


그건 바로 세세이였다.

그녀는 깜짝 놀라 자신을 손으로 가리키며 눈을 깜빡였다.


“저 소녀는 드루이드지?”

“네. 맞습니다만……”

“현재, 그분이 머무르는 신전은 [테오 사막] 중앙에 있어. 내가 주는 물건을 가지고 찾아간다면 어렵지 않게 들어 갈 수 있을 거다.”

“그것과 세세이가 무슨 관계인 거죠?”

“드루이드잖아. 기원제를 지낼 수 있다면 잠시 정도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거야.”


기원제는 드루이드들이 숲에 기도를 하여, 그 생기를 북돋는 일련의 행위다. 정확히 어떤 힘에 의해서 그것이 가능한지는 전해지지 않지만, 일종의 권능과 같이 치부되고 있었다.


“기원제? 세세이. 무슨 얘기인 지 알아?”

“드, 들어 본 적은 있어요. 하지만 저는 아직 그걸 어떻게 하는지 모르는걸요?”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 생명을 불어넣는 거라면 이곳에 사제도 있는데.”

“사제의 능력으로는 소용없어. 대지모신이 만물에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숲에 관해서라면 그리니모의 영역이야.”

“그리니모?”

“아! 그건 알아요. 숲의 신이라고……모시는 제단도 있었어요.”


세세이가 기억이 난 듯 말했다.

숲의 신. 드루이드들이 모시는 존재다. 지금에야 드루이드 자체의 숫자도 급격히 줄어들었고, 아는 이도 거의 없지만, 한때는 풍요를 기원하는 의미에서 강한 의미를 지닌 바 있었다.


“잠깐만. 숲의 신에게 기원을 드리는 행위가 어째서 정령왕과 대화를 하게 해 주는 거지?”

“크흠.”

“숲……그렇군.”


운페이가 가볍게 손뼉을 쳤다.

정령왕의 신전이 사막에 있다고 할 때부터 무언가 이상하다 생각했었다. 비올레가 기원제에 대해서 걸고넘어지자, 한 번에 이해가 되었다.


“물질계에 남아있기 위해서, 주변 숲의 생기를 빨아들인 거로군.”

“……”

“그래서 사막화가 진행 된 거고. 기원제를 해서 숲의 생기가 조금이라도 살아나면, 다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얘기인가?”


여왕이 한참이나 입술을 오물거리다,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페어리들 중 상당수는 숲에서 사는 것으로 아는데. 선조 격인 정령왕 치고는 이상한 일이군요.”

“그분의 행동에 대해서는 솔직히 나도 무어라 할 말이 없다. 아마도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이제 그 힘이 다했다는 건 전부 사실이다. 숲의 생명력을 살려 낼 방법이 없다면 대화 하는 것도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저는……”


세세이가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는 기원제를 할 줄 모른다. 그것을 배우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으니까. 비올레와 운페이를 보기가 힘들었다. 도움이 되어 주고 싶은데,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마음이 아팠다.


“너무 미안해 할 거 없어.”

“운페이……”


운페이가 그녀를 다독였다.

어린 나이에 고향에서 납치 되어 온 그녀를 타박해서 뭐가 나오겠는가. 어쩌지 못하고 썩은 표정을 짓고 있는 비올레도 손으로 잡아당기며 위로했다.


“남편……”

“일단 찾아가보자. 무언가 방법이 있겠지. 혹시 알아, 세세이의 고향이라도 찾을 지. 드루이드들의 힘을 비릴면 기원제는 문제도 아니잖아.”


사막에서 드루이드찾기.

터무니없이 힘든 일임은 알지만, 그렇게밖에는 말 할 수 없었다. 비올레가 울 것 같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다,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내가 해결해 줄 게. 믿으라고.”


운페이가 그녀의 등을 쓸어내리며 다독였다.

믿으라고. 그녀의 마음을 자신이 믿듯, 믿어 달라고.


머쓱해진 여왕이 헛기침 할 때까지 두 사람은 그렇게 붙어 있었다.


작가의말

가랏 세세이! 네가 주인공이다!


작중에서 용과 드래곤은 다릅니다.

용은 동방제국에서 탄생한 정령의 한 갈래. 드래곤은 그냥 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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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Chapter 15. 변화 +7 14.09.07 2,959 111 14쪽
112 Chapter 15. 변화 +9 14.09.06 3,058 121 13쪽
111 Chapter 14. 부서지는 흐름 +5 14.09.04 3,247 123 12쪽
110 Chapter 14. 부서지는 흐름 +8 14.09.02 3,214 12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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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Chapter 11. 잉그니트 +9 14.07.13 4,028 153 12쪽
79 Chapter 11. 잉그니트 +7 14.07.12 4,247 147 14쪽
78 Chapter 11. 잉그니트 +6 14.07.10 4,248 159 11쪽
77 Chapter 11. 잉그니트 +7 14.07.08 4,314 157 13쪽
76 Chapter 11. 잉그니트 +9 14.07.06 4,565 169 12쪽
75 Chapter 11. 잉그니트 +8 14.07.05 4,205 148 11쪽
74 Chapter 11. 잉그니트 +4 14.07.03 4,346 148 13쪽
73 Chapter 10. 구르단 +10 14.07.01 4,552 159 12쪽
72 Chapter 10. 구르단 +10 14.06.29 4,701 160 12쪽
71 Chapter 10. 구르단 +11 14.06.28 4,605 171 12쪽
70 Chapter 10. 구르단 +18 14.06.26 4,567 177 13쪽
69 Chapter 10. 구르단 +11 14.06.24 5,052 165 12쪽
68 Chapter 10. 생티넘 +6 14.06.22 5,050 180 13쪽
67 Chapter 10. 생티넘 +10 14.06.21 5,134 162 14쪽
66 Chapter 10. 생티넘 +8 14.06.19 5,258 181 15쪽
65 Chapter 10. 생티넘 +11 14.06.17 5,265 189 13쪽
64 Chapter 10. 생티넘 +6 14.06.15 5,439 174 14쪽
» Chapter 10. 가는 날이 장날 +6 14.06.14 6,058 187 17쪽
62 Chapter 10. 가는 날이 장날 +10 14.06.12 6,435 339 11쪽
61 Chapter 10. 가는 날이 장날 +7 14.06.10 6,337 189 14쪽
60 Chapter 10. 가는 날이 장날 +6 14.06.08 6,468 207 13쪽
59 Chapter 10. 가는 날이 장날 +12 14.06.07 6,803 211 13쪽
58 Chapter 10. 가는 날이 장날 +11 14.06.05 7,714 374 13쪽
57 Chapter 9. 생츄어리 +14 14.06.03 7,046 212 12쪽
56 Chapter 9. 생츄어리 +8 14.06.01 7,094 204 14쪽
55 Chapter 9. 생츄어리 +12 14.05.31 7,662 233 13쪽
54 Chapter 9. 생츄어리 +7 14.05.29 6,766 250 13쪽
53 Chapter 9. 생츄어리 +11 14.05.27 7,327 217 11쪽
52 Chapter 9. 생츄어리 +9 14.05.25 7,787 214 13쪽
51 Chapter 8. 통곡의 벽 +8 14.05.24 7,881 223 14쪽
50 Chapter 8. 통곡의 벽 +16 14.05.22 7,697 242 12쪽
49 Chapter 8. 통곡의 벽 +14 14.05.20 7,553 229 13쪽
48 Chapter 8. 통곡의 벽 +11 14.05.18 7,593 214 13쪽
47 Chapter 8. 통곡의 벽 +15 14.05.17 7,864 247 14쪽
46 Chapter 8. 통곡의 벽 +21 14.05.15 8,032 271 21쪽
45 Chapter 8. 통곡의 벽 +16 14.05.13 8,232 271 13쪽
44 Chapter 8. 통곡의 벽 +13 14.05.11 8,938 265 12쪽
43 Chapter 7. 명탐정 젠킨 +13 14.05.10 8,605 274 12쪽
42 Chapter 7. 명탐정 젠킨 +14 14.05.08 9,069 275 12쪽
41 Chapter 7. 명탐정 젠킨 +10 14.05.06 9,495 280 12쪽
40 Chapter 7. 명탐정 젠킨 +11 14.05.04 10,020 278 12쪽
39 Chapter 7. 명탐정 젠킨 +9 14.05.03 9,722 266 13쪽
38 Chapter 6. 소녀와 소녀. 그리고 +16 14.05.01 10,433 314 11쪽
37 Chapter 6. 소녀와 소녀. 그리고 +24 14.04.29 10,014 325 11쪽
36 Chapter 6. 소녀와 소녀. 그리고 +11 14.04.28 11,305 371 11쪽
35 Chapter 6. 소녀와 소녀. 그리고 +19 14.04.26 11,135 344 11쪽
34 Chapter 6. 소녀와 소녀. 그리고 +21 14.04.24 10,726 352 8쪽
33 Chapter 6. 소녀와 소녀. 그리고 +17 14.04.22 11,992 377 8쪽
32 Chapter 5. 빛 속에 어둠이. 어둠 속에 빛이. +20 14.04.20 11,969 371 9쪽
31 Chapter 5. 빛 속에 어둠이. 어둠 속에 빛이. +10 14.04.18 12,173 332 8쪽
30 Chapter 5. 빛 속에 어둠이. 어둠 속에 빛이. +13 14.04.17 12,329 383 9쪽
29 Chapter 5. 빛 속에 어둠이. 어둠 속에 빛이. +17 14.04.14 11,607 365 9쪽
28 Chapter 5. 빛 속에 어둠이. 어둠 속에 빛이. +9 14.04.13 11,523 352 8쪽
27 Chapter 5. 빛 속에 어둠이. 어둠 속에 빛이. +14 14.04.12 13,069 340 10쪽
26 Chapter 4. 성기사 +23 14.04.11 12,748 418 11쪽
25 Chapter 4. 성기사 +8 14.04.11 12,688 38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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