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세월의 바람이 앞길을 막을때 어떻게 하면될까?

미철은 힘든 사람을 만날 때마다 위로해 주려고 자신의 처지를 이야기한다는 것도 어쩌면 기분이 좋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은 들었다. 더군다나 자신보다 형편이 좀 더 나은 사람에게 위로의 말을 한다는 것은 더군다나 돌아이 짓 같다는 생각을 여러 번 하긴 했었다. 그런데 위로를 안 해주면 당장 무슨 일을 저지를 것 같다고 하니 WITH A BAD GRACE로 안 할 수가 없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도 사람들은 어느 한순간의 우울증을 이겨내지 못하고 큰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미철은 또 자신의 처지 이야기를 좀 더 힘들게 각색해서 윤 선생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미철이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항상 그렇지만, 자신은 꼭 재기한다는 희망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 확신하고 있어서였다.
지금은 HORN OF MOUSE가 없지만 그래도 자신은 늘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이었다.
죽도록 대출이자를 갚다가 imf 때에 연체이자를 년 26% 정도를 갚다보니 4년쯤 되니 대출금과 맞먹는 금액을 이자로 갚고, 끝내는 집을 살려내지도 못 한 채로, 집이 강제 비슷하게 경매에 들어가는 순간 대출금에 맞게 팔아치우고 homeless 지경에 이르러 지금까지 표류하고 있다고 하니 윤 선생은 물끄러미 미철을 쳐다보고 있었다.
“윤 선생님! 팀장님이 여기저기 빌려서 갚았던 이자가 빚으로 남아 지금까지 갚고 있습니다. 잘 아시잖아요? 카드 대출이자요. 그것의 연체이자요. 많을 때는 30 군데서 오는 전화를 받으며 견딘 분이에요. 그래도 얼굴은 전혀 안 그러시죠.” 하며 추 선생이 안 거들어도 되는데 거들어주었다.
“아니 팀장님 그렇게 쪼이는 것을 참으셨어요? 그게 가능한가요? 저 같으면 불가능할 것 같은데요. 저도 은행 마지막 시절 때 카드 연체 추심 담당 팀장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강도를 좀 아는 편이거든요. 도저히 적성에 안 맞아 그만 두었는데 그리고 나서 imf가 터져 저는 퇴직금을 잘 받고 나온 겁니다.” 하며 입을 자물쇠로 채워 놓은 것 같았던 윤 선생의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더니 미철에게 “respect 합니다.” 하고 진정어린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내가 존경 받을 인간인가 생각을 했으나, 그러나 카운슬러의 효과가 나타나니 미철은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안 그래도 희망이란 양파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껍질이 하나 둘 벗겨져나가듯 점점 작아지고 있을 때 이렇게 다른 사람이 변하는 모습은 미철에게 다시 껍질을 덧 입혀주는 것 같아서였다.
그때 추 선생이 갑자기 차를 손가락을 가리키며 지나가는 차를 보라고 했다.
‘저 차 좀 보세요. 번호판이 없는데요. 번호판 없는 차가 다 있네요?“ 하며 소리쳤다.
“금방 나온 차겠지요. 임시 번호판을 못 붙여서 그냥 가겠지요? 아니면 금방 나온 차이던가요?” 하며 윤 선생이 이야기했다.
미철은 싱긋이 웃었다. “정말 이 사람들은 나 같은 상황까지는 가지 않은 사람들이구나.” 하며 중얼 중얼거렸다.
“팀장님! 팀장님은 이유를 아시나요? 많은 직업을 가지셨는데 혹시 차 dealer도 해 보셨어요?” 하고 미철의 중얼거리는 소리를 귀신 같이 잘 알아듣는 추 선생이 물었다.
“아 예! 지금 지난 간 그 차는 새로 나온 차도 아니고 번호판을 붙이는 것을 잃어버린 차도 아닙니다. 번호판을 뜯겨서 빼앗긴 차에요.” 하며 미철은 몇 년 전 자기에게 있었던 이야기를 해 주었다.
미철은 신불자여서 부친의 명의로 아주 작은 차를 산적이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세를 내지 못해 부친 앞으로 여러 차례 차번호 판을 떼어가겠다는 통보가 왔었으나 부친에게는 늘 지불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돈을 빌리려고 친척을 만나고, 조금 일찍 coffee shop에서 나온 미철은 번호판이 없는 것을 발견했었다. 곧 나올 친척에게 차 번호판이 날라 간 것을 보이면 미철의 자존심도 날라 갈 상황이었다.
반사적으로 미철은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물론 지나가던 차들이나, 사람들이나, 신호등에서 서있을 때 미철을 쳐다보며 지금 추 선생과 윤 선생같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을 수없이 보았었다,
참으로 기가 막힌 이야기를 미철은 하고 있었고 참으로 기가 차는 이야기를 지금 추 선생과 윤 선생은 듣고 있었다.
윤 선생이 이번에는 벌떡 일어났다. 90도로 미철에게 인사를 하며 처절한 환경을 헤쳐 나오고 있는 미철을 really respect 한다고 했다.
미철은 쐐기를 박아 윤 선생을 일으켜 세워주고 싶었다.
“윤 선생님! 인간은 세월이라는 강한 바람을 마주보고 달리는 것 같지 않습니까? 젊었을 때는 세월의 힘이 아무리 세도 소망을 가지고 부딪치며 뚫고 나가잖아요. 미래에 대한 소망을 가지고 가면서 얻어지는 재물 또는 권력 또는 건강을 의지하며 세차게 저항하며 이겨내잖아요. 그러다가 잘못해서 얻어진 재물 또는 권력 또는 건강을 어느 기간 동안 잃어 버렸을 때, 소망을 내려놓고 거센 세월과 부딪치기 싫다고 돌아서는 순간 등 쪽으로 몰아치는 세월의 힘을 견디지 못해 쓸어 진다면 인생은 저물어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절대 돌아 서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때는 세월의 거센 바람을 이용해야지요.” 하며 미철은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수첩을 꺼내 슬쩍 읽으며 또 무엇인가를 메모했다.
‘아니 그러면 돌아서지 않고 어떻게 해야지요?“ 하고 윤 선생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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