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편집

웹소설 > 일반연재 > 중·단편, 판타지

BUZIRUN
작품등록일 :
2020.04.17 21:56
최근연재일 :
2020.04.28 06:00
연재수 :
4 회
조회수 :
304
추천수 :
10
글자수 :
6,349

작성
20.04.18 03:17
조회
42
추천
2
글자
3쪽

각자의 짐

DUMMY

각자의 짐







“허억!”


우수는 숨 막힐 정도로 끔찍한 악몽을 꾸다 잠을 깼다. 초고층 아파트의 150 층에 위치한 그의 방에 들이치는 찬란한 아침 햇살도 그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지 못했다. 그는 얼굴을 찡그리며 어머니가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우수를 보고 웃으며 인사했다.


“일어났니?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예. 근데 정말 무서운 꿈을 꿨어요.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그게 고장 나서 142 층부터 지상까지 곧장 떨어지는 거예요. 꿈이 너무 생생해서 심장이 멎는 것 같았어요.”


소파에 앉아 전자 페이퍼로 아침 신문 기사를 읽던 아버지도 일어나 아이를 다독였다.


“너희 때는 그런 무서운 꿈을 한 번씩 꾸곤 한단다. 그러면서 키가 크는 거지. 자, 밥 먹고 학교 가야지. 아버지, 어머니도 어서 직장에 가야 한단다. 내일은 토요일이니까 약속대로 놀이 공원에 데려가주마.”


아버지의 말을 듣고 우수는 안심했다. 가족은 서로 웃으며 아침 식사를 시작했다.





그 시각, 마루 한 귀퉁이에 서서 그들을 지켜보는 두 사람이 있었다. 가족들은 그들이 보이지 않는지, 그들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듯 했다. 둘 중 어두운 색 복장을 한 엄숙한 표정의 남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지. 24 분 후에 실제로 저 아이가 탄 엘리베이터는 지상으로 추락할 테니까. 사실 저 아이는 악몽을 꿨던 게 아니라 어제 실제로 일어난 일을 꿈으로 알고 있는 거야. 오늘 아침 멀쩡하게 되살아났지만 어제 일을 전혀 모르는 거지. 이후 아이의 사고 소식을 들은 부모들도 오열할 테고. 그리고 이 일은 내일 아침에도 똑같이 반복되겠지. 저들이 이 반복되는 하루를 산지 벌써 20 년이 넘었네. 하지만 앞으로 이 하루는 거의 영원히 반복될 거야. 저들의 짐이 너무 무거워.”


지금까지 옆에 서서 가만히 가족들을 지켜보던 또 다른 남자는 무거운 표정이었다. 그의 두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절 왜 여기로 데려오신 겁니까? 저건 실수였어요. 그땐 정말 시간이 없어서... 흐흐흑...”


그러자 어두운 색 복장의 남자가 한 쪽 입 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울상인 사내에게 슬며시 쏘아 붙였다.


“실수라고? 자네는 그 때 시간이 없었다고 했지만 돈 몇 푼 더 벌어보겠다고 저 엘리베이터의 수리를 적당히 하고 가버린 것 때문에 저 일이 벌어진 것 아닌가?”


남자는 아무런 대꾸를 할 수 없었다. 저 가족을 차마 더는 볼 수 없어서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더 이상은 못 보겠어요. 차라리 저걸 계속 보느니 지옥으로 가겠어요!”


그러자 그를 보던 어두운 색 복장의 남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자네, 여기가 어디라고 생각하나? 응?”


순간 사내의 몸은 마치 돌덩이처럼 굳어져 움직일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엽편집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 돌아올 수 없는 다리 20.04.28 41 3 5쪽
3 20.04.19 29 2 4쪽
» 각자의 짐 20.04.18 43 2 3쪽
1 원치 않는 게임 20.04.17 192 3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