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S급 탑의 청소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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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존법사
작품등록일 :
2020.03.28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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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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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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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층의 청소부다

DUMMY

위기는 생각보다 빠르게 찾아왔다.

탑을 찾아가자마자 대걸레가 나를 1층으로 이끈 것이다.

1층이 어딘가.

가장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위로 올라가는 게이트도, 모임 장소도, 각성을 돕는 성물도 1층에 자리했다.

즉, 탑을 오고 가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탑의 1층을 거쳐 갔다.


‘오늘 들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차라리 다행일지도 몰랐다.

거짓은 은폐할수록 배로 불어나고, 매는 빨리 맞는 게 낫다고 하니까.

그러나 역시 긴장됐다.

숨을 들이켜자 대걸레가 나를 툭툭 건드려댔다.


“어이, 왜 그러냐. 정신 차려.”

“······긴장돼서 그럽니다.”

“긴장? 아하, 세상에 네 위용을 보이는 것이 고대 되는 모양이지.”

“······.”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그는 대걸레이기 때문인지 청소에 지나치게 심취한 모습을 보였다.


‘청소부에게 위용은 무슨.’


지나가던 개도 비웃을 말이었다.

헛숨을 삼킨 나는 대걸레를 단단히 손에 쥐었다.

그러자 그가 걸레 사이에 숨겨진 눈을 반짝 빛내며, 흥분한 어린아이처럼 떠들었다.


“정말이지 오랜만이군. 정말이지 오랜만이야! 크하하핫.”


······부디 1층에선 입을 다물어 주었으면 싶었다.


***


청 멜빵 작업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1층으로 올라왔다.

내가 올라서자마자 시끄럽던 1층이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나 또한 그들을 응시했다.

팽팽한 침묵 속에서 수백의 시선이 날아들었다.

군중 속에 홀로 선 나는 잇새를 악물었다.


‘기죽지 않을 테다.’


청소는 평생 해야 할 일이었다.

생업으로 삼아야 한다면 자긍심을 갖고 임할 터였다.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대걸레를 잡았다.

그러자 대걸레가 신이 난 표정으로 떠들었다.


“좋다! 꼬맹아, 그 기개다! 어서 더럽혀진 바닥을 쓸고 닦아라!”


그 순간 지척에서 풋,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정적이 깨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사위의 모두가 그럼 그렇지란 표정으로 나를 흘깃거렸다.

개 중에는 내 동기, 은규도 있었다.

그는 내내 내겐 말도 걸지 않고 구석에 박혀 한참을 응시하더니, 이제는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비아냥댔다.


“청소부? 내 귀가 잘못됐나?”


그러나 나는 상대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바닥을 쓸 뿐이었다.

그러자 은규가 보란 듯 걸레를 밟았다. 아니, 밟으려 했다.

은규의 행적을 눈치챈 대걸레가 크게 노하지 않았다면.


“예끼-! 이 눔!”

“······무, 뭐야.”

“감히 청소부의 대걸레를 밟으려 해!”


그가 크게 화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잡일로 단련된 근육으로 버티기 힘들 정도의 힘에 몸이 크게 휘청였다.

사건이 발생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어?”


대걸레가 크게 휘둘러지며 은규의 안면을 강타했다.

어젯밤 깨끗하게 빨아 제법 투명한 물이 은규의 머리에서 뚝뚝 흘러내렸다.

그러나 대걸레는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호통쳤다.


“버릇없는 놈! 하여간 요즘 것들은! 노인 공경도! 할 줄 모르지!”

“이······이게 뭐야!”

“뭐긴! 대걸레다! 눈이 삐었냐!”


사태를 파악한 나는 황급히 대걸레를 회수했다.

날뛰는 그를 잡아채는 것은 영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필사적으로 막아섰다.


“아! 제발 좀 그만하십시오!”

“버릇없는 놈은 혼을 내야 하는 법!”

“그만 좀 하시라고요!”


버럭, 외치자 그제야 대걸레가 행동을 멈추었다.

그러나 대걸레는 여전히 분기를 감출 수 없는지 씩씩대며 물었다.


“왜 그만두라는 거지?”


그가 서늘한 시선으로 응시했다.

하지만 나는 무어라 말을 할 수 없었다.

이미 은규의 주변으로 그의 길드원이 모여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탑에선 힘이 곧 법이었다.

강한 헌터가 약한 헌터를 살육하는 데 아무런 제제도 없었다.

때문에 십여 년 전에 한 번, 한 헌터가 수백의 헌터를 죽여버린 적이 있단다.

살육의 이유는 단순했다.


‘약한 것들이 귀찮게 해서.’


그 헌터는 다른 상위 헌터들의 협공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후에도 이러한 일이 벌어질 것은 자명했다.

그 뒤로 탑의 헌터들은 길드를 만들었다.


탑에서 길드는 곧 법이었다.

그들은 약한 길드원을 보호하고 길드끼리의 규약을 만듦으로써 탑을 사람이 살만한 곳으로 만들었다.

때문에 헌터 길드뿐 아니라 상인 길드, 대장장이 길드 등 수많은 길드가 존재했다.

상대적으로 전투력이 부족한 이들 또한 생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개 중 단 한 명, 길드에 들지 못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나였다.

즉, 지금 날 보호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뜻이다.


‘이거 큰일 났군.’


나는 곤란한 표정으로 주변을 훑었다.

지금은 고작 대여섯의 길드원이 모여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었다간 더 큰 일이 벌어질 것이 자명했다.


‘은규 녀석이 랭커만 아니었어도.’


340위 랭커면 길드에서도 소중한 자원이었다.

은규를 위해서라도 내게 과한 처벌을 내리고도 남는단 뜻이다.

당장 지금만 봐도 그랬다.

저들은 날 찢어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위협스레 응시하는 그들을 바라보다가, 곧장 고개를 숙였다.

그러곤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죄송합니다!”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1층에 울려 퍼졌다.

수치심에 이가 갈렸으나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자존심 따위 언제든 짓밟을 수 있었다.

그게 나, 규태민의 삶이었으니까.

침묵 끝에 위에서 느릿한 탄성이 터졌다.


“······와, 규태민.”

“······.”

“나는 네가 죽고 싶어 이러는 줄 알았지.”

“미안하다, 은규야.”

“미안해? 하, 얘 지금 뭐라냐.”

“미안하다는데.”

“그치? 내가 귀가 먼 게 아니었지?”


비아냥거림도 비웃음도 모두 참을 수 있었다.

차라리 이런 식으로 신고식을 치르고, 조용히 청소부 일을 할 수 있으면 천만다행이었다.

그러나 내 바람은 헛되이 무너졌다.


“우리 길드 법에 그런 말이 있어. 받은 건 열 배로 돌려주라고.”

“미안해. 내가 세탁비랑,”

“세탁비? 내가 지금 거지로 보여?”


은규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얼결에 고개가 들린 나는 무심코 주변을 훑었다.

어느새 1층에 수십의 사람이 몰렸다.

그들 중 누구 한 명도 나를 위해 나서지 않았다.

입만 산 대걸레조차 다른 길드원에게 포박된 채였다.


‘큰일 났군.’


상황을 파악한 나는 최대한 비굴한 표정을 지었다.


“정말 미안. 노망난 대걸레라 그래. 앞으로 내가 너 시키는 거 전부 다 할게.”

“전부? 각오는 대단한 데 너따위 도움이 필요할 리가 있나.”


은규가 히죽거리며 웃었다.

그러는 중에도 대걸레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누가 노망났다는 거냐!”


도움도 안 되는 대걸레 같으니.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애걸했다.


“한 번만 봐줘. 우리 동기잖아.”

“동기? 너 진짜 정신 못 차렸네. 너 따위가 어딜······아, 준비됐어?”


은규가 길드원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나 또한 그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그곳엔 거대한 물바가지가 있었다.

그 위로 언뜻 보기에도 유해해 보이는 초록색 독물이 떨어졌다.

독물이 물에 닿자마자 선뜩한 연기가 피어올랐다.


“저게 무슨······.”


아무리 그래도 이건 심하지 않나.

하지만 그건 내 생각뿐이었나 보다.

다른 이들은 도리어 앞으로 내게 벌어질 일을 기대한다는 듯,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우리를 응시했다.

나는 말을 삼켰다.

무얼 해도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으리란 좌절감이 온몸을 휘감았다.

고개를 떨구려는 차, 은규가 내 정강이를 쳤다.


“윽!”


돌바닥에 사정없이 부딪힌 무릎이 통증을 호소했다.

그러나 엄살을 부릴 틈은 없었다.

은규가 내 앞에 마주 앉으며 중얼거렸다.


“쓸데없이 잘나기만 한 낯짝이 마음에 안 들던 차인데 잘됐네.”


그는 행동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곳에 모인 이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 독물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반병신이 될 것은 분명해 보였다.

나는 포기한 채 눈을 질끈 감아 내렸다.


‘끝이다.’


라고 생각한 순간, 눈앞에 탑의 메시지가 보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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