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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scal
작품등록일 :
2014.04.0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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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4.2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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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병원의 악당과 환자님-2

DUMMY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병원에 있다보면 조금은 지루해진다. 가끔은 그런 마음이 든다. 환자를 위하는 마음이 아니라 환자를 실험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런 환자에게 이러한 약을 투여하면 어떠한 상태가 될까? 혹은 이헌 환자에게 이런 치료법을 써본다면?


더 좋은 약과 더 좋은 치료법을 말하는게 아니다. 예를 들자면 열이 나는 환자에게 해열제를 주사하는걸 말하는게 아니다. 온도를 더 높이는 주사를 말하는게 아니다. 열이 나는 환자에게 설사를 하게 해주는 약을 투여하면 어떨까? 싶은거다. 몸의 독이라는건 변에 가득 묻어있기 마련이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탈수효과까지 동반되어 더 심해질 것도 같다. 내가 실험해보고 싶다는건 그런거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을 그런 것을 실험해보고싶은거다. 나의 이 정신과는 정신에 관련된거라서 더 흥미로울 뿐이다.


뭐....마음이 그렇지. 결국에는 규정대로 배운대로 할 뿐이다. 나에게 있어서 모험정신은 언제나 안정정신에 패배한다고 할 수 있다. 가벼운 유희거리. 남들에게 들키지 않을 유희거리만 추구하는 나이기에. 누군가가 [겁쟁이야]라고 불러버린다면. 뭐라 할 말이 없긴하다.


"선생님, 점심시간인데요. 식사 안하시나요?"


"아. 예..지금 잠깐 정리할 게 있어서. 잠시 뒤에 하겠습니다."


뭐. 이런건 거절하는거다. 누군가와 식사를 같이 한다는건 불편한 일이다. 누군가에게 맞춰야 하는건 좋지 않다. 뭐 어려움을 느끼거나 하는건 아니지만, 오늘은 혼자 먹고 싶은 날이다. 뭐. 언제나 혼자 먹고 싶은 날이긴하다. 하지만 오늘은 내색해야 하는 날이다.


흐음....그러면 정리할 게 있다고 한 것도 말했으니. 음...15분정도 있다가 내려가볼까.


정리할거라는건 진짜로 정리할거다. 정리를 하고 싶으면 정리할게 계속 생긴다. 정리를 안하고 싶으면 정리할건 없는거다. 정리라는건 그런거다.


나란 녀석도 꽤 괜찮은 사람인게 정리할 게 있다고 말했다보니, 진짜 정리를 하게 되버린다. 잠깐 환자들의 파일 좀 조금 더 편리한 형태로 해놓을까 한다. 자주 편리한 형태로 만들어놓지만, 어느새 바쁘게 조금씩 잠깐 어기다보면 금새 이렇게 흐트러지고 마는거다.


ㅡㅡㅡㅡㅡㅡㅡ


후....생각보다 열심히했네? 15분 언제 가나했는데. 25분이나 지났으니...병원식당이나 내려가볼까.


식당으로 내려가는길 나는 주변을 보는걸 즐긴다. 관심없는 척 가지만, 실제로는 관심이 꽤 많이 가고, 너무 궁금하면 잠깐 제대로 확인해보기도한다. 환자들은 상태에 따라서 식사가 다른데. 특수환자들의 경우에는 먹여줘야 하는 경우가 있다. 양호한 상태의 환자들의 경우에는 뭐...정상인과 다를 바가 없다고 본다. 원래 정신이란건 자신이 얼마나 인식하냐에 따른거기 때문이다.


내가 밥을 먹는다는 행위도, 심각하게 생각해보면 대단한 행위가 되는거고,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그냥 먹는거인거다. 정신이상으로 판명되긴 해도, 의식주나 먹고마시고 이런 면에서는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은거다.


오늘의 메뉴가........'육개장, 계란말이, 배추김치, 흑미밥, 토마토샐러드' 정말 괜찮다. 이정도면 특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음식 하나하나에 기뻐하는 나자신을 보고있으면 나도 내가 참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밥이란건 신기하다. 풀때는 항상 왠지 적게 담은것처럼 보여서 더 푸게 되는데. 막상 푸고나면 생각보다 많아서 당황하게 된다. 이게 인간의 욕심이란건가보다. 육개장도 좋아하고 계란말이 토마토샐러드 전부 좋아해서 가득 담아버린다.


하아.....행복하다. 인생의 행복이란 이렇게 단순한 곳에서 찾을 수 있는거다. 복잡한 곳에서도 찾을 수는 있다. 이 식당에 넘쳐나는 정신이상자들을 보고있자니. 우월한 기분에 휩싸인다. 이렇게 먹는 것만 보면 정상인같으니. 인간의 정신이 잘못되도, 육은 살려고 하는걸보니 참으로 독특한 일이다. 결국 정신이란건 육에 의존하면서도 독립적이라는건가보다. 고결하지만 추한 것 위에 세워진다는거다.


이곳에선 볼 수 있는거다. 상처입은 고결한 것이 추함을 추구하는 이 모습을.... 조금 발을 헛디뎠다는 이유로 육개장을 조금 환자복에 떨어뜨려, 찜찜한 상태로 오늘 하루를 보내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뭐.....됬어...오늘은 봐주도록 하지. 왜냐하면 내가 좋아하는 육개장과 계란말이와, 토마토샐러드와 흑미밥과 배추김치가 나왔으니까. 한두개만 말하려고 했는데. 이거 원. 내가 전부 좋아하는 것들이라서 아무것도 빼놓을 수가 없군.


자 그럼 먹어볼까...............


"저....진아씨가 왜 여기 있으시죠?"


내가 앉아서 먹으려는데 한 여자가 내 앞에 와서 앉아버렸다. 물론 환자다.


"식사하려구요. 민수씨."


뭐지......그래...넘어가자...그냥 호칭을 생략해버리자...일단....식당에서까지 괴롭힘 받고 싶지 않다. 그리고 지금은 기분이 좋다. 아직까진 나쁘지않다. 곧 나빠질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나쁘지 않다. 이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하자.


"일주일전부터 개인방에서 개인식사 아니었던가요? 저는 그렇게 기억하는데 말이죠. 담당의로서요."


"그거 먹고왔어요. 걱정마세요."


뭐?


"예?"


"다 먹었는데 민수씨가 식당 가길래 저도 배고픈듯해서 따라나왔어요."


뭐?


"두번째 식사라는건가요?"


"예, 그래서 조금 받았어요."


그녀의 식판을 보니...정말로 조금이긴하다...분명...다 앞뒤가 맞는데....뭔가 불편하다. 마음에 안든다..하지만...지금은 기분이 좋다....기분이 굉장히 불안하게 좋다...유지하자.


"아. 그렇군요. 저는 많이 받았거든요. 맛있게 드세요."


사람좋은 미소로 웃어주자.


다행이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먹는다. 꽤 즐거워진다. 그녀가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이다니. 이 여자가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인적이 있던가? 마치 그녀의 위에 군림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기분이 다시 올라간다. 좋은 일이다.


이런 기분좋음에 딱 맞추어서 교향곡 한 자락까지 흘러나온다면 정말로 극상이 될거라 생각한다.


음.....그런데......


"저기...왜 제껄 드시고있죠?"


그것도 좀 많이. 골고루.


"제가 배부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배가 고팠나봐요."


"그런데 왜 제껄..."


"많다고 하셨잖아요"


"예?"


들린다. 기분이 수직하강하는 소리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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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사탕 - 그 22.06.10 41 0 3쪽
11 나와 내가 만나 17.03.31 127 0 11쪽
10 병원의 악당과 환자님 - ENDING 17.03.23 129 0 5쪽
9 병원의 악당과 환자님 - 7 17.03.21 234 0 5쪽
8 병원의 악당과 환자님 - 6 17.03.20 139 0 5쪽
7 병원의 악당과 환자님 - 5 16.09.23 207 1 6쪽
6 병원의 악당과 환자님 - 4 +1 16.09.08 213 2 4쪽
5 병원의 악당과 환자님-3 16.08.05 252 1 6쪽
» 병원의 악당과 환자님-2 16.04.27 275 2 7쪽
3 병원의 악당과 환자님-1 15.12.08 299 2 5쪽
2 최악의 겁쟁이(1인칭) +2 14.07.23 656 3 26쪽
1 지하철의 악당과 환자.(1인칭) +1 14.04.24 1,264 1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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