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Prologue
“당신은 이 사람을 평생 동안 사랑하며 아낄 것을 맹세합니까?”
낡아 빠진 흙색 로브를 뒤집어 쓴 해골이 물었다.
목뼈 앞으로는 나비넥타이를 메고 있었다. 말 한 마디를 할 때마다 팔랑팔랑 흔들렸다. 하관도 온전치 못한 주제에 발음은 제법 또렷했다.
“맹세합니다. 저는 평생 동안 그녀를 아끼고 사랑할 겁니다.”
한 남자가 답했다.
큰 키에 다부진 체격. 어깨 너머로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이 인상적이었다.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정성이 넘치고 있었다.
앞서 말 했던 해골이 흐뭇한 듯 웃었다.
입이 있는 곳이 달그락 거리며 올라갔으니, 아마도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크흠! 로드께서도 이분을 맞이하여 평생 동안 사랑하며 아낄 것을 맹세하십니까?”
조금은 정중한 어조로 해골이 다시 물었다.
남자의 맞은편에 선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 눈에 검은 머리카락. 밤의 한 부분을 잘라서 담은 듯, 침잠하는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외모는, 밤하늘에 뜬 달빛조차 견주기를 꺼려 할 만큼 아름다웠다. 밤의 여왕. 이름을 붙이자면, 그 정도가 어울릴 것 같았다.
“맹세한다.”
그녀가 짧게 답했다.
시선은 마주 한 남성에게 향했다. 무겁고 서늘한 인상과는 달리, 그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마주보는 남성 역시 마찬가지.
짙은 미소를 얼굴 한 가득 띄우고는 여성에게 사랑스러운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누가 봐도 사랑하는 한 쌍.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이 공간 위에서 두 남녀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를 중재하는 존재가 낡은 로브를 뒤집어 쓴 해골이라는 점은 매우 아쉬웠지만.
“그럼, 맹세의 증표로 입맞춤을 하겠습니다.”
해골의 선언에 두 사람이 조금씩 가까워졌다.
이미 둘에게 다른 존재는 안중에서 사라진 지 오래. 서로만을 눈동자 안에 담은 채,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술이 맞닿았다.
맹세의 입맞춤.
하늘로 마신 [우르디오스]를 두고, 땅으로는 대지 모신 [이르미아]를 의지한다. 세계를 감싸는 운명의 고리에 두 사람의 연을 끼워 넣으니, 이것은 존재가 부서져 혼돈으로 돌아설 때 까지 이어지는 맹약.
카드리안 력 178년.
한 쌍의 부부가 탄생했다.
- 작가의말
기웃기웃.
오랜만입니다. 비 정규 연재를 통해서라도 탬포를 찾아볼까 합니다^^;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