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 23
“그나마 종자로 보관했던 포대는 불에 안타서 다행이야”
무너진 옛 창고를 정리하는 중 발견한 포대에는 싹이 난
감자와 양파가 가득했다.
물론 썩어서 물러진 것들이 대부분이라 손질하여 먹을 수
있는 부분은 도려내어 요리를 해먹고
튼실하게 싹이 핀 것을 따로 골라 심을 예정이다.
“돌아왔다냥”
“오빠 생각보다 늦어서 미안, 그래도 이것 봐”
옛 창고를 정리하는 동안 수리와 카냔은 허허벌판인
0층의 필드와 마을을 돌면서 유용하게 쓸만한 것들을
일명 파밍을 하기 위해 떠났고 그렇게 식량은 물론
각종 의류까지 잔뜩 보따리에 담아온 것이다.
“헐, 이건 소문으로만 들었던 페페추 맞지?”
“응! 이제 매운 떡볶이도 만들 수 있겠어”
따로 작은 주머니에 신주단지 모시듯이 가져온 것은
바로 페페추라는 식물로 생기 모습은 오이? 애호박과
매우 유사하지만 청양고추처럼 매운 식물이다.
이곳에서는 매운 맛 같이 자극적인 식품은 생각보다
고가로 취급되었는데 특히나 매운 맛을 내는 페페추는
심해에서 볼 수 있어 구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매운 맛이 없으면 밥을 먹지 못하는 한국인의
식습관 때문에 음식점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비싸도
일단 구입하여 소량이라도 첨가하여 약간 매운 건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향은 구현했다.
한국인들로만 가득했던 초기의 이곳 0층에서는
매운 맛이 없다면 영업을 할 수 없을 정도였고
좀 시간이 흘러 외국인 모험가들이 많이 유입되어
매운 맛이 사라지는 추세였다.
“이 귀한 페페추를 생으로 보게 되다니”
수리는 오이처럼 생긴 페페추를 자신의 왼쪽 뺨에 대로
문지르며 소중하게 손가락으로 살며시 눌러 잡으며
매운 향을 음미했다.
“피부에 좋은 거다냥?”
카냔은 수리가 볼에 비비면서 향을 맡자 궁금했는지
슬쩍 다가와서 코를 내밀었다.
“자 어때? 이제 당분간은 내가 요리 담당할게
오빠랑 카냔은 설거지를 부탁해~”
“킁킁 헉!”
카냔은 별 의심 없이 향을 맡다가 그만 수리의 손톱이
페페추를 긁어 안에 있던 즙이 카냔의 예민한 콧구멍으로
빨려 들어갔다.
비명도 크게 지르지 못한 카냔은 고통에 빠져 눈물, 콧물이
줄줄줄 수도꼭지를 튼 것 마냥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고
중심도 잡지 못해 휘청거리다가 바닥으로 쓰러져
땅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
“오빠 물”
수리는 쓰러진 카냔을 부축하며 배수에게 물을 달라며
외쳤다.
하지만 이곳은 이미 물이 대부분 말라 그나마 물이 나오는
우물에서도 조르륵 떨어질 정도였다.
“끄아아아앙”
카냔이 폭주하며 우물가로 뛰어갔지만 조르륵 나오는 물은
목과 혀를 씻어내기는커녕 눈물과 코조차 시원하게
세수할 수도 없었다.
응급처치를 받지 못한 카냔은 결국 병상에 눕게 되었다.
“카냔 죽이라도 먹을 수 있겠어?”
미안한 마음에 수리가 귀한 쌀로 만든 죽을 가져왔지만
카냔은 입도 열지 못하고는 거절했다.
마치 벌에 쏘인 것처럼 코는 통통 부어올라 숨을 들이쉬면
쇳소리가 들릴 정도였고 후각의 기능을 상실하자
다른 감각들도 오류가 발생했는지 무척 무기력한 모습으로
풀이 죽어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는 카냔이었다.
“레이 페페추도 식물이니 제거할 수 있어?”
“응 내가 왜 저 고양이를 두 번씩이나 살려줘야 하는
거야?”
“부탁이야 레이야,,,”
수리까지 옆에서 부탁하자 마음이 약해져 결국 카냔의
콧구멍에 다시 슬며시 다가갔다.
“이건 좀 힘들겠는 걸”
“왜?”
“페페추즙은 이미 드러운 콧물로 빠져나왔어 지금 이상태는
알레르기성 과민 반응이라 손을 쓸 수가 없어”
페페추의 가루가 코에 남은 것이라면 제거가 가능했지만
현재의 상태는 매운 것을 먹고 난 후유증으로 딱히 처방이
가능한 것은 없었다.
그저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것을 기다려야만 했다.
“오늘은 오빠랑 둘이 작업해야겠어요.”
하루면 회복이 될 줄 알았지만 카냔의 상태는 다음 날에도
계속되어 결국 더 이상 작업을 미룰 수 없어 감자 심기와
조르륵 나오는 우물 작업을 진행했다.
감자는 해가 떠 지면이 뜨거워지기 전에 끝낼 작전으로
이른 새벽에 수리와 함께 작업하여 끝냈지만
문제는 우물이었다.
지면이 말라서 물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아 무너진 돌을
치우고 배수가 직접 우물 안으로 내려갔다.
“삽질을 여기서도 하게 되다니 말이야”
배수는 손을 털며 삽에 힘을 주어 땅에 한번 박고는
발로 내려 찍어가며 힘을 실어 우물 바닥을 더 깊게
파내기 시작했다.
“수리야 이제 올리면 돼”
“응 알겠어.”
지면을 파면서 생긴 흙은 위에서 수리가 받아줬다.
3시간 정도 씁쓸하게 땅을 파자 드디어 물이 조금씩 발바닥
부분까지 차기 시작했다.
질퍽거리는 바닥을 삽질하니 내려찍을 때마다 불쾌한
진흙 덩어리로 재배수의 얼굴이 엉망이 되었다.
“위험하니깐 그만 나와”
“알겠어, 지금 나갈 테니 끈 좀 잡아줘”
배수는 양팔을 옆으로 펴 벽면에 대자로 붙어 조금씩
위를 향해 올라갔고 혹시 모르는 사고에 대비하여
몸에 묶은 끈을 수리가 잡고 있었다.
“순진한 거야 아님 바보인거야?”
“응 나에게 말한 거야?”
“그럼 저 귀여운 수리가 바보겠냐 바보야!”
조금씩 좌우를 번갈아 가며 우물 벽을 타고 있자 레이가
등장하여 바보라며 놀리기 시작했다.
“요즘 좀 안 놀아줬다고 왜 심술이야”
또 귀찮게 한다며 배수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니 멍청아! 이렇게 유용한 내 몸을 가졌으면서
너무 순진하게 생활하잖아”
유레이는 오히려 답답하며 가슴을 치며 한숨을 내셨고
유용한 능력이 무엇인지 배수가 물어보았다.
“흐앗! 수리야 비켜!!!”
“짠~! 이렇게도 쓸 수 있단 말씀”
배수의 왼팔에서 뿌리가 급속도로 자라 우물바닥을 내쳤고
그 반동으로 하늘로 날아가게 된 것이다.
물론 다시 지면으로 떨어질 때도 뿌리를 이용하여 안전하고
부드러운 착지로 몸에는 이상이 없었다.
“헐,,, 이게 고무고무 능력인가?”
식물의 뿌리가 아니라면 정말 팔이 자유자제로 늘어나는
만화속의 주인공과 같은 능력으로 보였다.
“처음부터 이 방법으로 했으면 옷이랑 얼굴에 진흙으로
안 더러워졌을 텐데”
우물위에서 배수는 손을 뻗어 뿌리만을 우물 안으로 내려
보내 뿌리를 회전시키며 우물 바닥을 파기 시작했다.
“후와앙! 물이 넘쳐!”
잠깐이었지만 충분히 땅을 뚫었는지 이미 우물 가득
물이 차 출렁거리고 있었다.
“어때 내 능력은? 상상 속 기술을 사용한 소감은?”
왼 손바닥을 마치 자기 집 안방이라도 되는 것 마냥
벌렁 들어 누워 이를 쑤시면서 거만해진 유레이는
배수가 눈물을 흘리면서 이런 능력을 쓸 수 있게 해주어
감사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좋았어! 이 능력만 있으면 농사일은 가뿐 하겠어”
배수는 이런 사기적인 능력으로 밭을 뒤집어 더 좋은
토양으로 만들 생각에 신나서 수리를 끌어안으며 흥분을
감추기 못했다,
“아 다 묻잖아 오빠 에잇!”
흥분해서 잊고 있었던 몸에 더럽게 묻어있던 흙들이
수리의 얼굴과 옷을 더럽게 물들였고 장난스럽게
우물에 넘치는 물을 바가지로 퍼 물장난을 시작했다.
“이얍!”
“쿠헤엑 오빠 치사하게 2개는 너뮤퓨하아”
배수도 모처럼 하는 물장난에 흥분하여 양손 가득
바가지에 물을 채워서는 수리에게 부었다.
“이 정말 저도 참는 게 한계가 있다고요”
배수에게 물을 많이 못 뿌려 억울한 듯 씨익거리던 수리는
한번 스트레칭을 하고선 신기한 자세로 물이 든 바가지를
높이 들었다.
“카냔에게 배운 오의다냥!”
말투까지 따라하며 수리는 물이든 바가지를 하늘 높이
던지고는 무섭게 배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위험하게 그게 뭐야 풉 ㅋㅋㅋ”
새로운 장난인 줄 알고 배수는 악당처럼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지만 뭔가 몸이 이상했다.
“몸이 굳었어!”
몸을 의식하자 신기하게 굳어버린 몸과는 다르게
시선은 똑바로 수리의 눈동자에 고정되어 다른 곳을
볼 수 없었다.
‘이 느낌 처음 제티나 누님을 봤을 때야’
포식자의 강렬한 눈빛에 몸이 굳은 초식동물마냥
배수는 한기까지 느끼며 빨리 자유롭게 벗어나고 싶었다.
“흐냐얏!”
갑자기 수리가 점프를 하여 배수의 시야에서 사라지자
몸이 자유롭게 돌아왔다.
하지만 도망가려는 순간에는 이미 늦었는지 머리에는
물이 가득한 바가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수리는 자신이 이겼다며 가슴을 피고선 항복을 권유했고
그 장난을 받아주며 배수는 항복을 선언하며
양 손을 높이 들었다.
“흐냐앗!!! 환자를 앞에 두고 재미있게 노는 건
반칙이다냥!”
창문을 벌컥 열고는 카냔이 난입하며 물장난이 종료됐다.
“이제 코는 괜찮아?”
“흐응 좀 멍멍하니 막힌 것 같지만 괜찮다냥”
배수는 카냔의 콧구멍 속을 살펴보며 물어보았다.
“엣취! 미안”
“나도 이제 쌀쌀한데? 수리야 먼저 탕에 들어가”
물장난이 끝나자 축 젖은 옷 때문에 수리가 크게
재채기를 내뱉어 먼저 탕에 들어가라며 양보했다.
“임시라지만 밖은 좀,,,”
아직 집 완성이 덜 되어 욕실부분은 벽이 뚫려있는 형태로
노천온천 같은 느낌이었다.
“수리냥 나도 들어간다냥”
매운 페페추로 고생하며 몸이 더러워진 카냔도 샤워를
한다며 욕실로 들어왔다.
“히이이잇! 빨리 탕으로 들어가고 싶다냥!”
“안돼 일단 몸부터 깨끗하게 닦고 들어와”
뻥 뚫린 야외에서 몸을 씻자 추위에 벌벌 떨기 시작한
카냔이 따뜻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탕으로 들어가고 싶다며
말했지만 수리가 단호하게 원칙을 지키라며
가로막았다.
“다시 기운을 차려서 다행이다냥”
몸을 잘 씻고 탕으로 들어온 카냔이 수리에게 말했다.
“응?”
“배수 오빠랑 물싸움이 그렇게 재미있는 거면 다음에는
꼭 끼어달라냥”
카냔은 물싸움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지 자고있을 때
깨워도 화를 내지 않겠다며 수리에게 부탁했다.
“맞아 엄청 재미있어ㅋㅋ 카냔이 알려준 오의도
성공적으로 먹히던 걸?”
“휴냐아아 수리의 멋진 모습을 내 눈으로 못 본 게
한이다냥!”
수리는 단순히 카냔에게 물싸움이 재미있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이곳에서 다시 예전처럼 생활 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걱정없이 즐거움을 표출 할 수 있던 것이다.
[달팽이 생산 개방]
수리와 카냔이 샤워를 하는 동안 잘 공간인 침대를 만들기
위해 못질을 하던 배수의 눈앞에 이상한 것이 보였다.
산란촉진 이후 얼마 만에 받은 특성인가
“이 그리운 기계음, 잊고 있었다고 ㅠㅠ”
침대를 손질하던 것을 잠시 옆으로 치워두고는
몸이 이끄는 대로 손바닥을 피며 달팽이 생산이라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상한 감각이지만 산란 촉진 때의 경험을 되살려 집중하자
뭔가 소변이 마려우면서 나오질 않아 불쾌한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눈앞에서 멸종했던 파란 달팽이가 꿈틀거리며
배수에게 다가왔다.
“생산이라는 뜻이 이거야?”
신난 배수는 멸종했던 달팽이를 다시 부활시킬 수 있다며
달팽이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오빠 다 씻었어, 물이 따뜻해서 너무 편안 했어 고마워”
수리와 카냔이 머리를 말리며 슬쩍 침실로 고개를부터
내밀면서 들어왔다.
“흐악 이게 다 뭐야?!”
“달팽이 크림이다냥!!!!!”
침실 가득 사방에 달팽이들이 덕지덕지 붙어 돌아다녔고
찐득한 크림이 질게 피자치즈마냥 천장에서 바닥까지
줄을 치며 흘러내리자 흥분한 카냔이 달려들었다.
“미안 이따 설명 흐으읏!”
배수는 문을 막고있던 수리를 밀치고는 서둘러 밖으로
뛰쳐나가 소변을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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