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 전쟁(惡魔 戰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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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고기씨
작품등록일 :
2020.03.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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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16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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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2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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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 더 빅(The Big) 짐머 휴즈 3

DUMMY

짐머의 오두막을 둘러싼 풀밭에 십여 개의 모닥불이 지펴졌다. 센드랜 병사들이 피운 모닥불이었다. 병사들은 10 ~ 20여 명 단위로 모닥불 주변에 모여 추위를 달랬다.


짐머의 작은 오두막도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짐머와 이든, 앤드류, 셀리나, 그리고 중대장급 장교들이었다.


짐머와 셀리나가 마주 보고 의자에 앉아 있었고 나머지는 둘을 둘러싸고 벽이나 탁자에 기대어 섰다. 셀리나가 말했다.


“더 빅(The Big), 짐머 휴즈··· 여기서 당신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나를 알고 있다니 영광이로군.”


셀리나는 짐머를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웨스트랜의 기병 대장 한스 짐머. ‘더 빅’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했다. 플레이튼 대륙의 군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이었다.


짐머는 특히 엄청난 완력과 전투력으로 유명했다. 곰을 맨손으로 때려잡았다거나 산적 20여 명을 단신으로 해치웠다는 이야기들이 떠돌았다.


셀리나는 그가 싸우는 모습을 직접 본일이 있었다. 4년 전 있었던 페루스족과의 대전쟁 중 라타평원 전투에서였다.


셀리나의 별동대가 노드지역에서 넘어오던 페루스족 보급대를 차단한 후 페루스족은 궁지에 몰렸다. 보급이 끊긴 그들은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 모든 전력을 모아 라타 평원에 주둔하고 있던 연합군을 급습했다. 전투 초기 연합군은 크게 밀리며 패배의 위기에 빠졌다.


그 싸움에서 연합군을 구해낸 것이 짐머였다.


두 자루 커다란 도끼를 양손으로 휘두르며 미친 듯이 적군을 해치우는 그의 모습은 한 마리의 분노한 야수 그 자체였다. 거칠고 강인한 페루스족 전사들이 마치 어린아이 마냥 튕겨져 나갔다. 셀리나는 후에 짐머가 그날 전투에서 아들을 잃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분노한 그의 분전으로 페루스족의 진형에 균열이 생겼고 연합군은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더 빅’이라는 별명은 그 때 생겼다. 플레이튼 대륙 최고의 명장이 한니발 무어라는 데는 누구나 동의했지만 1:1 전투에서는 ‘더 빅’이 더 강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셀리나는 라타 평원 전투 전까지 그것이 말도 안 되는 헛소리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의 싸움을 직접 목격한 이후에는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 만나 뵙게 돼서 제가 영광입니다.”


셀리나는 짐머에게 예의를 갖췄다. 짐머는 민망한지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별말씀을···”


“그리고···”


셀리나는 말을 이었다.


“장작과 쉴 곳을 내어주신 것에도 큰 감사를 드립니다.”


짐머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허허, 뭐 이 들판이 다 내 것도 아니고···그리고 내가 주지 않겠다고 하면 그냥 물러설 생각이었나? 저 녀석은 아주 내 목을 노리고 들어오던데 말이야.”


짐머가 앤드류를 처다보면서 말했다. 앤드류가 뒷머리를 긁으며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곰인 줄 알고···”


셀리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짐머 휴즈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의문에 대답을 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전쟁 중인 적국의 기병 대장이었던 사람이다. 과연 그가 어디까지 대답을 해줄 것인지, 그리고 그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 것인지···


잠시의 침묵이 지나고, 셀리나가 입을 열었다.


“내키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몇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녀는 얼굴에 불안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남은 병사들의 최고 지휘관이라는 사실을 잘 자각하고 있었다.


할 일을 해야 한다. 지금은 그것뿐이었다.


“말해 줄 수 있는 것이라면 말해주지.”


짐머는 의외로 순순히 대답했다. 그녀는 가장 궁금했던 것부터 물었다.


“오늘 아침 전투에서, 거인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것들과 마주쳤습니다. 키가 사람의 두 배는 되고··· 무서울 정도로 강하고 마치 이 세상의 존재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혹시 그것들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오거(Ogre)다.”


“오거?”

짐머는 오두막 안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


“지금부터 하는 얘기는 좀 길어질 수 있다. 괜찮겠나?”


셀리나가 대답했다.


“괜찮습니다. 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짐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그건, 바이칼이 소환한 악마들이다. 이계(異界)의 것들이지”


전혀 의외의 말에 모두들 멍한 표정이 되었다. 짐머는 차분히, 2년 전 웨스트랜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2년 전, 웨스트랜의 수도 시니스트람.


1년 전부터 시름시름 앓기 시작한 앨리사 홀리 공주의 병세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었다. 그녀는 벌써 일주일째 침대 밖으로 단 한걸음도 걸어 나오지 못했다. 음식을 입에 대지 못한지도 이틀이나 되었다.


아들레드 국왕이 백방으로 수소문해 의사를 데려왔지만 모두 허사였다. 플레이튼 대륙 최고의 명의라고 소문난 이들도 앨리사 공주의 병을 고치지 못했다. 고치기는커녕 공주가 아픈 원인조차 알아내지 못했다.


짙은 구름이 잔뜩 낀 어두운 날이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처럼 공기가 무거웠다. 궁안의 모든 이들이 침울했다.


모두가 공주에게 죽음의 때가 멀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눈조차 뜨지 못하고 누워만 있었다. 그녀의 방에는 언제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가는 숨소리만이 조용히 이어졌다.


“폐하.”


아들레드 국왕은 이제 자포자기 상태였다. 그저 공주의 침대 옆에 앉아 눈을 감고 조용히 기도할 뿐이었다. 그를 가장 가까이서 보필하는 수석 시중이 뒤에서 그를 불렀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폐하.”


시중이 조금 더 소리를 높여 아들레드 국왕을 불렀다. 아들레드는 그제야 눈을 뜨고 대답했다.


“무슨 일인가···”


“폐하를 뵙고자 하는 이가 있습니다.”


아들레드는 낮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은 앨리사와··· 조용히 함께 하고싶다.··· 내가 얘기할 때까지 아무 일도 내게 고하지 말라.”


시중은 물러서지 않았다.


“폐하, 부디 한 번만 만나 보시옵소서··· 며칠 전부터 거리에서 사람들의 병을 고치고 있는 자이옵니다. 사람들이 기적이라고 부르며 뒤를 따르고 있습니다. 그 자가 폐하 뵙기를 청하고 있나이다.”


아들레드는 고개를 들고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이윽고 시중을 돌아보고 말했다.


“기적이라고 했느냐, 여태까지 몇 명이나 기적의 의술을 가지고 있다는 자를 만나보았는지 아느냐? 마지막 순간에, 내가 앨리사의 곁을 비울 가치가 있는 자라고 확신하느냐?”


그의 말에는 꾹꾹 눌러담은 분노가 어려 있었다.


“송구하오나··· 성 앞에 그가 병을 고친 백성들이 그와 함께 몰려와 폐하를 만나 뵙기를 청하고 있나이다. 부디 한번 만나보시옵소서.”


아들레드는 잠시 앨리사를 내려다보았다.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마른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이 창백했다. 숨소리는 여전히 가늘었지만 그나마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그래,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아봐야겠지.'


“그를 알현실로 들게 하라.”


아들레드는 빠른 걸음으로 앨리사의 방을 빠져나갔다.






아들레드 국왕이 알현실에 도착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3명의 사람이 입구에 모습을 나타냈다.


키가 훤칠하게 큰 마른 남자 한 명과 땅딸한 남자 한 명, 그리고 눈을 감고 있는 여인 한 명이었다. 그들은 시중의 인도를 받아 알현실 입구에서 아들레드 국왕의 왕좌 앞까지 걸어 들어왔다.


아들레드 국왕은 왕좌에 앉아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폈다.


기적을 행한다는 자는 아무래도 가운데 있는 키 큰 남자인 듯했다.


먼 곳을 응시하는 듯한 연한 갈색 눈동자와 볼이 움푹 패인 마른 얼굴이 구도자의 느낌을 물씬 풍겼다. 진한 검은색 머리칼은 어깨까지 길어 차분히 내려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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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57화 – 검은 암살자 2 20.09.13 26 0 11쪽
56 56화 – 검은 암살자 1 20.09.09 22 0 11쪽
55 55화 – 에이럼 원정 7 20.09.06 24 0 11쪽
54 54화 – 에이럼 원정 6 20.09.01 25 0 10쪽
53 53화 – 에이럼 원정 5 20.08.26 41 0 11쪽
52 52화 – 에이럼 원정 4 20.08.23 25 0 13쪽
51 51화 – 에이럼 원정 3 20.08.19 25 0 10쪽
50 50화 – 에이럼 원정 2 20.08.16 35 0 10쪽
49 49화 – 에이럼 원정 1 20.08.12 36 1 12쪽
48 48화 – 여행에 필요한 것 3 20.08.09 38 0 10쪽
47 47화 – 여행에 필요한 것 2 20.08.05 74 0 11쪽
46 46화 – 여행에 필요한 것 1 20.08.02 38 0 10쪽
45 45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2 20.07.29 36 0 10쪽
44 44화 - 벨디무스의 파멸의 서 1 20.07.26 48 0 10쪽
43 43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3 20.07.22 41 2 10쪽
42 42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2 20.07.19 49 2 12쪽
41 41화 - 나 대신 약속을 지켜줘 1 20.07.15 45 1 10쪽
40 40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5 20.07.12 53 0 13쪽
39 39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4 20.07.08 48 1 9쪽
38 38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3 20.07.05 46 1 10쪽
37 37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2 20.07.01 50 1 9쪽
36 36화 - 지옥으로부터의 습격 1 20.06.28 59 1 11쪽
35 35화 - 불타는 광산 2 20.06.24 48 0 13쪽
34 34화 - 불타는 광산 1 20.06.21 53 0 10쪽
33 33화 - 검사 한 2 20.06.17 55 0 9쪽
32 32화 - 검사 한 1 20.06.14 58 0 9쪽
31 31화 - 세튼신의 성녀 3 20.06.10 54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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