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층 인생 8화
재배수 또한 대부분의 시간은
마을로 내려가서 다른 건물의 건설작업을 하며
일당을 받아가며 돈을 모았고 그 돈으로
달팽이를 사육하는데 필요한 물건을 사며 지냈다.
"오늘은 마을에서 사온 당근 비슷한 식물인데
한번 먹어볼래?"
일이 끝난 재배수는 황급히 마을 시장에서
NPC가 파는 당근 비슷한 식물을 하나 구입해서는
자신의 토지로 돌아왔다.
당근을 입으로 받은 검정 달팽이는 뭔가 마치
개 마냥 냄새를 맡아보더니 먹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는
작은 입을 꺼내 당근에 달라붙어 갉아먹기 시작했다.
"호오~! 당근도 먹는구만,,,
잡초가 떨어지면 당근을 먹이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 걸"
재배수는 그동안 만약 이곳의 잡초가 다 떨어지면
어쩌지 싶어 달팽이들에게 먹일 사료를 찾고 있었으며
가성비부터 먹고 난 반응까지 최적의 식물을 찾고 있었다.
잡식이라 고기도 먹을 것이 분명했지만
일단 예산이 너무 비싸기 때문에 고기는 제외하고는
매일 시장에 나가서 조금씩 사와서 관찰을 했다.
[산란촉진 특성이 개방되었습니다.]
"산란촉진? 달팽이에게 쓸 수 있는건가?"
검정달팽이가 당근을 다 먹자 이번에는
산란촉진 특성이 개방되었다는 문구가 번쩍 튀어나왔다.
"물고기도 아니고 동물에도 해당되나?"
재배수는 산란촉진제라는 것을 연어 인공 수정관련
다큐에서 본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달팽이와 같은 동물도 가능한지 의문이었지만
"되면 좋고 안 되면 말지 뭐"
바로 앞을 지나가는 초록색 껍질의 달팽이에게
산란촉진을 사용하고는 마을에서 기다리고 있을
고수리를 만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내려갔다.
"오빠는 왜 항상 늦어요?!"
역시나 이번에도 먼저도착한 사람은 고수리였다.
그녀의 주변에는 다른 남성들이나 여성들이
자신의 파티에 들어올 것을 권유하거나
심심하면 같이 놀자는 분위기로
바글 바글 거리는 상황이었다.
"미안,,,
아니 그게 아니지!
지금도 약속시간 40분 전인데 뭐 이리 빨리나와!"
재배수는 사과를 하다가 갑자기 어이가 없어서
고수리의 머리를 살짝 딱밤을 때려주며 말했다.
"오빠랑 빨리 만나고 싶어서요,,,"
그녀의 작은 목소리에 또 한번 심쿵한 감정에
서로 어색해하면서 인파를 뚫고는 시장으로 이동했다.
"사장님 전에 의뢰했던 대금가져왔어요"
처음으로 들린 곳은 건설만을 특기로 하는 제3길드로
다른 건설길드에 비해서 비싸긴 해도
이곳 길드의 보증인이 나무늘보 길드였기 때문에
믿고 맡길 수가 있었다.
"어디보자 584만원 맞네 맞어
확인끝냈으니 바로 내일부터 작업에 들어갈 거야"
"넵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584만원은 생각보다 비싼 금액이었지만
그대로 오두막집에 침실은 물론 욕조가 설치된 욕실에
달팽이의 사육장까지 만들어주는 비용으로
힘들게 저금했던 돈을 모두 털어서 계약한 것이다.
"오빠 그래도 저 정도면 많이 비싼 거 아니야?
내가 사는 집도 260만원에 구입했는데
방2개에 욕실도 개별이고"
고수리는 마을 중심부에 있는 자신의 집에 비해서
그렇게 호화스러운 것도 아닌데
뭐 이리 비싸냐면서 바가지 당한 것이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마을 외곽까지 이동하는 마차비에 특별 수고비
거기에 빠르게 만들어 달라는 특별 의뢰비까지
비싸긴 해도 빠르게 완성하는 게 사람들 눈에도
덜 띄고 해서 약간 무리를 했어"
생각해보면 그렇게 바가지를 당했다는 금액은 아니었다.
마을중심에서도 멀리 떨어져있으며
도로까지 깔아지지 않아 일부 거리는
마차로도 이용이 불가능하여
직접 사람들이 들고 자재를 옮겨야했으며
10일 내로 완성한다는 조건까지 붙였으니
길드입장에서도 저 정도의 금액은 받아야지 할 만한
일이었다.
"이제 당근만 사면 쇼핑은 끝나는 거죠?"
평소라면 돈을 더 받았을 상인NPC였지만
고수리의 화려한 외모와 흥정기술로
무척 저렴한 가격에 잔뜩 당근을 살 수 있었다.
“흥정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잖아, 어디서 배운거야?”
“오빠, 나도 모험가라구요!
장비는 물론 사냥으로 나온 채집물도 팔아야하는데
이 정돈 필수죠“
아쉽게도 고수리는 내일 의뢰 때문에
마을 출입구 까지만 배웅해주었고
혼자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자신의 토지로 돌아왔다.
"이,,,이게 다 뭐야?!"
재배수는 깜짝 놀라서 그만 들고 있던 당근을
바닥에 떨어트리자 달팽이들이 다가와서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재배수의 눈에는 삼색 거대한 벚꽃 나무에 정말 수많은
알들이 다닥 다닥 붙어있었고
근처의 좀 크다 싶은 바위 또한
끈쩍한 달팽이의 알들이 줄줄이 달라 붙어있었다.
"자식 너네들~! 으구 으구~!"
재배수는 그런 모습이 징그럽다기 보다는
뭔가 대견하다는 생각에 서둘러서 짐을 풀고는
달팽이의 알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커다랗고 끈적거리는 덩어리 안에는
작은 수백개의 알들이 다닥 다닥 붙어있는 모습이
마치 포도처럼 보였다.
"이거 모두 부화를 하면 먹일 밥이 부족하겠어"
재배수는 자신의 토지에 있는 잡초들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하고는 근처 필드까지 나와서
잡초를 캐서 보관하기 시작했다.
"헐,,,대박 이게 다 뭐야 오빠"
집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고수리가
점심으로 먹을 샌드위치와 과일들을 챙겨왔다가
그만 달팽이 알들을 보고 놀라며 소리쳤다.
"어? 수리왔어? 어때?
달팽이들이 알을 이렇게 많이 낳아줬다고!!!"
오두막을 건설하기 위해 왔던 사람들은
뭔가 이상한 것들이 사방에 있었지만
위험한 것도 아니고 신경 쓰지 않고 작업을 했지만
저 이상한 것들이 알이라는 것을 알게 된
고수리는 표정이 정말로 이건 좀 아니다 싶을 정도로
변해있었다.
"후으으으으,,,이건 너무 심한 것 같은데
오빠 저것들 다 태어나면 뭘 먹일려고"
고수리는 오두막집에 들어와서는
자신이 싸온 음식을 테이블위에 올리면서 말했다.
"잡초도 많이 저장했고, 수리덕분에 저렴하게
당근도 많이 사서 일단 여유는 있을 것 같아
그나저나 언제나 이 샌드위치는 정말로 맛있다니깐
토마토케첩의 세콤 한 맛!“
"에휴 천천히 먹어요
저 정도로 많으면 그냥 농사를 지어서 먹이는 게
더 편하겠어요"
고수리가 비꼬면서 말했던 것에
재배수는 눈을 번뜩이면서
정말로 좋은 의견에 감사하다고
고수리의 손을 잡고 신이 잔뜩 난 상태였다.
"아 정말 오빠아아~!!! 저 마을에서는 천사라고 불리는데
밭일은 좀 아니잖아여여여여어어어어"
칭얼대는 고수리는 앞에서 땅을 갈고 지나가는
재배수를 뒤따라 당근을 심기 시작했다.
"사는 것보다 직접 심으면 남는 마진을 생각하고
먹는 양을 개산하면 매주 돈이 남을 정도야"
그 말과 동시에 자신이 알고 있는
이곳 세계의 당근에 대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고수리 또한 한번 시동이 걸린 재배수를 말릴 수가
없기 때문에 묵묵히 들어주면서 당근을 심기 시작했다.
사실 싫은 소리를 했지만
고수리는 꽃을 심고 가꾸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있었으며 집은 작은 원룸이라
작은 화분에 선인장 하나, 고무나무를 키우고 있었다.
꼭 성공해서 돈을 벌면 넓은 마당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가고는 정원을 가꾸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냥 단순히 꽃을 보는 것까지가 아닌
자신이 직접 꽃이나 식물을 심고 관리하고 물을 주고 손질하는 등
정말로 깊게 식물에 빠진 식물 쪽의 덕후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당근을 심는 데에는
살짝 재미를 느끼고 있었지만
자신의 취향은 아니었는지 당근을 심을 때마다
삼색의 벚꽃 나무를 바라보며 에너지를 받아갔다.
"정말로 너무나도 고마워
다음에 뭔가 일이 필요하면 나를 불러줘, 오늘일은 두배
아니 열배로 갚아줄게"
"참나 오버는 그만하고 흙이나 좀 털어요
그럼 먼저 갈게요 오빠~"
"조심,,, 그래 잘 들어가"
실력 좋은 모험가인 고수리에게 조심해서 가라는 말은
어색하여 다른 인사말로 바꾼 재배수였다.
새벽에 눈을 뜨면 빠르게 준비를 끝내고 마을까지
이동하여 일터로 출근을 하였다.
길드에서 의뢰한 것들 중에서 돈이 되고 자신이
할 수 있다면 가리지 않고 시작했다.
청소나 집안일은 물론 건설 날일까지 별의 별 의뢰를
시간이 날 때마다 쪼개면서 돈을 벌었고
일이 끝나는 밤에는 자신의 토지
이젠 농장이라고 부르는 곳으로 돌아와서는
달팽이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알까지 꼼꼼하게 기록한 뒤에 하루를 끝내었다.
누가보면 돈도 없이 어찌 이러고 사는지 궁금할지도
모르지만 농장에 작은 오두막을 완성한 뒤로는 더 이상
마을에서 숙박을 하지 않아
그 돈을 아낄 수 있어서 달팽이의 사료비에 사용되었고
가끔 고수리가 식료품을 가지고 오면 그것으로
요리를 해서 먹으면 혼자서 사는 데는 충분했다.
하지만 언제나 재정이 +인 상태로 유지할 수는 없었고
결국 소중한 달팽이들을 좀 팔기로 마음을 먹고는
마을로 내려왔다.
"어이~ 어이 총각 울어도 돈 더 못준다고"
시장에 온 달팽이들은 마치 물건 다뤄지듯이
상인의 거친 손놀림에 저울로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갑이 얼마나 큰지를 측정하여
오늘자 시세에 맞는 금액을 제시하자
재배수는 자신이 정성스럽게 키웠고
정을 주었던 생물이 이곳에는 일정한 조건에 따라
값이 정해지고 쉽게 사고 팔리는 존재라는 생각에 그만
눈물이 떨어지고 만 것이다.
"저기 오빠 괜찮아요?"
거래를 끝내자 옆에서 고수리가
조심스럽게 재배수의 손을 잡고는 위로를 건네주었다.
"보기 흉한 모습을 보여주었네, 미안해
사례로 케이크는 어때?
재배수 또한 이미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던 것들이다.
자신이 매일 아침에 달걀을 가져가기 위해 들어간
닭장의 닭들은 손님이 오거나하면
바로 어머니께서 손질을 하여 백숙으로 내왔고
다른 동물 친구들 또한 도축장으로 또는 시장으로
가는 것은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무척 울면서 슬퍼했지만
나중에는 이러한 것들을 받아들이고는 웃는 얼굴로 보내주었지만
재수생활을 하면서 그 기분을 잊고 살았다가
그만 달팽이를 팔면서 다시 상기된 것이다.
"전 세계에서 있었던 일이 떠오르니 그만 눈물이 나왔네,
아참 수리 너는 전 세계 이야기는 좀 싫지?"
재배수가 따끈한 우유에 빵 케이크를 먹으면서 말했다.
"마음이 여리다는 것은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오빠가 그 정도까지 달팽이들에게 애정이 있는
줄은 잘 몰랐어요”
"달팽이들이 항상 내 옆에 있어 줄 거라고 착각했다고
하면 좀 한심하지?
이곳에서는 식용으로도 쓰고 장신구로도 자주 쓰는데
말이지
나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지만, 뭔가 적응이
잘 안된다고 할까?"
재배수는 그렇게 자신의 과거 시골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었고 고수리 또한 그런 재배수의
과거 이야기와 함께 그의 속마음을 알게 되자
무척 감동을 받았는지
"저기 오빠,,,"
"응?"
"저도 오빠랑 같이 일해도 될까요?"
갑작스러운 고수리의 고백에 재배수는 당황을 했지만
자신의 본모습을 보고도 실망하지 않았던 고수리의
마음씨에 재배수는 여동생이라는 입장으로
좋다고 오히려 자신이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는 혼자서
쓸쓸한 밤공기를 마시면서 농장으로 들어왔다.
"헐,,,"
그렇게 돌아온 재배수의 농장에는 평소라면
밤하늘 위에 수많은 별들이 반짝 반짝 거렸지만
오늘만큼은 농장에 깔려있는 잡초 숲들 사이사이에서
빨강 파랑 초록 검정 등 다양한 색깔의 껍질을 가진
새끼 달팽이 수천 마리가 별들 마냥 반짝이고 있었고
재배수가 걸어 들어오자 마치 강아지처럼
성체 달팽이들과 함께 새끼 달팽이들까지
인사를 하기 위해 쪼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따로 브리딩을 하지 않았어도 새끼달팽이들은 본능적으로
재배수를 주인으로 인식했는지
몸에 달라붙어서 인사를 하고 있었다.
"안녕?"
재배수의 손위로 올라온 작은 빨강색 새끼 달팽이를
바라보면서 슬픔에 잠겨있었던 목이 뚫리는 인사를
전해주자 분명 한국어를 모르는 녀석이지만
감정은 통했는지 달팽이의 눈을 반짝 거리면서
인사를 받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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