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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회귀한 황제의 제국 재건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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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의백작
작품등록일 :
2020.04.10 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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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03 1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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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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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라고니아 전투 (5)

DUMMY

9월 7일, 폴리보스의 본진.

사방에 부러진 이피로스의 군기와 노획된 병장기, 식량이 그득하게 쌓였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즉석에서 약탈한 것 중 바로 나눠줄 수 있는 전리품은 장교들에게 위임하여 병사들에게 분배하도록 했다. 물론 황제인 내 몫으로 돌아온 물건들도 있었다. 그중에서 좀 눈에 띄는 귀중품을 하나 살펴보았다.


“황금 십자가에 루비를 꼼꼼하게도 박아 넣었군.”

“이피로스 군주 미하일의 이동식 예배당에서 노획한 것입니다만, 건방지게도 황제의 예우에 맞춰 물자들을 갖췄더군요.”

“가뜩이나 가난한 나라에서 아둥바둥 갖은 용을 썼어. 그러니 이런 데서 패배나 하고 말이지.”


어차피 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적당히 패배할만 했으니 그 이상의 모욕을 줄 필요는 없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더군다나······.


“그 군주께선 잘 있으시고?”


앙겔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무 건강하게 잘 지내도록 해두었습니다. 그나저나 그를 어떻게 처우하실 생각입니까. 전투가 끝난 후에 처단하실 것인지.”


옅은 웃음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그런 중요한 카드를 놔둘 수야 없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맞겠지. 그런데 이번엔 우리가 미리 세운 계획대로라면 신속하게 움직여야 할 필요가 있겠어. 군대가 무너지고 군주가 포로가 된 걸 특히 잘 이용해서 적의 방어를 무너뜨리려면 속도가 생명이니까.”


그리곤 곁에 있던 글라바스에 생각이 미쳐 마저 물어보기로 했다. 약간이지만 현장 참모와 무잘론의 집중교육까지 받았으니 성과가 벌써 기대되는 점도 있었다.


“글라바스,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전투 마무리에 모든 자원을 투입하고 나중에 결실을 수확하는게 좋을까.”

“저야 아무래도 여전히 배움이 짧습니다만, 두 분 모두 허락하신다면.”


나는 물론이고 앙겔로스 섭정도 어서 이야기해보라며 재촉했다. 잠시 할 말을 정리한 끝에 글라바스는 자신의 주장을 펼쳐보였다.


“이 전투는 확실히 크게 만들고 한 번에 모든 걸 뒤엎는 판입니다. 이 한 번 싸움으로 우리를 대적하는 세력들은 일거에 궤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너머를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전투가 끝난 다음, 인건가.”


내가 손깍지를 끼며 글라바스의 이야기를 침착하게 듣겠다는 태도로 요점을 짚어서 들어주니, 글라바스도 조금은 침착해진 모양이었다.


“네,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기로는 믿을만한 장군 한 명에게 기병 3-4천을 내어주시어 미하일 군주를 데리고 남하하게 하심이 어떤가 합니다.”

“포로가 된 군주를 앞세워 속전속결로 일단 처리하자?”

“아국이 원하는 것은 최대한 이번 겨울을 넘기지 않고 이피로스, 테살리아와 아테네 일대까지를 점령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어디까지나 최대한 운이 좋다면, 의 경우겠지만.”


전쟁 직전 니케아 제국에선 전쟁을 앞둔 몇 가지 원칙을 전제하는 것으로 가닥을 삼은 상태였다.


첫째, 전쟁은 최대한 단기간에 진행한다. 특히 유럽 전선에서 벌어지는 전쟁은 장기전이 되지 않도록 한다. 가을, 겨울 이외에는 아시아의 균형과 치안을 지키는 데 집중한다.


둘째, 전쟁 자체는 단기간에 진행하지만 이에 따른 여러가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실상 모든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


‘요컨대 최대한 짧고 최대한 굵은 전쟁을 치러야 한다, 이 말이지.’


물론 글라바스의 이야기대로 한다는 건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었다. 현재 본영에 모인 병력이 1만 4천이나 되니 남쪽에서 부랴부랴 달려오는 아카이아 -테살리아군이 모여도 4천 명이나 우위에 있다. 여기서 먼저 3천의 용병기병을 내어 이피로스로 달리게 하면 그 수적 우위는 고스란히 사라진다.


“물론 글라바스의 의견이 매우 타당하고, 또 그래야만 하는 전략기동이긴 합니다. 걱정되는 점은 그 위험요소 때문입니다. 우리는 적을 꾀어내어 분산된 병력으로 적을 몰아넣을 것인데, 적과 대등한 병력을 셋, 넷으로 나누다보면 적을 버텨내야 할 우리측 부대가 약해지겠지요.”

“항상 감수할 문제겠지. 우리측이 기동력이 항상 우수하기 때문에 그나마 가능한 이야기야.”


따발총과 같은 앙겔로스의 질주에 적당하게 제동을 걸면서 이야길 마무리로끌어갔다. 항상 그렇듯이 모든 조건이 만족스러울 수 없는 전쟁에선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일상이다. 이곳 펠라고니아에서도 어중간한 승리를 거두면 이도저도 아니게 되겠지만, 어쨌든 대승을 향한 길은 지금까진 순조롭다.


‘역시 그리스의 그 험한 구릉지대에서 함부로 전선을 늘일 수는 없어. 미하일 집권기에 동쪽이고 서쪽이고 어느 한 군데 집중을 하지 못한 요인 중 하나니까. 가능한 한 이번 기회에 우리에 맞설 수 있는 세력은 분쇄해야지.’


연합군 중 이피로스는 반드시 병합하고 가능하면 아테네까지 합병할 생각으로 밀어야 한다. 평행세계의 미하일처럼 불완전하고 여기저기 흩어진 작은 땅을 여럿 얻을 바에는 아예 통 크게 물러나는 게 낫다. 설사 몇 년 후에 다시 전쟁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전선은 국한시키고 적이 평화를 구걸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자신의 생각이었다.


“······전쟁에서 위험감수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인 건가.”

“그 부분은 언제든 안고 가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나의 안타까움이 새어나오자 글라바스가 위로라도 하듯이 덧붙이면서 은근슬쩍 앙겔로스의 눈치를 보았다. 물론 앙겔로스도 충분히 동의한다는 눈치였다.


“결단이 내려졌다면, 실행에 지체함이 있으면 안 됩니다. 글라바스가 말한대로 하시지요. 최대한 경륜있는 장수에게 병력을 주어 이피로스의 수도를 돌파하도록 하겠습니다. 요안니나, 그리곤 아르타로 진입할 겁니다.”


요안니스의 계획은 간단했다. 이피로스 군이 집결했던 디아폴리스를 넘어가면 좁고 기다란 계곡이 몇 군데 나오고, 거기마저 돌파하면 적의 핵심 요새 요안니나와 수도 아르타까지는 금방이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들 작전에 동의했다. 얼마 없는 적군이 사로잡힌 군주를 보고 공황에 빠지면 항복할 가능성도 높다.


“만약 적이 바로 항복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어차피 후발대로는 제가 상당한 병력을 이끌고 이피로스 후방 전체를 공략할 겁니다. 반란군이 서로를 돕지 못하게 묶어놓으면 무너지는 건 순식간입니다.”


이른바 참수 작전이란 것이다. 수도와 지휘부를 마비시키고 중앙을 점거하면, 지방은 저항할 수 없이 무너진다는 원리. 지난 십자군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켰던 작전 원리다. 그 작전을 써도 되려나, 순간 언짢았지만 이내 미련을 털어냈다. 작전이 무슨 소용인가. 쓰는 놈이 문제지.


“그래. 그 부대는 기병지휘 전력이 있는 사람이 좋겠는데, 미하일 필란트로피노스는 어떤가? 괜찮을까.”

“오, 그거 괜찮습니다. 필란트로피노스의 장기가 빠른 기동입니다. 독자 작전 경력도 상당하니 이피로스를 적어도 아군 지원군이 남하할 때까진 붙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역시, 내 생각에도 좋은 것 같군. 그리하도록 합시다.”


이피로스 기습작전도 그렇게 성립되었다. 한 번 정해진 이상, 세워진 계획에 대해서는 의심을 품어봐야 소용이 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필란트로피노스를 믿기로 했다. 이름값 만큼은 하는 지휘관이니까. 강을 건너는 중간에 말을 갈아타면 일만 그르칠 뿐이다. 더군다나 때마침 한참 고대하던 소식도 들어왔다.


“아카이아 군이 북진한다는 소식입니다! 에르토르의 유목민 부대가 통지해왔습니다. 팔레올로고스와 타로니티스 장군 등은 매복병력을 움직여 주변의 들판과 언덕배기로 이동하였습니다.”


혹시나 싶어 미리 준비태세를 갖춘 부대들은 민첩하게 대처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최종결전이 다가온 것을 실감하니 심장이 두근거리며 숨이 가빠졌다. 그 와중에 에르토르가 작은 시험을 무사히 넘기고 충성파의 신호를 보낸 것에도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아무리 억눌러도 한껏 들뜬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자, 자! 우리도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얼른 펠라고니아로 가자고! 그동안 눈치보며 이리저리 졌던 빚을 한 번에 갚으려면 이번도 꽤나 볼만하겠지.”

“다시금 신나셨군요.”

끓어오르는 흥에 주먹까지 붕붕 흔들어 보일 기세인 주군을 보며 험상궂은 지휘관들도 잠시나마 손자 재롱을 보는 듯 귀여워 어쩔 줄 몰라했다. 앙겔로스 섭정이 어서 가자고 재촉하지만 않았다면 한참을 그러고 있었으리라. 나중에 그걸 기억하게 된 내 끝없는 부끄러움은 평생을 지고 갈 짐이 되었지만.




***


이틀이 지난 9월 9일.

아카이아-아테네-테살리아의 연합군은 부지런하게도 북진했다. 동원 준비가 여러 이유로 너무 늦어져서 쉬지 않은 채 걷고 뛰어왔던 것이다. 그나마 정찰이라도 한 번쯤 해볼 법한데, 공작 기욤 2세는 그마저 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 장인의 전령이 급박하다면서 전해온 서신 한 장 때문이었다.


[공작, 지금 니케아의 군대가 이피로스로 향하고 있네. 우리 군대와 귀하의 군대가 함께 펠라고니아로 들어가기로 했지만, 그 시간을 앞당겨야겠네. 놈들을 산맥 건너편으로 가둬두고 우리는 니케아 놈들의 근거지를 빼앗으면 모든 일이 수월하게 끝날 것이네.]


바로, 디아폴리스 전투가 시작되기 직전 미하일 2세가 보낸 연락이었다. 미하일 2세는 니케아 군의 이동소식을 듣고는 속도전이 필요하단 판단 하에 잘못된 정보를 공유해버렸다. 그 판단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면, 바로 정정하는 연락도 보냈어야 했다. 디아폴리스 전투로 갇혀버린 미하일 2세는 끝내 새 전령을 보내지 않았다.


니케아 군대의 포위작전 속에서 뜻하지 않게 일어난 정보 혼선.


그 작은 실수가 니케아도, 이피로스도 예상조치 못한 방식으로 나머지 연합군 전체를 낚게 된 것이다.


“워, 워! 한참을 북쪽으로 올라왔는데도 어찌 장인 어른의 군기 하나 보이지 않는가? 지금 여기가 어디냐?”


거의 닷새 동안 쉬지도 않고 말을 달려왔다. 기껏 모은 만여 명의 병력 중에서 따라올 힘이 있거나 아니면 말이 있는 3천여 명 정도만이 따라왔다.


“글쎄요, 공작. 나도 테살리아 군주긴 하지만 여기까지 오는 것은 처음이라. 병사들도 너무 지쳐서 걱정인데 큰일이군.”


테살리아 군주 요안니스도 헐떡이는 말을 쓰다듬으며 당황스러워하긴 마찬가지였다. 보병으로 이루어진 7천 명은 이미 한참 뒤떨어진 상태다. 가장 평탄한 길만 골라 왔지만 닷새를 꼬박 움직이니 말이고 사람이고 멀쩡할 리가 없었다.


“어쩔 수 없지. 지금 니케아를 확실하게 누르지 못하면 그 다음은 우리가 놈들의 먹잇감이 되리란 건 뻔한 일이니까.”


이렇게까지라도 해서 니케아를 압도할 기회를 잡지 못하면 아카이아의 자체 군사력만으론 승리를 할 수가 없다. 누구보다도 기욤 빌라르두앵 자신이 잘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종자 조프루아가 아룁니다. 이곳은 그리스인들이 펠라고니아라 부르는 작은 마을 근교입니다. 호수 이름도 똑같습니다.”

“장인어른께서 편지를 보내신 곳이 디아폴리스라고 했지? 거기 계시려는가.”

“아마 공작 추측대로 이피로스 군주도 펠라고니아에 계시겠지요. 아니면 이렇게 조용할 리가 있겠소.”


테살리아 군주 요안니스가 대략의 지식을 활용해서 대답했다. 종자도 마찬가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삐잡은 손을 내려놓으며, 기욤도 잠시 숨을 내쉬었다.


“그렇담 약속장소까지 거의 다 온 셈이구나. 지금까지는 적이 보이질 않았으니 장인어른께서 도시에 계신가보군. 유목민 기병대가 신경이 쓰이긴 하지만 기사대가 전면에 있으니 문제는 아니고.”


피곤한 기색으로 이마에 달라붙은 채 젖어버린 머리칼을 쓸어보는 기욤 공작. 초인적인 정신력을 발휘했지만 지금은 판단력이 매우 흔들렸다. 투구마저 반쯤 벗어젖히고 말에서 내린 공작이 앞선 가운데 공작령의 병사들이나 기사할 것 없이 모두 지친 기색으로 축 쳐져 그 뒤를 따랐다. 일부는 갑옷의 매듭도 반쯤 풀거나 자세도 엉망이었다.


“일단 도시 안에 들어가면 좀 쉬어야겠구나. 엉망진창이다.”

“전력을 다해 이동했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요. 보병대가 들어오는 대로 식사도 얼른 추진합시다.”


그렇게 두 군주는 피곤함을 안고 펠라고니아 마을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데.


“음? 뭐지?”


터덜터덜 말고삐를 잡아 이끌던 기욤은 코앞에 다가온 작은 도시에서 어딘지 모를 위화감을 느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감 속에서 기욤은 굳게 닫힌 성문, 가지런히 성벽 위에 늘어선 완전무장병력, 낯선 깃발을 확인했다.


“잠깐, 정지! 각 영주들은 척후대를 편성해서 주변을 정찰해라. 특히 적군이 어디로 움직였는지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도록.”


갑자기 떨어진 명령에 쉴 것이라 생각하던 소영주들과 병사들은 투덜대면서 마지못해 척후 임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조차 잠깐의 휴식기였을 뿐이다.


“적군이 정찰도 않고 몰려올 줄이야. 나까지 깜짝 놀랐잖나. 우릴 중간에 놓쳤으면 정찰이라도 보낼 줄 알았는데. 세상 일은 역시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니까.”

“우리가 그럼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거지?”

“그래. 뿔나팔을 여럿 나누어줬으니까 최대한 시끄럽게 불어 신호를 보내면 사방에서 몰아칠 거야.”


새로 지급받은 투구 끈을 꽉 조이며 아카이아 군의 후미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구릉지대 위에서 에르토르는 긴장감을 다독였다. 워낙 중무장한 병력들이라서 과연 자신의 경기병대가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만 믿을만한 건, 후방 그것도 언덕 위에서 쏟아지는 기병대의 압도적인 숫적 우세라는 것 그리고 '비장의 수'가 있었다.


“하기야, 뭐 어때. 유목민끼리 먹을 거리로 치고 받다 비참하게 죽으리라 생각했던 데 비하면 우리가 여기서 기회를 누리는 것도 엄청난 일이긴 하지.”


포에데라티 동맹군 제의를 받곤 너무나 감격한 나머지 이름마저 그리스어로 바꿔버렸다는 파블로스(paulos). 그는 여전히 유목민들의 외투인 카프탄(kaftan) 의복의 단추를 매만지고 있었다. 반면 그가 들고 있는 무기는 현지 바랑기아인 용병대가 애용하는 폴암류의 롬페아(romphaia)라는 것으로 전형적인 니케아 군의 장비였다. 여기서도 벌써 유목민은 빠르게 니케아 문화와 섞여들고 있었다.


“너, 그러고보니 완전 그리스인 다 됐구나.”

“그리스인들 땅에서 그리스인들 사이에 살아가려면 익숙해져야지. 우리 부족은 벌써 노인부터 아이까지 그리스 말 배우느라 열심이라니까.”


이미 파블로스 부족의 경우엔 유목민적인 삶 깊숙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오래전부터 그리스어 영향을 받았던 에르토으룰에 비하면 별것 아닌 수준이라지만 고집 부려가며 천막에서 버티는 부르한네 부족보단 전향적인 건 맞다.


“그래, 네 말이 맞지. 일단 여기서 하나로 정착해서 살아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양보하는 것도 있어야겠지.”

“오, 대장님 갑자기 유순해졌는데. 전쟁 판이 커지니까 갑자기 달라진 건가?”

“이번 전투는 앞으로 몽골 등에 쫓겨 고향마저 잃은 유목민들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지도 모르거든. 아니, 어쩌면 이미 그 변화는 시작된 것 같지만.”


어린 군주가 과감하게 열어젖힌 로마제국의 새로운 젊은 피 수혈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그거야 윗분들이 생각할 일이요, 아직까진 얼뜨기 원로원 의원인 자신이 헤아릴 것까진 아닐지 모른다.


‘그래도, 우리 아들부터 완전히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이름을 좀 더 다듬어볼까. 이렇게 전쟁을 완벽하게 이끄는 군주라면 지어주는 이름에도 신의 섭리를 담아볼 수 있을까.’


아들에게 지어줄 만한 새로운 이름을 황제가 지어주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며 천천히 수석호위관 에르토르의 칼이 칼집에서 뽑혀나왔다.


“로마의 새 동맹군으로 활약해보자, 진군!”


작은 구릉 위, 사람 키를 훌쩍 넘을 정도로 자라난 갈대밭 사이로 하늘을 진동시키는 나팔 소리가 사무쳤다. 재앙을 가져온 천사의 나팔소리가 이만큼 울릴 것인가. 그와 함께 여전히 1만이나 되는 니케아 군대는 펠라고니아 성채에서, 수풀 사이에서, 둔덕 위에서 아카이아 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결과는 너무나도 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결판이 나지는 않았지만 원로원에 빨리 전달하려면 지금 보내는게 좋겠지. 잠깐만 기다려 봐, 바로 써서 줄 테니까.”


진지를 급히 옮기는 과정에 말 위에 타고 있던 나는 펜을 부여잡고 마구잡이로 글자를 갈겼다. 그렇게 뱀이 꼬불꼬불 춤추는 듯한 편지는, 한달음에 니케아로 달려나갔다. 거기엔 이미 다음 작전을 위해 움직이는 제국군의 모든 행보가 예언처럼 적혀 있었다.



[아카이아와 연합군은 궤멸의 코 앞에 다다랐다. 이피로스의 반역자는 포로가 되었고, 연합의 절반은 이미 무너졌다. 로마인의 군대가 마침내 최종 승리에 가까웠다. 분열되고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기 위하여 나와 나의 군대는 오로지 남쪽을 향해 박차를 가할 뿐이다.]

펠라고니아4.png

기욤 2세가 이끄는 아카이아-아테네-테살리아 군대가 포위당하다 (1259.9.9)


작가의말

1. 기욤 2세가 생각보단 금세 무너지지만, 이건 제가 귀찮거나 글이 늘어져서가 아니라 장인 미하일 2세가 뜻하지 않게 계략을 썼기 때문인 겁니다! (??)


2. 내일부터는 대역갤에 오르지 않은 신선한 제품(?)이 출하됩니다. 하루 1회 기준으로 정오 쯤에 올릴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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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5

  • 작성자
    Lv.51 ghkd0306
    작성일
    20.04.23 20:05
    No. 1

    드디어! ㅎㅎ 어서 신선하고 따끈따끈한 다음편 예약이요! ㅎㅎ 그나저나 노획한 보물은 어떻게 활용될지와 추후 포로가 될 라틴제국과 같은 동로마계열인 이피로스와 트레베준타 왕족들 처우도 궁금하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물의백작
    작성일
    20.04.23 20:54
    No. 2

    아무래도 손대기 곤란한 사람들은 볼모 형식이 될 가능성도 있겠죠 ㅎㅎ 차차 그 운명도 드러날 것 같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7 니케아21
    작성일
    20.04.23 20:08
    No. 3

    항상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건필하십시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16 타페이노
    작성일
    20.04.23 20:26
    No. 4

    이렇게 1.5만이 넘는 대병력을 녹여버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6 서수혼
    작성일
    20.04.23 20:38
    No. 5

    그런데 이시대 중갑이면 판금이랑 사슬중에 어느쪽 비율이 높나요? 제국에 복무하는 풀플레이트 라틴기사를 보고싶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물의백작
    작성일
    20.04.23 20:40
    No. 6

    이 시절은 아직 판금이 발달하긴 이른 시기긴 합니다. 주인공이 나이가 들면 초기형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8 mdh0723
    작성일
    20.04.23 20:38
    No. 7

    드디어 다 따라잡았다! 이제부터 시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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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34 발리에르
    작성일
    20.04.23 20:53
    No. 8
  • 작성자
    Lv.25 수묵화
    작성일
    20.04.23 20:58
    No. 9

    발칸의 세력 균형이 이렇게 무너지는군요. 전후처리도 기대해봅니다.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38 Geronimo..
    작성일
    20.04.23 21:25
    No. 10

    아. 혹시 작중 시대에서 베네치아 쪽에 니케아군의 대승이 전달되려면 어느 정도 걸리나요? 아드리아해의 연락선을 이용할 테니 상당히 빠르려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14 물의백작
    작성일
    20.04.23 21:51
    No. 11

    이피로스는 수뇌부와 주력 부대가 궤멸되어 통신이 두절됐고, 그나마 가능한 건 에게해에 있는 베네치아 식민지일 텐데 이곳도 직접 연락을 받기는 어려울 겁니다. 거기다 여러 환경요건까지 겹치기 때문에, 생각보다 베네치아가 움직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겁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3 리그레트
    작성일
    20.04.24 01:52
    No. 12

    이 느낌의 각개격파. 은하영웅전설에서 봤던 것도 같고..
    역시 전문가가 쓰니 역사적 밀도가 다르군요. 잘 보고 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PnPd
    작성일
    20.04.26 01:20
    No. 13

    필란트로피...'박애'죠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2 오들이햇밥
    작성일
    20.05.03 17:28
    No. 14

    0% 그 중에서 → 그중에서
    붙여쓰기가 제대로 안 된 부분이 있습니다. 수정 바랍니다.

    35% 쓰는 놈(?)이 → 쓰는 놈이
    (?)←이런 표기는 글을 난잡하고 가벼워 보이게 만들고 소설에 대한 몰입을 방해합니다. 그리고 맞춤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삭제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81% 그리스 인들 땅에서 그리스 인들 → 그리스인들 땅에서 그리스인들
    82% 오래 전부터 → 오래전부터
    82% 별 것 아닌 → 별것 아닌
    82% 전향적인건 → 전향적인 건
    띄어쓰기 또는 붙여쓰기가 제대로 안 된 부분들이 있습니다. 수정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풍뢰전사
    작성일
    20.05.12 14:51
    No.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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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황제의 제국 재건 비법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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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해 뜨는 곳에 닿는 길 (4) +12 20.07.03 342 21 14쪽
100 해 뜨는 곳에 닿는 길 (3) +19 20.07.02 382 25 12쪽
99 해 뜨는 곳에 닿는 길 (2) +4 20.07.01 386 27 14쪽
98 해 뜨는 곳에 닿는 길 (1) +18 20.06.30 432 27 14쪽
97 학교도 그에겐 통치의 한 방법 (3) +4 20.06.29 434 24 19쪽
96 학교도 그에겐 통치의 한 방법 (2) +7 20.06.26 479 28 14쪽
95 학교도 그에겐 통치의 한 방법 (1) +9 20.06.25 501 31 14쪽
94 정상화된 일상 +5 20.06.24 543 29 14쪽
93 개선식 +7 20.06.23 527 31 16쪽
92 추진력을 위한 엎드림 (2) +7 20.06.22 624 30 18쪽
91 추진력을 위한 엎드림 (1) +4 20.06.19 639 35 16쪽
90 가로 동맹의 형성 (4) +5 20.06.18 575 29 13쪽
89 가로 동맹의 형성 (3) +8 20.06.17 594 27 16쪽
88 가로 동맹의 형성 (2) +13 20.06.16 636 34 14쪽
87 가로 동맹의 형성 (1) +6 20.06.15 645 34 13쪽
86 재건의 숙제 (3) +8 20.06.13 711 40 14쪽
85 재건의 숙제 (2) +9 20.06.11 690 43 13쪽
84 재건의 숙제 (1) +12 20.06.10 712 40 14쪽
83 고향에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5): 광복 +9 20.06.09 709 50 14쪽
82 고향에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5): 붕괴 +10 20.06.08 701 37 12쪽
81 고향에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4): 입성 +12 20.06.07 658 40 9쪽
80 고향에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3) +10 20.06.07 600 40 10쪽
79 고향에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2) +14 20.06.06 639 42 14쪽
78 고향에 배송 완료되었습니다 (1) +10 20.06.05 635 29 14쪽
77 베네치아 낚는 어부 (4) +9 20.06.04 607 32 13쪽
76 베네치아 낚는 어부 (3) +12 20.06.03 609 35 13쪽
75 베네치아 낚는 어부 (2) +7 20.06.01 638 37 15쪽
74 베네치아 낚는 어부 (1) +5 20.05.29 703 40 14쪽
73 성동격서 (6) +14 20.05.28 658 32 13쪽
72 성동격서 (5) +11 20.05.27 620 37 14쪽
71 성동격서 (4) +8 20.05.26 631 33 13쪽
70 성동격서 (3) +11 20.05.25 666 34 14쪽
69 성동격서 (2) +5 20.05.24 704 35 13쪽
68 성동격서 (1) +4 20.05.23 705 34 13쪽
67 Casus Belli (4) +6 20.05.22 692 33 12쪽
66 Casus Belli (3) +6 20.05.21 734 36 14쪽
65 Casus Belli (2) +10 20.05.20 729 30 14쪽
64 Casus Belli (1) +16 20.05.19 755 37 17쪽
63 파문 (5) +14 20.05.18 733 39 15쪽
62 파문 (4) +9 20.05.17 693 37 14쪽
61 파문 (3) +5 20.05.16 697 30 17쪽
60 파문 (2) +8 20.05.15 694 37 14쪽
59 파문 (1) +13 20.05.14 734 34 13쪽
58 협상 (3) +5 20.05.13 850 33 16쪽
57 협상 (2) +13 20.05.12 887 36 14쪽
56 협상 (1) +10 20.05.11 808 35 14쪽
55 권한 돌려받기 (2) +10 20.05.10 971 43 13쪽
54 권한 돌려받기 (1) +14 20.05.09 1,017 35 15쪽
53 베네치아의 반격 (3) +10 20.05.08 876 34 16쪽
52 베네치아의 반격 (2) +7 20.05.07 822 30 16쪽
51 베네치아의 반격 (1) +9 20.05.06 868 32 17쪽
50 미소 뒤에 비수 - 3 +12 20.05.05 876 37 16쪽
49 미소 뒤에 비수 (2) +6 20.05.04 880 39 16쪽
48 미소 뒤에 비수 (1) +15 20.05.03 929 38 15쪽
47 그늘 속의 싸움 (2) +14 20.05.02 993 39 15쪽
46 그늘 속의 싸움 (1) +7 20.05.01 960 36 14쪽
45 테르모필레 전투 (3) +10 20.04.30 930 39 18쪽
44 테르모필레 전투 (2) +12 20.04.29 891 35 21쪽
43 테르모필레 전투 (1) +11 20.04.28 888 39 14쪽
42 전과 확대하기 (3) +15 20.04.27 937 43 19쪽
41 전과 확대하기 (2) +12 20.04.26 948 46 16쪽
40 전과 확대하기 (1) +16 20.04.25 979 47 13쪽
39 펠라고니아 전투 (6) +16 20.04.24 1,001 50 20쪽
» 펠라고니아 전투 (5) +15 20.04.23 943 45 18쪽
37 펠라고니아 전투 (4) +14 20.04.23 921 40 21쪽
36 펠라고니아 전투 (3) +11 20.04.22 870 32 18쪽
35 펠라고니아 전투 (2) +8 20.04.22 888 38 15쪽
34 펠라고니아 전투 (1) +11 20.04.21 945 45 14쪽
33 전쟁으로 가는 길 (4) +6 20.04.21 856 35 14쪽
32 전쟁으로 가는 길 (3) +13 20.04.21 868 38 13쪽
31 전쟁으로 가는 길 (2) +8 20.04.20 952 38 19쪽
30 전쟁으로 가는 길 (1) +11 20.04.20 996 37 20쪽
29 존재감 드러내기 (10) +12 20.04.19 987 36 16쪽
28 존재감 드러내기 (9) +7 20.04.19 945 37 17쪽
27 존재감 드러내기 (8) +10 20.04.19 979 36 18쪽
26 존재감 드러내기 (7) +6 20.04.18 1,003 37 21쪽
25 존재감 드러내기 (6) +7 20.04.18 1,015 32 18쪽
24 존재감 드러내기 (5) +6 20.04.18 1,035 38 16쪽
23 존재감 드러내기 (4) +7 20.04.17 1,026 37 14쪽
22 존재감 드러내기 (3) +9 20.04.17 1,041 41 19쪽
21 존재감 드러내기 (2) +4 20.04.17 1,060 35 15쪽
20 존재감 드러내기 (1) +9 20.04.16 1,132 39 15쪽
19 동부국경 순시 (5) +8 20.04.16 1,132 37 13쪽
18 동부국경 순시 (4) +12 20.04.16 1,092 41 19쪽
17 동부국경 순시 (3) +13 20.04.15 1,144 43 14쪽
16 동부국경 순시 (2) +5 20.04.15 1,141 37 14쪽
15 동부국경 순시 (1) +9 20.04.15 1,275 41 15쪽
14 로마라는 한 울타리 +8 20.04.15 1,258 38 16쪽
13 새로운 판 짜기 (5) +8 20.04.14 1,336 36 19쪽
12 새로운 판 짜기 (4) +11 20.04.14 1,433 40 16쪽
11 새로운 판 짜기 (3) +5 20.04.14 1,492 45 13쪽
10 새로운 판 짜기 (2) +7 20.04.13 1,554 39 13쪽
9 새로운 판 짜기 (1) +6 20.04.13 1,644 44 13쪽
8 쿠데타 예방작전 (6) +6 20.04.13 1,621 42 18쪽
7 쿠데타 예방작전 (5) +13 20.04.12 1,605 46 19쪽
6 쿠데타 예방작전 (4) +11 20.04.12 1,656 51 16쪽
5 쿠데타 예방작전 (3) +12 20.04.11 1,770 4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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