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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 엘프를 수확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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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한자
작품등록일 :
2020.05.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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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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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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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레토나

DUMMY

엘프의 숫자는 차곡차곡 늘어났다.

요정들이 페어리 더스트를 뿌리고 다니는 터라 비료의 낭비도 줄었다.

텅텅 비었던 창고에도 비료가 넉넉하게 쌓였다.

늑대의 숫자도 비슷하게 맞춰서 늘렸다.

반복의 훈련 덕분인지 이제 늑대를 타고 활을 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엘프는 없다.

짝을 맞춰 서른이 넘는 엘프 라이더가 생긴 셈이었다.


“당기고. 기다려. 이제 쏴!”


일제히 날아가서 나무에 꽂히는 화살들.

표적 주변으로 바람이 맹렬하게 돌면서 파고들었다.

이건 마법 화살의 효과였다.

페이리 더스트를 먹인 화살대에 엘이 룬어를 새겨서 만든 특제 화살.

엘의 고혈을 뽑아서 상자 단위로 만들어 두었다.


“3소대. 순찰 끝.”

“수고했다. 함정은?”

“무사. 전부.”

“그래. 들어가서 좀 쉬고.”


장비뿐만이 아니라 거주지 주변도 보강했다.

목공을 지닌 소니아가 도구를 만나면서 생긴 변화였다.

숲의 서쪽, 남쪽 부근에 함정을 만들어 두었다.

순찰 코스를 고려해서 적의 진입로 위주로 구성한 것이다.

촘촘하고 치밀한 함정이었다.

실제로 몇 무리 엘프 사냥꾼들이 무턱대고 침입하다가 비명에 횡사했다.

소니아의 손재주는 생각보다 훨씬 뛰어났다.


“아직도 모자란가.”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로울 때.

재호만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었다.


“재호, 아직도 안 되는 거야?”

“응. 뭔가 느낌이 올 것도 같은데 부족해.”


엘프의 두 번째 승급이었다.

그러니까 사냥꾼 비료로 자란 엘프들을 다시 씨앗으로 돌리려는 시도였다.

기본 엘프들의 상당수를 한차례 승급 시킨 바.

조금 더 고위 엘프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며칠에 걸쳐서 기도를 해봤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엘처럼 체력을 낮춰서 하는 건?”

“그건 의미가 없어.”


시간이 날 때마다 능력에 대해서 고찰했다.

씨앗 화, 그러니까 재호가 이름 붙이기를 ‘시드’.

이 능력은 종에 따라서 각기 다른 기본값을 지닌다.

늑대와 요정을 예로 들자면 그들은 당시의 생명력과 무관하게 기본적인 종족값을 보존했다.

즉, 체력 100늑대든 체력 1늑대든 일단 되살리면 같은 능력으로 보존되는 것이다.

단, 종족 특성으로 늑대는 돌연변이를 요정은 요정 여왕이라는 특질을 이어받았다.

하지만 엘프는 다르다.

엘프는 시드 상태에 따라서 성장폭을 보정 받는다.

기본 상태가 1이라면 -100과 +100이 존재하는 것이 엘프의 특성이다.

이는 소니아가 최소한의 수치 보정을 받고 수확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녀가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더 많은 숫자와 능력을 보장했을 것이다.


“엘프의 씨앗은 최소값을 만족하지 않으면 성장이 불가능하거든.”

“······어려워.”

“꼼수는 안 통한다는 거야. 상처를 입히면 시드를 하기는 편하지만 기본 능력치가 마이너스가 돼. 이건 비료를 준다 해도 추가 성장이 불가능해.”


그리 복잡한 개념은 아니다.

능력에 (+)를 붙이기 위해서는 시드 상태가 최소한 ‘1’이어야 한다는 말.

상처 주는 것으로는 상급 엘프를 얻을 수 없다.


“지금 내 한계는 1.7 버전 정도의 엘프. 2.0버전 엘프는 버겁다는 거야.”


동물 비료로 천천히 성장시켰던 엘프가 1.7이다.

시드를 사용할 수 있는 마지노선.


“그럼 그 엘프에 쓰면 되지 않아?”

“그게 또 문제가 있어. 1.7애들에게 시드를 사용하면 2.0이 나오거든.”

“으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단순하게 말해서 1.0부터 2.0까지는 같은 한계치를 지닌다는 거야. 즉, 2.0버전 한계를 뚫어야 다음 단계 엘프를 수확할 수 있는 거지.”


어찌 보면 고약한 방식이다.

종 자체가 철저하게 등급화되어 있는 셈이니까.

하지만 그게 엘프라는 종의 특성이다.

마음에 안 든다고 억지로 바꿀 수는 없다.


“그럼 재호가 더 성장하면 되는 거 아니야?”

“뭐, 그게 정답이겠지. 근데 이게 뭐 게임처럼 경험치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엘프를 구하면 되겠네.”

“응?”


숙 들어온 답에 재호가 멈칫했다.


“저번에 소니아를 구하고 나서, 뭔가 성장했다고 했잖아. 또 다른 엘프를 구하면 성장하지 않을까?”

“······일리가 있어. 재능 공유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능력 성장에도 영향이 있었으니까.”

“헤. 그럼 다른 엘프를 구하러 가자!”

“아, 잠깐만. 구하려고 해도 갑자기 찾기는 어렵잖아.”

“하하하. 그 문제라면 내가 도와줄게!”


파르르 하고 날아오는 건 엘이었다.

이미 주변을 붕붕 날면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끼어들 타이밍만 노리고 있던 것이다.


“이래 봐도 노예 생활만 다년간. 다른 노예 정보라면 누구보다 빠삭하다고.”

“슬픈 이야기를 발랄하게 하지 마.”

“에헴. 어쨌든 내가 성에 잡혀 왔을 때의 이야기야. 어둡고 컴컴한 지하 감옥이 촘촘하게 놓여 있었지.”

“성 내에 그런 공간이 있다고?”

“응. 귀족놈들 취향에 맞춰서 노예경매를 열곤 하거든. 멀리 있으면 시기를 맞추기 어렵잖아.”

“고약한 이야기네. 그래서?”


노예가 당연한 세계라지만 듣는 건 여전히 불편하다.

재호가 혀끝을 씹으며 물었다.


“나와 멀지 않은 방에 엘프가 갇혀 있었어. 간수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서쪽 해안가에서 살던 엘프라고 하더라.”

“해안가 엘프라고?”

“자세한 건 모르겠어. 하여튼, 독특한 엘프니까 조심스럽게 다루라고 하더라.”

“흠. 그러니까 갇혀 있는 엘프를 구하자 이거지?”

“아니지. 내가 탈출해서 도망친 걸 보면 알잖아. 성에도 노예를 반대하는 세력이 있다고. 그들이 감옥을 습격한 덕분에 날 비롯한 노예들이 우르르 탈출할 수 있었어.”


재호가 짧게 감탄사를 흘렸다.

생각해 보니 엘이 어떤 과정으로 사냥꾼에게 쫓기고 있었는지를 묻지 않았다.


“그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거야?”

“응. 워낙 큰 목소리로 말한 터라 잊고 싶어도 잊을 수가 없어. 링컨. 에이브라함 링컨이라고 했어.”

“······어, 그래.”


게이트를 넘어온 놈이다.

재호는 확신했다.


#


엘이 링컨에 대해서 아는 건 많지 않았다.

정체나 숫자, 거점 등에 대해서 이야기 나눌 시간은 애초에 없었다.

다만, 감옥을 급습했을 때.

당시 모여 있던 노예들에게 한가지를 전했다고 한다.


“묘지?”

“응. 혹시나 따로 떨어지는 사람이 있으면 성 밖 묘지에서 만나자고 했어.”

“어딘지 짐작 가는 곳은 있고?”

“성 밖에 있는 묘지라면 한곳밖에 없어. 알로탄 공동묘지야. 성내로 묘지를 이장하며 버려지게 된 장소지.”

“빠삭하네.”

“말했잖아. 노예 생활만 다년이라고.”


엘의 말대로 버려진 묘지라면 접선 장소로는 좋다.

인적도 없을 테고, 만약의 경우 도망치기도 편하다.


“문제는 성 근처라는 건데. 괜히 갔다가 걸리면 이래저래 곤란해질 거 같단 말이야.”

“그건 괜찮아. 알로탄 묘지는 거리가 제법 되거든. 그 때문에 묘지를 옮긴 거기도 하고.”

“그래? 그럼 시도해 봐서 나쁠 건 없겠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나쁠 건 없다.


“그럼 갈 사람을 골라 보자고. 일단 거주지 관리도 해야 하니까 엘과 소니아는 이곳에 남아줘.”

“나? 나는 왜?”

“요정들 관리를 해야지. 여왕이 그렇게 나다니고 그러는 거 아니다.”

“치사해. 나도 같이 가고 싶은데.”

“그럼 애들이 자립할 수 있게 노력해 보라고.”

“우우. 아빠가 씨만 뿌리고 나 몰라라 해.”

“그 입 때문이라도 탈락.”


엘과 다르게 소니아는 불만 없이 수긍했다.

어차피 거주지 주변 보강 공사도 남아 있으니 행보관 개념으로 쓰면 될 거 같았다.


“전투가 일어날 걸 대비해서 2개 소대는 대기해 둔다. 1번 2번 소대장은 창고에서 무기와 도구들 분출하고. 나머지는 내부 작업 및 경계로 일과를 수정한다.”

“추, 충성.”

“이해. 이해함.”


나머지는 차례대로 일을 할당했다.

번거롭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알아서 판단하고 행동할 중간 관리가 생길 때까지는 직접 처리해야 했다.


“현재시간 기준 30분. 그 안에 처리하고 입구에 집결한다. 몽, 너도 장비를 챙겨.”

“응. 응. 재호는?”

“나야 1호차······아니, 백랑 타고 대기해야지.”


부르릉.

아니, 크르릉.

백랑이 낮게 울며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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